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것에 대해 쓰겠다고 결심한 봄에 내가 처음 한 일은 목록을 만든 것이었다.

강보
배내옷
소금

얼음


파도
백목련
흰 새
하얗게 웃다
백지
흰 개
백발
수의

-알라딘 eBook <흰 : The Elegy of Whiteness> (한강 지음) 중에서 - P8

한 단어씩 적어갈 때마다 이상하게 마음이 흔들렸다. 이 책을 꼭 완성하고 싶다고, 이것을 쓰는 과정이 무엇인가를 변화시켜줄 것 같다고 느꼈다. 환부에 바를 흰 연고, 거기 덮을 흰 거즈 같은 무엇인가가 필요했다고.
하지만 며칠이 지나 다시 목록을 읽으며 생각했다.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 단어들을 들여다보는 일엔?

-알라딘 eBook <흰 : The Elegy of Whiteness> (한강 지음) 중에서 - P8

활로 철현을 켜면 슬프거나 기이하거나 새된 소리가 나는 것처럼, 이 단어들로 심장을 문지르면 어떤 문장들이건 흘러나올 것이다. 그 문장들 사이에 흰 거즈를 덮고 숨어도 괜찮은 걸까.

-알라딘 eBook <흰 : The Elegy of Whiteness> (한강 지음) 중에서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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