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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 제20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장강명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8월
평점 :
작가의 이름과 작품에 대해 듣게 된 건 팟캐스트 방송 중 하나에서였다.
그때는 독특한 이름과 주목하는 신인이라는 타이틀만 머리에 링크
시켜 놓은 채 지나쳤었다. 이번 달 이런저런 책들과 함께 어느덧
그의 책은 나의 책상위에 놓여 있었다.
남자는 여자와의 기억을 소설로 써내려갔다. 그 기억들은 뒤섞인 채로 여자에게 건네진다. 마치 우리가 누군가를 기억하는 방식처럼, 작중에
등장하는 소설처럼 애초에 순서 따윈 없었는지도
모른다.
각 단원은 세 개의 소주제로 구성되어 있고 그 하나하나가 작은 이야기이지만
시간적인 개연성은 무작위적이다.
소설의 서사가 진행될수록 독자는 이 소설에서 마주하는 현재가, 실은 남자가 학창시절에 썼던
<그믐> 인지 <우주 알 이야기> 인지 <현수동 이야기> 인지 모르겠다는 의구심에 빠져든다.
한 방향 성의 시간개념은 자꾸만 뒤틀리면서 이 소설 속의 남자가 말하는 시공간연속체를 닮아있다. 모호한 시간개념은 남자와 여자
그리고 영훈의 어머니가 만남으로
현실이라는 머무름이 될 뿐이다.
남자는 영훈의 어머니의 칼에 찔려 죽는다. 그리고 남자는 죽기 전에 영훈의 무고함을 고백한다. 독자들이 소설의 서사를 통해 기억하는
진실은 결국 모두 거짓으로 판명 나고
작품 전체가 작가의 거대한 기억과 독자 에게 남겨질 작품의 기억, 그리고 그 것이 합쳐진 제3의
무엇-결국 소설이란, 대중매체가 가지는-의 실험장이었음 또한 드러난다.
우리가 기억의 끝에서 뒤늦게 알게 될 것은, 어둠처럼 가려져있던 과정들의 기억의 단편 계속해서 존재할 것이란 사실 ,누군가의 떠남은 남은 이의 눈에 닿을수 없는 지점에서 존재하기도 한다는 사실, 모든 관계가 그렇게 그믐달처럼 언젠가 날카롭게 휘어져 비워질 것이란 사실,각자의 기억들로 달을 재구성할거라는 사실. 어딘가의 여자에게서 그렇게 떠났듯이.
작가의 기억이,독자의 기억이 만나는 곳 시공간을 초월하는 기억이라는 질료를 어떻게
형상화해서 소설이라는 이야기의 장을 만들어 낼까에 대한 작가의 고민과 방법론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리고 다음 작품에도 그의 말처럼 분투를 기대해본다.
너를 만나기 위해 이 모든 일을 다시 겪으라면, 나는 그렇게 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