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드와 누르가 카불을 떠나 북쪽의 판즈시르로 가서 아마드 샤 마수드 사령관 밑에서 지하드에 참여했을 때, 라일라는 두 살이었다.

-알라딘 eBook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중에서 - P195

늘 그런 식이었다. 두 사람 다, 시치미를 떼고, 의무적인 질문에 형식적인 답변을 했다. 열기라곤 하나도 없이 똑같이 반복되는 낡고 지겨운 일종의 춤.

-알라딘 eBook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중에서 - P198

그런데 어느 날 밤, 라일라는 거리 아래쪽에서 자그만 플래시 불빛이 비치는 걸 보았다. 그녀의 입에서 외마디 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녀는 침대에서 재빨리 자신의 플래시를 찾았지만 작동이 안 됐다. 라일라는 손바닥으로 플래시를 쿵쿵 치면서 닳아버린 전지를 욕했다.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가 돌아왔다. 안도감으로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녀는 침대의 가장자리에 앉아 그 아름다운 노란 눈이 깜빡깜빡 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알라딘 eBook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중에서 - P204

이 방은 라일라와 타리크가 숙제를 하고, 카드로 탑을 쌓고, 서로의 모습을 우스꽝스럽게 그리던 방이었다. 비가 오면, 그들은 창턱에 기대어 오렌지 맛이 나는 따뜻한 환타를 마시며 굵은 빗물이 유리를 타고 흘러내리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알라딘 eBook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중에서 - P212

타리크의 찡그린 표정을 보고, 라일라는 이 점에서는 남자들이 여자들과 다르다는 걸 알았다. 그들은 우정을 내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이러한 말을 하고 싶은 충동도, 필요도 느끼지 않았다. 라일라는 그녀의 오빠들도 이랬을 것이라고 상상했다. 라일라는 남자들이 태양을 대하는 것처럼 우정을 대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똑바로 바라보지 않을 때, 그것의 광채를 최대한 즐길 수 있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존재. 태양.

-알라딘 eBook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중에서 - P216

이따금 라일라는 수심에 잠긴 사람들의 표정을 보면서, 자신의 가족에게 닥친 재앙이 어느 정도의 것인지 느꼈다. 가능성의 부정, 희망의 좌절.
하지만 그 느낌은 오래 가지 않았다. 엄마의 상실감을 실제로 느끼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그녀의 마음속에 살아 있는 존재로 느낀 적이 없는 사람들의 죽음에 대해 슬퍼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그녀에게 아마드와 누르는 언제나 말로만 듣던 사람들 같았다. 우화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말이다. 역사책에 나오는 왕들처럼 말이다.
피와 살을 가진 진짜 사람은 타리크였다. 그녀에게 파슈토어로 욕을 가르쳐주고, 소금에 절인 클로버 잎을 좋아하고, 음식을 씹을 때면 인상을 쓰며 낮은 신음 소리를 내고, 왼쪽 쇄골 밑에 만돌린을 뒤집어 놓은 모양의 옅은 핑크색 반점이 나 있는 타리크는 진짜였다.
그렇게 그녀는 엄마 옆에 앉아서 아마드와 누르의 죽음을 열심히 슬퍼했다. 그러나 진짜 오빠는 라일라의 마음속에 살아 있었다.

-알라딘 eBook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중에서 - P228

라일라는 침대에 누워 귀를 기울이며 자신은 샤히드(순교자)가 되지도 않았고 이처럼 살아 있으며, 희망도 있고 미래도 있다는 걸 엄마가 알아줬으면 싶었다. 하지만 라일라는 자신의 미래가 오빠들의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그들은 그녀를 초라하게 만들었다. 죽을 때도 그녀는 그들에 가려 미미한 존재일 터였다. 엄마는 오빠들의 삶을 보관한 박물관의 큐레이터였 고 라일라는 그곳을 찾은 방문객일 뿐이었다. 그녀는 오빠들의 신화를 위한 피난처에 불과했다. 그녀는 엄마가 그들의 신화를 기록하는 데 필요로 하는 양피지일 뿐이었다.

-알라딘 eBook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중에서 - P231

라일라는 엄마가 바비에게 언젠가, 신념이 전혀 없는 남자와 결혼했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는 걸 떠올렸다. 엄마는 이해하지 못했다. 엄마는 거울을 들여다보면, 삶에 대한 그의 무한한 신념이 자신을 마주 쳐다볼 것이라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했다.

-알라딘 eBook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중에서 - P247

라일라가 열한 살이 되기 3개월 전인 1989년 1월, 어느 춥고 흐릿한 날이었다. 그녀는 부모와 하시나와 함께 마지막 소련군이 도시를 떠나는 걸 보러 갔다.

