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의약품 생산을 목축에 빗댄 것은, 살아 있는 생명체를키워서 그 생명체가 만들어 내는 산물을 얻는다는 단순한 이유때문만이 아니다. 바이오의약품 생산이 일반적인 화학합성의약품 생산 과정과 본질적으로 다른 부분은 생산되는 결과물이 생산조건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는 점이다. 우리가 흔히 마시는 우유를 떠올려 보면 이해가 빠를 텐데, 국내에서 생산되는 우유는대부분 홀스타인holstein이라는 품종의 젖소가 생산하고 있다. - P95
바이오의약품 생산을 목축에 빗댄 것은, 살아 있는 생명체를키워서 그 생명체가 만들어 내는 산물을 얻는다는 단순한 이유때문만이 아니다. 바이오의약품 생산이 일반적인 화학합성의약품 생산 과정과 본질적으로 다른 부분은 생산되는 결과물이 생산조건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는 점이다. - P96
물론 바이오의약품 생산을 위해서는 젖소보다 훨씬 유전적으로 균일한 세포를 사용하고, 외부 환경적 요인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성장 조건을 엄격하게 통제한다. 그렇지만 같은 배양기 내에서도 개별 세포가 모두동일한 조건에 있다고 보긴 어렵고, 세포에서 이루어지는 단백질생산 과정의 본질적 특성 때문에 발생하는 약간의 변이는 결코교정할 수 없는 오차로 존재한다. 그래서 바이오의약품은 어떤방식으로 제조하건 일종의 혼합물 형태로 얻어지게 된다. 다만가장 주된 형태의 단백질이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하고, 그와 비슷하거나 약간 다른 형태의 단백질이 일부 포함된 정도일 뿐이다. - P96
이런 점 때문에 미국 FDA나 유럽 EMA 같은 주요 의약품 규제기관은 바이오의약품의 허가 시에 생산 공정에 대한 사항도 허가절차에 반드시 포함하고 있다. 특히나 바이오의약품의 특성상 매번 생산할 때마다 공정이 변하지 않더라도 조금씩의 변동은 발생하므로, 이들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수집해서 보고하는 절차도 갖추고 있다. 예를 들어, 공장을 이전하거나 공정을 변화시키는 경우에도 변화 전후의 데이터를 제출해서 약효에 유의미한 변화가생기는지를 확인토록 하고 있다. 그래서 업계 내에서는 바이오의약품은 "공정이 곧 제품"이라는 극단적인 표현까지도 나온다. 생산 설비를 갖추기도 까다롭고돈이 많이 들지만, 실제로 생산된 바이오의약품의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관리하는 데도 적잖은 노력이 드는 셈이다. 게다가이런 규제는 또 다른 진입장벽도 만들어 냈다.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의 특허가 만료되더라도 이에 대한 복제약의 출시를 무척까다롭게 막아 버린 것이다. - P99
특허가 유지되는 기간에는 오리지널 약을 개발한 제약사가 막대한 초과이윤을 얻을 수 있지만, 특허가 만료되면복제약인 제네릭의약품이 출시되어 해당 의약품의 가격이 낮아지고 일반 환자들의 접근성도 높아진다. 그런데 일반적인 화학합성의약품과 달리 바이오의약품은 전혀 새로운 방식의 허가 절차를 거쳐야만 바이오의약품 버전의 제네릭, 실제로는 제네릭과 아예 다른 개념이라고 할 수도 있는 바이오시밀러biosimilar를 허가받을 수 있다. - P100
그렇지만 제네릭과 달리 바이오의약품은 법률적으로 대체조제가 불가능하다. 가령 의사가 비아그라를 처방한 경우 소비자는 이를 저렴한 다른 제네릭 약인 팔팔정 같은 것으로 대체해서구매할 수 있다. 제네릭의약품은 오리지널 의약품과 동등하다고인정되므로 임의로 변경이 가능한 것이다. 그렇지만 의사가 레미케이드라는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을 처방한 경우 현재는 상대적으로 더 저렴한 바이오시밀러인 플릭사비나 렘시마로 임의로 대체조제가 불가능하다. 의약적으로 동등한 효과를 낸다고 인정되어 허가를 받긴 했지만, 둘이 동등한 의약품이 아닌 비슷한ssimilar 의약품이라고 인정받아 바이오시밀러가 되었기 때문이다. - P102
특허가 만료된 바이오의약품을 개량해서 기존 바이오의약품보다 더 나은 새로운 바이오의약품을 개발하자는 것이다. 이런 바이오의약품을 기존의 바이오시밀러와 구분 짓기 위해서 바이오베터biobetter라고 부르는데, 그렇다고 완전히 새로운 바이오의약품을 만드는 건 아니다. 보통은 한 번 투여했을 때의 더 오래 가도록 작용 시간을 늘리거나, 투여 방식을 정맥혈관 내 직접 주사가 아니라 피부 아래에 주사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등 투여 편의성을 증진시키는 것이 대부분이다. 특허가 만료된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바이오시밀러를 만들더라도 완전히 동일한 약품으로 인식되어 대체조제가 이루어지지는 않으니, 기존 바이오의약품에 비해서 부가적인 효용이 증가된 바이오베터를 내세워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을 세우는 것이다. - P103
