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경한 것을 대하는 시선으로 『이방인』을 천천히 읽으며, 사소한 묘사들과 중요하달 수 있는 장면 사이에 무게의 경중을 두지 않은 채 그것들을 전면적으로 동등하게 겪어 가다 보면, 어느 결에 사람들과 풍경들을 바라보는 작중 화자 뫼르소의 근본적인 태도가 특별한 저항 없이 마음에 들어온다. <무관심>이 어떻게 해서 차별과 선입견을 배제하며 세계를 향한 평등하고 <무심한 애정>으로 열리는 창이 될 수 있는지, 세계와의 어긋남에 대한 감각이 어떻게 해서 인식의 차원으로, 다시 결단의 순간으로 옮겨 가며 영원 앞에 자기 몫의 한계선을 오롯이 긋고 오직 그것만을 온몸으로 수긍하는 것인지(<나는 내가 행복했으며 지금도 여전히 행복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과정을 따라갈까.
(해제 237/264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