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절에는 무의미하게만 여겼던 관습들도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점차 그 효용을 이해하게 되듯이, 어떤 정보를 감추는 것은 그것을 밝히는 것만큼이나 쓸모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하산은 깨달았습니다.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 (24/617p)

"사실입니다. 이제 제가 왜 미래와 과거가 같다고 했는지 이해하셨습니까? 우리는 미래나 과거를 바꿀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것들을 더 잘 알 수는 있는 것입니다."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 (47/617p)

현자들은 말합니다. "세상에는 돌아오지 않는 것이 네 가지 있다. 입 밖에 낸 말, 공중에 쏜 화살, 지나간 인생, 그리고 놓쳐버린 기회." 그리고 저는 대다수 사람들보다 이런 경구의 진실성을 더 잘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 (55/617p)

과거와 미래는 같은 것이다. 우리는 그 어느 쪽도 바꿀 수 없고, 단지 더 잘 알 수 있을 뿐이다. 과거로의 제 여행은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지만, 그곳에서 제가 배운 것은 모든 것을 바꿔놓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렇게밖에 될 수 없었다는 사실을 이해했습니다. 만약 우리의 인생이 알라가 들려주는 이야기라면, 우리는 등장인물인 동시에 관객이고, 우리는 바로 그 이야기를 살아감으로써 그것이 전해주는 교훈을 얻는 것입니다.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숨> (64/617p)

그 무엇도 과거를 지울 수는 없습니다. 다만 회개가 있고, 속죄가 있고, 용서가 있습니다. 단지 그뿐이지만,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 (66/61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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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선형
어떤 연산이 내부에서 수행되는 상자가 있다고 하자. 이 상자에 입력으로 x를 넣으면 y가 출력된다고 한다. x1을 넣으면 y1이, x2를 넣으면 y2가 나온다면, 상자에 두 입력을 더해 x1+x2을 넣으면 어떤 양이 출력될까? 만약 y1+y2가 출력되면, 이 상자의 내부에서 수행되는 연산을 선형이라고 한다. 상자에서 수행하는 연산을 함수 f(x)로 적으면, f(x)=ax의 꼴로 직선 모양(선형)일 때만 이 조건을 만족하기 때문이다. 스프링에 매달린 물체에 작용하는 힘이 F=-kx의 꼴이면 선형조건을 만족하지만, 실에 매달린 진자의 경우처럼 F=-mgsinθ의 형태면 선형이 아니라 비선형이 된다. 실제의 자연현상 중에는 비선형이 선형의 경우보다 훨씬 더 많다.

-알라딘 eBook <관계의 과학> (김범준 지음) 중에서 (337-338/389p)

영화 <컨택트>는 테드 창의 소설집 『Stories of your life and others』(직역하면, 『당신과 다른 이들의 인생 이야기들』) 안에 있는 단편 「Story of your life」(「당신 인생의 이야기」)가 원작이다. 단편 제목의 ‘story’는 단수형인데, 소설집 전체의 제목은 ‘stories’로 복수형인 것이 흥미롭다.

-알라딘 eBook <관계의 과학> (김범준 지음) 중에서 (340/389p)

2016년에 영화화한 테드 창의 단편은 다르다.
소설 제목의 ‘이야기’는 분명하게도 단수형이다.
외계인의 언어를 익힌 주인공은 자신의 과거를 기억하듯이 미래도 같은 방식으로 ‘기억’한다.
과거에 이미 벌어진 일을 바꿀 수 없듯이, 미래에 생겨날 일을 바꾸는 것도 불가능하다.
미래를 이미 알고 있어도 그 미래를 바꿀 수 없다.
줄거리는 미래를 향해 진행하지만, 모든 것은 그렇게 되도록 이미 정해져 있다.
미래를 ‘기억’하는 존재는 미래를 바꿀 수 없다.
마치 과거를 바꿀 수 없듯이 말이다.
소설의 제목에서 단수형 ‘story’를 쓴 것은 이 소설에 바꿀 수 없는 오직 하나의 이야기만이 있다는 의미일 거다.

-알라딘 eBook <관계의 과학> (김범준 지음) 중에서 (340-341/389p)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우주는 영어로는 유니버스universe다.
그리고 앞에 붙은 ‘uni-’는 ‘하나’를 뜻한다. 우주는 그 정의에 따라 하나일 수밖에 없다.
외계인이 우리와 다른 우주에 살고 있다면, 우리 우주로 와서 지구를 방문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고, 심지어 우리에게 어떤 신호도 보낼 수 없다.
즉, 외계인이 지구를 방문한 이상, 외계인도 우리와 똑같은 우주에서 똑같은 물리법칙을 따르며 살고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영화 <컨택트>의 외계인은 자연법칙을 우리 인간과는 다르게 파악한다. 이 부분은 소설과 달리 영화에서는 충분히 다루어지지 않았다.

-알라딘 eBook <관계의 과학> (김범준 지음) 중에서 (341/389p)

물리학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는 ‘운동’이다. 앞서 말한, 뉴턴의 고전역학의 중심 주제는 물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 때, 미래에는 어디에 있을지를 예측하는 것이다.

