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매력으로 말할 것 같으면 - 내향형 집사와 독립적인 고양이의 날마다 새로운 날
강은영 지음 / 좋은생각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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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가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행복하다.

행복한 마음을 알 수 있어 마음이 더욱 몽골몽골해진다.


요 작은 생명체에서 비롯된 따뜻한 마음이 그림에 담겨

책장을 넘길 때마다 살살 흘러나온다.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는 줄 알고 둠칫둠칫 춤을 춘다.

이를 어쩌나, 내가 보고 있는데.

들킨 줄 모르고 신나게 춤추는 마음을 따라 들썩들썩,

내 어깨도 소심하게 움찔거린다.

들키면 곤란하다.

왜냐하면 나도 내향인이니까!


소소한 순간, 소소한 그림, 소소한 생각들.

내 손바닥보다 조금 더 클 뿐인 작은 책에, 온 몸으로 나 내향인!!이라 외치는 듯한 작고 옅은 색의 글씨들. 몇년 후엔 돋보기 없이 이 책을 보긴 어렵겠구나 싶어 조금 서글퍼졌다가 그래도 이 책엔 이 편집이 잘 어울린다는 생각에 어쩔 수 없지, 웃고 만다.

나는 왜 이렇게 귀여운 고양이를 못 그리는걸까 한탄하다가 2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고양이를 그린 사람과 같길 바라는 마음이 지나친 욕심인걸 깨닫고 갑자기 겸손해지기도 한다.


이런저런 생각들로 멍하니 책장을 넘기다 문득 푸흡.

지난 겨울 인스타그램에서 봤던 고슴도치 산타를 발견했다.

어떤 존재라도 따뜻하게 품어주는 작가님이 새삼 고맙다.

말랑말랑 고양이 뱃살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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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은 축복이었습니다
현혜 박혜정 지음 / 굿웰스북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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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이 축복이 된다는 말, 다른 사람들은 이 문장이 낯설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오랫동안 교회라는 공동체에 몸을 담아온 나에겐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뜬다"라는 말만큼이나 익숙하다. 굳이 거창한 행사를 치르지 않더라도 온갖 간증이 넘쳐나는 곳이다. 귀로만 들은게 아니라 문장으로 읽어낸 수기도 수두룩하다. 그렇다보니 책을 읽기 시작할 때까지도 그다지 큰 기대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비슷하다 할 정도의 시련을 겪은 일도 없어 그저 어머, 어떡해, 아유 이것 참, 정도의 종잇장 같은 공감이나 하며 읽어나가는데, 뒤로 갈 수록 페이지를 넘기는 손이 무거워졌다.

장애를 가진 분들이 겪는 몸의 고통이 현재진행형이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는데, 그럼에도 웃을 수 있는 힘을 가진 것이 경이로웠다. 장애가 다 뭐냐, 나는 내 갈 길 가련다! 한껏 웃으며 인생을 살아가니 사랑하는 동반자가 생기고 사랑하는 아이들도 생겼다. 그런데 그 길이 결코 평탄하지 않았다. 가는 곳마다, 하는 일마다 어려움이 생겼고 눈물이 흘렀고 몸이 망가졌는데, 그런데도 넘어진 채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다시 일어서고, 다시 움직이고, 다시 웃었다. 다듬어지지 않아 거친 문장 사이로 저자의 고통이, 고통을 이겨낸 뒤의 환희가 오히려 생생하게 떠오른다. 좌절을 쉽게 허락하지 말라고, 장애조차 빛나는 사람이 되겠다고, 넘어지며 배우는 행복도 있는 거라고 그렇게 말하며 살 수 있었기에, 그런 사람이기에 시련을 축복으로 바꿀 수 있었으리라.

몸에 장애가 있다는 건 확실한 핸디캡이다. 하지만 장애가 없는 몸뚱아리를 가졌다고 잘 사는 것도 아닌걸 보면, 장애가 있건 없건 중요한 것은 결국 사람의 본질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한다. 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일을 한다. 이 놈이건 저 놈이건 어차피 주어진 인생은 한 번 뿐이다. (나는 환생을 믿지 않는다) 살아있는 한 살아야 한다면 역시 싫은 일을 남의 눈치 보느라 억지로 하는 것보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사는게 낫다.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핑계를 댈 여유 따위는 없다. 이런 일을 어떻게 하냐며 손사래치지도 않는다. 할 수 있겠구나 싶은 일을 하고 또 하다보니 어느새 작가가 되었다. 버킷 리스트 중 한 가지를 지워버릴 수 있게 되었다. 감히 누가 이 앞에서 "당신은 장애가 있으니 행복하기 어렵겠네요"라고 말하겠는가. 이미 행복한 사람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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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아래
이주란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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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캣츠를 좋아한다. 처음 그 영상을 본 건 고교 시절 음악 시간이었는데, 그때부터 이미 좋았다. 스스로 티켓을 구매할 수 있게 되었을 때는 작정하고 빠져들었다. 첫 공연 관람을 앞두고 친한 언니와 DVD로 선행학습(?!)을 하는데 그 언니는 같은 질문을 몇 번이나 했다. "그래서 주인공이 누구야? 얘야?" 대부분의 이야기에는 주인공이 나오고, 사건이 벌어지고, 사건이 해결되거나 말거나 하면서 끝이 난다. 우리는 모두 그런 것에 익숙하고, 그런 형식이 아니면 당황한다. 그래서 나는, 당황했다. <수면 아래>를 읽으면서.