바이오의약품은 살아 있는 세포를 이용해서생산하기 때문에 일종의 혼합물 형태로 얻어지고, 그 이유를 들어 특허 만료 이후에도 복제약을 동등하게 대체 가능한 ‘제네릭‘이 아닌 ‘바이오시밀러‘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정의한다. 이는 후발기업들에게 또 다른 진입장벽으로 작용하며, 기업들은 불리함을 해소하기 위해 부가적인 편의성을 덧붙인 바이오베터를 활발히개발하고 있다. 화학합성의약품 생산 공정과는 다른 오히려 ‘목축업‘과 같은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정이 낳은 독특한 현상이다. - P105
항체의약품 생산은 목축업과 유사한 방식으로 운영된다는 것을 설명했다. 목적하는 항체 유전자를 담은 세포를 키우고, 그 세포가 생산하는 항체를 정제해서 의약품으로 만드는 데는 매우 많은 비용과 시간이소요된다. 4장에서 목적하는 항체를 생성하는 유전자를 찾는 방법을, 5장에서는 그 유전자를 포함하는 세포를 키워서 얻어진 산물을 정제하는방법에 대해 살펴봤는데, 사실은 그 중간 과정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목적하는 유전자가 올바르게 들어있는 세포를 찾아내는 과정이다. - P106
앞선 두 장을 통해 현재 바이오의약품의 주류인 항체의약품개발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그리고 항체의약품 생산에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를 살펴봤다. 항체의약품은 표적특이성 덕분에 정교한 생체기능 조절이라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 기존 화학합성의약품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던 분야에 새로 길을 냈다. 하지만 목적하는 항체를 찾아내는 과정은 매우 어렵고, 돈과 시간이 많이드는 일이다. 그렇게 개발된 항체의약품은 항체 단백질의 특성상CHO 세포에서 생산되어야 하는데, 생산 과정이 상당히 까다롭고 조건을 동일하게 맞추더라도 일종의 혼합물‘로 얻어지는 등의 변동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 덕분에 각 나라의 규제기관은특허권 만료 이후에도 ‘바이오시밀러’라는 완전히 동일하지 않은 대체약만 허가해 주고 있다. - P110
즉 가격의 하방한계 자체가 꽤 높게 설정되어 있다는 뜻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암과 같이 기대수명을 매우 많이 낮추거나, 심각한 유전병처럼 삶의 질을 아주 악화시키는 질병을 대상으로만 약을 개발해야 한다. 항체는 높은표적특이성에 기반한 정교한 생리조절 기능을 제공하지만, 정작현실에서 그 약을 쓸 수 있는 조건에 제한되어 전체 질병 중 극히일부 분야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항암제 분야는 불필요한 과잉 경쟁이 생기고, 나머지 분야는 어정쩡한 불모지로 남는다. 자원 배분의 측면에서 별로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 나타나는 것이다. - P113
첫 번째는 항체의약품의 생산 가격을 낮추는 기술혁신을 이루는 것이다. 앞에서 대장균 플랫폼을 이용한 바이오의약품 생산과 CHO 세포를 이용한 바이오의약품 생산을 비교하며 대장균 플랫폼의 가격이 훨씬 저렴하다는 걸 설명했다. 그렇지만 대장균과인간의 단백질 합성 방식이 조금 다르고, 대장균은 항체처럼 큰단백질을 생산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아 현재는 어쩔 수 없이 비싼 비용을 치르며 CHO 세포를 이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CHO 세포보다 저렴하면서도, CHO 세포처럼 큰 단백질을 생산할 수 있는 제3의 생산 플랫폼을 찾는다면 생산 단가를 꽤 낮출 수 있다. 이를 위해 다양한 후보들이 검토되고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후보로는 곤충 세포와 식물 세포가 있다. 아직까진 산업 수준에서실용화된 사례는 없고, 식물을 이용하는 시도가 개중에서는 가장 성공적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실제로 2012년에는 한 제약사가 당근 세포를 이용해서 생산한 바이오의약품을 세계 최초로FDA에서 승인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 후 약 10년이 지나는 동안별다른 후속 의약품 생산 소식이 들리지 않는 것을 고려하면 학술적인 부분에서만 유의미하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 - P114
