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말한 것들은 우리가 주어진 텍스트에서 일견 모순적 언명이나 취지를 마주쳤을 때 고려해볼 만한 대표적인 쟁점들이다. 그런데 모순적 어법 아니고는 도저히표현하기 어려운 삶의 진실 같은 것이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논리적 언어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어떤 것들은, 일견 모순적 언어 혹은 시적 언어를 통해서 비로소 제대로표현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이를테면 다음과 같은 인간의 조건을 생각해보자. 필멸의 존재로서 인간은, 살아가는 것이 곧 죽어가는 것이고 죽어가는 것이 곧 살아가는 것이다. 오늘 하루 살았다.
는 것은 오늘 하루 죽었다는 것이다. 살아가는 게 곧 죽어가는 것이고, 죽어가는 게 곧 살아가는 것이기에, 인간의삶을 표현함에 있어 살아간다는 말과 죽어간다는 말이공존할 수밖에 없다. - P49
그렇다면 바람직한 정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섬세한 소통과 해석을 가능케 하는 바탕을 공유하고 유지하는 일이 필요하다. 소통과 해석의 질은 곧 정치의 질이기도 하다. 커뮤니케이션이 거칠어진 나머지, 구호와 폭력만이 만연하게 된다면 그것은 더 이상 커뮤니케이션이라고 부를 수 없으며, 곧 정치적 타락의 지표가 된다. 그것은 공자가 개탄했던 당대 사회의 모습이기도 하였다. 그래서 『논어』 속의 공자는 불필요한 과장(overstatement)을 비판하고, 침묵 및 삼가 말하기(understatement)를 옹호한다. - P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