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뛰는 것보단 걷는 것을, 걷는 것보단 앉는 것을, 앉는 것보단 눕는 모습을 보이던 내가 갑자기 뛰기 시작하자 엄마는 내가 미친 줄 알았다고 한다. - P185

그때, 내 앞에 사이좋은 한국인 모녀가 지나갔다. 나는 그분들을 간절한 눈빛을 가득 담아 쳐다보았다. "사진 찍어드릴까요?"라고 먼저 말을 건네주시더니, 한 장만 찍어 주셔도 되는데 아주 오랫동안 위치 선정, 포즈, 어플까지 추천해주면서 열정적으로 찍어 주셨다. 너무 감사했다. 나도 여기에 엄마랑 함께 왔다면 어땠을까. 정말 부럽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고, 그런 내 마음을 어떻게든 전하고 싶어서 말을 건넸다. "어머니랑 함께 오셨나 봐요!" 그분이 대답했다.
 
"저희 같은 학교 다니는 친구인데요."
"…"
"…" - P203

친구들과의 편안한 술자리를 좋아했고, 가족들과도 그런 시간을 보내 보고 싶었다. 그러나 한 번도 그런 시간을 가지지는 못했다. 엄마가 술을 안마시기도 했고, 아빠의 문제도 있었고, 왠지 우리 가족한테는 그런 게 안 어울린다고 느꼈던 것 같다. - P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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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망상에 시달리면 정신 이상이라고 한다.
다수가 망상에 시달리면 종교라고 한다.
- 로버트 퍼시그 - P7

부모의 종교로부터 벗어나고 싶다는 막연한 느낌과 그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품고 있으면서도 종교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고. 당신이 그들 중 하나라면 이 책은 당신을 위한 것이다.
이 책은 무신론자가 되고 싶다는 소망이 현실적인 열망이고, 용감한 행위라는 사실을 일깨우기 위해 썼다.
당신은 균형이 잡힌, 행복하고 도덕적이고 지적인 무신론자가 될 수 있다. 그것이 내가 일깨우고자 하는 첫 번째 사실이다.
그 외에도 당신에게 일깨워주고 싶은 사실이 세 가지 더 있다. - P9

어쩌면 당신은 불가지론이 합당한 입장이고, 무신론은 종교만큼이나 교조적이라고 여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2장을 읽고 마음을 바꾸기를 바란다.
2장에서는 신(God)이 존재한다는 가설이 우주에 관한 과학적 가설 중 하나로서 다른 모든 가설들처럼 회의적으로 분석되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 P12

아마 당신은 철학자들과 신학자들이 신을 믿어야 할 타당한 이유들을 내놓았다고 배웠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신의 존재와 관련된 각종 논증들을 다룬 3장이 흥미진진하게 느껴질 것이다.
그 논증들은 사실 대단히 취약하다. - P12

아마 당신은 신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다면 세계가 어떻게 출현할 수 있었겠는가.
게다가 마치 설계된 것처럼 보이는, 온갖 다양한 종들을 자랑하는 생명은 또 어떻게 출현할 수 있었겠는가.
당신의 생각이 그렇다면, 4장을 읽고 깨달음을 얻기 바란다.
생물 세계에서 나타나는 설계라는 환각은 설계자가 있음을 가리키지 않는다. 그것은 찰스 다윈(Charles Darwin)의 자연선택설을 통해 훨씬 더 경제적이고 우아하게 설명된다.
그리고 우리는 자연선택 자체는 생물 세계만을 설명하고 있지만, 우주를 이해하도록 도와줄 그에 필적하는 설명 능력을 지닌 이론이 있을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내가 일깨워주고 싶은 두 번째 사실은 자연선택설과 같은 이론들이 지닌 힘이다. - P13

한편 인류학자와 역사학자는 모든 문화권에는 종교가 있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어쩌면 당신은 이를 근거로 하나든 그 이상이든, 신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만일 그렇다면 5장을 참조하기를. 종교가 그렇게 보편적인 이유가 일목요연하게 설명되어 있다. - P14

