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초기 의약품 개발은 전통의학적 기반을 참고해서 진행됐다. 가령 버드나무 껍질을 달여 마시면 진통 효과가 난다는 전통적인 치료법을 참고해서 버드나무 껍질에 포함된 진통제 성분만을 화학적으로 분리한 것이 아스피린의 기원이다. 비슷한 방식으로 세계 각지의 전통의약품 지식을 활용해서 많은 의약품 개발이 진행되었고, 이 과정에서 실제로는 아무런 효과가 없는 전통의약품이 생각보다 많다‘는 게 밝혀지면서 이런 방식의 의약품 개발은 한계에 봉착하고 말았다. 조금이나마 힌트를 얻을 수 있는약품 후보군이 거의 고갈되어 버린 것이다. - P129
비임상시험을 완료하고 임상시험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임상시험 계획서를 허가기관에 제출해야 한다. FDA 허가과정에서는 이를 IND(Investigational New Drug) 신청이라고 부르는데, 앞서소개했던 비임상시험들은 사실 IND를 신청하기 위한 필수항목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IND 신청을 위한 조건을 모두 충족하면 임상시험 허가 담당기관인 국내의 식품의약품안전처나 미국FDA, 유럽 EMA 등이 드디어 임상시험을 승인하게 된다. - P143
신약 허가를 위한 임상시험은 총 세 단계를 거친다.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인체에 처음으로 약을 투여해 약의 체내 분포와안전성을 확인하는 임상 1상, 소규모의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약의 유효성을 주로 평가하는 임상 2상, 대규모 환자를 대상으로 유효성을 확정하는 임상3상이다. - P144
임상 1상에 진입한 약물이 최종 허가를 받을 가능성은 9.6%에 불과하다. 문제는 이 데이터가 임상시험 진행 경력이 풍부한 글로벌제약사까지 모두 포함한 것이란 점이다. 중소규모 제약사나 바이오벤처의 임상시험 성공률은 평균치를 밑돈다. 따라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는 회사에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면, 이 수치보다조금 더 보수적인 값을 잡고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구체적으로 각 단계와 비용을 뜯어보자. - P145
두 번째는 임상 2상으로 여기서부터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약의 유효성을 평가하기 시작한다. 임상 2상은 다시 임상 2a, 임상2b로 나눠서 진행하기도 하는데, 2a에서는 약을 다양한 용량으로 시험해서 어떤 용량이 최적인지를 결정하고, 임상 25에서는2a에서 정해진 용량을 바탕으로 약의 유효성을 평가한다. 최초로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임상시험이기도 하고, 기존에 해당 질병을 치료하는 약이 있다면 이와의 비교도 직간접적으로 진행해야 하니 결과가 나쁘면 임상 3상으로 진행하지 못하고 멈추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성공률이 오히려 임상 3상보다도 더 낮아지게되는 것인데, 임상 2상 시험에 드는 비용은 국내에서는 대략 40억 원, 미국에서는 1,300만 달러(약 145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 - P147
앞에서 소개한 세 종류의 임상시험은 가장 보편적인 방식의임상시험 절차다. 임상 1상에서 안전성과 인체 내 약물의 분포를, 임상 2상에서 실제 약효를, 임상 3상에서 대규모 검증을 진행하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와 같은 전통적인 임상시험 절차가 아닌, 조금 독특한 방식의 임상시험 절차도 등장하고 있다. 1상, 2상, 3상의 형태로 개별 임상시험을 완전히 분리한 것이 아니라 1상과2상을 혹은 2상과 3상을 병행해서 동시에 하나의 임상시험처럼진행하는 것이다. 이런 방식의 임상시험을 병행 임상시험seamlessclinical trial이라고 부르는데, 영문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이음매 없는seamless’ 방식으로 임상시험을 구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 P149
