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빙하기 그린란드에서 펼쳐진 바이킹의 ‘소멸’과 이누이트의 ‘생존’에 관한 이야기는 인간이 자연환경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운명이 달라진다고 말해준다.
(47/361p)

1788년에서 1789년에 걸친 매우 추운 겨울, 프랑스에서는 거의 모든 경제활동이 중단되어 재정 위기가 찾아왔다. 루이 16세는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삼부회의를 소집했다. 그런데 삼부회의를 구성하는 성직자와 귀족은 특별과세를 거부하고 이를 평민에게 전가하려 했다. 평민들은 이에 반발해 국민의회를 발족했다. 국왕이 무력으로 국민의회를 해산시키려 하자 파리 시민들이 무기를 탈취하기 위해 바스티유 감옥을 습격했다. 이날 곡물 가격이 가장 높았다. (54/349p)

한편 정치·사회뿐 아니라 산업에서도 큰 변화가 일어났다. 소빙하기 유럽에서는 나무 장작 수요가 늘었다. 특히 영국에서는 난방과 건축, 초기 산업에 필요한 목재 수요가 증가하면서 공급이 어려워졌다. 목재 가격이 1540년에서 1640년 사이 약 여덟 배나 올랐다. 이 때문에 목재를 대신해 석탄에 의존하게 되었다. 런던과 같은 도시가 성장함에 따라 석탄 수요가 대폭 증가했고, 증가하는 수요에 맞춰 석탄 생산을 늘리기 위한 혁신 과정에서 증기기관이 발명되었다. 이를 기반으로 산업혁명이 일어났다. 소빙하기에 영국은 근대 산업을 태동시키는 기회를 마련했다.
(55/349p)

인류는 산업혁명 이후 본격적으로 화석연료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그 이전 사회 경제의 발전을 저해했던 수많은 제약을 없앴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인류가 지구환경에 미치는 영향력이 폭발적으로 커지는, 이른바 ‘거대한 가속Great Acceleration’이 일어났다. (60/349p)

지질시대는 지질학적 큰 변동이나 특정 생물의 멸종을 기준으로 구분한다. 오늘날 지질시대 구분은 자연의 힘이 아니라 인간의 힘으로 주도된다. 즉, 인류(그리스어로 ‘Anthropos’)는 자신의 시대cene, 인류세Anthropocene를 열어젖힌 것이다. 인류세라는 개념은 오존층 연구로 노벨화학상을 받은 파울 크뤼천Paul J. Crutzen 교수가 2000년도에 처음 제안했다.
(61/349p)

그러므로 인류세는 인류의 운명을 좌우하는 능력이 더는 인류에게 있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이며, 이는 현대의 종말을 뜻한다. (65/349p)

변해야 할 것은 변하고 지속해야 할 것은 지속해야 한다. 즉, 날씨는 변해야 하고 기후는 지속해야 한다. 날씨가 변해야 우리는 살아갈 수 있고 기후가 변하면 우리는 위험에 빠지기 때문이다.
(70/349p)

온실가스는 공기 중에 약 0.04퍼센트밖에 존재하지 않지만, 오늘날 지구 위기인 온난화를 일으키고 있다. (73/349p)

반면 공기에 섞여 있는 온실가스인 소량의 이산화탄소(CO2), 메탄(CH4), 아산화질소(N2O), 프레온(CFC)처럼 서로 다른 원자들이 결합한 분자는 적외선 복사의 진동수에서 에너지를 흡수한다. 에너지를 흡수한 온실가스는 빙글빙글 돌기도 하고 흔들리기도 한다. 이때 주변에 있던 질소와 산소를 함께 움직여서 전체 공기 운동에너지가 커져 기온이 상승한다.
(74/349p)

전체 온실가스 중에서 양이 가장 많은 이산화탄소는 지구온난화의 약 74퍼센트에 기여한다. 그러나 전체 공기 중에서는 이산화탄소가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다. 1만 개의 공기 분자 중에서 이산화탄소 분자의 수는 약 네 개에 불과하다. 이처럼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능력은 덩치에 비할 바가 아니다. 이산화탄소는 100개의 공기 분자 중에 1개만 있어도 지구 평균 기온이 100도에 도달할 정도로 강력한 온실효과를 품고 있다.
(75/34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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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학자인 재레드 다이아몬드Jared Mason Diamond는 『문명의 붕괴』에서 그 이유를 "바이킹은 그린란드에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생존 방식으로 바꾸지 않았다. 이전에 역경을 극복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던 가치를 변화한 환경에서도 고수했기 때문이다"라고 결론 내렸다. 왜 과거에는 성공적이었던 가치가 새 환경에서는 파국에 이르게 했을까? (41-42/36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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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이어바흐 형이상학적 유물론의 오류

《기독교의 본질》에서 포이어바흐는 신을 인간이 만들었다고 선언했습니다. 여기까지는 좋았는데, 좀 너무 나갔습니다.
어떻게 나갔느냐면, 인간이 만들어낸 신의 모습이야말로 사실은 인간의 모습이라고 하면서, 인간을 신의 위치에 올려놓았어요.
다시 말하자면 변하지 않는 신의 본질이 사실은 변하지 않는 인간의 본질이라는 거죠.
사실 현대를 사는 우리는 오랫동안 축적된 지식을 통해, 인간의 문화와 행동방식과 사고방식이 환경이나 삶의 조건, 방식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포이어바흐에게는 변하지 않는 기독교의 본질이, 인간의 변하지 않는 본질로 보인 것입니다.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 식으로 얘기하자면, 포이어바흐는 인간에 대한 이데아를 발견했다고 말한 것이지요. 그야말로 ‘형이상학적’ 인간상을 그린 것입니다. (128/364p)

