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톨퍼-새뮤얼슨 정리(위에서 살펴본 이론은 새뮤얼슨과 공저자인 볼프강F. 스톨퍼wolfgang F. Stolper의 이름을 따서 이렇게 불린다)는 아름답다. 적어도 경제학 이론이 아름다울 수 있는 한에서는 최고로 아름답다. 하지만 그것은 진리인가? 스톨퍼-새뮤얼슨 정리는 세 가지의 명백한 함의를 가진다. 두 가지는 긍정적이다. 무역 개방은 모든 나라의 GNP를 올리고, 가난한 나라의 불평등을 줄인다. 한 가지는 다소 부정적인 함의로, 부유한 나라에서는 (재분배 정책이 있기 전까지는) 불평등이 증가한다. 문제는 실증 근거들이 이러한 예측에 그리 협조적이지 않다는 데있다. - P109

『자동 피아노Player Piano」는 미국의 위대한 소설가 커트 보네거트KurtVonnegut의 매우 초기 작품이다.‘ 1952년작인 이 책은 대부분의 일자리가 사라진 디스토피아를 묘사하고 있다. 전후의 경제 호황으로 일자리가 아주 많았던 시절에 나온 것을 생각하면, 저자가 지극히 선견지명이 있었거나 엄청나게 현실을 잘못 파악하고 있었거나 둘 중 하나였을 것이다. 어느 경우든, 지금의 우리 시대를 이야기하기에는 더없이완벽한 소설인 것 같다.
자동 피아노는 스스로 작동하는 피아노다. 보네거트의 세계에서는 기계가 스스로 작동하기 때문에 사람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사람들은 시간을 때울 이런저런 일거리들을 제공받긴 하지만 그들이할 수 있는 일 중에 유의미하거나 유용한 것은 하나도 없다.
1956년에나온 보네거트의 또 다른 소설 속 등장인물 킬고어 트라우트는 이 문제를 이렇게 요약했다. "문제는 이겁니다. 쓸모없는 사람을 도대체어떻게 사랑할 수 있겠습니까?" 혹은 쓸모없는 사람이 어떻게 스스로를 혐오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로봇이 점점 더 정교해지고 인공지능이 발달하면서 보람 있고유의미한 일자리는 매우 소수의 사람만 가질 수 있고 다른 모든 이들은 일이 없거나 끔찍한 일만 갖게 된다면, 그리고 그 결과 불평등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면 우리 사회가 어떻게 될지에 대해 많은 우려가제기되어 왔다. 특히 이런 상황이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요인들에 의해 일어난다면 우리 사회는 어떻게 될 것인가? 테크놀로지 업계의 거물들은 자신이 만든 테크놀로지가 야기할지도 모르는 끔찍한 문제들을 해결해 줄 수 있을 법한 아이디어를 절박하게 구하고 있다. 하지만그렇게까지 먼 미래를 상상해 보지 않아도 경제 성장이 국민 대부분을 뒤에 내던져 놓고 갈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충분히 감을 잡을수 있다. 1980년대 이래로 미국에서 이미 벌어지고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 P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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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woman hears from her doctor that she has only half a year to live.
The doctor advises her to marry an economist and move to South Dakota.
WOMAN: "Will this cure my illness?"
DOCTOR: "No, but the half year will seem pretty long." - P87

We wrote this book to hold on to hope. To tell ourselves a story of what went wrong and why, but also as a reminder of all that has gone right. A book as much about the problems as about how our world can be put back together, as long as we are honest with the diagnosis. A book about where economic policy has failed, where ideology has blinded us, where we have missed the obvious, but also a book about where and why good economics is useful, especially in today’s world. - P68

