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계산이 가능한 무한한 지적 능력을 가진 존재를 처음 상상한 과학자가 바로 라플라스Pierre-Simon Laplace다.
그의 이름을 따서, 이 지적 존재를 ‘라플라스의 악마’라 부른다.
무한한 지적 능력을 가진 존재, 과거의 모든 것과 미래의 모든 것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존재다.
라플라스의 악마에게는 내일 비가 올지 날이 맑을지도 이미 결정되어 있고, 비가 온다고 해도 내가 원래의 계획대로 극장에 갈지, 아니면 마음을 바꿔 집에서 책을 읽을지도 이미 결정되어 있다.

-알라딘 eBook <관계의 과학> (김범준 지음) 중에서 (326/389p)

모든 것이 결정되어 있는, 과거와 미래가 단 하나의 길로 끊임없이 이어져 있는 라플라스의 악마가 사는 결정론의 세상에 균열을 만든 계기가 있었다.
20세기 초 양자역학은 우리가 눈으로 매일 보는 거시적인 물체가 아닌, 원자나 전자와 같은 작은 것들의 세상이 확률과 불확실성으로 움직인다는 것을, 미래는 측정 이전에는 정해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라플라스의 악마가 사는 결정론의 세상에 두 번째 균열을 만든 것은 20세기 중반 이후 새롭게 떠오른 비선형동역학과 카오스의 세상이다. 라플라스의 악마가 걷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잇는 길이 사실 1차선이 아니라는 발견이다. 내가 과거로부터 한 줄로 뻗은 길의 현재 위치에서 몇 번째 차선에 서 있는지가 저 앞으로 이어진 미래의 갈림길 중 어느 길로 접어들지를 바꿀 수 있다는 거다. 문제는 사실 이보다 좀 더 미묘하다.

-알라딘 eBook <관계의 과학> (김범준 지음) 중에서 (327-328/389p)

라플라스의 악마를 물리친 퇴마사가 바로 로렌츠Edward Lorenz다. 베이징에서 날개를 퍼덕인 나비 한 마리의 작은 영향으로 뉴욕의 날씨가 변할 수 있음을 우리에게 알려주었다. 결정되어 있다고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알라딘 eBook <관계의 과학> (김범준 지음) 중에서 (328/389p)

F=ma
힘이 없다면 물체가 현재의 운동 상태를 계속 유지한다는 것이 뉴턴의 첫 번째 법칙이다.
첫 번째 법칙이 성립하는 좌표계(이를 관성 좌표계라고 한다)에서 물체의 운동을 기술하는 두 번째 법칙이 바로 F=ma다.
힘 F가 질량이 m인 물체에 작용하면, 이 물체의 가속도는 a=F/m로 적힌다.
물체의 가속도를 알면 물체의 속도 v를 적분을 이용해 구할 수 있고, 이를 한 번 더 적분하면 물체의 위치 x를 시간의 함수로 순차적으로 얻게 된다.
뉴턴의 운동법칙을 이용하면 현재의 물체의 운동 상태에 대한 정보로부터 시작해 미래 임의의 시점에서의 물체의 운동 상태를 알 수 있게 된다.
F=ma로 기술되는 자연현상의 미래는 결정론적으로 딱 하나로 주어진다.

-알라딘 eBook <관계의 과학> (김범준 지음) 중에서 (329/389p)

이처럼 넣은 것과 나온 것이 정확히 같은 방식으로 비례해 늘어날 때 이 시스템을 ‘선형’이라 한다. 가로축에는 넣은 돈이 얼마인지, 세로축에는 자판기에서 나오는 커피가 몇 잔인지를 표시해 그래프로 그리면 곧은 선 모양이 되니 ‘선형’이라 부른다.

-알라딘 eBook <관계의 과학> (김범준 지음) 중에서 (330/389p)

1차원 공간에서 움직이는 물체의 상태를 뉴턴의 고전역학의 틀 안에서 기술하려면 딱 두 개의 변수가 필요하다. 바로, 물체의 위치와 속도다.
이 물체의 상태를 그래프로 표시하려면 가로축에 위치를, 세로축에 속도를 표시하면 된다. 현재 위치 x=3에서 속도 v=2로 움직이고 있는 물체의 상태는 2차원 평면 위의 한 점 (3, 2)로 나타내면 된다.
물체의 운동 상태를 표시하는 이 점을 위상점phase point, 위상점이 들어 있는 공간을 ‘위상공간phase space’이라 부른다.
1차원에서 움직이는 물체 하나의 상태를 표시하려면 이처럼 2차원의 위상공간이 필요하다.

-알라딘 eBook <관계의 과학> (김범준 지음) 중에서 (331/389p)

N개의 입자가 d차원 공간에서 움직이는 경우 위상공간은 몇 차원일까? N개 입자 모두의 한 시점에서의 상태가 위상공간의 딱 한 점으로 표현된다는 것이 중요하다.

-알라딘 eBook <관계의 과학> (김범준 지음) 중에서 (332/389p)

뉴턴의 법칙이 결정론적이라는 의미는 위상공간 안에서 정확히 같은 위치에서 운동을 시작하면 궤적은 딱 하나로 유일하게 존재한다는 뜻이다.

-알라딘 eBook <관계의 과학> (김범준 지음) 중에서 (332/389p)

처음 시작한 위상공간 안의 위상점의 위치를 정확히 모르더라도 고전역학으로 예측한 미래가 많이 달라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태양, 지구, 달처럼 천체가 세 개인 경우의 역학 문제가 바로 ‘삼체문제’다.

-알라딘 eBook <관계의 과학> (김범준 지음) 중에서 (333/389p(

즉, 삼체문제는 선형시스템이 아닌 ‘비선형시스템’이다.
푸앵카레의 발견은, 두 위상점을 아무리 가까운 위치에서 출발시켜도 결국 두 궤적 사이의 거리가 아주 커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바로 비선형시스템의 예측 불가능성이다. 초기 위상점의 위치를 아무런 오차 없이 무한한 정확도로 측정하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런 어쩔 수 없는 초기의 작은 오차로 말미암아 위상공간에서 미래 궤적의 불확정성이 아주 커질 수 있다는 거다.

-알라딘 eBook <관계의 과학> (김범준 지음) 중에서 (334/389p)

자연에는 해석적으로 풀리지 않는 비선형시스템이 선형시스템보다 훨씬 더 많다는 것을 잊지 말자.

-알라딘 eBook <관계의 과학> (김범준 지음) 중에서 (335/389p)

비선형시스템의 운동을 위상공간 안에서 시각화하면 프랙탈이 될 때가 많다. 비선형성이 지배하는 세상사에 예측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되겠는가.

-알라딘 eBook <관계의 과학> (김범준 지음) 중에서 (336/38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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