淡(담), 맑다, 엷다, 淡淡(담담), 차분하고 평온하다.

책 속에서 벌어져야 할 사건들은 과거에 묻혔고, 책은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하루, 하루를 담담한 어조로 그려낸다. 내 개인의 느낌이긴 하지만, 대화에 "따옴표"가 빠지면 문장 자체가 마땅히 가져야 할 힘이 함께 빠지는 기분이다. 힘껏 소리를 내질러도 볼륨이 1 밖에 되지 않아 아무런 타격이 없는 그런 기분, 마치 함박눈이 내리는 대구의 겨울 한 가운데 서 있는 기분- 눈 내리는 소리가 사박사박 온 천지에서 들리는데도 마땅히 있어야 할 차 소리, 사람 소리가 없어 온통 침묵에 빠진 것 같은 그런 기분 말이다.


'나중에는 수정사항을 체크하려고 살짝 책장을 들추다가도 마음이 먹먹해졌다'는 편집자의 말이 읽는 내내 이해됐다. 누군가를 잃게 됐을 때 속을 모조리 토해내듯 쏟아붓는 격정의 순간은 말 그대로 순간일 뿐, 그 후로는 가슴 한 켠에 모아 꾹, 눌러두고 괜찮아? 물으면 응, 괜찮지, 하는 날들이 이어진다. 가끔 덜 눌려서 훅, 튀어나올 때도 있지만 다시 하던 대로 꾹, 누르면 된다. 훅 튀어나온 슬픔은 다시 꾹, 눌린다.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나 그런 슬픔이 있을 거다. 그런 누구나가 누구나처럼 살아가는 이야기가 수면 아래 펼쳐진다. 그런 책이다.


문득 '내가 나에게'(신승훈)라는 노래의 가사가 떠오른다.

괜찮다고 소리치는 나는 뻔히 아픈데 힘들다고 말하면 힘들까 봐 서둘러 숨기곤 해


괜찮을 때까지는 괜찮은 게 아니고 다 끝나기 전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그러니 애써 괜찮다고 욱여넣지 말고 괜찮아지길 바라자. 그렇게 우리, 괜찮아지자. 그랬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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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장님이 너무 바보 같아서
하야미 카즈마사 지음, 이희정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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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서점 직원이 가장 팔고 싶은 책"




몇 달 전 ‘오후도 서점 이야기’와 그 속편을 워낙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내심 이 책, ‘점장님이 너무 바보 같아서’ 역시 그와 비슷한 책이려니 했다. 서점 직원들과 주인공(아마도 역시 서점 직원), 그리고 그 주변 인물들이 함께 위기의 서점이나 출판사를 위해 애쓰는 감동 스토리. 뻔한 클리셰, 뻔한 스토리. 속담으로 표현하자면 그 나물에 그 밥. 그래도 재미는 있겠거니 했다. 뻔한 이야기인 줄 알면서도 눈을 못 떼는, 그런게 있으니까. 그런데 웬걸, 스토리는 둘째 치고 인물들의 성격이 너무 쟁쟁하다. 쟁쟁하고도 생생해서 몰입하게 된다.


계약직이지만 점장보다 더 직원들의 신뢰를 받는 다니하라 교코, 그런 교코를 노상 크르릉 거리게 만드는 골 때리는 점장, 냉정과 열정 사이를 오가는 이소다와 여러 직원들, 출판사 사람들, 작가들, 아버지, 마담, 진상 손님… 개성 넘치는 출연진들과 함께 바보 같은 점장, 바보 같은 소설가, 바보 같은 사장, 바보 같은 영업 사원, 바보 같은 신, 그중에서도 제일 바보 같은 나를 정신없이 상대하다 보니 어느새 이야기의 최종화만 남겨두고 있다. 이게 뭐야!




왠지 내 얘기인 것 같아 좀 더 몰입했던 것 같기도 하다. 일에 방해만 되는 직장 상사, 언제까지고 함께 일할 줄 알았던 동료의 갑작스러운 이직, 이도 저도 아닌 채 나이만 먹고 있는 것 같은 허무함, 진상 고객을 응대하느라 진이 빠지는 하루- 나뿐만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월급쟁이들이 흔하게 겪는 고통 아니겠나. 누구나 마음속에 사직서를 품고 살지만, 그럼에도 차마 그만두지 못해 아등바등… 그런 마음으로 읽다 보니 나도 모르게 울컥 진상을 욕하고, 또 나도 모르게 울컥 바보 점장에게 짜증을 내고, 어느 틈에 푸핫, 웃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 책은 재미있는 책이다. 재미있는 소설이다. 재미 보장, 완전 보장!


