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시험을 3상까지 무사히 마치면 드디어 신약 후보물질을 판매할 수 있도록 규제기관에서 시판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 절차를 신약 허가신청, FDA 절차상으로는 NDA(New DrugApplication)라고 부른다. 그냥 별것 아닌 서류제출 과정으로 보일수도 있지만, 메디컬 라이터 medical writter라는 특수한 허가전담 인력들이 붙어서 최소 1년 정도는 준비해야 하는 무척 까다로운 절차다. 애써 제출한 자료에 보완 사항이 있으면 지속적인 반려와보완 요청을 당하기도 하고, 심한 경우에는 아예 임상시험을 새로 진행하라는 요구를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결코 만만하게 볼수 없는 과정이다. 국내 제약사 중에서 이 단계까지를 오롯이 자력으로 완수한곳으로는 SK바이오팜KOSPI:326030이 유일하다. 자체 개발한 뇌전증 신약의 성공 여부를 떠나서, 미국 FDA에서 신약을 허가받는절차를 회사 차원에서 혼자 진행한 경험 자체가 매우 귀중한 것이라 추후 다른 신약 개발•허가받는 과정에 큰 메리트가 있다. - P160
특히나 주요 선진국의 규제기관에서는 의약품 생산 시설에 대한 엄격한 기준인 ‘우수 의약품제조·관리 기준 Good Manufacturing Practice, GMP‘을 반드시 준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해외에 위치한 생산 시설이라고 해서 단순히 서류상으로만 점검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규제기관 담당자들이 현장에 나가는 실사를 의무화하고 있다. - P163
이런 배경에서 제약업계에서 유독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생산 방식이 나타났는데, 바로 제약 위탁생산 기업 contract manufacturing organization, 보통은 약어인 CMO로 불리는 기업들이다. 비슷하게 위탁생산이 일반화된 반도체 업계와 비교해 보면 이해하기가 쉬운데, 애플이나 AMD 같은 반도체 회사는 연구개발과 제품설계만 할 뿐 자체적인 생산 시설을 갖추고 있지는 않다. 그러므로 이들 회사의 생산 물량을 받아 설계된 대로의 제품 생산만을 전담하는 대만의 TSMC 같은 파운드리 foundry 기업도 따로존재하는데, 제약기업에서는 이 역할을 CMO가 담당한다. 앞서설명한 요인에 의해 CMO는 규모가 클수록 평균생산단가를 낮출 수 있으므로, 반도체 업계의 파운드리 기업과 마찬가지로 점차 덩치가 큰 기업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는 과점 형태로 변해 간다. 차이점이 있다면 주된 생산 제품에 따라 필요한 장비와 시설이 달라지니 CMO도 업종별로 나뉘게 된다는 점이다. - P164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의약품 중에서도 CHO 세포를 배양해서 생산하는 항체의약품 등에 주된 생산 역량이 있는 회사이고, 한미약품은 대장균을 배양해서 생산하는 바이오의약품에 특화된 생산 설비를 갖추고 있다. - P164
녹십자KOSPI:006280 같은 경우도 백신 생산에 있어 세계적인 수준의 CMO 설비를 갖추고 있지만, 이는 만들어진 백신 원액을 멸균 공정을 통해 용기형태로 포장하는 후반부 작업에 대한 능력이지 어떤 형태의 백신이건 모두 위탁생산을 할 수 있다는 의미가 전혀 아니다. 세부 분야별로 설비와 규모를 갖춘 기업들이 과점하는 시장인 것이다. - P165
이런 점 때문에 CMO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은 대규모 생산 시설을 갖추는 것 자체가 후발주자의 진입을 막아 내는 효과적인 방어 수단이다. 동시에 특정 분야 의약품의 생산이 완전히중단되지 않는 한은 꾸준한 위탁생산이 가능하니 위험부담도 적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제약업의 본질은 결국 제조업‘이다. 신약개발에만 전념하는 기업들만이 아니라 CMO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회사들에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 P166
RNA 치료제는 크게 두 갈래로 나눌 수 있다. 코로나19 백신처럼MINA를 이용해 몸속에 직접 특정 단백질을 발현해 원하는 기능을 수행하도록 하는 게 한 갈래이고, 이와는 반대로 몸속에서 특정 단백질이발현되는 걸 저해하는 RNA(안티센스 RNA)를 넣어 특정 기능이 발현되지 못하도록 막는 RNA 간섭 치료제가 또 다른 한 갈래다. - P171
mRNA는 특정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단백질 정보를 모두 담아야 하니 상대적으로 길이도 길고 합성에도 더 큰 비용이 드는데, RNA 간섭 치료제는 목적하는 mRNA에 결합해서 이를 방해하기만 하면충분하므로 상대적으로 길이도 짧고 합성 비용도 저렴하다. 이런 짧은 길이의 유전물질들을 통칭하는 표현이 바로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이다. - P172
바로 플랫폼platform 기술을 개발을 주력으로 하는 플랫폼 기업들이다. 애플의 iOS나 구글의 안드로이드 같은 스마트폰 운영체제 플랫폼,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SNS 플랫폼, 국내의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 플랫폼처럼 제약업계에도 플랫폼기술이 존재한다. 기존 의약품에 적용하여 다수의 후보물질을 도출할 수 있는 기반기술, 그러니까 개별 의약품이 아닌 여러 의약품에 범용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고유 기술이 있는 것이다. - P210
제약분야에서 사용하는 플랫폼 기술은 의약품 그 자체가 아닌특정 의약품의 생산, 흡수, 전달 같은 약리작용의 외적인 측면에서 범용성이 있는 기술을 통칭한다. 가령 기존에 개발된 [A]라는의약품이 있을 때, [A]가 몸에 더 잘 흡수되도록 개량한 [A]‘라는의약품을 개발하는 단발적인 방식이 아니라 [A]가 아닌 어떤 [의약품]이든 [의약품]‘ 형태로 개량할 수 있는 원천 기술을 플랫폼기술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즉, 이런 기술을 가진 제약사는 [BJ‘, [C], [D]‘를 계속 개량할 수 있다. - P213
플랫폼 기술은 크게 생산과 탐색에 집중된 기술, 그리고 흡수와 전달에 관련된 기술로 나눌 수 있다. - P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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