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그 앞바다의 녹슨 철선들은 지금도 상처 입은 목소리로 울부짖어대고 있을 것이다. 여수만(灣)의 서늘한 해류는 멍든 속살같은 푸릇푸릇한 섬들과 몸 섞으며 굽이돌고 있을 것이다. 저무는 선착장마다 주황빛 알전구들이 밝혀질 것이다. 부두 가건물 사이로 검붉은 노을이 불타오를 것이다. 찝찔한 바닷바람은 격렬하게 우산을 까뒤집고 여자들의 치마를, 머리카락을 허공으로 솟구치게 할 것이다. - <여수의 사랑>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906920 - P3

그때 나는 얼핏 그 어둠이 자흔의 지성의 그늘일 것이라고 추측했었다. 그러나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그것은 단지 외로운 표정일 뿐이었다. 오랫동안 무엇인가를 기다려온 사람들에게서 손쉽게 발견되는 표정이기도 했다. 열차를 기다리며 승강장에 서 있는 얼굴들, 늦은 밤 버스 손잡이에 매달려 차창 밖의 휘황한 네온 사인을 바라다보는 눈빛들, 출근 무렵 살갗이 터질 듯한 지하철에 올라 말없이 몸 부대끼는 사람들의 메마른 광대뼈 같은 데서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표정이었다. ‘기쁠흔(欣)자예요’라고 뇌까리는 자흔의 목소리는 마치 그 모든 사람들의 외로움을 빻아다가 반죽해놓은 흰 떡살같이 고즈넉했다. - <여수의 사랑>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906920 - P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이 잔을 받아주게나
사양 말고 가득 부어
꽃 피자 바람 불 듯
이별만이 인생이니

-알라딘 eBook <55부터 시간을 다시 쓰는 중입니다> (사이토 다카시 지음, 이혜윤 옮김) 중에서 - P13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사람과 사귀고 싶다면 단순히 오랜 친구 사이를 잊지 않는 데에 그치지 말고, 더 나아가 새로운 친구를 찾아 나서야 한다.

새로 만나서 친해지는 사람은 신우新友라고 할 수 있다.
구우舊友도 물론 소중하지만 신우 또한 중요하다. 이미 많은 친구들이 있으니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사람도 있겠으나, 사람은 항상 신우를 추구할 필요가 있다. 많은 사람과 만나면 그중에서 남은 반생을 함께할 평생 친구를 얻게 될지도 모른다.

-알라딘 eBook <55부터 시간을 다시 쓰는 중입니다> (사이토 다카시 지음, 이혜윤 옮김) 중에서 - P129

오랜 친구와의 관계에 대해서 《논어》 첫머리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공자가 말하기를,
때때로 배우고 익히니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좋은 벗이 멀리서 찾아오니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화를 내지 않으니, 이 또한 군자가 아니겠는가.

-알라딘 eBook <55부터 시간을 다시 쓰는 중입니다> (사이토 다카시 지음, 이혜윤 옮김) 중에서 - P134

오랜 친구와의 교류라 하니 중국 당나라 시대의 시인 우무릉이 읊은 ‘환주’라는 시가 떠오른다.

勸君金屈巵(권군금굴치) 그대에게 권하는 귀한 술잔
滿酌不須辭(만작불수사) 술이 넘쳐도 사양하지 말게
花發多風雨(화발다풍우) 꽃이 피면 비바람이 거세지듯
人生足別離(인생족별리) 인생이란 무릇 헤어지며 사는 법

헤어질 날이 다가온 친구와 술잔을 기울이며 지금 이 시간을 아쉬워한다는 내용이다.

-알라딘 eBook <55부터 시간을 다시 쓰는 중입니다> (사이토 다카시 지음, 이혜윤 옮김) 중에서 - P13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굳이 따지자면 나는 주로 원작이 더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섬세한 심리묘사는 글이 훨씬 압도적이다. 또한 어떻게 해도 영화에는 2시간 정도라는 시간적 한계가 있으니, 원작이 장편일수록 소설에서 생략된 부분들이 나오기 마련이다.

