풍경의 안쪽 - 속 깊은 자연과 불후의 예술, 그리고 다정한 삶을 만나는
노중훈 지음 / 상상출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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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의 안쪽을 보았다기보다-
노중훈이란 작가의 안쪽을 들여다본 느낌이었다.

애초에 내 관심 영역에 있는 작가는 아니었다. 남편 때문에 같이 듣게 된 라디오에서 알게 됐지만 그저 그뿐이었다.
이런 여행 작가도 있구나.
걷는 걸 참 싫어하는 것 같은데 용케 여행을 다니는구나.

그렇지만 역시 사람은 한 면만 봐서는 알 수 없다.
듣는 것만으로는 알 수 없었던 사람의 안쪽이, 책에 보였다.

묽게 퍼지는 아침 햇발
정치하고 반듯한 대숲
우렁우렁한 소리를 내며 낙하하는 세찬 물줄기
조속조속 졸고 있는 빨래들
흥덩흥덩 넘쳐나는 평화로움
싱둥싱둥해 보이는 물고기
마닐마닐하고 짭짤한 프로슈토…
(본문 중에서)

책 깨나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생전 처음 접하는 표현들에 연이어 당황했다. 어깨에 들어간 바람이 푸쉭, 하고 빠져나갔다.

아주 많은 풍경을 담지 않았다. 챕터 별로 5개씩, 20개의 장소를 골라내고, 직접 찍은 사진들과 그 안에 담긴 이야기들을 조곤조곤 풀어내었다. 아주 많은 이야기를 담은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많은 것들이 절제된 이야기에 도리어 저 풍경 속으로 뛰어들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게 했다.

때로 감탄하고, 때로 웃고, 때로 반가워하면서 풍경의 안쪽을 더듬고 상상했다. 여기에 내가 있다면- 나는 어떤 것들을 보았을까? 그이가 본 것 같은 모습이 내게도 보였을까? 아니, 그렇지 않다. 나는 기질적으로도 그렇거니와, 내 발로 가는 것보다 남이 다녀온 이야기를 듣는 게 아직은 더 좋다. 딱 그만큼 게으르다. 다행이다. 나 대신 깊이 봐주는 사람이 있어서.

작가 스스로는 과도한 감상주의를 경계하려 했지만 실패했다고 아쉬워했으나, 내 보기에는 충분히 담백하고 진정되어 있었다. 이런 풍경 속에서 어찌 이리 덤덤할 수 있을까. 다만 사진에 별다른 설명이 없는 것은 많이 아쉬웠다. 이렇게까지 절제할 필요는 없었을 텐데.

#에세이 #여행에세이 #풍경의안쪽 #노중훈 #상상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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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고양이와 산책, 사계절 컬러링북 - 반지수의 힐링 컬러링북
반지수 지음 / 비에이블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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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소설의 표지 일러스트레이터로 유명한-그분의 이름은 몰라도 그림은 많은 이들이 알 법한- 반지수 작가님의 힐링 컬러링북, <두 고양이와 산책, 사계절 컬러링북>입니다. 작가의 말을 보시면, 작가님의 반려 고양이 토니와 토르가 마음껏 산책하고 외출할 수 없는 것이 늘 마음에 걸려서 그림으로나마 함께 하고 싶으셨다고 해요. 도시에서 고양이와 함께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같은 마음일 거예요. 내가 보는 이 풍경, 이 꽃내음, 사계의 변화를 함께 느끼고 싶지만 마냥 자유롭게 놓아주기엔 마음이 편치 않은 게 현실이니까요.




요즘엔 초판 한정으로 작가 친필 사인이 '인쇄'된 경우가 많은데, 어라랏...? 이건 그야말로 "친", "필"이네요?! (사진은 못 찍었지만 뒷면에 펜 자국이 보여요) 우리 작가님 팔 지켜야 하는데!! 그렇지만 너무 귀하고 기뻐요 ㅠㅠ 이외에도 초판 한정 부록이 제일 뒤쪽에 있어요. 보는 순간 심쿵하는 스티커와 4종의 엽서, 봄이 가득 담긴 포스터까지-! 특히 포스터는 책을 양쪽으로 활짝 펼쳤을 때의 사이즈(250*380mm)와 같아서 벽에 붙여놓고 감상하기에 충분한 크기랍니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올해 벚꽃놀이를 놓친 분이라면 반 작가님의 고양이와 함께 하는 벚꽃 풍경으로 아쉬운 마음을 달래보셔도 좋겠어요.