병행 임상까지 살펴봤으니, 이제는 투자자 관점에서 각 임상단계를 한 번 살펴보자. 투자자 관점에서 가장 리스크가 적은 단계는 임상 1상에 진입하는 시점과 임상 3상에 진입하는 시점이다. 임상 1상은 거의 실패하지 않고, 실제 효과 검증은 임상 2상부터 진행되니 설혹 신약개발 역량에 대한 우려가 생기더라도상 1상 성공 직후에 엑시트 하면 그만이다. 다만 이런 방식은상 1상에 진입하는 시점을 비교적 명확히 알아야 한다는 점, 그리고 비임상시험 데이터를 어느 정도는 해석할 능력이 있어야 완전히 사기에 가까운 회사를 걸러 낼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가장 좋은 시점은 임상 2상 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임상 3상 시험에 진입하기 직전이다. 제약사가 임상2상 결과를 바탕으로 기술이전을 할 수도 있고, 임상 3상 시험에진입한다면 확률적으로 임상 2상 시험 진입 시와 비교해 실패 확률이 낮기 때문이다. 만약 임상 2a상과 임상 2b상이 나뉜다면 더신뢰할 수 있는 건 실제로 약효평가를 대규모로 진행하는 임상2b상이다. 물론 가장 큰 수익은 임상 1상부터 함께하는 투자자들이 거두겠지만, 그들은 그만큼 위험도 같이 분담한다는 점을 꼭명심해야 한다. - P151
돈이 아니다. 일반적인 제약업계의 기술이전 계약은 크게 두 단계의 금액으로 구분된다. 첫 번째는 계약금 조로 받는 업프론트upfront이다. 이 돈은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는 즉시 기업에게 지급되는 돈으로, 당해 실적에 바로 적용이 된다. 그렇지만 금액 자체는 그리 크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통은 기술이전 계약 총액이 1조 원이라면 이금액의 10% 이내인 1,000억 원 정도의 금액을 받는다. 개발 단계가 더 많이 진행되었을수록 계약금도 올라가며, 비임상시험 단계에서 기술이전을 하는 경우엔 계약금이 전체 총액의 5%도 안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계약금이기에 기술이전 계약이 취소되어도반환의무가 없는 돈이지만, 전체 금액 중 차지하는 비중은 꽤 낮다고 할 수 있다. 기술이전 계약 금액을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되는 이유다. - P152
두 번째는 개발의 특정 단계를 달성할 시 받는 마일스톤milestone 계약금이다. 예를 들어 임상 1상을 마친 약을 기술이전계약으로 글로벌 제약사에 1조 원에 판매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기술이전이 성사된 이후, 약이 실제로 허가를 받기까지 거쳐야 하는 과정들이 존재한다. 임상 2상, 임상 3상, 최종 의약품 허가 등의 단계를 일종의 단계별 이정표milestone로 삼고 그 단계를 달성할 때마다 금액을 지불하도록 계약금을 설정하는 것이다. 이런 방식의 마일스톤을 개발 마일스톤‘이라고 부른다. 개발 단계를 지나 허가를 받는 데 성공하면 다시 허가 마일스톤‘ 대가를받는데 금액 측면에서는 허가 마일스톤이 가장 크다. 각 단계의후반부로 갈수록 받을 수 있는 금액이 점점 커지는 것이다. 이 점이 무척 중요한데, 이런 방식의 계약은 글로벌 제약사들이 철저하게 약의 효과와 시장성만 보고 냉정한 판단을 내리게 만든다. - P153
두긴 힘들다. 결과적으로 대부분의 임상시험은 제약회사 외부의 임상시험 수탁기관인 CRO(Contract Research Organization)‘가 맡아서 진행하게 되는데, 임상시험 시장도 소수 업체가 시장점유율의 절대다수를차지하는 과점 시장이 오랫동안 유지되고 있다. 그 핵심에 있는 업체가세계 최고의 임상시험 수탁기관인 아이큐비아QVIA, NYSE:IQV이다. - P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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