-알라딘 eBook <관계의 과학> (김범준 지음) 중에서 (341/389p)

시간을 잘라 조금씩 한 단계씩 나아가는 것이 바로 뉴턴의 고전역학이다. 이처럼, 고전역학에서 뉴턴이 택한 사고의 틀은 시간을 잘게 나누는 ‘미분’을 이용한다.

-알라딘 eBook <관계의 과학> (김범준 지음) 중에서 (342/389p)

고전역학을 기술하는 두 번째 방법이 있다. 바로 ‘적분’을 이용하는 거다. 적분의 꼴로 주어지는 어떤 양을 생각하고 이 양이 가장 작은 값을 갖는, 과거와 미래를 잇는 전체 경로를 한 번에 생각하는 거다.

-알라딘 eBook <관계의 과학> (김범준 지음) 중에서 (342/389p)

위에서 설명한 고전역학의 두 다른 틀 중 어떤 것을 택해도, 즉, 미분 꼴로 운동경로를 구하나, 적분 꼴로 표현한 어떤 양이 극값을 가진다는 조건으로 운동경로를 구하나, 두 답이 항상 똑같다는 거다.

-알라딘 eBook <관계의 과학> (김범준 지음) 중에서 (343/389p)

양자역학에서도 슈뢰딩거Erwin Schrodinger의 파동방정식의 방법이 미분 꼴이라면, 파인먼Richard Feynman이 제안한 경로적분의 방법은 적분 꼴이다.

-알라딘 eBook <관계의 과학> (김범준 지음) 중에서 (343/389p)

영화 <컨택트>는 자연법칙을 기술하는 미분 꼴과 적분 꼴의 두 방법에 얽힌 세계관의 차이를 묻는다. 바로, 인과율과 목적론의 차이다.

-알라딘 eBook <관계의 과학> (김범준 지음) 중에서 (343/389p)

우리에게 미래는 아직 가보지 못한 가능성이라면, 외계인에게 미래는 한 번에 전체가 보이는 경로의 한 부분일 뿐이다.
이처럼 적분의 꼴로 물리현상을 기술하는 방식은 하나같이 일종의 목적론적인 성격을 갖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알라딘 eBook <관계의 과학> (김범준 지음) 중에서 (344/389p)

손에서 놓은 돌멩이가 아래로 떨어지는 것은 매 순간 돌에 작용하는 중력에 의해 조금씩 돌멩이가 아래로 힘을 받아 움직인다고 설명하는 것이 인과율의 형태를 취한 미분의 방법이라면,
돌멩이가 가진 중력에 의한 퍼텐셜 에너지(혹은 ‘위치에너지’라고도 함)가 작은 값을 갖기 위해 돌멩이가 아래로 떨어진다고 설명하는 것은 앞에서 설명한 적분 꼴의 목적론을 닮았다.
힘으로 설명하나 에너지로 설명하나 돌멩이가 아래로 움직인다는 사실, 그리고 운동의 경로는 정확히 동일하다.
물리학 교과서는 보통 여기서 멈춘다.

-알라딘 eBook <관계의 과학> (김범준 지음) 중에서 (344-345/389p)

대개의 물리학자가 멈춘 곳에서도 테드 창의 소설이 묻는 질문은 이어진다.
과거에서 미래를 한 번에 관통하는 딱 하나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는 어떤 목적 함수를 갖느냐고, 미래를 과거처럼 기억해 미래에 닥칠 끔찍한 고통을 이미 알고 있어도 당신은 그 피할 수 없는 외길을 따라 걷겠냐고.

-알라딘 eBook <관계의 과학> (김범준 지음) 중에서 (345/389p)

시간
뉴턴의 역학 체계에서 공간과 시간은 물체의 운동을 기술하기 위해 도입되는 변수일 뿐이다. 물체의 운동 상태에 따라 바뀌는 양이 아니다.
이처럼 물체의 운동과는 독립적으로 선험적으로만 취급되어온 시간은,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론에서 그 의미가 근본적으로 변하게 된다.
정지해 있는 사람이 보는 시간과 이 사람에 대해 상대적으로 빠르게 등속운동을 하는 사람이 보는 시간이 다르다는 것이 알려졌다.
나아가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론은 물체의 질량이 주변 시공간의 곡률을 변형시킨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현대 물리학에서의 시공간은 그 안에 놓인 물질에 독립적인 것이 아니다. 물질의 영향을 받는다.
양자역학과 우주론에서의 시간, 열역학에서의 시간 등 시간의 진정한 의미에 대한 여러 연구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알라딘 eBook <관계의 과학> (김범준 지음) 중에서 (345-346/389p)

"Life is a matter of direction, not speed"
물리학에서는 벡터인 속도velocity와 스칼라인 속력speed을 명확히 구별하기 때문이다.
크기와 방향을 모두 가진 것이 속도고, 속력은 속도의 크기다.
"인생에서는 얼마나 빨리 나아가는지가 아니라, 어디를 향해 나아가는지가 중요하다"가 원뜻이다.

