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야, 쓰다 막혔을 때는 읽는 게 도움이 된다. 안톤 체호프의 「미녀」, 캐서린 맨스필드의 「인형의 집」, J. D. 샐린저의 「바나나피시를 위한 완벽한 날」, ZZ 패커의 「브라우니」 혹은 「딴 데서 커피를 마시다」, 에이미 헴플의 「앨 졸슨이 묻혀 있는 묘지에서」, 레이먼드 카버의 「뚱보」,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인디언 마을」. 아래층에 다 있을 거야. 못 찾겠으면 얘기해라, 네가 나보다 뭐가 어디 있는지 더 잘 알 테지만. 사랑을 담아, 아빠가
-알라딘 eBook <섬에 있는 서점> (개브리얼 제빈 지음, 엄일녀 옮김) 중에서 - P195
어떤 것이 훌륭하고 보편적으로 인정된다고 해서, 그게 그것을 싫어할 충분한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주: 이 문장을 쓰는 데 반나절이 걸렸다. 내 두뇌가 ‘보편적으로 인정된다’는 말에서 헛돌더군.) 너의 카운티 단편소설 공모전 출품작 「바닷가 나들이」에서 나는 샐린저의 단편이 연상됐다. 내가 이 얘기를 꺼내는 건 네가 대상을 탔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야. 대상 수상작, 아마 제목이 「우리 할머니의 손」이었지, 그건 형식이나 이야기나 모두 훨씬 단순했어, 확실히 감정을 더 건드리긴 했지만. 기운 내, 마야. 서점 주인으로서 장담하는데, 수상 경력이란 건 판매에는 좀 영향을 끼칠지 모르지만 완성도 면에서는 거의 아무런 상관도 없다. —A. J. F.
P.S. 네 단편에서 가장 발전가능성이 엿보이는 부분은, 이야기에서 공감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야. 사람들은 왜 지금 그런 행동을 하는가? 위대한 글쓰기의 특징이지. P.P.S. 한가지 흠을 잡자면, 수영을 할 줄 안다는 내용은 좀더 일찍 도입했으면 하는 정도. P.P.P.S. 하나 더, 독자들도 ATM이 뭔지는 알걸.
-알라딘 eBook <섬에 있는 서점> (개브리얼 제빈 지음, 엄일녀 옮김) 중에서 - P203
한 문장이 마야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우리 아버지가 내 손을 잡고 악수했을 때, 나는 내가 작가가 되었음을 알았다.’
-알라딘 eBook <섬에 있는 서점> (개브리얼 제빈 지음, 엄일녀 옮김) 중에서 - P213
천장은 낮았고, 다양한 시대의 벽지를 몇 겹이나 뜯어내야 했다. 기초는 흔들흔들 불안했다. 에이제이는 그 집을 ‘십 년 후의 집’이라고 불렀는데, ‘십 년 후에는 살 만해질 집’이라는 뜻이었다. 어밀리아는 ‘프로젝트’라고 불렀고, 곧장 공사에 착수했다. 마야는 얼마 전 『반지의 제왕』 3부작의 여정을 헤쳐나온 터라 ‘백엔드’라고 명명했다. "호빗이 살 것처럼 생긴 집이잖아요."
-알라딘 eBook <섬에 있는 서점> (개브리얼 제빈 지음, 엄일녀 옮김) 중에서 - P214
에이제이는 딸의 이마에 입맞춤했다. 이런 훌륭한 너드를 배출하다니 기쁘기 그지없었다.
