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 - 개정판
마타요시 나오키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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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선수가 되려던 친구까지 끌어들여 코미디언 콤비를 만든 도쿠나가와 '언제까지나 코미디언이고 싶은' 가미야는 어떤 불꽃이었을까? 20대 초, 중반에 만나 코미디언으로서 10년을 함께 한 후의 그들은 여전히 불꽃일까, 아니면 이미 재가 되어버렸다고 해야 할까? 멘토와 멘티로서의 그들의 관계는 어딘가 일그러져 보이기도 하지만, 그건 그 나름대로 재미도 있고 또 이제 와 돌아보면 그때가 아니면 그런 이상한 허세, 부리기도 어렵지 않을까 싶다. 그때가 아니면 또 어떻게 그만큼 열정적으로 덤벼들 수 있을까. 그런 불꽃을 가슴에 품고 이상해 보이지 않는 게 더 어려운 일 아닐까.


누구나 가슴에 불꽃을 가지고 살아간다지만 모두가 그것을 드러내진 못한다. 각자의 다양한 사정과 이유 때문에, 혹은 게을러서, 혹은 다들 그렇게 사는 것처럼 보이기에 그저 흘러가는 대로 살다 보니 이렇게 살고 있더라 하기도 하고, 주변의 우려와 걱정을 덮어쓴 야유에도 기꺼이 바라는 삶을 위해 험난한 길을 따라가기도 한다. 나처럼 20대의 절반을 활활 타오르는 삶에 내던졌다가 쓴맛을 약간 본 후 '철이 들었다'라며 슬그머니 방향을 트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그것을 생각하다 보니 20대의 나는 어떤 불꽃이었을까, 그때 가졌던 불꽃은 재가 되어버린 걸까, 아니면 여전히 느껴질 듯 말 듯 한 열기를 은근히 뿜으며 다시 한번 세차게 피어오를 때를 기다리고 있는걸까 궁금해졌다. 그 시절 나와 함께 타오르던 지인들은 또 어떨까? 알고 보면 우리 모두는 여전히 꺼지지 않는 불꽃을 가슴 한편에 품고 있지 않을까?


세대에 상관없이 성인이라면 누구에게나 추천해 봄직한 책이다. 문화의 차이는 어쩔 수 없으니 받아들여라. 때때로 튀어나오는 날 것의 냄새가 나는 문장들에도 적응하려고 노력하라. 그러나 정 힘들면 그런 부분들은 대충 흐린 눈으로 넘어가도 된다. 나는 책을 읽을 때에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은 대충 넘어가버린다. 언젠가 타협이 가능한 때가 오면 다시 읽어도 되고, 그게 안 돼도 별로 상관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이 불꽃을 어찌하면 좋을지 함께 고민해 보는 것이다.


"이 사람은 순간순간 자신의 범주를 뛰어넘으려고 도전하고 있다. 그것을 즐기면서 하고 있으니 도저히 감당이 안 된다. 스스로 만들어낸 것을 태연한 얼굴로 방귀를 뿡뿡 뀌어가면서 파괴했다." (p. 181)

이 사람은 순간순간 자신의 범주를 뛰어넘으려고 도전하고 있다. 그것을 즐기면서 하고 있으니 도저히 감당이 안 된다. 스스로 만들어낸 것을 태연한 얼굴로 방귀를 뿡뿡 뀌어가면서 파괴했다. - P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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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모토 산포는 내일이 좋아 무기모토 산포 시리즈
스미노 요루 지음, 이소담 옮김 / ㈜소미미디어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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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좋았던 무기모토 산포, 내일마저 좋아지다! 오늘밖에 몰랐던(?) 산포는 마치 병아리색 같은 귀여움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뭔가 으른의 기운이 느껴지는 파랑이다!