두 번째는 아예 항체 자체를 다른 물질로 대체하는 방식이다. 현재 바이오의약품의 주류가 ‘항체인 이유는 항체가 매우 강력표적특이성을 갖기 때문이다. 그래서 높은 생산 비용을 감수하고도 항체의약품을 쓰는 것인데, 항체와 비슷하게 높은 표적특이성을 가진 물질을 개발한다면 생산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면서도 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물질이 이미 개발되어 연구되고 있다. 바로 압타머Aptamer이다. - P115
RNA에 담긴 유전정보가 단백질 합성기계인 리보솜ribosome에 도달하면, 유전정보는 비로소 구체적인 인체 기능을수행하는 단백질로 바뀌게 된다. 항체의약품은 이렇게 만들어진최종적인 단백질을 조절하여 생체기능을 조절하는 것이다. 그런데 최종 산물인 단백질을 조절하는 게 아니라, 그보다 앞 단계인RNA를 조절하는 방식 으로 생체기능을 조절하면 어떨까. 이것이바로 RNA 치료제의 개념이다. RNA 치료제도 두 가지 방식으로나눌 수 있는데 각각을 살펴보자. - P118
첫 번째 방식은 목적하는 단백질의 유전정보를 담고 있는 RNA를 직접 몸에 넣어 주는 방식의 치료제이다. 코로나19 백신 개발로 유명해진 독일의 바이오앤텍BioNTech, NASDAQ:BNTX이나 미국의 모더나Moderna, NASDAQ:MRNA 같은 기업이 강점을 보이는 것이이와 같은 방식인데, 세포 내의 단백질 합성기계인 리보솜이 바로 인식할 수 있는 형태의 RNA인 mRNA를 직접 몸속에 넣어 주는 방법이다. 그러면 원하는 단백질이 세포 내에서 생성되고, 만들어진 단백질은 생체기능 조절에 효과적으로 관여할 수 있다. - P118
항체의약품을 이용해서 만들어진 단백질을 틀어막는, 일종의 네거티브negative 방식의 조절이 아니라 새로운 단백질을 만드는 포지티브positive 방식의 조절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런 방식의 단점은 표적특이성이 높지 않다는 점과 인체의면역계가 이렇게 생성된 단백질을 외래 단백질로 인식하여 면역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아직은 개발 초기 단계에 가깝지만, 코로나19 mRNA 백신 개발을 계기로 인체 적용 가능성을확인받았으므로 관련 분야는 꾸준히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비록현재까지 코로나19 백신 외에 FDA 승인을 받은 다른 약은 없다시피 하지만 말이다. - P119
두 번째 방식은 특정 단백질을 생성하는 RNA에 짝이 맞는 제해 RNA를 넣는 방식인 RNA 간섭RNA interference 치료제다. 가령 )혈액 중의 콜레스테롤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이상지질혈증 중 일부는 유전적 이상으로 인해 콜레스테롤 대사를 억제하는 단백질이 너무 늘어나는 것이 원인인 경우가 있다. 이런 환자들은 콜레스테롤 대사를 억제하는 단백질이 감소하면 혈액 중의 콜레스테롤 농도가 정상 수준으로 돌아올 수 있다. 그러므로콜레스테롤 대사 억제 단백질을 만드는 mRNA에 짝이 맞는 저해RNA(이를 안티센스 RNA라고 부른다)를 넣어 주면 콜레스테롤 대사억제 단백질의 생성을 감소시킬 수 있다. - P119
앞서 바이오의약품의 미래를 얘기하며 mRNA를 직접 넣어 주는 방식은 표적특이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것을 좀 구체적으로설명하면 이렇다. 낭포성섬유증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호흡기계에만 선별적으로 부족한 분비단백질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분비단백질의 유전자를 담은 mRNA를 몸속에 넣어 주면 이 mRNA가 폐나 호흡기의 세포로만 가진 않는다. 가령 엉덩이에 근육주사로 맞으면엉덩이에만 분비단백질이 생기게 된다거나 하는 일이 나타나서 별다른효과를 보기 힘들 수도 있다. 그렇다고 이를 일반적인 주사와 비슷하게혈관 내에 직접 주입하면 mRNA가 포함된 약물은 전신을 고르게 순환해서 어디에 그 mRNA를 전달할지 알 수가 없다. 즉, 목적하는 단백질에 대한 유전정보를 담은 mRNA를 개발하는 것 자체보다는 이를 원하는 위치로 적절히 전달하는 것이 훨씬 어렵다는 이야기이다. - P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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