아니면 도덕심을 지니려면 종교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선해지려면 신이 필요한가?
그렇지 않은 이유를 알고 싶다면 6장과 7장을 읽어보기를. - P14

당신 자신은 신앙을 버렸으면서도, 종교가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가?
8장은 종교가 그렇게 좋은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논증한다. - P14

어린 시절의 종교 문제는 9장의 주제다. 9장에는 내가 일깨우고자 하는 세 번째 사실도 들어 있다. - P15

페미니스트들이 ‘그 또는 그녀’가 아니라 ‘그’, ‘휴먼(human)’이 아니라 ‘맨(man)’이라는 단어를 쓰면 질겁하듯이, ‘가톨릭 아이’나 ‘이슬람 아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모두가 질겁하기를 바란다.
굳이 종교를 언급하고 싶다면 ‘가톨릭 신자의 아이’라고 말하라.
누군가 가톨릭 아이라고 말할 때마다 말을 가로막고, 아이들은 아직 너무 어려서 경제나 정치 문제는 물론이고 종교 문제에 있어서도 자신이 어떤 입장에 서 있는지 알 수 없다고 정중히 지적하기를.
내가 이 글을 쓴 목적은 의식을 일깨우는 것이다.
따라서 이 말을 여기에서뿐 아니라 9장에서 되풀이하리라는 사실에 대해 양해를 구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니, 몇 번을 되풀이해도 부족하다.
내친 김에 한 번 더 말하겠다.
이슬람 아이가 아니라, 이슬람 신자의 아이다. 그 아이는 너무 어려서 자신이 이슬람교도인지 아닌지도 모른다.
이슬람 아이 같은 것은 없다. 가톨릭 아이 같은 것도 없다. - P16

1장과 10장에서는 종교화하지 않고도 현실 세계의 장엄함을 이해하는 데 커다란 도움을 줄 한 가지 방법을 소개하고, 이로써 지금까지 우리에게 영감을 주었던 종교를 대체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설명할 것이다. - P17

내가 네 번째로 일깨우고자 하는 것은 무신론자의 자긍심이다.
무신론자가 된다는 것은 결코 구차하게 변명해야 할 일이 아니다. 오히려 먼 지평선을 바라보며 당당히 나서야 할 일이다.
무신론은 거의 언제나 마음의 건전한 독립성 즉, 건강한 마음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 P17

미국에서 무신론자의 지위는 50년 전 동성애자의 처지와 다를 바가 없다. - P19

존 스튜어트 밀이 이렇게 말할 정도였다. "가장 명석한 사람들, 지혜와 덕을 겸비한 사람들 중에 종교적 회의론자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알게 된다면 세상은 경악할 것이다."
이 말은 오늘날에는 더욱더 옳다.
그에 대한 증거를 나는 3장에서 제시할 것이다.
무신론자가 그토록 많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공개적으로 자신이 무신론자임을 밝히지 않아서다.
나는 무신론자들이 공개적으로 자신의 정체를 밝히는 데 이 책이 도움을 주기를 바란다.
게이 운동이 그랬듯이, 공개적으로 자신이 무신론자임을 밝히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다른 무신론자들도 이에 동참하기가 쉬워진다.
연쇄 반응이 시작되는 어떤 임계 질량이 있는 듯하다. - P20

《펭귄 영어 사전》에 따르면 망상은 잘못된 믿음이나 인상이라고 한다.
놀랍게도 그 사전은 필립 존슨의 문장을 예문으로 사용한다. "다윈주의는 자신보다 더 고등한 권능자가 자신의 운명을 지배한다는 망상으로부터 인류를 해방시킨다." - P22

또 다른 사전은 망상을 "모순되는 강한 증거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믿음을 고집하는 것, 특히 정신장애의 한 증상"이라고 정의한다.
그 정의의 앞부분은 종교의 특성을 완벽하게 포착하고 있다. - P23

"누군가 망상에 시달리면 정신 이상이라고 한다. 다수가 망상에 시달리면 종교라고 한다."
* 조에 호킨스 박사, 비어타 애덤스 박사, 폴 세인트존 스미스 박사와 대화를 나눌 때 나온 이야기다.