-알라딘 eBook <관계의 과학> (김범준 지음) 중에서 (348-349p)

속력은 속도의 크기고, 속도는 위치의 변화를 시간으로 나눈 양이다. 이 말을 "과거에 있었던 곳과 지금 있는 곳의 차이가 인생에서 중요하다"라고 해석할 수도 있겠다.

-알라딘 eBook <관계의 과학> (김범준 지음) 중에서 (349/389p)

최소한의 물질적 조건은 충족되어야 행복이 가능하다.
하지만 소득이 어느 이상 늘어나면, 사람들의 행복감은 더 이상 소득에 비례해 늘지 않는다.
바로 이스털린의 역설이라 불리는 현상이다.

-알라딘 eBook <관계의 과학> (김범준 지음) 중에서 (350-351/389p)

행복에는 ‘다름’이 중요하지만, 나의 어제와의 다름이지, 다른 이의 현재와의 다름이 아니다.
과거에서 현재를 거쳐 미래로 진행하는 시간의 흐름에서, 어제와 다른 내일의 나를 만드는 오늘에 충실한 것이 행복의 첩경이다.

-알라딘 eBook <관계의 과학> (김범준 지음) 중에서 (351/389p)

인생이나 행복이나 결국 요점은 어제와 다른 나다. 사랑하는 이들과 더불어, 매번 새롭고 멋진 경험을 하려 노력하라. 로또 당첨보다 훨씬 확실하고 빠른, 행복에 이르는 지름길이다. "인생을 빛살"로 만드는 첩경이다.

-알라딘 eBook <관계의 과학> (김범준 지음) 중에서 (352-353/389p)

생각도 물질에서 비롯하니, 뉴턴역학의 어쩔 수 없는 귀결이다.
모든 입자의 위치와 속도 정보가 주어지면 미래는 딱 하나로 ‘결정’되어 있다.

-알라딘 eBook <관계의 과학> (김범준 지음) 중에서 (354/389p)

기계적 결정론을 따르는 뉴턴의 고전역학에서 모든 것은 필연이다.

-알라딘 eBook <관계의 과학> (김범준 지음) 중에서 (355/389p)

이후, 모든 것이 필연으로 보이는 물리학에 우연의 숨통을 틔운 사건이 두 번 있었다. 양자역학의 불확정성, 그리고 카오스이론의 예측 불가능성이다.

-알라딘 eBook <관계의 과학> (김범준 지음) 중에서 (355/389p)

입자의 위치와 속도를 동시에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것이 불확정성원리다

-알라딘 eBook <관계의 과학> (김범준 지음) 중에서 (355/389p)

모든 입자의 위치와 속도가 주어지면 미래가 결정된다는 것이 고전역학이다.
양자역학은 이 문장의 가정, "입자의 위치와 속도가 주어지면"이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보였다.
하나를 알면 나머지는 알 수 없다.
입자의 위치와 속도가 동시에 정확히 결정될 수 없다.
양자역학의 불확정성원리는 뉴턴 고전역학의 결정론이 아주 작은 세상에서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줬다.

-알라딘 eBook <관계의 과학> (김범준 지음) 중에서 (357/389p)

처음 상태의 아주 작은 차이가 증폭되어 미래에 큰 차이를 만든다는 것이 카오스이론의 한 줄 요약이다.
그렇다면 결정되어 있다고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결정론과 예측 가능성은 다른 얘기다.

-알라딘 eBook <관계의 과학> (김범준 지음) 중에서 (358/389p)

"입자의 위치와 속도가 주어지면 미래가 하나로 결정되어 있다"라는 19세기 물리학은 더 이상 진실이 아니다.
양자역학은 위치와 속도를 함께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것을,
카오스는 위치와 속도를 아무리 정확히 측정해 알아내도 결국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다는 것을 알려줬다.

-알라딘 eBook <관계의 과학> (김범준 지음) 중에서 (358/389p)

아인슈타인의 중력이론인 일반상대론은 우리가 매일매일 사용하고 있는 자동차 위치 추적 장치 내비게이션 시스템의 정확도를 가능하게 하는 이론적 근거다.

-알라딘 eBook <관계의 과학> (김범준 지음) 중에서 (364/389p)

철학자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는 "철학은 명료하게 사유하려는 특별히 완고한 노력이다"라고 했다. 그는 또, "철학은 사유의 극한, 혹은 경계limit of thought에서 형성되는 행위"라고도 말했다.
현재 사람의 사유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들을 모조리 모은 커다란 덩어리에서, 철학은 가장 바깥의 얇디얇은 경계선에서 시작된다는 뜻일 거다.
인간 사유의 범위의 확장에 따라 철학의 경계는 밖으로 확장될 수밖에 없으니, 철학은 영원히 인간 지성의 최전선일 수밖에 없다는 말도 되리라. 그것도 안이 아니라 밖을 향하는.
이렇게 생각해보면, ‘철학’을 통해 우리가 성찰하는 사유가 하루하루 세상을 살아가는 데 유용하지 않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유용’하게 된 부분은 경계 밖에서 안으로 넘어와 내부에 포섭되고 따라서 더 이상 경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철학은 사유의 경계에서 외부를 향해 다시 한 발짝 나아가 세상 밖을 겨눈다.