-알라딘 eBook <55부터 시간을 다시 쓰는 중입니다> (사이토 다카시 지음, 이혜윤 옮김) 중에서 - P113

살아 있다는 실감을 얻으려면 예술이나 스포츠 등을 자신이 직접 체험해보는 방법도 좋다.
이때 방해가 되는 것이 하나 있다면, 55세씩이나 되어 새로운 일에 도전한다는 부끄러움이다.
이에 대해 14세기 일본의 승려이자 문학가인 요시다 겐코는 그의 수필 《쓰레즈레구사》에서 "부끄러워하지 말고 일단 해보면 된다"라고 말했다(‘쓰레즈레’라는 말은 딱히 할 일도 없이 무료하던 차에’라는 말로 시작되어 유명해졌다).

예술을 익히려는 사람은 항상 ‘실력이 좋아지기 전까지는 남들 모르게 몰래 연습하고, 능숙해진 뒤 선보여야 멋있어 보이겠지’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런 사람은 절대 예술을 익히지 못한다.
(제150단)

-알라딘 eBook <55부터 시간을 다시 쓰는 중입니다> (사이토 다카시 지음, 이혜윤 옮김) 중에서 - P117

멤버들끼리 한 가지 일에 임하는 경험은 언제든 우리에게 보람을 가져다준다. 같은 감정을 공유함으로써 행복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한 팀을 이루어 노력하는 장점이 여기에 있다.

-알라딘 eBook <55부터 시간을 다시 쓰는 중입니다> (사이토 다카시 지음, 이혜윤 옮김) 중에서 - P11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인간관계란 서로 다른 스타일끼리 나누는 커뮤니케이션이라고도 할 수 있다. 스타일은 사람들마다 다르다. 자기 스타일을 주변 사람들이 이해해준다면 인간관계도 한층 편해진다.

-알라딘 eBook <55부터 시간을 다시 쓰는 중입니다> (사이토 다카시 지음, 이혜윤 옮김) 중에서 - P92

삶에서 ‘토털 코디네이트가 완성되어 있다’라 함은 자기 주변, 조금 더 넓은 세상, 그리고 거대한 사회와의 관계 속에서 균형 잡힌 거리를 유지한다는 뜻이다.
사실 앞서 말한 일주일 시간표 역시 스타일 확립과 결부되어 있다. 일주일을 보낸 뒤 돌아보았을 때 시간표 안에 어떤 일정이 들어 있는지 확인해보면 그곳에 자기만의 스타일이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다.

-알라딘 eBook <55부터 시간을 다시 쓰는 중입니다> (사이토 다카시 지음, 이혜윤 옮김) 중에서 - P93

55년이나 버티며 살아왔다는 것. 그럭저럭 평범하게 살아왔다는 것. 평범한 삶을 살 수 있었던 것을 다행이라고 여길 줄 알아야 한다.
55세가 되었다면 사회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한 차례 정리해보기를 권한다.

-알라딘 eBook <55부터 시간을 다시 쓰는 중입니다> (사이토 다카시 지음, 이혜윤 옮김) 중에서 - P110

사카이야 씨가 이 책자 제작을 통해 하고 싶었던 말은, 현상을 객관적으로 보자는 뜻이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두루뭉술한 이미지만으로 사물에 대해 ‘좋은 것’과 ‘나쁜 것’이라고 평가한다. 그러지 말고 통계적 사실을 바탕으로 내가 살고 있는 곳의 장점을 바라보자는 것이 사카이야 씨가 의도한 바다.

-알라딘 eBook <55부터 시간을 다시 쓰는 중입니다> (사이토 다카시 지음, 이혜윤 옮김) 중에서 - P114

‘Hunger is the best sauce(공복은 최고의 양념이다, 즉 공복에는 맛없는 것이 없다는 뜻)’라는 말처럼 일이 없을 때는 의뢰만큼 반가운 존재도 없다.

