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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장님이 너무 바보 같아서
하야미 카즈마사 지음, 이희정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8월
평점 :
품절
"일본 서점 직원이 가장 팔고 싶은 책"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0810/pimg_7397681213516226.jpg)
몇 달 전 ‘오후도 서점 이야기’와 그 속편을 워낙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내심 이 책, ‘점장님이 너무 바보 같아서’ 역시 그와 비슷한 책이려니 했다. 서점 직원들과 주인공(아마도 역시 서점 직원), 그리고 그 주변 인물들이 함께 위기의 서점이나 출판사를 위해 애쓰는 감동 스토리. 뻔한 클리셰, 뻔한 스토리. 속담으로 표현하자면 그 나물에 그 밥. 그래도 재미는 있겠거니 했다. 뻔한 이야기인 줄 알면서도 눈을 못 떼는, 그런게 있으니까. 그런데 웬걸, 스토리는 둘째 치고 인물들의 성격이 너무 쟁쟁하다. 쟁쟁하고도 생생해서 몰입하게 된다.
계약직이지만 점장보다 더 직원들의 신뢰를 받는 다니하라 교코, 그런 교코를 노상 크르릉 거리게 만드는 골 때리는 점장, 냉정과 열정 사이를 오가는 이소다와 여러 직원들, 출판사 사람들, 작가들, 아버지, 마담, 진상 손님… 개성 넘치는 출연진들과 함께 바보 같은 점장, 바보 같은 소설가, 바보 같은 사장, 바보 같은 영업 사원, 바보 같은 신, 그중에서도 제일 바보 같은 나를 정신없이 상대하다 보니 어느새 이야기의 최종화만 남겨두고 있다. 이게 뭐야!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0810/pimg_7397681213516227.jpg)
왠지 내 얘기인 것 같아 좀 더 몰입했던 것 같기도 하다. 일에 방해만 되는 직장 상사, 언제까지고 함께 일할 줄 알았던 동료의 갑작스러운 이직, 이도 저도 아닌 채 나이만 먹고 있는 것 같은 허무함, 진상 고객을 응대하느라 진이 빠지는 하루- 나뿐만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월급쟁이들이 흔하게 겪는 고통 아니겠나. 누구나 마음속에 사직서를 품고 살지만, 그럼에도 차마 그만두지 못해 아등바등… 그런 마음으로 읽다 보니 나도 모르게 울컥 진상을 욕하고, 또 나도 모르게 울컥 바보 점장에게 짜증을 내고, 어느 틈에 푸핫, 웃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 책은 재미있는 책이다. 재미있는 소설이다. 재미 보장, 완전 보장!
인기 최고인 익명의 작가가 누구냐는 문제가 이야기가 진행되는 내내 언급되긴 하지만, 사실 그 부분은 책을 읽어가다 보면 아 이 사람이구나, 감이 온다. 근거가 있어서라기보다 오랫동안 이야기를 읽어온 사람의 촉? 그저 달리 누가 있겠냐는 엉성한 근거? 오히려 끝까지 궁금했던 건 이 점장은, 과연, 정말, 바보인가? 하는 것이었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본 후에도, 보너스 트랙까지 다 본 후에도 답을 찾을 수 없었다. 작가님 말로는 이 책이 잘 팔리면 속편을 내게 해주겠다고 출판사에서 약속했다는데, 여러분, 점장님이 바보인지 아닌지를 분명히 알기 위해 제발 책을 사주세요. 그리고 서점 직원 여러분, 많이 팔아주세요. 전 속편이 필요하다고요.
소설이 지닌 힘 중 하나는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인생‘을 추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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