-알라딘 eBook <관계의 과학> (김범준 지음) 중에서 (366-367/389p)

더 이상 철학이기를 멈춘 인간 사유의 대상은 우리가 보고, 재고, 실험을 통해 검증할 수 있는 ‘현실성’의 옷을 입는 순간, 물리학의 대상이 된다.
인간 사유의 최전선에서 물리학은 철학과 등을 맞대고 사유의 범위를 확장하기 위해 함께 애쓰는 동반자가 아닐까.
확장된 철학의 경계선에 의해 내부로 편입된 사유의 대상은 이제 물리학의 대상이 된다.
물리학은 그 경계에서 세상의 안쪽을 겨눈다.

-알라딘 eBook <관계의 과학> (김범준 지음) 중에서 (367-368/389p)

철학자 칸트Immanuel Kant에 의하면 물리학은 선험적이면서 동시에 종합적인 학문이다.
물리학의 보편타당성은 그 선험성에서, 물리학의 확장 가능성은 그 종합적 성격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선험적 종합판단의 예로 칸트는 형이상학과 함께 물리학을 꼽는다.
그는 또, "형이상학은 이성의 체계가 아니라 이성의 한계에 대한 학문"이라는 멋진 말도 했다.
필자가 존경하는 물리학자 김두철은 한 강연에서 "현대 과학의 역사는 과학 자체가 지닌 한계의 발견의 역사"라고 했다.
물리학과 철학은 사유의 경계에서 쌍생성雙生成, pair creation하는 걸까.

-알라딘 eBook <관계의 과학> (김범준 지음) 중에서 (368/389p)

물리학자 파인먼이 제안한, 따라 하기만 하면 어떤 문제라도 풀지 못할 것이 없는, 기발한 문제 해결법이 있다. 바로, 딱 세 단계로 이루어진 파인먼 알고리듬이다.
1)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종이에 쓴다.
2)골똘히 생각한다.
3)답을 쓴다.
이 방법이 실없는 우스갯소리로만 들린다면 한번 직접 적용해보라. 늘 답을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놀랍도록 성공적인 방법이다.
흥미롭게도, 파인먼 알고리듬은 ‘씀’에서 시작해 ‘씀’으로 끝난다. 세 번째 단계의 ‘씀’이 읽는 이를 향한다면, 첫 단계의 ‘씀’은 쓴 이를 향한다. 쓴 이가 깨친 ‘앎’을 읽는 이에게 전달하는 과정이 세 번째 단계의 ‘씀’이라면, 첫 단계의 ‘씀’의 역할은 쓴 이 스스로의 깨우침이다.

-알라딘 eBook <관계의 과학> (김범준 지음) 중에서(377/389p)

"아는 것을 안다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 하는 것이 참된 앎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이라는 『논어』의 구절도 마찬가지 이야기다.
공자님의 이 말씀을 실천하려면 질문을 써보는 것만큼 좋은 방법은 없다.
모른다는 것을 모르면 우리는 아무것도 더 배울 수 없다.

-알라딘 eBook <관계의 과학> (김범준 지음) 중에서 (378/389p)

난, 과학의 방법이 가진 특성으로 투명성, 합리성, 그리고 객관성을 꼽는다. 소통을 통한 과학의 누적적 발전이 이루어지기 위해 꼭 필요한 특성들이다.

-알라딘 eBook <관계의 과학> (김범준 지음) 중에서 (381/38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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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되자 개인의 운명이란 더 이상 없었고, 페스트라는 집단의 역사와 모두가 똑같이 느끼는 감정들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그중에서 가장 극심한 것은 이별과 유배의 감정이었으며, 거기에는 공포와 분노가 담겨 있었다.

페스트 | 알베르 카뮈, 최윤주 저 (329/667p)

먼지로 뒤덮여 희뿌옇고 바다 냄새에 절은 이 인적 없는 도시는 바람이 마치 비명처럼 울려 퍼지는 가운데 저주받은 섬처럼 신음하고 있었다.

페스트 | 알베르 카뮈, 최윤주 저 (331/667p)

페스트라는 저 높은 차원에서 본다면 형무소장에서부터 가장 최근에 들어온 죄수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형을 선고받은 처지였고, 따라서 어쩌면 처음으로 감옥 안을 절대적 정의가 지배하게 된 셈이었다. (334/667p)

침묵에 잠긴 거대한 도시는 생명력을 잃은 육중한 정육면체 덩어리들에 지나지 않았고, 그것들 사이에서 이제는 사람들이 기억 못 하는 자선가들이나 청동 속에서 영원히 질식사해 버린 듯한 오래전 위인들의 말 없는 조각들만이 돌이나 쇠로 된 가짜 얼굴을 가지고 한때 인간이었던 자의 품위 잃은 모습을 드러내려 애쓸 뿐이었다. 그 볼품없는 우상들은 무거운 하늘 아래 생명 없는 사거리마다 군림하고 있었으며, 무심하고 거친 모습으로 우리가 처해 있는 요지부동의 지배를, 아니 적어도 그 지배가 의미하는 궁극의 질서, 즉 페스트와 돌덩어리 그리고 밤이 결국 찍소리도 내지 않고 잠자코 있도록 만드는 지하 공동묘지의 질서를 여실히 보여 주고 있었다.
(338-339/66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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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계산이 가능한 무한한 지적 능력을 가진 존재를 처음 상상한 과학자가 바로 라플라스Pierre-Simon Laplace다.
그의 이름을 따서, 이 지적 존재를 ‘라플라스의 악마’라 부른다.
무한한 지적 능력을 가진 존재, 과거의 모든 것과 미래의 모든 것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존재다.
라플라스의 악마에게는 내일 비가 올지 날이 맑을지도 이미 결정되어 있고, 비가 온다고 해도 내가 원래의 계획대로 극장에 갈지, 아니면 마음을 바꿔 집에서 책을 읽을지도 이미 결정되어 있다.

