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경청하는 인간은 시간을 관통하여 듣고 말합니다. 이에 비해 인공지능 챗봇은 분절된 시간 중 자기 몫의 자리에 텍스트를 채워 넣습니다. 어떤 면에서 면대면 대화는 함께 시간을 촘촘히 엮는 일이고 인간과 인공지능 챗봇과의 대화는 분절된 세계를 배치하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인공지능은나의읽기쓰기를어떻게바꿀까>, 김성우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b619a4c1825e4174 - P138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이 단어의 의미를 사전적 정의로 생각하던 통념을 깨고 "단어의 의미는 그 사용이다"라고 말했을 때 언어에 대한 우리의 이해가 일대 전환을 맞았던 것처럼 말이죠. - <인공지능은나의읽기쓰기를어떻게바꿀까>, 김성우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b619a4c1825e4174 - P142

거대언어모델은 과거의 데이터에 기반하여 언어를 기가 막히게 배열하는 이해를, 인간은 과거의 데이터가 보여 주는 압도적 경향성에도 불구하고 가능한 언어를 새롭게 주조하는 이해를 보여 주는 것입니다. - <인공지능은나의읽기쓰기를어떻게바꿀까>, 김성우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b619a4c1825e4174 - P14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간의 감각이 날카로울 때가 있다. 몸이 아플 때 특히 그렇다. 열네 살 무렵 시작된 편두통은 예고 없이 위경련과 함께 찾아와 일상을 정지시킨다. 해오던 일을 모두 멈추고 통증을 견디는 동안, 한 방울씩 떨어져내리는 시간은 면도날을 뭉쳐 만든 구슬들 같다. 손끝이 스치면 피가 흐를 것 같다. 숨을 들이쉬며 한순간씩 더 살아내고 있다는 사실이 또렷하게 느껴진다. 일상으로 돌아온 뒤까지도 그 감각은 여전히 그 자리에 숨죽여 서서 나를 기다린다.

-알라딘 eBook <흰 : The Elegy of Whiteness> (한강 지음) 중에서 - P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That arrival of the millennium I tried to delineate could be told another way, as the departure of the binaries and oppositions by which we used to imagine the world. - P83

The end of the Soviet Bloc meant that capitalism and communism no longer defined a world of difference or a political standoff that had long been described as east versus west. - P83

The Zapatistas came along five years later with a politic that was neither capitalist nor communist, but implicitly positioned them together as means of displacing power from the individual, the community, the local. - P83

Gender, once imagined as a pair of definitive opposites, has been reimagined as a spectrum of anatomies, affinities, and attractions. - P83

Another binary that has become outdated is right and left. - P83

The term "leftist" carries with it a baggage of socialism, utopianism, and sometimes authoritarianism that no longer delimits (and never quite did) what radicals and revolutionaries might be. - P84

As the Republicans move from what might be conventionally thought of as right-wing to something a little more totalitarian, as the New Labour administration finds a low point in the middle for what used to be the party of the left, there are dissenters on both sides. - P84

there are far more than two political positions, and the old terminology only blinds us. - P84

Of course, all activism nowadays is indebted to the other versions of what the sixties was, from the highly visible civil rights movement to the many grassroots activists who are still active. - P85

What gets called the left has often had as its principal hallmark being right, a sectarian righteousness that is also dissipating to make room for some spectacular new tactics, movements, and coalitions. - P85

The purple WRANGLER t-shirts for sale behind the bar spelled out the acronym—Western Ranchers Against No Good Leftist Environmentalist Radical Shitheads. - P86

The wise-use and private property–rights movements, like the militias, have done a much better job of reaching out to rural communities than progressives and environmentalists have. - P86

"The way you win people over to your side is try to present the information from some perspective they’re familiar with." - P89

But what makes him remarkable is this making of connections not just between issues but between sides. - P90

The question, then, is not so much how to create the world as how to keep alive that moment of creation, how to realize that Coyote world in which creation never ends and people participate in the power of being creators, a world whose hopefulness lies in its unfinishedness, its openness to improvisation and participation. The revolutionary days I have been outlining are days in which hope is no longer fixed on the future: it becomes an electrifying force in the present.(Ch.17) - P9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흰 것에 대해 쓰겠다고 결심한 봄에 내가 처음 한 일은 목록을 만든 것이었다.

강보
배내옷
소금

얼음


파도
백목련
흰 새
하얗게 웃다
백지
흰 개
백발
수의

-알라딘 eBook <흰 : The Elegy of Whiteness> (한강 지음) 중에서 - P8

한 단어씩 적어갈 때마다 이상하게 마음이 흔들렸다. 이 책을 꼭 완성하고 싶다고, 이것을 쓰는 과정이 무엇인가를 변화시켜줄 것 같다고 느꼈다. 환부에 바를 흰 연고, 거기 덮을 흰 거즈 같은 무엇인가가 필요했다고.
하지만 며칠이 지나 다시 목록을 읽으며 생각했다.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 단어들을 들여다보는 일엔?

-알라딘 eBook <흰 : The Elegy of Whiteness> (한강 지음) 중에서 - P8

활로 철현을 켜면 슬프거나 기이하거나 새된 소리가 나는 것처럼, 이 단어들로 심장을 문지르면 어떤 문장들이건 흘러나올 것이다. 그 문장들 사이에 흰 거즈를 덮고 숨어도 괜찮은 걸까.

-알라딘 eBook <흰 : The Elegy of Whiteness> (한강 지음) 중에서 - P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필경 불행하구나, 인간은,
하지만 행복하구나, 욕망에 시달리는 예술가는!
 
—샤를 보들레르, 〈파리의 우울〉, 
‘36. 그림 그리고 싶은 욕망’ - <참 좋았더라>, 김탁환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4618baa01dc14be3 - P4

7월의 항구들은 다가오기가 무섭게 멀어졌다.
갈퀴 같은 손가락이 큼지막한 이마를 쓸다가 기항지를 찾듯 멈췄다. 근육이라곤 전혀 없는 팔뚝에서 한숨이 새어 나오다가 끊기고 다시 이어졌다. 밭은 기침을 할 때마다 뺨을 지난 눈물이 턱에서 떨렸다. 손등으로 재빨리 훔쳤지만, 갑판으로 떨어지는 아쉬움을 막진 못했다. - <참 좋았더라>, 김탁환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4618baa01dc14be3 - P1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