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 설산 시리즈 문고판 세트 - 전4권 설산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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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 커버 양장은 책장에 꽂아두면 멋스럽다. 오래 보관하기에도 좋다. 하지만- 들고나가서 읽으려면 무겁다. (더불어 비싸다) 그래서 책을 살 때면 하드 커버와 소프트 커버 사이에서 고민을 하는 편인데, 요즘은 워낙 양장판으로만 나오는 경우가 많아서 좋으면서도 안 좋달까?


이런 와중에 각별히 좋아하는 일본 작가 중 한 명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설산 시리즈>가 문고판으로 나왔다는 소식이 들렸다. 세상에, 또 이런 일이!? 단편 모음집인 '연애의 행방'을 제외하고는 모두 읽은 책들이긴 하지만 이번 문고판은 좀 더 특별하다. 그게- 왜냐면- … 예쁘다!!




문고판인데도 소장하고 싶게끔 포장에 신경을 쓴 느낌이 폴폴 난다. 선물용으로도 손색없다. 따로 포장할 것도 없이 패키지 그대로 줘도 좋을 정도다. 기본 사이즈의 책과 비교해 보니 이렇게 앙증맞고 귀여울 수가 없다. 가격도 저렴하다. 요즘 이래저래 책값이 많이 오른 탓도 있지만, 네 권인데 고작 두 권 가격이다.


단점이 있다면, 패키지가 예뻐서 비닐을 뜯기 싫었다는 것과, 아무래도 책이 작다 보니 글씨도 작아서(노안 어쩔) 나이가 더 들면 좀 읽기 어렵겠다는 것 정도이다. 아,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더 있다. 이번 패키지는 한정판이라 모두가 가지고 싶다고 해서 가질 수 있는 게 아니다. 하지만 괜찮다. 나에겐 있으니까-- 와하핫-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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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딱! 세계 명작으로 시작하는 두 줄 글쓰기 - 저절로 써지는 마법의 초등 글쓰기 마법의 초등 글쓰기 시리즈 4
김성효 지음 / 서사원주니어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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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초등학교 5학년, 고학년이 되는 아이를 위해 준비해 본 글쓰기 책이에요. 독서 교실이나 논술 학원에 보내는 경우도 많겠지만, 썩 여의치 않은 상황이어서 늘 고민이었거든요. 평소 남편이나 저는 책을 많이 읽는 편이지만 그걸 아이에게까지 강제하기도 어렵고, 좋아하는 책의 종류도 굉장히 한정적이어서 이래도 되나 싶었죠.

이 책은(사실 학습지죠) 장점이 꽤 많아요. 우선, 다양한 연령대를 커버할 수 있죠. 매 장마다 세계 명작의 한 장면을 간추려 지문으로 이용하고, 옆쪽에는 문장 따라 쓰기, 5글자 글쓰기, 10글자 글쓰기, 두 줄 글쓰기를 하도록 구성돼 있는데요, 학교에 입학하지 않은 아이라도 보호자와 함께라면 어렵지 않게 따라갈 수 있을 듯한 수준이에요. 덕분에 저희 아이처럼 학습지니, 글쓰기니 하는 말만 들어도 인상을 쓰는 아이들도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거예요.

무엇보다 이 5글자, 10글자 글쓰기가 그야말로 ’신의 한 수‘였어요. 그냥 글쓰기라고 하는 것보다 글자 수의 제한을 두니 마치 게임을 하는 듯 글자 수를 맞추려고 스스로 고민하고, 머릿속에 떠도는 말들을 정리하려 노력하더라고요. ’온갖 슬라임‘이라니, 이런 제약이 없었다면 ’온갖‘이라는 말은 쓸 생각도 하지 않았을 거예요. 아이를 너무 무시하는 말인가요? 하지만 중언부언하지 않고 간추려 정리하기는 어른도 쉽지 않잖아요.