작가님의 베스트셀러 표지 작품(에 숨어있는 고양이 찾기!!)과 미공개 그림 32점 등 아주 풍성한 양의 도안이 준비되어 있어요. 봄부터 겨울까지 4개의 챕터로 나눴고, 각 계절마다 조각 그림들과 2분할 컷, 조금 쉬운(?) 풍경 전면 페이지, 복잡한(!) 풍경 전면 페이지로 구성되어 있답니다. 채색이 어려워 보이는 도안일수록 밑 색이 좀 더 깔려있어서 채색에 도움이 될 것 같았어요. 요즘은 이런 식의 컬러링북이 대세인가봐요.


사계절 아름다운 풍경도 좋지만, 뭐니 뭐니 해도 제일 반가운 건 역시 귀여운 고양이들이에요. 토니, 토르 말고도 많은 고양이들이 그림 곳곳을 채워주고 있어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탄성이 절로 나왔어요. 어쩔 수 없는 냥 집사인 거죠. 고양이를 좋아하는 분들께는 무조건 추천하는 바입니다! 도안 바로 옆에 완성본이 함께 수록되어 있으니 보기만 해도 행복 지수가 올라가고요, 컬러링에 자신이 없더라도 완성본의 컬러를 참고해 하나씩 채색해 나가다 보면 어느새 완성! 그렇게 한 장, 두 장 채색하다 보면 언젠가 자신만의 색을 사용할 날이 오더라고요.




어느 걸 먼저 채색해 볼까 고민하다가 마침 봄나들이에서 봄꽃을 실컷 보고 오기도 했고, 또 요즘 들어 부쩍 손목이 힘들어하는 상황이어서 봄 느낌 가득한 2분할 컷을 먼저 채색해 봤어요. 아무래도 마카 전용지가 아니어서 마카 사용은 꺼려졌어요. (작가님 그림 지켜야 해...!) 그래서 오늘도- 색연필을 꺼냈습니다. 종이가 매끄러운 재질이라 부드럽게 잘 올라 갔어요. 스테들러 146C 72색을 사용했구요.


턱시도 고양이 녀석은 우리집 배트가 생각나더라구요. 배트인 척 코에 짜장을 묻혀주려다 참았어요 ㅋㅋ 민들레 꽃 피어있는 배경은 오일파스텔을 사용했어요. 여러 색을 겹쳐 올리고 면봉으로 살살 문질러줬는데 꽤 괜찮게 나온 것 같아요~ 스케치가 조밀한 편이어서 오일파스텔을 주로 사용하긴 어렵겠지만, 이렇게 배경이 좀 넓게 잡힌 도안에는 한번씩 써줘도 좋겠어요. 대신 색연필과 달리 잘 마르지도 않고 묻어나기 때문에 채색한 후에 간지 느낌으로 빈 종이를 붙여줬어요.


저는 여유 시간에 비해 컬러링 속도가 워낙 느려서 이것밖에 채색은 못 했지만, 앞으로 차근차근 여백을 채워나갈 생각이에요. 숙제하듯 할 필요는 없으니까, 이 좋은 봄날에 봄 컬러링을, 초록이 짙어지는 여름날에 여름 컬러링을, 초록 일색이던 세상이 저마다 개성을 살려 색색깔 옷을 바꿔입는 가을날에 가을 컬러링을,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바라는 겨울날에 겨울 컬러링을 때 맞춰 해나가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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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이 따로 있나, 내 삶이 꽃인 것을 - 인생 후반을 따스하게 감싸줄 햇볕 같은 문장들 65
오평선 지음 / 포레스트북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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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 가까운 문장들이 급하지 않게, 너무 빼곡하지 않게, 화려한 미사여구도 없이 가만가만 흘러간다.


“먼 곳의 별을 쫓느라 발아래 꽃을 보지 못할까 봐서(제러미 벤담)” 살아보니 그런 게 아니더라, 천천히 걸어가도 되는 것이더라 말해준다.


필사하고, 캘리하는 사람들을 타겟으로 작정하고 만든 것인 양 무엇 하나 버릴 문장이 없더라.