-알라딘 eBook <섬에 있는 서점> (개브리얼 제빈 지음, 엄일녀 옮김) 중에서 - P214
진실로! 마야, 내게 어밀리아 이전에 다른 아내가 있었고, 서점 주인이 되기 전에 다른 일을 했었다는 걸 넌 아마 모를 거다. 나는 니콜 에번스라는 이름의 여성과 결혼했었다. 나는 그녀를 무척 사랑했어. 그녀는 교통사고로 죽었고, 그때 이후로 오랫동안 내 안의 커다란 부분이 죽어 있었다. 널 발견하기 전까지. 니콜과 나는 대학에서 만났고, 대학원에 입학한 그해 여름에 결혼했다. 그녀는 시인이 되고 싶었지만, 그 전에 이십 세기 여성 시인들(에이드리엔 리치, 마리안 무어, 엘리자베스 비숍. 그녀는 실비아 플라스를 진짜 혐오했어)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따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나는 나대로 영문학 박사학위를 준비하고 있었다. 내 논문은 E. A. 포의 작품에 나타난 질병 묘사에 관한 것이었고, 특별히 좋아하는 주제도 아니었지만 진짜 경멸할 정도로 정나미가 떨어지던 중이었지. 그때 니콜이 문학적 삶을 살아가는 더 나은, 더 행복한 길이 있을 거라고 말을 꺼냈다. 내가 말했어, "그래, 가령 어떤?" 그녀가 말했다. "서점 주인." "좀더 자세히 말해봐." 내가 말했다. "내 고향에 서점이 하나도 없다는 거 알아?" "진짜? 앨리스 정도 되는 동네면 하나쯤 있을 법도 한데." "그래." 그녀가 말했다. "서점 없는 동네는 동네라고도 할 수 없지." 그렇게 우리는 대학원을 때려치우고 그녀의 신탁기금을 헐어 앨리스 섬으로 이주했고, 아일랜드 서점이라는 가게를 열었지.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당시엔 전혀 알지 못했음은, 말할 필요가 있을까? 니콜의 사고 이후 몇 년 동안 나는 만약 그때 박사학위를 마쳤더라면 내 인생이 어떻게 됐을까 종종 생각했다. 말이 옆으로 샜군. 이 작품은 E. A. 포의 단편 중 가장 잘 알려진 작품이라고 해도 될 거야. ‘하루살이’라고 표시된 상자를 보면 내 공책과 스물다섯 쪽짜리 논문(주로 「고자질하는 심장」에 관한 것이다)이 있을 거야. 혹시라도 네 아비가 다른 삶을 살았던 시절에 작업했던 걸 좀더 읽어보고픈 마음이 있다면. —A. J. F.
-알라딘 eBook <섬에 있는 서점> (개브리얼 제빈 지음, 엄일녀 옮김) 중에서 - P216
분명히 말해두는데, 새것이 전부 다 옛것보다 나쁘다는 건 아니다. 호박 머리 부부가 무쇠 머리 아이를 낳는다. 요즘 들어 나는, 매우 명백한 이유가 있다고 짐작되는데, 이 소설이 무척 많이 생각난다. —A. J. F.
P.S. 토비아스 울프의 「머릿속에 박힌 총알」도 자꾸 생각난다. 그것도 한번 읽어보렴.
-알라딘 eBook <섬에 있는 서점> (개브리얼 제빈 지음, 엄일녀 옮김) 중에서 - P230
두 커플은 점점 술에 취한다. 무엇이 사랑이고 무엇이 사랑이 아닌지 말다툼을 벌인다. 내가 한참을 골똘히 생각해온 문제는, 어째서 싫어하는/혐오하는/결함이 있다고 인정하는 것들에 관해 쓰는 것이 사랑하는 것들에 관해 쓰는 것보다 훨씬 더 쉬운걸까 하는 거야.* 이 소설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단편인데도, 마야, 아직 그 이유에 대해선 뭐라고 운을 뗄 수가 없구나. (또한 너와 어밀리아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다.) —A. J. F.
* 물론 이것으로 인터넷에 올라온 많은 글들이 설명된다.
