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은 축복이었습니다
현혜 박혜정 지음 / 굿웰스북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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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이 축복이 된다는 말, 다른 사람들은 이 문장이 낯설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오랫동안 교회라는 공동체에 몸을 담아온 나에겐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뜬다"라는 말만큼이나 익숙하다. 굳이 거창한 행사를 치르지 않더라도 온갖 간증이 넘쳐나는 곳이다. 귀로만 들은게 아니라 문장으로 읽어낸 수기도 수두룩하다. 그렇다보니 책을 읽기 시작할 때까지도 그다지 큰 기대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비슷하다 할 정도의 시련을 겪은 일도 없어 그저 어머, 어떡해, 아유 이것 참, 정도의 종잇장 같은 공감이나 하며 읽어나가는데, 뒤로 갈 수록 페이지를 넘기는 손이 무거워졌다.

장애를 가진 분들이 겪는 몸의 고통이 현재진행형이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는데, 그럼에도 웃을 수 있는 힘을 가진 것이 경이로웠다. 장애가 다 뭐냐, 나는 내 갈 길 가련다! 한껏 웃으며 인생을 살아가니 사랑하는 동반자가 생기고 사랑하는 아이들도 생겼다. 그런데 그 길이 결코 평탄하지 않았다. 가는 곳마다, 하는 일마다 어려움이 생겼고 눈물이 흘렀고 몸이 망가졌는데, 그런데도 넘어진 채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다시 일어서고, 다시 움직이고, 다시 웃었다. 다듬어지지 않아 거친 문장 사이로 저자의 고통이, 고통을 이겨낸 뒤의 환희가 오히려 생생하게 떠오른다. 좌절을 쉽게 허락하지 말라고, 장애조차 빛나는 사람이 되겠다고, 넘어지며 배우는 행복도 있는 거라고 그렇게 말하며 살 수 있었기에, 그런 사람이기에 시련을 축복으로 바꿀 수 있었으리라.

몸에 장애가 있다는 건 확실한 핸디캡이다. 하지만 장애가 없는 몸뚱아리를 가졌다고 잘 사는 것도 아닌걸 보면, 장애가 있건 없건 중요한 것은 결국 사람의 본질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한다. 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일을 한다. 이 놈이건 저 놈이건 어차피 주어진 인생은 한 번 뿐이다. (나는 환생을 믿지 않는다) 살아있는 한 살아야 한다면 역시 싫은 일을 남의 눈치 보느라 억지로 하는 것보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사는게 낫다.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핑계를 댈 여유 따위는 없다. 이런 일을 어떻게 하냐며 손사래치지도 않는다. 할 수 있겠구나 싶은 일을 하고 또 하다보니 어느새 작가가 되었다. 버킷 리스트 중 한 가지를 지워버릴 수 있게 되었다. 감히 누가 이 앞에서 "당신은 장애가 있으니 행복하기 어렵겠네요"라고 말하겠는가. 이미 행복한 사람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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