이 책이 내가 의도한 효과를 발휘한다면, 책을 펼칠 때 종교를 가졌던 독자들은 책을 덮을 때면 무신론자가 되어 있을 것이다.
얼마나 주제넘은 낙관론인가!

물론 독실한 신앙인은 논증에 면역이 되어 있을 것이다. 이는 수백 년간 발전되어온 다양한 방법들(진화된 것이든 설계된 것이든)을 통해 어린 시절부터 장기간 교화되어온 결과다. 단순하지만 더 효과적인 면역학적 장치는 아예 이런 책은 펼치지 말라는 무시무시한 경고일 것이다. 사탄의 책이 분명하다고 말이다. -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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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나는 여기에서 어린아이의 그 질문을 지금 당장에는 내가 그 아이의 알고자 하는 욕구를 제대로 채워주지는 못하겠지만 기꺼이 하나의 명구로 기억해둘 참이다.
어떤 사람들은 그 아이의 질문을 소박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 질문은 아주 적절한 것 같다.
그 나이의 아이들이 가지는 난처할 정도의 정직함과 함께 그 질문 속에 제시되어 있는 문제는 다름 아닌 역사의 정당성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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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실제로 비밀의 화원은 가수 이상은 님이 ‘우울증이 걸린 친구를 위해 만들었던 노래’ 였다고 한다. - P46

그냥 해본 적이 없었다. 일흔 살 할머니도, 열 살 나도 생일 파티는커녕 생일 축하 한 번 해보지 못했다. 무서웠다. 치킨 하나 잘 못 시키는 우리를 친구들이 거지라고 놀릴까 봐. - P59

그 옛날, 10살의 나는 뭐가 그렇게 무섭고 창피했을까. 눈 딱 감고 솔직하게 말했으면 됐는데… 올해는 나도 생일파티를 해보고 싶다. 처음이라 어색하고 서툴 테지만, 가족들과 함께 말하고 싶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 - P60

혹자는 말했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다고.
내 경우엔 떡볶이를 먹기보단 브런치 작가가 되고 싶었다.
직업과 상관없이 자유롭게 작가로 활동하는 그곳이 마음에 들었다.
그러면서도 쉽사리 시작하지 못했던 이유는 브런치 작가가 되려면 작가심사라는 걸 통과해야 했기 때문이다. - P63

올해 가장 슬픈 소식이 시력이 나빠졌다는 것이라면, 올해 가장 마음에 드는 소비는 그 안경테를 산 것이라 할 수 있겠다. - P70

그렇다. 강다니엘 앨범 전시용 책장이나 LP 턴 테이블이나 사치품인 건 똑같지만, 결정적이 차이가 있었다. 책장은 그것만 사면 사치가 끝나고, 턴 테이블은 그것을 사면 사치가 시작되었다. 반박할 수 없이 완벽한 논리였다. - P74

대한민국 직장인들은 이런 광경을 보고 산다. 고요한 아수라장이라고 할까. 떠드는 사람 하나 없는데 제정신을 유지할 수 없다. 출근하기도 전에 지친다는 이야기는 대부분 사실이다. 물론 그러든 말든 지하철은 제 길을 간다. - P82

마음대로 살아본 적 있냐는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인생의 커다란 선택들을 떠올려봤다. 대부분 내 의견보다는 상황들을 고려한 선택이었다. 커다란 결정에서 나만을 위한 선택을 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조금 작은 순간들을 떠올려봤다.
지금도 그날을 생각하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앞으로도 살면서 선택의 순간은 계속 올 것이고 커다란 선택들은 여전히 누군가를 고려해야 될 것을 안다. 그래도 지내다 보면 작지만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순간들도 분명 올 것이라 믿는다. 나는 그런 작은 순간들 만큼은 온전히 내 선택들로 채워 나가고싶다. - P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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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많지, 아가씨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자신을 책망할 사항들을 적은 목록이 늘어난다는 걸 잘 모를 거요. - P871