-알라딘 eBook <관계의 과학> (김범준 지음) 중에서 (326/389p)

모든 것이 결정되어 있는, 과거와 미래가 단 하나의 길로 끊임없이 이어져 있는 라플라스의 악마가 사는 결정론의 세상에 균열을 만든 계기가 있었다.
20세기 초 양자역학은 우리가 눈으로 매일 보는 거시적인 물체가 아닌, 원자나 전자와 같은 작은 것들의 세상이 확률과 불확실성으로 움직인다는 것을, 미래는 측정 이전에는 정해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라플라스의 악마가 사는 결정론의 세상에 두 번째 균열을 만든 것은 20세기 중반 이후 새롭게 떠오른 비선형동역학과 카오스의 세상이다. 라플라스의 악마가 걷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잇는 길이 사실 1차선이 아니라는 발견이다. 내가 과거로부터 한 줄로 뻗은 길의 현재 위치에서 몇 번째 차선에 서 있는지가 저 앞으로 이어진 미래의 갈림길 중 어느 길로 접어들지를 바꿀 수 있다는 거다. 문제는 사실 이보다 좀 더 미묘하다.

-알라딘 eBook <관계의 과학> (김범준 지음) 중에서 (327-328/389p)

라플라스의 악마를 물리친 퇴마사가 바로 로렌츠Edward Lorenz다. 베이징에서 날개를 퍼덕인 나비 한 마리의 작은 영향으로 뉴욕의 날씨가 변할 수 있음을 우리에게 알려주었다. 결정되어 있다고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알라딘 eBook <관계의 과학> (김범준 지음) 중에서 (328/389p)

F=ma
힘이 없다면 물체가 현재의 운동 상태를 계속 유지한다는 것이 뉴턴의 첫 번째 법칙이다.
첫 번째 법칙이 성립하는 좌표계(이를 관성 좌표계라고 한다)에서 물체의 운동을 기술하는 두 번째 법칙이 바로 F=ma다.
힘 F가 질량이 m인 물체에 작용하면, 이 물체의 가속도는 a=F/m로 적힌다.
물체의 가속도를 알면 물체의 속도 v를 적분을 이용해 구할 수 있고, 이를 한 번 더 적분하면 물체의 위치 x를 시간의 함수로 순차적으로 얻게 된다.
뉴턴의 운동법칙을 이용하면 현재의 물체의 운동 상태에 대한 정보로부터 시작해 미래 임의의 시점에서의 물체의 운동 상태를 알 수 있게 된다.
F=ma로 기술되는 자연현상의 미래는 결정론적으로 딱 하나로 주어진다.

-알라딘 eBook <관계의 과학> (김범준 지음) 중에서 (329/389p)

이처럼 넣은 것과 나온 것이 정확히 같은 방식으로 비례해 늘어날 때 이 시스템을 ‘선형’이라 한다. 가로축에는 넣은 돈이 얼마인지, 세로축에는 자판기에서 나오는 커피가 몇 잔인지를 표시해 그래프로 그리면 곧은 선 모양이 되니 ‘선형’이라 부른다.

-알라딘 eBook <관계의 과학> (김범준 지음) 중에서 (330/389p)

1차원 공간에서 움직이는 물체의 상태를 뉴턴의 고전역학의 틀 안에서 기술하려면 딱 두 개의 변수가 필요하다. 바로, 물체의 위치와 속도다.
이 물체의 상태를 그래프로 표시하려면 가로축에 위치를, 세로축에 속도를 표시하면 된다. 현재 위치 x=3에서 속도 v=2로 움직이고 있는 물체의 상태는 2차원 평면 위의 한 점 (3, 2)로 나타내면 된다.
물체의 운동 상태를 표시하는 이 점을 위상점phase point, 위상점이 들어 있는 공간을 ‘위상공간phase space’이라 부른다.
1차원에서 움직이는 물체 하나의 상태를 표시하려면 이처럼 2차원의 위상공간이 필요하다.

-알라딘 eBook <관계의 과학> (김범준 지음) 중에서 (331/389p)

N개의 입자가 d차원 공간에서 움직이는 경우 위상공간은 몇 차원일까? N개 입자 모두의 한 시점에서의 상태가 위상공간의 딱 한 점으로 표현된다는 것이 중요하다.