인기 최고인 익명의 작가가 누구냐는 문제가 이야기가 진행되는 내내 언급되긴 하지만, 사실 그 부분은 책을 읽어가다 보면 아 이 사람이구나, 감이 온다. 근거가 있어서라기보다 오랫동안 이야기를 읽어온 사람의 촉? 그저 달리 누가 있겠냐는 엉성한 근거? 오히려 끝까지 궁금했던 건 이 점장은, 과연, 정말, 바보인가? 하는 것이었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본 후에도, 보너스 트랙까지 다 본 후에도 답을 찾을 수 없었다. 작가님 말로는 이 책이 잘 팔리면 속편을 내게 해주겠다고 출판사에서 약속했다는데, 여러분, 점장님이 바보인지 아닌지를 분명히 알기 위해 제발 책을 사주세요. 그리고 서점 직원 여러분, 많이 팔아주세요. 전 속편이 필요하다고요.

소설이 지닌 힘 중 하나는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인생‘을 추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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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을 털어라! : 역사편 편의점을 털어라!
이재은 지음, 박은애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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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 역사였을까? 음.. 역사는.. 재미있으니까? 시험을 친다고 생각하면 골치 아프기 그지 없지만, 그 부분을 싹 도려내고 보면 역사는 재미있는 이야기 모음이다. 학창 시절, 세계사나 국사 연도는 지지리도 못 외웠지만 책만큼은 재미있다는 생각에 몇 번씩 읽었던 기억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편의점을 털어라! 역사편’은 아이에게 읽힐 목적도 있었지만, 사실 날 위한 책이기도 했다.

요즘은 어느 동네에나 편의점 한 군데 없는 곳이 없고, 아니, 한 블럭 안에 여러 회사의 편의점이 있기도 해서 과거의 작은 수퍼마켓들을 이미 대체한 상태라 할 수도 있겠다. 내가 사는 동네는 학원이 밀집한 곳이기도 해서 퇴근길에 편의점에서 저녁을 해결하는 초중생을 심심찮게 보기도 한다. (고등학생은 의외로 잘 없는데, 나이가 그쯤 되면 편의점보다는 좀더 나은 식사를 하나보다) 오히려 나이가 좀 있는(즉, 내 연배의ㅠ) 사람들은 아직 편의점이 비싸다는 인식 때문에 출입을 꺼리니, 어린이는 환영하지만 어른은 출입불가인 HS 편의점은 어쩌면 이런 시류를 잘 읽은 최신식 편의점일 지도 모르겠다.

HS 편의점 사장님은 주문한 제품을 바로 내주시지 않는다. 내가 주문한 대로 내주는 경우도 없다. 게다가 뭐가 됐건 기가 막히게 맛있는 것을 주시니 불만을 가지기도 애매하고, 먹고 있는 와중에도 TMI를 TMT로 늘어놓으시니 귀에서 피가 날 것도 같은데 이게 또, 재미있다. 맛있고, 왠지 재미도 있고, 포인트를 쌓으면 들어갈 수 있는 비밀의 문 너머 세상도 신난다. 퀴즈를 풀면 추가 포인트 획득이 가능한데, 의외로 난이도가 있어 틀리기라도 하면 얄짤없이, 냉정하게 내치시니 은근히 도전 정신이 생기기도 한다. (아니, 나 단골인데?!)

무려 사흘에 걸쳐 책을 읽은 아이에게(네, 그렇습니다. 무려 사흘이나 걸렸어요.. 그래도 다 읽어줘서 고오맙네요 ㅋ) 제일 기억에 남은 챕터를 물었더니 아니나 다를까 사탕을 골랐다. 사탕 만드는 법이 되에게 신기했단다. 니가… 니가 그래서… 그래서 이가… 충치가아…!!!

TMI로 이어지는 페이지를 쭉 읽어가면서, 문득 ‘역사는 반복된다, 역사는 미래를 그려내기 위한 참고 자료다’라는 멋진 말을 아이에게 해주고 싶어졌다. 인스턴트 라면을 만들어내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컵라면’을 고안해내 어려운 경영 상황도 타파하고 전세계적인 라면 열풍을 만들어낸 안도 모모후쿠처럼, 너도 위기 상황에서 포기하지 않고 해결책을 고민한다면 언제고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 역사란 세세한 설정이나 소재는 바뀔 지언정 큰 틀은 언제고 반복되는 거니까, 그냥 옛날 사람의 이야기라 생각하지 말고 너도 반복되는 역사라는 걸 늘 명심하고 살아라, 라고 서 사장님처럼 TMT하고 싶었는데… 실패했다. 안도 모..까지 가자마자 ‘뭐라는 건지 모르겠어’ 하고 바람처럼 사라져버렸다. 아들이란 놈이… 흥칫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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