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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을 털어라! : 역사편 ㅣ 편의점을 털어라!
이재은 지음, 박은애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22년 7월
평점 :
왜 하필 역사였을까? 음.. 역사는.. 재미있으니까? 시험을 친다고 생각하면 골치 아프기 그지 없지만, 그 부분을 싹 도려내고 보면 역사는 재미있는 이야기 모음이다. 학창 시절, 세계사나 국사 연도는 지지리도 못 외웠지만 책만큼은 재미있다는 생각에 몇 번씩 읽었던 기억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편의점을 털어라! 역사편’은 아이에게 읽힐 목적도 있었지만, 사실 날 위한 책이기도 했다.
요즘은 어느 동네에나 편의점 한 군데 없는 곳이 없고, 아니, 한 블럭 안에 여러 회사의 편의점이 있기도 해서 과거의 작은 수퍼마켓들을 이미 대체한 상태라 할 수도 있겠다. 내가 사는 동네는 학원이 밀집한 곳이기도 해서 퇴근길에 편의점에서 저녁을 해결하는 초중생을 심심찮게 보기도 한다. (고등학생은 의외로 잘 없는데, 나이가 그쯤 되면 편의점보다는 좀더 나은 식사를 하나보다) 오히려 나이가 좀 있는(즉, 내 연배의ㅠ) 사람들은 아직 편의점이 비싸다는 인식 때문에 출입을 꺼리니, 어린이는 환영하지만 어른은 출입불가인 HS 편의점은 어쩌면 이런 시류를 잘 읽은 최신식 편의점일 지도 모르겠다.
HS 편의점 사장님은 주문한 제품을 바로 내주시지 않는다. 내가 주문한 대로 내주는 경우도 없다. 게다가 뭐가 됐건 기가 막히게 맛있는 것을 주시니 불만을 가지기도 애매하고, 먹고 있는 와중에도 TMI를 TMT로 늘어놓으시니 귀에서 피가 날 것도 같은데 이게 또, 재미있다. 맛있고, 왠지 재미도 있고, 포인트를 쌓으면 들어갈 수 있는 비밀의 문 너머 세상도 신난다. 퀴즈를 풀면 추가 포인트 획득이 가능한데, 의외로 난이도가 있어 틀리기라도 하면 얄짤없이, 냉정하게 내치시니 은근히 도전 정신이 생기기도 한다. (아니, 나 단골인데?!)
무려 사흘에 걸쳐 책을 읽은 아이에게(네, 그렇습니다. 무려 사흘이나 걸렸어요.. 그래도 다 읽어줘서 고오맙네요 ㅋ) 제일 기억에 남은 챕터를 물었더니 아니나 다를까 사탕을 골랐다. 사탕 만드는 법이 되에게 신기했단다. 니가… 니가 그래서… 그래서 이가… 충치가아…!!!
TMI로 이어지는 페이지를 쭉 읽어가면서, 문득 ‘역사는 반복된다, 역사는 미래를 그려내기 위한 참고 자료다’라는 멋진 말을 아이에게 해주고 싶어졌다. 인스턴트 라면을 만들어내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컵라면’을 고안해내 어려운 경영 상황도 타파하고 전세계적인 라면 열풍을 만들어낸 안도 모모후쿠처럼, 너도 위기 상황에서 포기하지 않고 해결책을 고민한다면 언제고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 역사란 세세한 설정이나 소재는 바뀔 지언정 큰 틀은 언제고 반복되는 거니까, 그냥 옛날 사람의 이야기라 생각하지 말고 너도 반복되는 역사라는 걸 늘 명심하고 살아라, 라고 서 사장님처럼 TMT하고 싶었는데… 실패했다. 안도 모..까지 가자마자 ‘뭐라는 건지 모르겠어’ 하고 바람처럼 사라져버렸다. 아들이란 놈이… 흥칫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