-알라딘 eBook <섬에 있는 서점> (개브리얼 제빈 지음, 엄일녀 옮김) 중에서 - P256
"당신 때문에 우는 게 아냐. 나 때문에 우는 거지. 당신을 발견하기까지 얼마나 오래 걸렸는지 알아? 끔찍한 데이트를 몇 번이나 했는지 알아? 다시—" 이제 그녀는 숨이 찬다. "—다시 데이트 사이트에 가입할 순 없어. 그럴 순 없다구." "빅버드, 늘 앞서가는군." "빅버드라니. 아니 대체……? 이 시점에 우리 사이에 그 별명을 들먹이면 안 되지!" "누군가를 만나게 될 거야. 나도 그랬는걸." "엿이나 드셔. 난 당신을 좋아해. 당신에게 길들여졌어. 당신이 내 남자라고, 이 바보야.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순 없어."
-알라딘 eBook <섬에 있는 서점> (개브리얼 제빈 지음, 엄일녀 옮김) 중에서 - P260
특이한 방법으로 고객의 돈을 갈취하는 서점 주인에 관한 짧은 희극. 캐릭터들을 보면, 로알드 달의 작품에 흔히 등장하는 기회주의적인 기괴한 인물들의 집합이다. 플롯을 보면, 반전은 늦게 오고 이야기의 결함을 충분히 상쇄하지도 못한다. 「서적상」은 정말이지 이 목록에 있어선 안 되는데—어느 모로 봐도 로알드 달의 특출난 작품은 아니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어린 양」 발끝에도 못 미치지—그럼에도 여기에 올렸다. 범작에 불과하다는 걸 알면서도 이 목록에 올려놓은 이유를 어떻게 설명할까? 답은 이렇다. 네 아빠는 거기 나오는 캐릭터들과 연결점이 있어. 그 점이 나한테 의미가 있다. 이 일은 하면 할수록(그래, 당연히 서점이지, 그리고 오그라들게 감상적이 아니라면 이 삶 또한) 그게 바로 핵심이라는 생각이 든다. 연결되는 것 말이다, 우리 귀여운 꼬마 너드. 오직 연결되는 것. —A. J. F.
-알라딘 eBook <섬에 있는 서점> (개브리얼 제빈 지음, 엄일녀 옮김) 중에서 - P264
아주 심플한 거야, 그는 생각한다.마야, 그는 말하고 싶다,이젠 다 알아. 하지만 그의 두뇌가 말을 듣지 않는다. 마땅한 말을 못 찾으면 빌려 쓰는 거지.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기 위해 책을 읽는다.1우리는 혼자라서 책을 읽는다. 책을 읽으면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1 C. S. 루이스가 한 말로 알려져 있지만 확실하지 않다. 루이스를 다룬 영화 <섀도우랜드>(윌리엄 니콜슨 극본)에서 극중 루이스(앤서니 홉킨스 분)의 대사로 나온다. 내 인생은 이 책들 안에 있어, 그는 마야에게 말하고 싶다.이 책들을 읽으면 내 마음을 알 거야. 우리는 딱 장편소설은 아니야. 그가 찾고 있는 비유에 거의 다가간 것 같다. 우리는 딱 단편소설은 아니야. 그러고 보니 그의 인생이 그 말과 가장 가까운 것 같았다. 결국, 우리는 단편집이야.
-알라딘 eBook <섬에 있는 서점> (개브리얼 제빈 지음, 엄일녀 옮김) 중에서 - P265
"우리는 우리가 수집하고, 습득하고, 읽은 것들이 아니다. 우리는, 우리가 여기 있는 한, 그저 사랑이야. 우리가 사랑했던 것들. 우리가 사랑했던 사람들. 그리고 그런 것들이, 그런 것들이 진정 계속 살아남는 거라고 생각해."
-알라딘 eBook <섬에 있는 서점> (개브리얼 제빈 지음, 엄일녀 옮김) 중에서 - P267
그는 고개를 끄덕였고, 마야는 아버지의 두 손에 자기 손을 포갰다. 차갑던 그의 손이 이제 따뜻해지고, 그는 오늘은 이걸로 할 만큼 했다고 판단한다. 내일은, 어쩌면, 말을 찾아낼지도.
-알라딘 eBook <섬에 있는 서점> (개브리얼 제빈 지음, 엄일녀 옮김) 중에서 - P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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