툭하면 넘어지고, 일하다 실수하는 건 일상다반사, 그러다 맛있는 음식 앞에 사정없이 무너지는 산포. 출근하기 싫다고 생각하지만 정말로 그걸 실천에 옮기지 않을 정도로는 성실한 산포. 언제까지나 귀여운(?) 후배이고 싶지만 기어코 선배가 되어버린 위기의 산포.


<언제까지고 막내 신입이라는 신분으로 어리광을 마음껏 부리려고 획책하던 산포였지만 후배가 생겨 그 지위를 잃고 만다. 맛있는 게살 크림 크로켓에 낚여 단체 미팅에 참석해 새로운 인연을 만나기도 하고, 옆집에 사는 이웃과 소통을 시도하기도 한다. 또 산포가 무서워하면서도 잘 따랐던 선배에게 어떤 변화가 찾아오기도 한다. 《무기모토 산포는 오늘이 좋아》처럼 평범하지만 아주 조금 특별하고, 보기만 해도 미소가 지어지는 산포의 일상을 담은 연작 단편집. - 출판사 서평에서 발췌>


오늘이 좋았던 산포는 그저 물렁물렁한 느낌으로 기억되는데, 내일이 좋은 산포는 뭔가 달라졌다. 선배가 되었기 때문일까?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여전히 실수 연발에 사람 앞에서 긴장하고 이상한 말을 내뱉는 산포지만, 사람들은 안다. 좋아하는 것들에 진심인 산포, 물렁물렁해 보이지만 실은 제대로 포인트를 짚어 화를 낼 줄도 아는 산포, 소중한 것들을 소중히 대할 줄 아는 산포, 달팽이 만큼씩이라도 어쨌든 성장해가는 산포.


여전히 유쾌하고 헐렁한 웃음 짓게 만드는 산포지만, 나도 산포처럼 나이를 더 먹어서일까, 산포의 생각들이 제법 소중하게 다가온다.



"산포는 그런 자신을 참 대단하다고 여긴다. 전에 선배에게 그렇게 말하자 다들 그러고 산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렇다면 다들 대단한 거라고 산포는 생각한다. 산포는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 모두를 칭찬해주고 싶다." (p.13, <무기모토 산포는 자는 게 좋아>)


"앞으로는 타투를 언젠가 하고 싶다고 말하지 않겠다. 타투가 어울리는 사람이 돼서, 죽기 일보 직전일 때라도 좋으니 반드시 하겠다." (p.214, <무기모토 산포는 여자애가 좋아>)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되고, 만약 못하더라도 내일모레 하면 돼. 글피도 아마 여전히 살아있을 테니까 아무 걱정 없어." (p.380, <무기모토 산포는 내일이 좋아>)



그야, 내일도 모레도 아예 오지 않을 수 있다. 사는 게 그런 거지. 그렇다고 내 마음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어디까지나 내일도, 모레도 조금씩 더 노력하고 조금씩 더 달라질 나를 기대하며 오늘을 살아가는 거다. 그렇게 내일의 나는 오늘의 나보다 더 좋은 사람이 되는 거다. 그런 희망이, 오늘을 살아갈 힘이 된다면 그뿐인 거다.


그래서 무기모토 산포는 내일이 좋다.

나도, 내일이 좋다.





#무기모토산포는내일이좋아 #스미노요루 #소미미디어

앞으로는 타투를 언젠가 하고 싶다고 말하지 않겠다. 타투가 어울리는 사람이 돼서, 죽기 일보 직전일 때라도 좋으니 반드시 하겠다. - P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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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의 세포들 컬러링북 네이버 웹툰 컬러링북 시리즈
이동건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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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 개성 확실한 유미의 세포들이 컬러링북으로 돌아왔습니다~ 빠밤! <유미의 세포들> 팬인 터라 웹툰도 여러 번 보고 드라마도 진작 다 본 1인으로서 이번 컬러링북 출판 소식에 어찌나 가슴이 뛰던지요! 책이 도착하자마자 허겁지겁 랩핑을 뜯었어요 >ㅁ<


초판 한정 부록인 엽서 & 컬러링 엽서도 놓치면 정말 아깝죠! 미래를 향해 빛나는 눈동자로 달려가는 유미와 배부른 고양이 마냥 잠든 출출이 세포가 제일 눈길을 끌더라구요~ 작가님 사인(비록 인쇄물이지만)도 포함이니 팬이라면 꼭!! 초판을 구매하셔야 해요!