-알라딘 eBook <관계의 과학> (김범준 지음) 중에서 (332/389p)

뉴턴의 법칙이 결정론적이라는 의미는 위상공간 안에서 정확히 같은 위치에서 운동을 시작하면 궤적은 딱 하나로 유일하게 존재한다는 뜻이다.

-알라딘 eBook <관계의 과학> (김범준 지음) 중에서 (332/389p)

처음 시작한 위상공간 안의 위상점의 위치를 정확히 모르더라도 고전역학으로 예측한 미래가 많이 달라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태양, 지구, 달처럼 천체가 세 개인 경우의 역학 문제가 바로 ‘삼체문제’다.

-알라딘 eBook <관계의 과학> (김범준 지음) 중에서 (333/389p(

즉, 삼체문제는 선형시스템이 아닌 ‘비선형시스템’이다.
푸앵카레의 발견은, 두 위상점을 아무리 가까운 위치에서 출발시켜도 결국 두 궤적 사이의 거리가 아주 커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바로 비선형시스템의 예측 불가능성이다. 초기 위상점의 위치를 아무런 오차 없이 무한한 정확도로 측정하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런 어쩔 수 없는 초기의 작은 오차로 말미암아 위상공간에서 미래 궤적의 불확정성이 아주 커질 수 있다는 거다.

-알라딘 eBook <관계의 과학> (김범준 지음) 중에서 (334/389p)

자연에는 해석적으로 풀리지 않는 비선형시스템이 선형시스템보다 훨씬 더 많다는 것을 잊지 말자.

-알라딘 eBook <관계의 과학> (김범준 지음) 중에서 (335/389p)

비선형시스템의 운동을 위상공간 안에서 시각화하면 프랙탈이 될 때가 많다. 비선형성이 지배하는 세상사에 예측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되겠는가.

-알라딘 eBook <관계의 과학> (김범준 지음) 중에서 (336/38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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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프의 법칙Zipf’s law이라고 불리는 이 모양은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바로 그 반비례 관계(1/x)를 보여준다. 즉, 단어 빈도가 지프의 법칙을 따른다는 말의 뜻은, 두 번째로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첫 번째 단어보다 1/2의 빈도로 쓰이고, 세 번째 단어는 첫 번째 단어보다 1/3의 빈도로 쓰인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된다.

-알라딘 eBook <관계의 과학> (김범준 지음) 중에서 (251/389p)

증가하지 않고 감소하는 기하급수도 생각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1, 1/2, 1/4, 1/8, 1/16…의 식으로 매번 절반으로 줄어드는 급수도 기하급수다. 계산기를 눌러보면, 항의 크기가 급격히 줄어드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급격히 줄어드는 기하급수의 n번째 항을 수식으로 적으면 1/2n의 꼴이 된다. 바로 지수함수다.

-알라딘 eBook <관계의 과학> (김범준 지음) 중에서 (252-253/389p)

잠잠하다가 갑자기 확 어떤 일이 벌어지고, 또 한동안 잠잠하다가는 다시 어떤 일이 후다닥 여러 번 연달아 일어나는 현상을 ‘버스트burst’라고 한다.

-알라딘 eBook <관계의 과학> (김범준 지음) 중에서 (255/389p)

버스트
잠잠한 휴지기가 이어지다가 짧은 시간 간격을 두고 활발한 활동이 빈번히 일어나는 활동기가 발생하는 현상을 뜻한다. 뇌 안 신경세포들도 상대적으로 긴 휴지기 이후에, 짧은 시간 간격을 두고 연달아 발화하는 버스트를 보이기도 한다. 사람의 활동 중에도 버스트가 자주 관찰된다. 주어진 업무를 수행할 때도, 길고 짧은 휴지기 사이사이에, 업무에 집중하는 활동기가 존재하고는 한다. 사람의 행동 방식의 동역학적 특성을 연구하는 인간동역학human dynamics 분야에서도 인간 활동의 버스트 현상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알라딘 eBook <관계의 과학> (김범준 지음) 중에서 (259/389p)

자연에서 벌어지는 마구잡이random 사건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불안정한 상태의 원자에서 입자가 튀어나오는 방사능 붕괴radioactive decay다. 입자가 튀어나온 시간을 모아서 연속한 두 붕괴 사건 사이의 시간 간격 t를 구해보면 확률분포가 나오는데, 이를 푸아송분포Poisson distribution라 부른다. 시간 간격이 다 고만고만하게 평균값 주변에 몰려 있는 마구잡이 분포라고 이해하면 된다.

-알라딘 eBook <관계의 과학> (김범준 지음) 중에서 (261-262/389p)

바라바시는 논문에서 인간동역학human dynamics이라는 용어를 제안하면서, 사람들이 이메일을 받은 시간(t1)과 그 메일에 답장을 보낸 시간(t2)을 모아, 둘 사이의 시간 간격 t=(t2-t1)의 확률분포를 구했다. 결과는 놀랍게도 방사능 붕괴나 버스 도착과는 확연히 다른 멱함수power-law function (P(t)~t-a) 꼴이었다. 그 의미만 줄여 설명하면, 시간 간격 대부분은 짧아서, 우리는 그때그때 보자마자 많은 이메일에 답하지만, 어떤 이메일에는 정말로 오랜 시간이 지난 다음에야 답장을 보낸다는 뜻이다.

