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바로 잘 보기 위해서, 올바른 시각을 갖기 위해서 사람들은 이 안경을 썼지만 반대로 해악이 더욱 확대될 뿐이었다. 이런 소동을 지켜보면서 악마는 배꼽이 빠져라 웃어 댔다. 아직도 바깥세상에는 보이지 않는 작은 거울 파편들이 먼지처럼 떠다니고 있다. 이제 그 이야기를 한번 들어 보도록 하자.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1094312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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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쑥색 멜라민 접시에 떡볶이가 나오고 나는 순순히 먹는다. 지금 기억하기에도 맛이 좋았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0733 -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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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내 취미는 차창 밖으로 지나가는 자동차 번호판의 숫자를 관찰하는 것이었다. 가령 ‘45=3×3×5’라는 식으로 번호판의 숫자들을 소수●로 해체하곤 했다. 흔히 인수분해라고 불리는 이것은 내가 심심할 때 즐겨 하던 놀이였다. 한창 수학에 맛을 들여가던 나는 특히 소수에 매료됐다. 수학에 대한 내 풋사랑은 곧 열정으로 발전했다. 열네 살 때는 수학 캠프에 참가해서 받은 루빅큐브를 가슴팍에 꼭 끌어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내게 있어서 수학은 복잡한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질서 정연한 도피처였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748780 - P21

금융 세상의 붕괴는 한때 나의 질서 정연한 도피처였던 수학이 세상사에 깊이 얽혀 있을 뿐만 아니라 많은 문제를 부채질하고 있음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주택시장의 붕괴, 주요 금융기관들의 파산, 실업률의 급등. 이 모든 문제가 마법의 공식을 휘두르던 수학자들의 원조와 사주로 발생한 재앙이었다. 내가 그토록 사랑했던 수학의 놀라운 능력들은 금융 기술과 결탁해 혼란과 불행을 가중시키는 독이 됐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748780 -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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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진실을 내놓기 전에

고트족처럼 적어도 두 번은 문제를 놓고

토론해야 할 것이다. 로렌스 스턴은

이 점 때문에 고트족을 좋아했는데,

고트족은 먼저 술에 취한 상태로 토론하고

이후 술이 깬 상태에서 또 한 번 토론했다."

_『다뉴브』, 클라우디오 마그리스

 

내 진짜 조상을 찾았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37780990 - 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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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나는 옛날 ‘미미네 떡볶이’에서 가장 맛있게 먹었던 것을 이제 영원히 먹을 수 없다. ‘분위기’ 말이다. 홀로 카페에서 커피나 차를 마시거나, 홀로 책방에서 시집을 고를 때, 혹은 홀로 술집에서 생맥주 혹은 싱글몰트 따위를 홀짝일 때,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 존재하는 ‘분위기’ 하나를 같이 먹는다. 그 ‘분위기’를 먹으면서 간단하게 정의 내릴 수 없는 이런저런 생각이라는 것을 하거나 혹은 그 어떤 생각도 필사적으로 하지 않으며 얼마간의 시간을 보내고, 그러고 나면 우리는 어찌 됐든 결국 더욱 자신다움으로 단단해진 채 거리로 나오게 된다. 그런 경험이 과연 떡볶이집에서도 가능할까. 나는 옛날 조그맣던 ‘미미네 떡볶이’에서 유일하게 경험해보았다. 그리고 지금은 다시 못하고 있다. 나는 정말이지 그때의 가게가 그립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0733 - P15

나는 그 말을 귓등으로 흘리면서 공룡의 이름을 끝도 없이 줄줄 외우는 제하(달리는 공룡박사)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작은 인간의 눈동자와 입술과 손가락을 보면서 나는 귀여움의 공포에 대해서 생각했다. 나는 진짜 무서운 것은 귀여움이라고 생각한다. 그걸 이길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악마가 시커멓고 꼬리가 길고 눈알이 빨갛고 이빨이 뾰족하기 때문에 세상이 아직 안전한 것이다. 제하 같은 애가 악마였다면 세상은 진즉에 끝났어, 그런 생각을 하면서 맥주를 벌컥벌컥 마셨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0733 -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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