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거나 나는 아직도 사내야, 기껏 쉰다섯밖에 안 됐거든. 그래서 20년은 더 사내 노릇을 하고 싶은데 이렇게 나이를 먹어 가고 또 추해지면 계집들이 제 발로 찾아오지는 않을 거거든. 바로 그때 돈이 필요한 거야. 그래서 지금 나는 나 자신의 앞날을 위해 한 푼 한 푼 모아 두고 있단다. 알렉세이 표도로비치, 너도 알다시피 그건 내가 끝까지 나의 추악한 세계에 살고 싶기 때문이란다. 그 점은 너도 잘 알 거다. 추악한 세계가 더 달콤하거든. 모두 그 세계를 비난하지만 모두 그 세계에 살고 있고, 남들은 몰래 그 짓을 하지만 난 드러내 놓고 하고 있을 뿐이란다. 그런 나의 정직한 태도를 빌미로 그 추잡한 놈들은 내게 달려들고 있지. 하지만 너의 천국을, 알렉세이 표도로비치, 나는 원치 않아. 너도 알다시피 행여 저 세상에 너의 천국이 존재한다고 해도 점잖은 사람이 거기에 간다는 것은 어울리지 않거든. 내 생각에는 한번 잠들면 깨어나지 않아, 아무것도 없는 거야. 만일 원한다면 내 명복을 빌어 주되, 그렇지 않으면 제기랄, 제멋대로 되라지. 이게 내 철학이란다.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상) |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예프스키, 이대우 저

리디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791 - P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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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한 사람으로 해서 그 아름다웁다고 생각했든 육체肉體나 정신精神이나 그 어느 것으로 해서 오는 ‘앓음’을 그렇게 소중所重히 생각하실 줄 모르십니까. ‘앓음’은 — 어떠한 ‘앓음’이든 — 악으로만은 아름다워지는 것이 아닙니다. ‘영원히 파랗게 질린’ 가슴에는 ‘세상 모든 것이 구원救願을 받’는 크나큰 도스토예프스키적的 은혜恩惠가 오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러고도 오히려 당돌하니 발악 — 용서하시오 — 하면 이것은 제가 슬프기보다 우리들의 다 같은 고향故鄕인 그 양식良識이 있다 통곡할 것입니다. - <[Your value here]>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73772 - P307

사람을 사랑하다가 사랑하게 되지 못하는 때 하나는 동무가 되고 하나는 원수가 되는 밖에 더 없다고 하나 이 둘은 모두 다 그대로 사랑하는 것이 되는 것입니다. 하나는 관대寬大한 탓이고 하나는 순수純粹하고 정직正直한 까닭입니다. - <[Your value here]>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73772 - P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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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입춘과 같이 이런 이야기를 맞으며 나는 생각했다. 내 시골서는 요즈음 누구나 다들 입을 삐치거나 솜씨를 써가며 이 이야기들을 할 것인데 그럴 때마다 돈과 목숨과 생활과 경우와 운수 같은 것에 대해서 컴컴하니 분명치 못한 생각들이 때로는 춥게 때로는 더웁게 그들의 마음의 바람벽에 바람결같이 부딪치고 지나가는 즈음에 입춘이 마을 앞벌에 마을 어귀에 마을 안에 마을의 대문간들에 온 것이라고.
이런 고향에서는 이번 입춘에도 몇 번이나 ‘보리 연자 갔다가 얼어 죽었다’는 말을 하며 입춘이 지나도 추위는 가지 않는다고 할 것인가. 해도 입춘이 넘으면 양지바른 둔덕에는 머리칼풀의 속움이 트는 것이다 - <[Your value here]>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73772 - P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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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지고 있어도 여전히 지구를 느낄 수 있었다. 지구는 아직 나를놓아주지 않고 있었다.
탑승구의 커다란 창 너머로 시비타 스테이션과 지상 기지를 연결하는 긴 갱도가 보였다. 셔틀에 탑승하려고 기다리는 승객들은 지구를 바라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저마다 햇볕이 드리워진 낯익은 도시와 산들, 구불구불한 해안을 바라보며 탄성을 뱉었다. 나도임무를 처음 맡았을 때, 딱 한 번 지구를 감상한 적이 있었다. 그 뒤로는 눈길조차 준 적이 없다. 잠깐 쳐다보기만 해도 추락하는 듯한느낌이 강렬하게 밀려왔기 때문이다. 탈출을 코앞에 둔 나를 행성의 중력이 다시 잡아당기는 것 같았다. 지구를 떠나온 것만 해도 충분했다. 지금 내 눈 앞에서 서로 더 좋은 자리를 차지하겠다고 다투는 저 철부지 학생들처럼 끊임없이 탄성을 지를 필요도 없었다. 이들의 대화 수준으로 보나, 신나서 어쩔 줄 모르는 모습으로 보나 대학 연구원생들은커녕 초등학생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아 보였다. - P15

10년 전, 하우스오브위즈덤호에서 ‘제프리-1‘이라는 강력하고치명적으로 만들어진 바이러스가 우주선의 공기 통제 시스템에 유포되는 생물학적 공격이 발생해 탑승해 있던 477명이 목숨을 잃었다. 아버지가 우주선을 떠나기 직전에 공기 필터가 업그레이드되었고, 아버지가 떠난 이후 바로 바이러스 공격이 시작되었다. 나하리선장과 딥스페이스 고고학 연구팀은 아버지가 영광을 독차지하기위해 데이터를 쌓아두고 결과를 숨겼다고 의심했다. - P22

우리 선조가 떠나온 지구는 죽어가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자신들이나아갈 길이 보이지 않았던 지구인들은 이 우주선의 이름을 애절한
저녁노래호라고 지었다. 하지만 지금 누군가가 이 메시지를 듣고 있다면, 인류가 아직까지 생존해 있다면, 우리가 드디어 새벽의 여명을 찾았다는 사실을 알아주길 바란다. 우리는 곧 새로운 토양에 우리의 뿌리를 깊이 내릴 것이다. 지금 우리 가슴속에는 희망만이 가득하다.
-기록 1, 애절한저녁노래호, UC33-X로 전송[고대 중국 표준어 [베이징 방언, PCE 200-100년경]. 데이터 재구성 및 번역: 그레고리 라고, 하우스오브위즈덤호, 딥스페이스 고대 연구.] -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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