-알라딘 eBook <관계의 과학> (김범준 지음) 중에서 (262/389p)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소통하는 사람들로 구성된 사회 안에서 사람들이 보여주는 시간에 따른 동역학적인 특성은, 몇 개의 구성요소만이 관여하는 단순한 자연현상과 다를 때가 많다. 사람은 많은 이들과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는 사회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알라딘 eBook <관계의 과학> (김범준 지음) 중에서 (263/389p)

푸아송분포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인 푸아송Simeon-Denis Poisson이 19세기에 발견한 확률분포를 말한다.
예를 들어, 한 가게에 1시간에 평균 10명의 손님이 온다고 해보자. 지금부터 1시간 안에 15명 이상의 손님이 올 확률을 구할 때 이용할 수 있다. 사건이 일어날 빈도의 기댓값이 λ일 때 그 사건이 일어난 횟수가 k일 확률은 푸아송분포에서 P(k)=e-λλk/k!가 된다. 매번 사건의 발생이 독립적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필요하다.
위에 언급한 사건이 푸아송분포에 따라 일어난다면, 평상시보다 50%가 늘어나 15명 이상의 손님이 올 확률은 8.3%다.
스포츠 경기에서 한 선수의 경기당 득점도 푸아송분포를 따른다는 것이 밝혀지기도 했다. 선수의 득점은 독립적이라는 의미다. 전반전에 한 선수가 평시보다 훨씬 더 많은 득점을 올렸다고 해서, 후반전에도 득점을 많이 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알라딘 eBook <관계의 과학> (김범준 지음) 중에서 (271/389p)

그리고 거리의 평균을 구할 때 많이 쓰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위치의 표준편차(혹은 위치의 제곱평균제곱근 값)를 구하는 거다. 간단히 계산해보면 걷기 시작한 후로 시간 t가 흘렀을 때, 만취자가 처음 위치에서 벗어난 거리는 루트t(=t1/2)에 비례한다는 것을 보일 수 있다. 즉, 처음 위치에서 멀어진 거리는 시간의 제곱근에 비례해 늘어난다. 거꾸로, 만약 원점에서 벗어난 거리를 재보니 루트 t의 꼴이 된다면 그 움직임이 마구걷기와 흡사하다고 결론을 내릴 수도 있다.

-알라딘 eBook <관계의 과학> (김범준 지음) 중에서 (274/389p)

브라운이 관찰한 꽃가루처럼 마구잡이로 움직이는 운동을 브라운 운동, 그리고 이런 움직임을 보이는 입자를 브라운 입자라고 한다. 브라운 운동에 대해 성공적인 설명을 정량적으로 제시한 사람이 바로 유명한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이다.
물리학자들은 1905년을 기적의 해라고 부른다.
그 한 해에 아인슈타인은 당시의 물리학 토대를 송두리째 바꾸는 세 편의 논문을 발표한다.
빛의 속성을 새롭게 밝힌 광전 효과에 대한 논문, 시간과 공간의 기존 관념을 뒤흔들어놓은 특수상대성이론에 대한 논문, 그리고 바로 이 글의 주제인 마구걷기를 하는 브라운 입자의 운동에 대한 논문이다.

-알라딘 eBook <관계의 과학> (김범준 지음) 중에서 (275/389p)

여러 생명체의 DNA 염기서열을 이용해 처음 위치로부터 거리의 평균값을 구해 ta의 꼴로 적으면 흥미롭게도 a의 값이 1/2보다 확연히 크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즉, DNA 염기서열은 A, T, G, C가 마구잡이로 배열된 것이 결코 아니며 정보가 들어 있음에 분명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인 연구다.

-알라딘 eBook <관계의 과학> (김범준 지음) 중에서 (278/389p)

직접 해보면 거리가 ta의 꼴로 변한다고 할 때 a=1/2에 아주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주가의 변화는 술 취한 사람의 마구걷기와 흡사하지만, DNA 염기서열은 결코 마구걷기로 기술될 수는 없다.

-알라딘 eBook <관계의 과학> (김범준 지음) 중에서 (278-279/389p)

마구걷기
가장 단순한 형태의 마구걷기는 술에 만취한 사람의 움직임과 닮았다. 1초에 한 번씩 확률 p로 동쪽으로 한 걸음, 확률 q(=1-q)로는 서쪽으로 한 걸음을 옮기는 사람의 움직임이 1차원 마구걷기다.식물학자 브라운이 현미경으로 관찰한 꽃가루의 브라운 운동도 마구걷기다. 꽃가루 입자는, 현미경으로는 관찰할 수 없는 주변 분자들의 마구잡이 열운동의 영향으로, 이리저리 움찔움찔 움직이는 마구걷기를 한다. 주식시장에서 주가의 움직임을 마구걷기로 기술하기도 한다.

