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크리스마스를 사랑한다. 트리를 장식하고 성가대에서 노래하고 쿠키를 굽고 선물을 포장하는 그 모든 것이 좋다. 심지어 대다수가 싫어하는 일들, 붐비는 쇼핑몰에서 선물을 사고 크리스마스 소식지를 읽고 친척들을 만나고 공항에서 수하물을 부치려고 긴 줄을 서는 것조차 좋아한다.

좋다, 거짓말이다. 수하물을 부치겠다고 긴 줄을 서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비행기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보는 건 좋다. 호랑가시나무와 촛불과 에그노그와 캐럴도 좋다.

그러나 무엇보다 나는 크리스마스 이야기와 영화를 좋아한다. 좋다, 또 거짓말이다. 모든 크리스마스 이야기와 영화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예를 들면 영화 <멋진 인생> 그리고 한스 안데르센의 <전나무>는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영화 <34번가의 기적>과 크리스토퍼 몰리의 <다듬어지지 않은 나무>와 크리스티나 로제티의 시 <적막한 한겨울에>를 사랑한다. 우리 가족은 매년 <사랑에 눈뜰 때>와 <크리스마스 스토리>를 보고,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조지 V. 히긴스의 <‘크리스마스 과거 유령’은 눈옷을 못 입어요>를 큰 소리로 읽으며 우리 집 전통에 보탤 새로운 고전을 간절하게 찾는다.

그리 많지는 않다. 우선은 크리스마스 이야기들이 보기보다 훨씬 더 쓰기 어렵기 때문이고, 또 부분적으로는 관련 주제가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거의 2천 년 동안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써왔고 눈사람, 산타, 목동에 관해 가능한 모든 변주가 이루어져 왔다.

- <빨간 구두 꺼져! 나는 로켓 무용단이 되고 싶었다고!>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784894 - P10

게다가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쓰려는 작가는 감상과 회의 사이에서 팽팽한 줄타기를 해야 하는데, 대다수는 결국 냉소나 신파 중 하나에 빠지고 만다.

그렇다. 한스 안데르센 말이다. 그는 손수건 세 개는 적시고 남을 만큼 슬픈 이야기를 만들어냈는데, 막심 고리키는 안데르센의 이야기를 두고 "가난한 소녀나 소년을 데려다가 대개 화려한 빛을 뿜어내는 크리스마스 트리가 보이는 창문 아래 어딘가에서 얼어 죽게 한다"고 발끈한 적이 있다. 성냥팔이 소녀도, 빳빳하게 서 있는 장난감 주석 병정도, 심지어 눈사람도(물론 얼어 죽은 게 아니라 녹아 사라졌지만) 모두 억울한 운명을 맞았다. 그것도 크리스마스에 말이다.

안데르센이 나타나기 전에는 누구도 그리 우울한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쓸 생각을 하지 않았다. 심지어 책 속에서 꽤 많은 어린이를 죽게 만든 디킨스조차도 <크리스마스 캐럴>의 타이니 팀은 죽이지 않았다. 그러나 안데르센은 모두의 크리스마스를 망치기로 작정한 사람처럼, 아무 잘못도 없는 아이들을 얼어 죽게 하고 충직한 장난감을 녹여 주석 덩어리로 만들고 가만히 숲에 서 있기만 했던 죄 없는 전나무를 베어내 땔감으로 만들어버렸다.

더 안타깝게는 안데르센에게 영감을 받은 수십 명의 모방자가 남은 빅토리아 시대 내내 거룩한 아이들을 죽이고(일부는 도무지 참아줄 수가 없어 죽을 만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을 죽였다.

- <빨간 구두 꺼져! 나는 로켓 무용단이 되고 싶었다고!>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784894 - P11

그리고 앞서 말한 크리스토퍼 몰리의 <다듬어지지 않은 나무>가 있다.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의 <전나무>에 대응하는 이야기다. 그러나 안데르센과 달리 몰리는 크리스마스의 목적이 고통만이 아니라 구원까지 일깨워주는 것임을 알고 있다. 그의 이야기는 독자를 아프게 하고 좌절하게 하지만 종국엔 대단한 기쁨을 안겨준다.
- <빨간 구두 꺼져! 나는 로켓 무용단이 되고 싶었다고!>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784894 - P15

또한 그는 글쓰기에 대해서도 많이 알았다. 구성이 빼어나고 대사가 훌륭하며 첫 문장 "우선 말리가 죽었다는 말부터 해야겠다."는 문학사에서 가장 위대한 첫 문장 "나를 이슈마엘이라 불러달라." 다음 좋은 문장으로 꼽힌다. 그는 이야기를 어떻게 끝내야 하는지도 알았고 크리스마스 이야기는 해피엔딩이어야 한다는 것도 알았다.
- <빨간 구두 꺼져! 나는 로켓 무용단이 되고 싶었다고!>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784894 - P19

그러나 압도적인 증거에도 불구하고 크리스마스는 ‘인간은 변할 수 있고 속죄할 가치가 있다’는 교훈을 믿는 사람들의 시간이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이야기는 사실상 ‘그러한’ 크리스마스 이야기다. 이야기의 끝에 다다르면 딱딱해진 우리의 심장은 어느새 쩍 갈라지며 열린다. - <빨간 구두 꺼져! 나는 로켓 무용단이 되고 싶었다고!>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784894 - P20

얼마나 사랑하면 나 역시 수년간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써왔다. 여기 그 이야기들을 모았다. 교회 성가대와 크리스마스 선물과 우주에서 온 기분 나쁜 녀석들에 관한 이야기, 기대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소원이 이루어지는 이야기, 소원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야기, 그리고 소원이 있는 줄도 몰랐던 이야기, 별과 목동과 동방박사와 산타클로스와 겨우살이와 <멋진 인생>과 재생용지로 만든 크리스마스 카드에 관한 이야기들을 모았다. 심지어 살인사건도 나온다. 그리고 ‘다가올 크리스마스의 유령’에 관한 이야기도.