본책은 정사각 모양이에요. 뭔가 귀여운 그림체에 잘 어울리는 귀여운 모양이랄까요~ 하지만 크기가 작진 않아요. (21×21cm : A4 가로 사이즈가 21cm이에요) 그래서 전면 풀 페이지 도안은 물감으로 휘리릭 칠해버리고 싶다는 충동이 살짝- 느껴지기도 한답니다^^;; 하지만 물질하기에 좋아 보이는 종이는 아니에요. 얇기도 해서 마카 컬러링도 쉽진 않을 거예요. 뒷면에 귀여운 유미와 세포들이 잔뜩 있는데 종이를 버리긴 너무- 너무 슬프잖아요 ㅠㅠ


역시 가장 좋은 재료는 색연필이죠. 다만 칠해야 할 단일 면적이 커서 부담스러울 수 있는데, 그럴 땐 파스텔이나 오일 파스텔 같은 재료를 함께 써주면 좋을 것 같아요. 저도 이번엔 색연필로만 채색했지만, 오일 파스텔로 칠해봐야겠다 싶은 도안도 벌써 찜해뒀어요 :D 게다가 도안이 복잡하지 않아서(원작에 충실하기에) 저처럼 손 느린 사람도 큰 스트레스 없이 완성할 수 있어요~ 뭣보다 그림이 귀여워서 힘들어도 자체 힐링이 되니까요!


마카를 포기할 수 없어 컬러링 엽서도 채색해 봤어요-라지만, 사실 마카 챙기는 걸 잊어서 아이의 12색 사인펜으로 채색했어요.. 엽서 종이는 두꺼운 편이라 뒷면에 비침이 거의 없었고, 색이 부족해 여러 색을 섞기도 했지만 아무 멀쩡하더라고요. 그저 모자란 제 손이 도안을 망쳤을 뿐이에요 :)


책은 다행히 180도로 잘 펼쳐지고, 책을 펴서 누른다고 해서 낱장으로 떨어지거나 하는 연약함은 없었어요. 역시, 씩씩한 유미를 닮아서...?!!


마음 같아선 모든 페이지를 다 보여드리고 싶지만 그러면 이 책을 구매하실 분들의 김이 팍 샐 테니까 맛보기 몇 장만 올려드릴게요~ 윰세 팬이라면 누구나 바로 알아보실 법한 도안들이 잔뜩, 정말 잔뜩 있어요! 전 세어보지 않았지만 총 52컷이라고 해요.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아니 이것은! 아니 이 장면은! 아아니 이놈은!! 하면서 즐거우실 거예요 >ㅂ<


<유미의 세포들 더 무비>도 개봉했고, 여러모로 즐거운 4월의 시작이에요^ㅁ^ 무빙건 흥해라~~!! 윰세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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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현의 시선이 머무는 곳 - 가장 빛나는 날들에 색을 입히는 감성 컬러링북
박시현 지음 / 이덴슬리벨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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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흔히 마주하는 풍경들이지만, 찰나의 감동으로 카메라에 담긴 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외면당하기 일쑤인 순간들이 있다. 손에서 떨어질 줄 모르는 스마트폰에는 그런 순간들이 수백, 수천 장씩 저장되어 있지만, 단지 그뿐.