책을 들었으면 멈추지 않고 끝장까지 내달려야 하는데 그랬다간 내 눈 아래 문장과 단어들이 밟혀 사라질 것 같았다.


나야 어쩔 수 없이 시간의 제약을 받긴 했지만, 사실 이 책은 한달음에 읽어야 할 그런 책은 아니다. 언제든 손이 닿는 곳에 두고서 산책길에, 카페 가는 길에 들고 나서기 좋다.


한들거리는 봄기운에 인생 선배가 들려주는 이야기 몇 줄 읽고, 사르륵 종이를 넘겨 멋진 그림 한 점 감상하면 아- 좋다.. 하게 된다.


빈 종이를 찾아 못생긴 글씨일망정 문장들을 따라 적으며 삶을 잘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생각을 정리해 본다.


그림을 그리는 이들에게 이 책은 더욱 좋다. 수록된 명화를 모작하며 인생의 아름다움에 더 깊이 빠져들게 될 것이다.


읽고 또 읽다 보면 안 되겠다, 이 책은 누구에게건 선물을 해야지- 하는 충동도 생길 것이다. 내 삶만 꽃이어서야 외롭지 않겠나. 너도, 또 너도 꽃인 걸 알아야지. 그래야 우리 같이 아름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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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 - 개정판
마타요시 나오키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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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선수가 되려던 친구까지 끌어들여 코미디언 콤비를 만든 도쿠나가와 '언제까지나 코미디언이고 싶은' 가미야는 어떤 불꽃이었을까? 20대 초, 중반에 만나 코미디언으로서 10년을 함께 한 후의 그들은 여전히 불꽃일까, 아니면 이미 재가 되어버렸다고 해야 할까? 멘토와 멘티로서의 그들의 관계는 어딘가 일그러져 보이기도 하지만, 그건 그 나름대로 재미도 있고 또 이제 와 돌아보면 그때가 아니면 그런 이상한 허세, 부리기도 어렵지 않을까 싶다. 그때가 아니면 또 어떻게 그만큼 열정적으로 덤벼들 수 있을까. 그런 불꽃을 가슴에 품고 이상해 보이지 않는 게 더 어려운 일 아닐까.


누구나 가슴에 불꽃을 가지고 살아간다지만 모두가 그것을 드러내진 못한다. 각자의 다양한 사정과 이유 때문에, 혹은 게을러서, 혹은 다들 그렇게 사는 것처럼 보이기에 그저 흘러가는 대로 살다 보니 이렇게 살고 있더라 하기도 하고, 주변의 우려와 걱정을 덮어쓴 야유에도 기꺼이 바라는 삶을 위해 험난한 길을 따라가기도 한다. 나처럼 20대의 절반을 활활 타오르는 삶에 내던졌다가 쓴맛을 약간 본 후 '철이 들었다'라며 슬그머니 방향을 트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그것을 생각하다 보니 20대의 나는 어떤 불꽃이었을까, 그때 가졌던 불꽃은 재가 되어버린 걸까, 아니면 여전히 느껴질 듯 말 듯 한 열기를 은근히 뿜으며 다시 한번 세차게 피어오를 때를 기다리고 있는걸까 궁금해졌다. 그 시절 나와 함께 타오르던 지인들은 또 어떨까? 알고 보면 우리 모두는 여전히 꺼지지 않는 불꽃을 가슴 한편에 품고 있지 않을까?


세대에 상관없이 성인이라면 누구에게나 추천해 봄직한 책이다. 문화의 차이는 어쩔 수 없으니 받아들여라. 때때로 튀어나오는 날 것의 냄새가 나는 문장들에도 적응하려고 노력하라. 그러나 정 힘들면 그런 부분들은 대충 흐린 눈으로 넘어가도 된다. 나는 책을 읽을 때에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은 대충 넘어가버린다. 언젠가 타협이 가능한 때가 오면 다시 읽어도 되고, 그게 안 돼도 별로 상관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이 불꽃을 어찌하면 좋을지 함께 고민해 보는 것이다.


