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죽으면 어디에 묻혀 있는지가 중요할까? 더러운 구정물 웅덩이든, 높은 언덕 꼭대기의 대리석 탑이든 그게 중요한 문제일까? 당신이 죽어 깊은 잠에 들게 되었을 때, 그러한 일에는 신경쓰지 않게 된다. 기름과 물은 당신에게 있어 바람이나 공기와 같다. 죽어버린 방식이나 쓰러진 곳의 비천함에는 신경쓰지 않고 당신은 깊은 잠에 들게 되는 것뿐이다.

-알라딘 eBook <빅 슬립 (필립 말로 시리즈 1)>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박현주 옮김) 중에서 - P5

10월 중순 오전 열한시경이었다. 햇빛은 비치지 않았고 선명하게 드러난 산기슭에는 거센 비의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나는 진한 청색 와이셔츠와 넥타이에 담청색 양복을 입고 장식용 손수건을 꽂았으며 검은 단화와 짙푸른 실로 수놓은 검정색 모직 양말을 신고 있었다. 단정하고 깨끗하고 말끔히 면도도 한 데다 머리도 맑았지만 누가 알아주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말쑥하게 차려입은 사립탐정이 갖춰야 할 모든 것을 갖추고 있었다. 나는 사백만 달러짜리를 방문하러 가는 길이었다.

-알라딘 eBook <빅 슬립 (필립 말로 시리즈 1)>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박현주 옮김) 중에서 - P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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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주차원의 말은 어느 정도 옳았다. 테리 레녹스는 내게 큰 말썽거리를 안겨주었다. 그러나 어쨌든 그것은 내게 익숙한 일이다.

-알라딘 eBook <기나긴 이별 (필립 말로 시리즈 6)>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박현주 옮김) 중에서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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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이서란 위스키나 데킬라, 혹은 보드카와 같은 독주를 샷으로 마시고 나서 입안에 남는 쓴맛을 가시기 위해 바로 따라 마시는(비교적 도수가 낮은) 술이다.

-알라딘 eBook <보가트가 사랑할 뻔한 맥주> (김효정 지음) 중에서 - P99

독주와 어울리는 가장 흔한 체이서는 맥주다. 맥주로 체이서를 마실 때 ‘비어 백(Beerback)’이라고도 한다.

-알라딘 eBook <보가트가 사랑할 뻔한 맥주> (김효정 지음) 중에서 - P99

유학생 시절이 그리운 날에는 냉장고 가득 블루문을 쟁여놓고 즐겨 보던 영화인 또다른 누아르 고전, 〈긴 이별〉(로버트 알트만,1973)을 꺼내보고는 했다. 레이먼드 챈들러의 원작이 나온 지 거의 20년이 지나 영화화된 〈긴 이별〉은 원작과 많은 지점이 다르다. 영화의 배경은 소설의 1950년대가 아닌 1970년대의 LA로 바뀌었고, 필립 말로우도 기존의 염세적이고 우울한 캐릭터에서 까칠하지만 유머러스한 캐릭터로 변모한다.

-알라딘 eBook <보가트가 사랑할 뻔한 맥주> (김효정 지음) 중에서 - P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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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은 열려 있으면서 동시에 닫힌 공간이었고, 우리가 추월하는 차 안에 있는 타인들의 존재는 스치는 옆모습, 사고가 나면 좌석에 부서진 꼭두각시 모습으로 공포감을 주는 급작스러운 현실의 육체 없는 존재들로 제한됐다. - <세월>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0318 - P233

우파 정권 아래에서 항상 분노하며 사는 것보다 좌파 정권 아래에서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편이 나았다. - <세월>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0318 - P236

«노숙자»들은 광고처럼 도시 경관의 일부였다. 사람들은 낙담했고, 빈민들은 너무 많았으며, 그들의 무능력함에 화를 냈다. 어떻게 모두에게 줄 수 있겠는가, 사람들은 그들의 결심을 방해하는, 부동의 자세로 지하철에 누워 있는 육체들 앞을 빠른 걸음으로 지나치며 부담을 덜었다. - <세월>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0318 - P237