We eventually decided to take the plunge, partly because we got tired of watching at a distance while the public conversation about core economic issues—immigration, trade, growth, inequality, or the environment—goes more and more off-kilter. But also because, as we thought about it, we realized the problems facing the rich countries in the world were actually often eerily familiar to those we are used to studying in the developing world—people left behind by development, ballooning inequality, lack of faith in government, fractured societies and polity, and so on. -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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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언급되었던 것처럼, 뉴욕 마라톤은 뉴욕 시의 다섯 행정구역을 모두 통과하지만 스태튼아일랜드 부분은 약간 억지다. 반복적으로 화장실을 들락거리며 대기시간 대부분을 포트워즈워스에서 보내는 것이 맞긴 하지만 레이스가 시작되면 첫 1마일에서 베라자노–내로스 교를 통해 스태튼아일랜드를 즉각 벗어나게 된다. 다리 위를 달리면서 나는 스태튼아일랜드가 이런 대접을 받는 것이 좀 안됐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동시에 의욕이 펑펑 솟았다. 뉴욕 시의 다섯 구역 중 하나를 이미 완주했는데도 다리에는 여전히 활력이 있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28787 - P340

컵을 받을 때마다 "고마워요"라고 말하려고 애썼지만 레이스가 진행됨에 따라 감사의 표현은 헐떡임의 불협화음과 죽는 순간의 꿀럭거림 속에서 사라진 것 같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28787 - P346

인류의 상냥함이 나와 내 동료 참가자들을 굽어살피고 계셨던 것이다. 응원하러 나온 낯선 사람들이 젖꼭지에 바르라며 러너들에게 바셀린을 묻힌 아이스 바 막대기들을 건네고 있었다. 마라톤은 인생을 긍정적으로 보게 만드는 행사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지만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이 나의 젖꼭지를 걱정하는 그 순간에 전해지는 우주적 하나됨의 느낌에는 미처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마음의 빚을 갚기 위해 나는 훗날 바셀린이 담긴 공업용 드럼통을 들고 브루클린 주변을 걸어다니며 보행자들에게 그들의 젖꼭지에 대해 물어봐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어떤 나쁜 일도 생기지 않겠지.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28787 - P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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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고르기가 끝난 후 나는 구비해야 할 다른 품목들을 꺼내놓기 시작했다. 침대는 곧 아마존 트레킹에도 다 못 가지고 갈 만큼 많은 것들로 뒤덮였다. 휴대폰과 아스피린, 에너지젤, 헤드폰 등등. 나는 이 자질구레한 잡동사니를 모두 반바지의 주머니에 쑤셔넣었다. 반바지가 엄청나게 불룩해졌고, 결국은 내가 앞서 언급했던 뷰러 데이스 월드챔피언십 팩 뷰러 레이스, 즉 ‘짐을 진 나귀 끌기 세계 대회’에서 달리게 된 것임을 깨달았다. 차이가 있다면 이 대회에서는 짐나귀인 뷰러가 바로 나라는 점이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28787 - P316

아내의 출산 때 배워둔 라마즈 호흡을 두어 번 쉬며 마음을 가라앉힌 후 다시 잠이 들었다. 약 40분간.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28787 - P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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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하게는 죽음을 통한 삶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결코 알 수 없는 어둡고 모호한 죽음이 아닌, 우리의 일상을 함께하는 죽음 그 자체를 냉정하게 바라보는 과정을 통해 그로부터 우리의 ‘오늘‘이 갖는 의미를 새롭게찾아보고자 하는 것이다. - P21

검시(檢屍, postmortem examination)
경찰이나 검찰이 수사의 목적으로 변사체 및 현장을 조사하는 것을 검시(檢視)라 하고, 검시에 입회하거나 감정(鑑定)을 의뢰받아 의사가 사망을 확인하고, 시체에 대해 조사하는 것을 검시(檢屍)라고 한다. 검시에는 검안과 부검이 있다. - P6

검안(檢案, postmortem inspection)
시체를 훼손하지 않고 의학적으로 검사하는 일이다.
검안 의사는 검시에 입회하거나 또는 입회하지 않은 경우라도 검안의 목적과 시체의 상황에 대한정보를 이해하고, 자세한 외표 검사로 얻은 정보를 이용해 사망의 원인, 손상의 정도, 질병의 유무, 중독의 여부를 결정한다.
가능하다면 사망의 기전과 사망의 종류를 판단하도록 해야 한다. - P6