유물론자인 한 포이어바흐는 역사를 다루지 않고, 역사를 다루는 한 포이어바흐는 유물론자가 아니다.** <독일이데올로기>
(130/364p)

마르크스는 헤겔에게서 변증법을 취하고 포이어바흐에게서는 유물론을 취했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마르크스의 사상, 곧 변증법적 유물론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입니다.
(131/36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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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는 과시욕 강한 성적 취향과 지구상의 생명 유지 장치들을 최대한 많이 자신의 재산으로 만들려는 광적인 소유욕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놀라울 정도로 번식에는, 즉 생물학적으로 큰 성공을 이루는 존재가 되는 일에는 관심이 없었다
(124/488p)

지금의 우리와 해부학적으로 같은 호모사피엔스는 약 20만 년 전에 지구상에 등장했다. 그런데 인류는 이보다 훨씬 짧은 약 1만 년 전에야 농업을 시작했고, 7,000년 전에야 문명을 탄생시켰다. 인류가 오랫동안 문명을 탄생시키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33/36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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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 it be

나의 모든 관찰 행위는 아무런 긴장도 없이 그저 일어날 뿐이었다. 보편적인 생명감의 결과로서 말이다.
(172/307p)

반면에 일상적인 일들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섬세한 움직임에는 호감이 간다. 이를테면 적절한 순간에 적당한 거리를 둔 채 꺼내는 이별의 몸짓, 단호한 대답을 대신하는 정중하면서도 공감이 묻어나는 얼굴 표정, 종업원이 건네주는 거스름돈을 돌려줄 때의 근사한 제스처. 그런 모습을 볼 때 나는 다른 사람들이 춤출 때 느낄 행복감과 더불어 몸이 날듯이 가벼워진다.
(173/307p)

게다가 언쟁을 벌일 때 결정적인 작용을 하는 것은 논거가 아니라 서로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일에서의 경합이었지.
(180/307p)

물론 우연찮은 화해의 순간도 있었지. 무언가가 길을 막고 서 있어서 서로 가까운 거리에서 스쳐 지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 그때 우리는 어떻게 된 영문인지도 모른 채 어느새 서로를 껴안고 있더군. 그녀가 무언가를 치우려고 내게 몸을 숙이는 찰나 갑자기 그녀를 내 쪽으로 끌어당긴 적도 있어. 애당초 그럴 마음은 없었는데도 말이야. 그렇게 해서 우리는 한참 동안 서로를 휘감고 있었지. 하지만 점점 커져가는 공허를 느꼈고 결국 화가 나서 서로 떨어졌지. 이런 종류의 화해들은 우연히 일어나는 것 같아. (182/307p)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점점 자유로워짐을 느꼈고 그녀 역시 그러리라고 믿었지. 나는 우리가 더이상 옛날처럼 서로 허물없는 사이로 엮일 수 없고, 더이상 서로를 조롱할 필요가 없으며, 더이상 부부 간의 비밀스러운 대화, 즉 우리끼리만 이해하는 암시적인 말들로 다른 사람들을 우리의 대화에서 배제하는 일이 없어졌다는 사실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지. 우리는 거의 대화를 나누지 않았지만 나는 나 자신을 아주 솔직하고 정직하다고 여겼어. 우리끼리만 있는 경우가 아니라 어떤 역할을 맡게 될 경우, 이를테면 손님으로 레스토랑에 가거나 여행객으로 공항에 나가거나 영화 구경을 갈 때, 그리고 남을 방문하거나 남들 앞에서 일정한 역할을 연기해 보여야 할 때면 우리는 다시 사이좋은 모습을 보였지. 우리는 맡은 역할을 해내는 데 익숙해 있었으니까. 우리가 그런 역할들을 천연덕스럽게 잘해낸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낄 정도였어. 물론 그러면서도 서로가 가까워지지 않도록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지. 각자가 자신만의 공간에 머물렀고, 상대방과 접촉하는 일이라고는 지나치는 길에 슬쩍 잡아당겨보는 정도가 고작이었어. (183-184/307p)

증오할 때는 그녀를 사물로 여기다가도, 긴장이 해소되면 존재라고 여기는 그런 적당한 거리감 같은 거. (184/307p)

나는 그녀가 하나의 ‘존재’로 거듭나도록 해주려고 그야말로 모든 것으로부터 거리를 두어왔다. 이 생물, 이 물건이라는 말처럼 나는 유디트를 이라는 지시대명사를 붙여 불렀다.
(265-266/307p)

그러자 유디트가 우리가 어떻게 이곳 미국까지 오게 되었는지 말했다. 그리고 그녀가 그동안 나를 추적하면서 많은 해코지는 물론이고 살해까지 하려 했다는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지금은 마침내 서로가 평화적인 방식으로 헤어지기로 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녀가 우리의 이야기를 다 들려주자 존 포드는 말없이 얼굴 가득 웃음을 지어 보였다. (283/30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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