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수면 아래
이주란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8월
평점 :
뮤지컬 캣츠를 좋아한다. 처음 그 영상을 본 건 고교 시절 음악 시간이었는데, 그때부터 이미 좋았다. 스스로 티켓을 구매할 수 있게 되었을 때는 작정하고 빠져들었다. 첫 공연 관람을 앞두고 친한 언니와 DVD로 선행학습(?!)을 하는데 그 언니는 같은 질문을 몇 번이나 했다. "그래서 주인공이 누구야? 얘야?" 대부분의 이야기에는 주인공이 나오고, 사건이 벌어지고, 사건이 해결되거나 말거나 하면서 끝이 난다. 우리는 모두 그런 것에 익숙하고, 그런 형식이 아니면 당황한다. 그래서 나는, 당황했다. <수면 아래>를 읽으면서.
淡(담), 맑다, 엷다, 淡淡(담담), 차분하고 평온하다.
책 속에서 벌어져야 할 사건들은 과거에 묻혔고, 책은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하루, 하루를 담담한 어조로 그려낸다. 내 개인의 느낌이긴 하지만, 대화에 "따옴표"가 빠지면 문장 자체가 마땅히 가져야 할 힘이 함께 빠지는 기분이다. 힘껏 소리를 내질러도 볼륨이 1 밖에 되지 않아 아무런 타격이 없는 그런 기분, 마치 함박눈이 내리는 대구의 겨울 한 가운데 서 있는 기분- 눈 내리는 소리가 사박사박 온 천지에서 들리는데도 마땅히 있어야 할 차 소리, 사람 소리가 없어 온통 침묵에 빠진 것 같은 그런 기분 말이다.
'나중에는 수정사항을 체크하려고 살짝 책장을 들추다가도 마음이 먹먹해졌다'는 편집자의 말이 읽는 내내 이해됐다. 누군가를 잃게 됐을 때 속을 모조리 토해내듯 쏟아붓는 격정의 순간은 말 그대로 순간일 뿐, 그 후로는 가슴 한 켠에 모아 꾹, 눌러두고 괜찮아? 물으면 응, 괜찮지, 하는 날들이 이어진다. 가끔 덜 눌려서 훅, 튀어나올 때도 있지만 다시 하던 대로 꾹, 누르면 된다. 훅 튀어나온 슬픔은 다시 꾹, 눌린다.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나 그런 슬픔이 있을 거다. 그런 누구나가 누구나처럼 살아가는 이야기가 수면 아래 펼쳐진다. 그런 책이다.
문득 '내가 나에게'(신승훈)라는 노래의 가사가 떠오른다.
괜찮다고 소리치는 나는 뻔히 아픈데 힘들다고 말하면 힘들까 봐 서둘러 숨기곤 해
괜찮을 때까지는 괜찮은 게 아니고 다 끝나기 전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그러니 애써 괜찮다고 욱여넣지 말고 괜찮아지길 바라자. 그렇게 우리, 괜찮아지자. 그랬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