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훌륭한 예술가란 그 아무도 닮지 않은 자기 자신의 흔적을 지구라는 돌 위에 새겨놓은 사람일 것이다. 마리 로랑생이 이십대에 그린 자화상은 슬프고 고독하게 보이지만, 아무도 꺾을 수 없는 굳은 의지와 자유로운 정신이 엿보인다. - <산책주의자의 사생활>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94295 - P119

요즘은 나혜석의 예언이 딱 들어맞아 신기한 기분도 든다.

"조선의 남성들아. 나는 그대들의 노리개를 거부하니 내 몸이 불꽃으로 타올라 한 줌 재가 될지언정 언젠가 먼 훗날 나의 피와 외침이 이 땅에 뿌려져 우리 후손 여성들은 좀 더 인간다운 삶을 살면서 내 이름을 기억할 것이리라. 그러니 소녀들이여, 깨어나 내 뒤를 따라오라. 일어나 힘을 발하라." - <산책주의자의 사생활>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94295 - P121

늙음과 죽음이라는 숙명을 타고난 인간의 근원적 슬픔을 온몸과 마음으로 느끼게 하는 자코메티 조각의 힘은 훌륭한 장인을 넘어서는 위대한 철학가가 작품 안에 있는 덕분이다. 자신이 살았던 20세기의 절망을 그토록 극명하게 표현한 예술가는 드물다. 그는 매일 전진한다는 기분에 사로잡히고자 했다. "나는 계속한다. 그것에 더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것이 더 멀어진다는 걸 알면서." - <산책주의자의 사생활>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94295 - P122

말하자면, 이것은 사랑에 빠질 때와도 비슷한 존재의 원근법이다. 사랑에 빠졌을 때 우리는 상대의 객관적인 본질을 왜곡시켜, 자신만의 시각으로 상대를 바라본다. 자코메티의 작품이 이전 조각 작품들과 전적으로 다른 것은 그 실물 크기에 관한, 실재와 무 사이의 변증법이다. "인간이 걸어 다닐 때면 몸무게의 존재를 잊어버리고 가볍게 걷는다. 거리의 사람들을 보라. 그들은 무게가 없다. 내가 보여주려는 건 바로 그 가벼움이다." 그의 작품은 참을 수 없는 인간 존재의 가벼움을 보여주면서, 반대로 참을 수 없는 인간 상황의 무거움을 암시한다. - <산책주의자의 사생활>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94295 - P123

"마침내 나는 일어섰다. 그리고 한발을 내디뎌 걷는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그 끝이 어딘지 알 수는 없지만, 그러나 나는 걷는다. 걸어야만 한다." 마치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 『좀머 씨 이야기』를 생각나게 하는 자코메티의 말은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나는 살아야 한다’는 말로 들린다. - <산책주의자의 사생활>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94295 - P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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