그들은 서로 마주보고 이런 대화를 나누었다. 멀어버린 눈이 멀어버린 눈을 응시했다. 그들의 얼굴은 감동으로 불그레하게 달아올랐다. 한 사람이 그 말을 했고, 두 사람이 그것을 원했으므로 그들은 삶이 함께 살라는 결정을 내렸다는 데 합의했다. 검은 색안경을 썼던 여자는 두 손을 내밀었다. 앞을 더듬으려는 것이 아니라, 그냥 상대에게 내어주려고 내밀었다. 두 손이 검은 안대를 한 노인의 두 손과 만났다. - P876

만일 우리가 있는 곳이 눈먼 사람들의 땅이 아니라면, 우리는 이 백색 어둠의 한가운데를 뚫고, 쓰레기, 파편, 돌조각, 화학 폐기물, 재, 타버린 기름, 뼈, 병, 내장, 납작한 건전지, 비닐 봉투, 산더미 같은 종이를 가득 싣고 오는 유령 같은 짐마차와 트럭들을 볼 수 있을 텐데. - P883

어떤 면에서는 우리가 먹는 모든 것은 다른 사람들의 입에 들어갈 걸 빼앗은 거야, 우리가 너무 많이 빼앗았다면 우리는 그들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거지, 이런저런 면에서 우리는 모두 살인자야. - P896

슈퍼마켓을 나섰을 때, 그녀는 힘이 없어 비틀거렸고, 그는 눈이 멀어 비틀거렸다. 누가 누구를 부축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 P897

이 눈물을 핥아주는 개의 조상들은 성자들이 성자로 인정이나 승인을 받기 전에 그들 몸의 곪은 상처들을 핥아주며 선하고 충실하게 봉사했다. 이것은 성자의 명성에 기대고자 하는 사심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오로지 이타적인 동정심에서 우러나온 행동이었다. 우리가 잘 알 듯이, 몸에 아무리 상처가 많다 해도, 그리고 개의 혀가 닿을 수 없는 영혼에 아무리 상처가 많다 해도, 모든 거지가 다 성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눈물을 핥아주는 개는 그런 혈통에 힘입어, 신성한 공간으로 들어갈 용기를 냈다. 문은 열려 있었고, 문지기도 없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는, 눈물을 흘렸던 여자가 이미 안으로 들어갔다는 것이다. - P900

그렇지 않아요, 성상들은 그들을 보는 사람들의 눈을 통해 봐요, 다만 이제 실명이 모든 사람들의 운명이 되는 바람에 성상들도 못 보게 된 거죠. - P906

사람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없는지는 미리 알 수 없는 거예요, 기다려봐야 해요, 시간을 줘봐야 해요, 세상을 다스리는 것은 시간이에요, 시간은 도박판에서 우리 맞은편에 앉아 있는 상대예요, 그런데 혼자 손에 모든 카드를 쥐고 있어요, 우리는 삶에서 이길 수 있는 카드들이 어떤 것인지 추측할 수밖에 없죠, 그게 우리 인생이에요. - P909

첫 번째로 눈이 먼 남자가 마침내 이런저런 생각들을 정리했다고 느꼈을 때, 갑자기 눈꺼풀 안쪽이 어두워졌다. 내가 잠이 들었구나, 그는 생각했으나 아니었다, 그는 잠이 들지 않았다. - P921

순간 그의 영혼에 커다란 공포가 찾아왔다. 그는 자신이 하나의 실명에서 다른 실명으로 옮겨갔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는 빛의 실명 상태에서 살았는데, 이제 어둠의 실명 상태로 옮겨가게 되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 공포로 인해 그는 몸을 떨었다. - P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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