작가 시현은 그 순간들을 고이 모아 감성 컬러링북으로 탄생시켰다. <시현의 시선이 머무는 곳>이다. 책장을 넘기며 보고 있노라니 작가의 시선이 머문 장면들이 문득 귀엽다. 은근슬쩍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익숙한 풍경이기에 어렵지 않게 칠할 수 있겠다는 알 수 없는 자신감도 생긴다. 아는 풍경이니까, 아는 색이니까. 내가 아는 색을 넣어도 좋고, 색을 고르기 어렵다면 원본 그림의 컬러를 참고하면 된다. 입시 미술을 하려는 게 아니니까 정해진 답은 없다.


일반적인 컬러링북과는 달리 세로 넘김인 책은 180도로 펼쳐지는 제본이긴 하지만, 나처럼 독서대에 올려두고 사용할 경우는 집게로 위쪽을 고정시켜서 사용해야 편하다. 잘라서 사용할 수 있도록 칼 선도 표시되어 있기 때문에 물감이나 마카를 사용할 경우는 잘라내어 컬러링 하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다.




도안에 따라서는 섬세한 채색이 필요하기도 해서 모든 그림에 적용하기는 어렵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뭉툭한 오일 파스텔로도 채색을 하기 좋아 보여서 그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채색 면적이 조밀하지 않고 널찍한 덕분이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가장 익숙한 재료가 제일 좋은 재료 아닐까. 게다가 180g의 도톰한 도화지 재질이라 오일 파스텔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재료를 무리 없이 올릴 수 있을 듯하다. (다른 분 후기에서 물질을 많이 해도 종이가 버티더란 이야기를 봤다. 나도 가지고 있는 물감들을 좀 써봐야 할 텐데.)


코로나19로 인해 바깥 활동이 자유롭지 않았던 시절에 선풍적으로 유행했던 컬러링은 이제 일상의 취미로 자리를 잘 잡은 느낌이다. 그림 실력에 자신이 없더라도 예쁘고 귀엽고 멋진 도안이 워낙 많이 나와서 본인 스타일에 맞는 재료와 도안만 잘 찾으면 되니 말이다. <시현의 시선이 머무는 곳>을 만난 나처럼.




ps. 책의 가장 뒷면에는 시현 작가의 선물이 고이 들어있다. 작가의 시선이 머문 고양이 풍경 엽서 6종이다. 하나같이 소중한 그림들이라 차마 떼기 어려울 수는 있지만.


ps2. <시현의 시선이 머무는 곳>과 전작인 <시현의 그림 같은 하루>를 온라인 서점에서 구매할 경우 티 코스터 세트를 사은품으로 구매할 수 있다.  역시나 너무 예뻐서 실제 티 코스터로 사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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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필사 100일의 기적 - 하루 10분, 작은 습관이 만드는 커다란 변화 영어 필사 100일의 기적
퍼포먼스 코치 리아 지음 / 넥서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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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께부터 이런저런 소소한 취미에 도전해 보고 있는데, 이번엔 영어 필사를 시작해봤어요. 매일 낼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은 편이어서 원서를 필사한다거나 하는 일은 도저히 무리라 생각했고, 그런 건 또 끝까지 해낼 자신도 안 생기더라고요.


<영어 필사 100일의 기적>은 일단 분량 면에서 합격이에요. 반 페이지 분량이라 집중하면 10분 아니라 5분 만에라도 끝낼 수 있고, 고작 20일 남짓했을 뿐이지만 어려운 단어가 많이 나오지 않아서 그만큼 재미도 있고요. 한 문장에 모르는 단어가 열 개씩 나온다고 생각하면- 끔찍하지 않나요?


몇몇 단어들을 제외하면 그럭저럭 해석할 만한 난이도여서 먼저 한번 쭉 훑어보며 어떤 내용인지 유추해 보고, 문장을 따라 쓴 다음 해석본을 보며 그날의 이야기에 대한 제 생각을 정리했어요. 저는 영어 실력보다 그저 필사가 하고 싶어 시작한 거여서 더 부담이 적었던 것 같기도 해요. 게다가 매일의 문장들이 스스로를 일으켜 세우고 격려하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어서 더 즐겁게 적을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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