-알라딘 eBook <55부터 시간을 다시 쓰는 중입니다> (사이토 다카시 지음, 이혜윤 옮김) 중에서 - P115

우리는 노동과 납세를 서로 무관한 존재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일해서 받는 급여 안에서 세금을 내고 있으니 이 두 가지는 결코 분리될 수 없다.
더 강조해서 말하자면 가장 큰 사회공헌이 납세라고 생각하는 것도 가능하다.

-알라딘 eBook <55부터 시간을 다시 쓰는 중입니다> (사이토 다카시 지음, 이혜윤 옮김) 중에서 - P118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그의 전 세계적 베스트셀러 《21세기 자본》에서 부유층에 대한 과세를 완화한 결과 사회 격차가 커지고 말았다는 것을 역사적 사실로 실증했다.

-알라딘 eBook <55부터 시간을 다시 쓰는 중입니다> (사이토 다카시 지음, 이혜윤 옮김) 중에서 - P120

자본주의를 그냥 내버려두면 부는 필연적으로 소수에게만 집중된다. 요즘 세상에서는 ‘GAFA(Google, Apple, Facebook, Amazon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든 단어)’로 대표되는 글로벌 거대 기업들만 독점하게 된다. 이는 꼭 바로잡아야 하는 문제다.

-알라딘 eBook <55부터 시간을 다시 쓰는 중입니다> (사이토 다카시 지음, 이혜윤 옮김) 중에서 - P121

오스트리아 출신 철학자 이반 일리치는 ‘그림자 노동shadow work’이라는 개념을 제창했다.
말 그대로 ‘그림자 노동’이라는 뜻으로, 노동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노동으로서 평가받지 못하고 보수가 발생하지 않는 일을 가리킨다. 전업주부들이 하는 집안일이 대표적인 그림자 노동이다.

-알라딘 eBook <55부터 시간을 다시 쓰는 중입니다> (사이토 다카시 지음, 이혜윤 옮김) 중에서 - P122

형제자매라면 누구나 평등한 시대다. 민법에서는 유산도 남녀나 나이에 우열을 두지 않고 평등하게 상속받도록 정해져 있다. 모두가 평등하기 때문에 누군가가 부양이라는 ‘노동’을 맡고 있다면 다른 형제자매가 돈을 내야 마땅하다.

-알라딘 eBook <55부터 시간을 다시 쓰는 중입니다> (사이토 다카시 지음, 이혜윤 옮김) 중에서 - P124

정년 연장은 파탄 위기에 몰린 사회보장제도 유지를 위해 논의되기 시작했다. 연금의 원천을 부담할 젊은 세대 인구가 줄어들어 이대로는 연금 재정이 바닥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년을 연장하여 현역으로 일하는 세대를 최대한 늘린다면 재정부담 경감이라는 직접적인 효과가 나타난다.

-알라딘 eBook <55부터 시간을 다시 쓰는 중입니다> (사이토 다카시 지음, 이혜윤 옮김) 중에서 - P127

그렇다면 ‘봐야 하는 것’이란 무엇일까?
한마디로 말하자면 가치가 있는 이 세상 모든 것들이다. 지금까지 본 적은 없더라도 알고 보면 정말 재미있는 것들이 아직 세상에 많이 남아 있다.
‘진선미’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진’이란 학문이 추구하는 가치.
‘선’이란 종교가 추구하는 도덕과 윤리.
‘미’란 미술과 음악이 추구하는 예술적 목표.
진선미에 충실한 정신생활을 55세 세대, 특히 남자들이 얼마만큼 실천에 옮길 수 있을까?

-알라딘 eBook <55부터 시간을 다시 쓰는 중입니다> (사이토 다카시 지음, 이혜윤 옮김) 중에서 - P9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