처음 며칠은 평소에 하던 학습지와 다른 방식에 적응하지 못해 전혀 엉뚱한 말을 적기도 했지만, 점차 익숙해지면서 스스로 매일 한 장 글쓰기를 하게 됐어요. 굉장히 고무적이었어요! 물론 같은 나이에 척척 작문을 해내는 아이들이 많을 테지만, 누구나 자기에게 맞는 속도라는 게 있으니까요. 저는 아이가 ’오늘은 아빠와 공놀이를 했다‘의 수준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이 책을 기획하신 분들께 감사하고 있어요.

제시된 명작들은 무엇 하나 버리기 어려운, 재미있는 고전들이에요. 짧은 문장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차근차근, 접근이 쉬운 작품부터 읽어나갈 가이드로 삼기에도 좋아 보였어요. 제 아이는 앞서 이야기했듯 뚜렷이 선호하는 장르가 있어서 명작류는 거의 읽지 않았기에 아는 이야기가 거의 없어 먼저 제가 작품의 줄거리를 대강 알려주고 그날의 글쓰기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했지만, 언젠가는 여기에 나와있는 작품을 모두 읽게 하겠노라 속으로 굳게 다짐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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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움직인 문장들 - 10년 차 카피라이터의 인생의 방향이 되어준 문장
오하림 지음 / 샘터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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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수집이 취미인 카피라이터가 기꺼이 내어준 보석 같은 문장들이 책장을 한가득 채워놓았다. 수집한 문장뿐만 아니라 그에 대한 저자의 단상들도 무엇 하나 놓치고 싶지 않은 것 투성이었다.


좋은 문장을 모아놓은 책은 많다. 좋은 말만 가득한 책도 많다. 하지만 이 책만큼 매 장마다 마음이 움직인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이유가 뭘까.



이 책의 문장들은 강압적이지 않다. 혼잣말인 양 누가 듣건 말건 떠드는 공허함이 없다. 저 먼 곳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잔뜩 힘주지도 않았다. 괜히 꼬아놓지도 않았고, 뜬구름 잡는 이야기도 않는다.



진실로 인생을 사람처럼 살아가는 사람들, 삶을 치열하게 살던 와중에 떠오른 깨달음들, 그러나 과장됨이 없이 담담한 그 말들이, 그 여상함이 더욱 진실되게 다가온다. 



살아보니 그렇더라는 것을 과연 살아보니 알겠더라. 그러나 나는 그저 살기 바빠 지나쳤던 순간들이 문장이 되어 내려앉았다. 


“헤맨 만큼 자기 땅이 된다.”


그만하면 잘 살고 있다고 다독여준다. 헛되지 않았다고 위로해준다. 억지로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 격려해준다. 그 마음이 다정해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헤맨 만큼 자기 땅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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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루카메 조산원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문예춘추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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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일상 판타지 힐링물의 대가, 오가와 이토의 신작이다. 요즘엔 한국이나 일본이나 치유 소설이 꽤나 쏟아지는데, 그중에서도 오가와 이토의 이야기는 독보적으로 ‘맛있다’.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 출판사에서도 이야기한다. “따뜻하고 맛있는” 인생 치유 소설이라고. (띠지 뒷면 참조)


그도 그럴 것이 이 작가의 책에서는 맛있는 요리에 대한 묘사가 빠지질 않는다.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인 ‘초초난난’을 읽으면서는 사실 요리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는데 요리 전문가로 보이는 건 싫어서 괜히 연애라는 껍데기를 덮어 씌운 건가 의심했을 정도다.


느닷없이 요리 이야기로 빠졌다. 그럴 만하다. 끈끈하고 은은한 단맛이 나는 감자 크로켓. 한입 가득 물면 입안에서 부드럽게 무너지는 현미 주먹밥. 달콤하고 폭신폭신하고 부드러운 달걀말이. 갓 튀겨낸 노랑 빨강의 히비스커스 튀김. 당장이라도 책 속에 들어가 함께 젓가락을 놀리고 싶은 순간이 한 둘이 아니었으니까.