"이 사람은 순간순간 자신의 범주를 뛰어넘으려고 도전하고 있다. 그것을 즐기면서 하고 있으니 도저히 감당이 안 된다. 스스로 만들어낸 것을 태연한 얼굴로 방귀를 뿡뿡 뀌어가면서 파괴했다." (p. 181)

이 사람은 순간순간 자신의 범주를 뛰어넘으려고 도전하고 있다. 그것을 즐기면서 하고 있으니 도저히 감당이 안 된다. 스스로 만들어낸 것을 태연한 얼굴로 방귀를 뿡뿡 뀌어가면서 파괴했다. - P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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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모토 산포는 내일이 좋아 무기모토 산포 시리즈
스미노 요루 지음, 이소담 옮김 / ㈜소미미디어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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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좋았던 무기모토 산포, 내일마저 좋아지다! 오늘밖에 몰랐던(?) 산포는 마치 병아리색 같은 귀여움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뭔가 으른의 기운이 느껴지는 파랑이다!


툭하면 넘어지고, 일하다 실수하는 건 일상다반사, 그러다 맛있는 음식 앞에 사정없이 무너지는 산포. 출근하기 싫다고 생각하지만 정말로 그걸 실천에 옮기지 않을 정도로는 성실한 산포. 언제까지나 귀여운(?) 후배이고 싶지만 기어코 선배가 되어버린 위기의 산포.


<언제까지고 막내 신입이라는 신분으로 어리광을 마음껏 부리려고 획책하던 산포였지만 후배가 생겨 그 지위를 잃고 만다. 맛있는 게살 크림 크로켓에 낚여 단체 미팅에 참석해 새로운 인연을 만나기도 하고, 옆집에 사는 이웃과 소통을 시도하기도 한다. 또 산포가 무서워하면서도 잘 따랐던 선배에게 어떤 변화가 찾아오기도 한다. 《무기모토 산포는 오늘이 좋아》처럼 평범하지만 아주 조금 특별하고, 보기만 해도 미소가 지어지는 산포의 일상을 담은 연작 단편집. - 출판사 서평에서 발췌>


오늘이 좋았던 산포는 그저 물렁물렁한 느낌으로 기억되는데, 내일이 좋은 산포는 뭔가 달라졌다. 선배가 되었기 때문일까?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여전히 실수 연발에 사람 앞에서 긴장하고 이상한 말을 내뱉는 산포지만, 사람들은 안다. 좋아하는 것들에 진심인 산포, 물렁물렁해 보이지만 실은 제대로 포인트를 짚어 화를 낼 줄도 아는 산포, 소중한 것들을 소중히 대할 줄 아는 산포, 달팽이 만큼씩이라도 어쨌든 성장해가는 산포.


여전히 유쾌하고 헐렁한 웃음 짓게 만드는 산포지만, 나도 산포처럼 나이를 더 먹어서일까, 산포의 생각들이 제법 소중하게 다가온다.



"산포는 그런 자신을 참 대단하다고 여긴다. 전에 선배에게 그렇게 말하자 다들 그러고 산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렇다면 다들 대단한 거라고 산포는 생각한다. 산포는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 모두를 칭찬해주고 싶다." (p.13, <무기모토 산포는 자는 게 좋아>)


"앞으로는 타투를 언젠가 하고 싶다고 말하지 않겠다. 타투가 어울리는 사람이 돼서, 죽기 일보 직전일 때라도 좋으니 반드시 하겠다." (p.214, <무기모토 산포는 여자애가 좋아>)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되고, 만약 못하더라도 내일모레 하면 돼. 글피도 아마 여전히 살아있을 테니까 아무 걱정 없어." (p.380, <무기모토 산포는 내일이 좋아>)



그야, 내일도 모레도 아예 오지 않을 수 있다. 사는 게 그런 거지. 그렇다고 내 마음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어디까지나 내일도, 모레도 조금씩 더 노력하고 조금씩 더 달라질 나를 기대하며 오늘을 살아가는 거다. 그렇게 내일의 나는 오늘의 나보다 더 좋은 사람이 되는 거다. 그런 희망이, 오늘을 살아갈 힘이 된다면 그뿐인 거다.


그래서 무기모토 산포는 내일이 좋다.

나도, 내일이 좋다.





#무기모토산포는내일이좋아 #스미노요루 #소미미디어

앞으로는 타투를 언젠가 하고 싶다고 말하지 않겠다. 타투가 어울리는 사람이 돼서, 죽기 일보 직전일 때라도 좋으니 반드시 하겠다. - P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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