-알라딘 eBook <관계의 과학> (김범준 지음) 중에서 (280/389p)

지수함수
한 일꾼이 1원으로 시작해 매일 전날 품삯의 2배를 달라고 하면, 한 달 후에는 하루 품삯이 얼마나 될까? 매일매일의 품삯이 늘어나는 것은 지수함수를 따라서 2x의 꼴이 되는데, 계산해보면 30일 뒤의 하루 품삯은 10억 원이 넘는다. 이처럼 지수함수는 아주 빠르게 늘어나는 함수다. 만약 f(x)=ax의 꼴로 적히는 지수함수에서 a<1이면 거꾸로 이 함수는 아주 빠르게 줄어든다. 신문지를 펼쳐놓고 33번을 연이어 절반으로 접으면 신문지의 폭은 원자 하나보다도 작아진다. xb의 꼴로 주어지는 멱함수에 비해, ax의 꼴로 적히는 지수함수는 a>1이면 아주 빠르게 늘어나고, a<1이면 아주 빠르게 줄어든다.

-알라딘 eBook <관계의 과학> (김범준 지음) 중에서 (290/389p)

처음의 양을 1이라고 하고, 시간 t가 지나면서 그 양이 줄어드는 꼴이 일정한 반감기 T를 가지면 주어진 양은 (1/2)t/T의 꼴로 적힌다. 이 식에서, t=T면 처음의 1/2이 되고 t=2T면 1/4이 되므로 t가 T, 2T, 3T…로 늘어나면 1/2, 1/4, 1/8의 형태로 계속 절반씩 줄어들기 때문이다. 책의 반감기를 구하는 것이 의미가 있으려면, 이처럼 판매량이 지수함수의 꼴을 따라 시간이 지나면서 줄어들어야 한다.

-알라딘 eBook <관계의 과학> (김범준 지음) 중에서 (296/389p)

80 대 20의 법칙을 따르는 어떤 양 x의 분포함수 P(x)의 꼴을 계산해보면 P(x)~x-2.2이며, 이 경우 지니계수는 0.76 정도로서, 불평등도가 상당히 심한 경우에 해당한다.

-알라딘 eBook <관계의 과학> (김범준 지음) 중에서 (300/389p)

P(x)~x-2.8의 꼴을 이용해 계산해보면 우리나라 도서시장은 80 대 20 법칙이 아니라 64 대 36 법칙을 따른다는 이야기도 할 수 있다. 즉, 약 1/3의 책들이 전체 도서 총 판매량의 2/3 정도를 차지한다는 말이다. 책의 판매량에 대해 지니계수를 구하면 그 값은 0.38이어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근로소득 지니계수인 0.47(2016년 추정치)보다는 작다.

-알라딘 eBook <관계의 과학> (김범준 지음) 중에서 (301-389p)

우리는 매 순간 미래를 향해 한 걸음씩 시간의 축을 따라 걸어간다.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 그래서 한자로 未來다. 걸어온 길과 걸어갈 길은 분명히 다르다. 걸어온 길은 고개를 돌려보면 딱 하나 외길로 보이지만, 걸어갈 길은 짙은 안개 속에 싸여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다. 뉴턴의 고전역학은 무지의 안개를 몰아내고 우리 앞에 놓인 미래를 보여주었다. 그런데 아뿔싸! 안개 걷힌 미래는 외나무 다리였다. 고전역학의 결정론은 미래가 딱 하나로 이미(旣) 정해져 있어 기래(旣來)라 불러도 무방하다고 속삭인다. 내가 마음을 바꿔 다른 길을 택해도, 그렇게 마음을 바꿀 것도 이미 결정되어 있었다고 주장한다. 과거, 현재, 미래를 잇는 결정론의 삭막한 외길에서 우리는 과연 벗어날 수 있을까. 내일 걸어갈 길을 나는 내 맘대로 고를 수 있는 걸까.

-알라딘 eBook <관계의 과학> (김범준 지음) 중에서 (320/389p)

뉴턴Isaac Newton의 고전역학은 결정론의 세상을 보여준다. F=ma라는 한 줄의 식으로 적히는 뉴턴의 운동법칙은 대부분의 독자가 들어보았을 바로 그 유명한 식이다. 이 식의 오른쪽에 등장하는 a가 바로 가속도다. 뉴턴의 운동방정식은 힘(F)이 주어졌을 때 질량이 m인 물체의 가속도가 어떻게 결정되는지(a=F/m)를 우리에게 알려준다.

-알라딘 eBook <관계의 과학> (김범준 지음) 중에서 (322-323/389p)

이처럼 뉴턴의 운동방정식을 통해 가속도를 구하면(a=F/m), 그로부터 물체의 미래 속도를 알 수 있다. 딱 한 시점의 속도가 아니라, 1초 뒤, 2초 뒤, 그리고 한참 후의 미래의 속도도 모두 알 수 있다.

-알라딘 eBook <관계의 과학> (김범준 지음) 중에서 (323/389p)

사실 가속도는 속도의 미분(a=dv/dt)이고 속도는 물체의 위치의 미분(v=dx/dt)으로 적혀서 F=ma는 미분이 들어 있는 미분방정식이다. F=ma로부터 속도와 위치를 구하는 것은 미분의 반대 과정인 적분이다. 우주는 미분으로 기술되고 적분으로 움직인다.

-알라딘 eBook <관계의 과학> (김범준 지음) 중에서 (324/38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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