식구. 함께 밥을 먹는 사람들. 어쨌거나 살아있는 한 먹어야 한다. 먹고자 하는 마음이 생겼다면, 그것은 곧 살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다. 어쩌면 작가에게 있어 요리란 스스로 살고자 하는 마음이고, 누구든 살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일 지도 모르겠다.


함께 밥을 먹는 것만으로 가족이 될 수 있다면, 츠루카메 조산원에 모인 모두는 가족이었다. 국적도, 나이도, 성별도, 품은 상처도 모두 제각각이지만 함께 밥을 짓고, 먹으니까 가족이다. 가족이어서 상처받고 싸우지만, 가족이라는 이름이 결국 치유가 된다.


“대체 뭘까, 가족이란 거. 가족은 끈이기도 하지만, 속박이기도 하지.” (P. 160)


마리아는 가족을 이렇게 정의했지만, 이야기의 끝에서는 생각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가족은 속박이기도 하지만, 끈이기도 하다“라고 말이다.

대체 뭘까, 가족이란 거. 가족은 끈이기도 하지만, 속박이기도 하지. - P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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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혼술이다 - 혼자여도 괜찮은 세계
이나가키 에미코 지음, 김미형 옮김 / 문학수첩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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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좋아하지 않는다. 술이 싫다. 지구 전체에 금주령을 내려도 좋지 않을까 자주 생각해 볼 정도이다. 술이 야기하는 온갖 사회 문제들을 떠올려 보면 내가 술을 미워할 이유는 충분하지 않을까?


그런 이유로 제목을 읽는 순간부터 마음을 꽁꽁 닫아걸었건만, 몇 페이지 넘기기도 전에 무장해제 당했다. 기자 출신이라더니 문장의 힘이 예사롭지 않다. 허허실실 전법으로 방심하게 만든다. 엉뚱 발랄한 말투로 웃기더니 느닷없이 날카롭게 벼려진 칼처럼 찔러 들어온다. 항복, 항복입니다!


작가의 의도는 혼술 정복기를 쓰는 것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술이면 어떻고 밥이면 또 어떤가. 인생을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고찰, 거기에서 얻어지는 교훈과 반성- 이런 것이 없다면 설사 일평생 술 한 방울 입에 대지 않고 성경을 백 번 넘게 통독한들 참 잘 살았다 하긴 어려울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가끔 이 문장은 좀 기억해야겠다 싶을 때가 종종 있긴 하지만, 채 몇 페이지 넘기기도 전에 새로운 감동이 올라온다. 


"그것은 맨몸으로 혼자 세계와 마주하는 경험이다. 고독을 두려워하지 않고, 쓸쓸함 때문에 도망치지 않고 당당하게 사는 경험 말이다."

(p. 23)


고독을 두려워하거나 도망치지 말고 당당하게 세계와 마주하라니, 요샛말로 '웅장하다'. 그렇다고 혼자가 되는 것을 권장하는 글이라 오해하면 곤란하다. 오히려 혼자가 됨으로써 보다 넓은 세상을 만날 수 있음을 적극적으로 알려준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이런 식으로, 진지하게, 열심히 주위를 '바라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 나를 지웠더니 주변이 보인다."

(p. 87)


손에서 스마트폰이 떨어지지 않는 요즘 세대에게 오히려 세상은 너무 좁다. 세계 곳곳의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다지만 당장 아침 출근길에 마주한 가장 인상적인 경험을 묻는다면 뭐라 대답할 수 있을까?


"비록 아무 말 하지 않더라도, 누군가에게 말을 걸거나 누군가가 불쑥 말을 걸어와도, 마음은 늘 열려 있다. 혼자라는 것은 전방위로 열려있다는 뜻이다."

(p. 97)


마음은 늘 열려 있다. 닫힌 것은 내 눈이다.


"자기 스스로 자신의 설 자리를 만든다는 것, 그건 다른 누군가의 설 자리를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p. 155)


술 하나로 이만한 책이라니, 존경합니다---! (하지만 역시 술은 마시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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