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진 책을 보면서 죽은 이에 대해 생각한다. 서가에 꽂힌 압도적인 양의 책, 지독하게 읽으면서 이 생을 건너간 사람이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7306

책은 그것을 사서 읽는 사람의 문신文臣 같다. 문신들은 언뜻 주군을 섬기는 것 같지만 저마다 그럴듯한 주장을 펼치며 등을 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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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書架는 어쩌면 그 주인의 십자가十字架 같은 것은 아닌지. 빈 책장을 바라보자면 일생 동안 그가 짊어졌던 것이 떠오른다. 수많은 생각과 믿음,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인생의 목표와 그것을 관철하고자 했던 의지, 이끌어야 했던 가족의 생계, 사적인 욕망과 섬세한 취향, 기꺼이 짊어진 것과 살아 있는 자라면 어쩔 도리 없이 져야만 했을 세월.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7306 - P135

바깥에서 자물쇠로 문을 잠근 채 하루 한 끼의 공양만을 받아들이며 목숨 걸고 용맹정진한다는 불가의 무문관無門關수행. 그 엄격하다는 불자의 수련도 이 먹을 것도, 온기도, 누군가 찾아와준 흔적도 없는 지하의 삶보다 절박하지 않을 것 같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7306 - P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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