우리는 15세 여자아이처럼 청바지와 팬티, 티셔츠를 입고 자주 만나는 애인을 «내 남자친구»라고 말했다. 나이를 먹음에 따라 나이를 잊었다. - <세월>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0318 - P246

가끔 욕실의 거울에 자신의 나체를 비춰볼 때도 있다. 호리호리한 상반신과 가슴, 허리는 매우 잘록하고, 배는 살짝 나왔으며, 무릎 위로 불룩 나온 허벅지는 무겁다. 이제 음모가 줄어서 성기가 잘 보이며 포르노 영화에서 나온 것과 비교하면 음부가 작다. 서혜부에 있는 두 개의 푸른 줄은 임신했을 때 튼 자국이다. 그녀는 16살 즈음, 성장이 멈춘 이후로 늘 똑같은 육체로 살아왔다는 사실에 놀란다. - <세월>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0318 - P250

잠깐 동안 어머니의 육체와 존재가 그녀에게 다녀간 것이다. 어머니가 자주 썼던 앞에 문장들과는 다르게, 이 문장들은 유일하며, 세상의 단 하나뿐인 존재, 그녀의 어머니의 영원한 전유물이다. - <세월>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0318 - P252

과거의 일과 관련된 질문들은 그 어떤 것도 의미가 없다. - <세월>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0318 - P252

어떻게 역사적인 시간의 흐름과 사물들, 생각들, 관습들의 변화와 이 여자의 내면의 변화를 동시에 표현할 수 있을까. - <세월>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0318 - P255

그녀의 가장 큰 고민은 «나»와 «그녀» 사이의 선택이다. «나» 안에는 너무도 확고부동한 것들, 편협하고 숨 막히는 무언가가 있고, «그녀» 안에는 너무 많은 외재성과 거리감이 있다. - <세월>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0318 - P255

그러나 변함없는 사랑과 콘돔 사이에서 선택해야만 했다. 모든 방법을 동원해 반드시 쾌락을 느껴야 하는 순간에도, 성적인 자유는 다시 실행 불가능한 것이 돼버렸다. - <세월>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0318 - P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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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알제리, 칠레 혹은 베트남을 언급하지 않았고, 68년 5월도, 자유로운 낙태를 위한 투쟁도 말하지 않았다. 우리는 우리 아이들과 같은 시대만을 살았다. - <세월>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0318 - P214

조깅과 격렬한 트레이닝, 에어로빅은 육체의 «건강»을 보장했고, 에비앙 물, 요거트, 내면의 정화는 육체의 승천으로 이어졌다. 우리 안에서 사고하는 것은 바로 육체였다. 성생활을 «만끽»해야 했다. 우리는 완벽해지기 위해 닥터 를루의 『애무학개론』을 읽었다. 여성들은 그 무엇보다 «자신을 위한 것»이라고 말하며 스타킹과 코르셋을 다시 착용하게 됐다. 사방에서 «스스로 즐겨라»라고 명령했다. - <세월>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0318 - P216

희망, 사물에서 몸의 대화로 옮겨진 기대, 영속적인 젊음. 건강은 하나의 권리였고, 질병은 가능한 한 신속히 고쳐야 하는 부당한 것이었다.

- <세월>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0318 - P216

이 순간들 속에서, 그녀는 자신의 인생을 두 개의 축이 교차하는 형태로 나타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나는 매 순간에 그녀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과 그녀가 보고 들은 것들을 지탱하는 수평선, 또 다른 하나는 몇 개의 이미지가 동반된, 밤을 향해 빠져드는 수직선이다. - <세월>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0318 - P224

우리는 «확실한 직업»과 돈이 반드시 행복을 가져다주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이들이 우선 그런 행복을 갖기를 바라지 않을 수 없었다. - <세월>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0318 - P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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