여러분이 좋아하면 좋겠다. 그리고 다들 아주 즐거운 크리스마스를 보내면 좋겠다! - <빨간 구두 꺼져! 나는 로켓 무용단이 되고 싶었다고!>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784894 -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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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노카가 세상을 떴을 때, 그는 아무런 칭호도 받지 못했었고 많은 빚만을 남겼다. 아들인 오콩코가 아버지를 부끄러워하는 것이 뜻밖의 일인가? 다행히도 세상은 아버지가 아니라 본인의 가치에 따라 사람을 판단하였다. 분명 오콩코는 큰일을 할 재목이었다.

-알라딘 eBook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치누아 아체베 지음, 조규형 옮김) 중에서 - P12

하지만 그는 평생 어떤 두려움 속에 살았는데, 그것은 실패와 유약함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그것은 악과 변덕스러운 신 그리고 주술에 대한 두려움, 숲에 대한 두려움, 잔혹함으로 눈이 벌건 자연의 힘에 대한 두려움보다도 한층 더 컸고 뿌리가 깊었다. 그 두려움은 외적인 것이 아니라 내면의 것이었다. 그것은 스스로에 대한 두려움, 즉 그가 아버지를 닮은 것같이 보이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었다.

-알라딘 eBook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치누아 아체베 지음, 조규형 옮김) 중에서 - P19

그래서 오콩코는 아버지 우노카가 사랑했던 모든 것을 증오하는 감정에 지배받게 되었다. 그 하나가 친절함이었고 또 다른 하나가 게으름이었다.

-알라딘 eBook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치누아 아체베 지음, 조규형 옮김) 중에서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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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훌륭한 예술가란 그 아무도 닮지 않은 자기 자신의 흔적을 지구라는 돌 위에 새겨놓은 사람일 것이다. 마리 로랑생이 이십대에 그린 자화상은 슬프고 고독하게 보이지만, 아무도 꺾을 수 없는 굳은 의지와 자유로운 정신이 엿보인다. - <산책주의자의 사생활>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94295 - P119

요즘은 나혜석의 예언이 딱 들어맞아 신기한 기분도 든다.

"조선의 남성들아. 나는 그대들의 노리개를 거부하니 내 몸이 불꽃으로 타올라 한 줌 재가 될지언정 언젠가 먼 훗날 나의 피와 외침이 이 땅에 뿌려져 우리 후손 여성들은 좀 더 인간다운 삶을 살면서 내 이름을 기억할 것이리라. 그러니 소녀들이여, 깨어나 내 뒤를 따라오라. 일어나 힘을 발하라." - <산책주의자의 사생활>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94295 - P121

늙음과 죽음이라는 숙명을 타고난 인간의 근원적 슬픔을 온몸과 마음으로 느끼게 하는 자코메티 조각의 힘은 훌륭한 장인을 넘어서는 위대한 철학가가 작품 안에 있는 덕분이다. 자신이 살았던 20세기의 절망을 그토록 극명하게 표현한 예술가는 드물다. 그는 매일 전진한다는 기분에 사로잡히고자 했다. "나는 계속한다. 그것에 더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것이 더 멀어진다는 걸 알면서." - <산책주의자의 사생활>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94295 - P122

말하자면, 이것은 사랑에 빠질 때와도 비슷한 존재의 원근법이다. 사랑에 빠졌을 때 우리는 상대의 객관적인 본질을 왜곡시켜, 자신만의 시각으로 상대를 바라본다. 자코메티의 작품이 이전 조각 작품들과 전적으로 다른 것은 그 실물 크기에 관한, 실재와 무 사이의 변증법이다. "인간이 걸어 다닐 때면 몸무게의 존재를 잊어버리고 가볍게 걷는다. 거리의 사람들을 보라. 그들은 무게가 없다. 내가 보여주려는 건 바로 그 가벼움이다." 그의 작품은 참을 수 없는 인간 존재의 가벼움을 보여주면서, 반대로 참을 수 없는 인간 상황의 무거움을 암시한다. - <산책주의자의 사생활>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94295 - P123

"마침내 나는 일어섰다. 그리고 한발을 내디뎌 걷는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그 끝이 어딘지 알 수는 없지만, 그러나 나는 걷는다. 걸어야만 한다." 마치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 『좀머 씨 이야기』를 생각나게 하는 자코메티의 말은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나는 살아야 한다’는 말로 들린다. - <산책주의자의 사생활>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94295 - P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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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이 화가인 나는 고흐의 이런 말을 떠올리며 위로를 받는다.

"나는 내 예술로 사람들을 어루만지고 싶다. 그들이 이렇게 말하길 바란다. 마음이 깊은 사람이구나.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구나." - <산책주의자의 사생활>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94295 -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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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 풍경을 자주 그리는 건 죽은 뒤에는 할 수 없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이 사랑이기 때문이라고.

아무리 숨길 수 없는 게 기침과 가난과 사랑이라 해도, 올겨울엔 모두 사랑하기를. - <산책주의자의 사생활>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94295 - P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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