부검(剖檢, autopsy, necropsy)
시체를 해부해 검사로 사인 등을 알아내려는 것이다.
부검 과정에서 시체가훼손되며 법적 규제를 받는다.
부검은 목적에 따라 계통부검, 병리부검, 행정부검, 사법부검으로 나뉜다. - P6

해부(解剖, dissection)
시체를 절개해 관찰하고 장기나 조직을 적출하거나 채취하는 행위 자체를의미한다. 일본의 영향으로 해부와 부검을 혼용하는 경향이 있다. - P6

존엄사
사전적 의미는 인간이 최소한의 품위와 가치를 지키면서 죽을 수 있게 하는행위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불치, 난치의 환자가 품위 있게 죽기를 바랄 경우 치명적 의약품을 제공해 환자 스스로 고통 없이 사망에 이르게 하는 자살 원조 행위, 또는 식물인간 상태와 같이 환자에게 의식이 없고 생명이 단지 인공 심폐기로 연장되고 있는 경우 품위 있는 죽음을 위해 생명 연장 장치를 중단하는 행위 등으로 해석한다.
즉 중의적 맥락이 있는 용어다. - P7

뇌사
뇌의 기능이 완전히 정지해 회복 불가능한 상태를 의미한다.
여기서 뇌의기능이란 사고와 판단을 주관하는 대뇌피질과 맥박, 호흡 등 기본적인 생명활동을 주관하는 뇌관의 기능을 포함한다. - P7

식물인간
인간에게는 운동, 감각, 정신 작용의 동물성 기능과 소화 흡수, 호흡, 배설, 혈액순환의 식물성 기능이 있다.
이중 동물성 기능이 정지되고 식물성 기능만 가능한 상태의 환자를 식물인간이라고 한다.
인공호흡기를 쓰지 않으면살 수 없는 뇌사와는 구분된다. - P7

줄기세포
크게 배아 줄기세포와 성체 줄기세포로 나뉜다.
배아 줄기세포는 여러 종류의 신체 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어 활용 범위가 넓지만, 생명의 씨앗인 배아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윤리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다.
성체 줄기세포는 특정조직으로만 분화할 수 있어 제한적이지만, 윤리 논쟁에서 자유로운 편이다. - P7

직업이 법의학자이다 보니, 죽음을 바라볼 때 보통 사람들과는 달리 사뭇 담담하게 과학적으로 그것을 직시하는시선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매번 한 사람 한사람 각자의 죽음을 마주할 때마다 늘 다르게 가슴속을 울리는 다양한 감정들을 느끼고는 한다.
개중에는 처참한 개인적 불행을 감지하게 하는 죽음도있고,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의 비극적 양상을 반영하는 죽음, 이것은 분명 개인적 비극을 넘어선 사회적 비극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갖게 하는 죽음도 있다. 이러한 여러 가지색채의 다양한 죽음을 통해서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의 진짜맨얼굴, 우리 삶의 민낯을 한번 제대로 같이 마주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는 것이 이제부터의 내 이야기의 취지라 하겠다.
법의학자로서 끊임없이, 수많은 사례들을 통해 고민할수밖에 없었던 삶과 죽음에 대한 학문적 바탕은 물론이고그 과정에서 나름대로 축적한 아름답고 행복한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하는 것이다. - P23

즉 이제는 자연스럽게 죽음으로 가는 단계라고 보는 졸음의 단계, 혼수상태를 무한정 연장할 수 있다. 의학적으로그 소멸의 상태를 중단시켜 심장을 계속 뛰게 할 수 있고호흡을 계속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말기암 환자라든지 식물인간 상태를 겪는 뇌질환 환자 등에게도 생명 연장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렇듯 우리에게는 현재 연명의료로 발생하는 그레이존gray zone, 즉 삶과 죽음 중 어느 영역에 속하는지 불분명한중간 지대의 존재가 새롭게 부상했다. 이외에도 과학과 기술의 발달로 우리는 죽음에 관해 새로이 고려할 사항이 많아진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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