-알라딘 eBook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중에서 - P251

그 일이 있은 후, 며칠 동안, 아니 몇 주 동안, 라일라는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낱낱이 기억하려고 해봤다. 불타고 있는 박물관을 뛰쳐나가는 예술품 애호가처럼, 그녀는 표정, 속삭임, 신음 등 잡을 수 있는 것이면 어느 것이나 잡으려 했다. 기억의 저편으로 물러나지 못하게 잡으려는 거였다. 그러나 시간은 불길 중에서도 가장 용서를 모르는 것이어서, 그녀는 결국 모든 걸 구해낼 수는 없었다. 그래도 그녀에게는 남아 있는 게 있었다. 저 아래에서 느껴지던 굉장한 첫 고통. 양탄자 위를 비추던 비스듬한 햇살. 성급하게 드러난 그녀의 발꿈치가 그의 서늘하고 딱딱한 다리에 닿던 감촉. 그의 팔꿈치를 감싸던 그녀의 손. 뒤집어진 만돌린 모양의 반점이 그의 쇄골 밑에서 붉게 빛나던 모습. 그녀의 얼굴 위에 떠 있던 그의 얼굴. 그녀의 입술과 턱을 간질이던 그의 검은 고수머리. 들키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 믿기지 않는 그들의 대담함과 용기. 고통과 섞이던 낯설고 표현할 수 없는 쾌감. 타리크의 얼굴에 어리던 무수한 표정. 불안, 부드러움, 미안한 마음, 당혹감, 하지만 대부분, 굶주린 표정.

-알라딘 eBook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중에서 - P296

"하루 종일, 카불에 관한 한 편의 시가 머리에 떠돌더구나. 사이브에타브리지라는 시인이 17세기에 썼던 시다. ‘지붕 위에서 희미하게 반짝이는 달들을 셀 수도 없고 / 벽 뒤에 숨은 천 개의 찬란한 태양들을 셀 수도 없으리.’ 전에는 전체를 다 외웠었는데 지금은 두 줄밖에 생각이 나질 않는구나."

-알라딘 eBook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중에서 - P310

라일라는 발밑으로 책들을 떨어뜨렸다. 그녀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한 손으로 눈을 가렸다.
그때 거대한 소리가 났다.
그녀의 뒤에서 하얀 빛이 번쩍였다.
그녀의 발밑이 기울어졌다.
뭔가 뜨겁고 강력한 것이 뒤에서 그녀를 덮쳤다. 그것은 그녀에게서 샌들을 벗겨냈다. 그리고 그녀를 들어올렸다. 이제 그녀는 비틀리고 돌아가며 공중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하늘이 보였다. 그 다음에 땅이 보이고 다시 하늘이 보이고 다시 땅이 보였다. 불이 붙은 커다란 나뭇조각이 날아갔다. 산산조각이 난 유리 조각들도 날아갔다. 하나하나가 주위에서 날아가고 겹겹이 튀어 오르고 햇볕을 받는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았다. 작고 아름다운 무지개들…….
라일라의 몸이 벽에 부딪쳤다. 그리고 땅으로 떨어졌다. 그녀의 얼굴과 팔 위로 먼지와 작은 돌과 유리가 쏟아졌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본 건 근처에서 쿵 소리를 내며 뭔가가 떨어지는 모습이었다.
피로 범벅이 된 물체. 짙은 안개 속으로 보이는 금문교의 끝이 그 위로 보였다.

-알라딘 eBook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중에서 - P314

대신, 그녀는 무릎에 손을 축 늘어뜨리고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아무것도 바라보지 않고 마음이 날아가도록 했다. 그녀는 그것이 아름답고 안전한 곳을 찾을 때까지 계속 날아가게 했다. 푸른 보리밭이 있고, 깨끗한 물이 흐르고, 수천 개의 사시나무 씨가 공중에서 춤추고, 바비는 아카시아나무 밑에서 책을 읽고, 타리크는 가슴에 손을 얹고 낮잠을 자고, 그녀는 시내에 발을 담그고, 햇볕에 하얘진 바위로 된 불상들의 눈길 밑에서 좋은 꿈을 꾸는 아름답고 안전한 곳을 찾을 때까지.

-알라딘 eBook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중에서 - P335

하지만 마리암은 거의 의식하지 못했다. 관심도 없었다. 그녀는 마음의 먼 구석에 갇혀 그러한 세월을 살았다. 희로애락과 꿈과 환멸을 초월한 메마른 불모의 땅에서 말이다. 그곳에서 미래는 중요하지 않았다. 과거는 사랑이라는 것이 해로운 착각이요, 그것의 공범인 희망은 믿을 수 없는 환상이라는 걸 깨닫게 해줬다. 독성이 있는 그 쌍둥이 꽃들이 메마른 땅에서 돋아나기 시작할 때마다 마리암은 그걸 뿌리째 뽑아버렸다. 그녀는 그것들이 자리를 잡기 전에 뽑아서 시궁창에 던져버렸다.

-알라딘 eBook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중에서 - P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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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암은 조약돌 열 개를 집어 세 개의 기둥을 만들었다. 이것은 나나가 보지 않을 때 그녀가 이따금 하는 놀이였다. 그녀는 첫 기둥에 네 개의 조약돌을 쌓았다. 그건 하디자의 자식들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그리고 둘째 기둥에는 아프순의 자식들을 가리키는 세 개의 조약돌을 쌓았고, 셋째 기둥에는 나르기스의 자식들을 가리키는 세 개의 조약돌을 쌓았다. 그녀는 거기에 넷째 기둥을 덧붙였다. 외로운 열한 번째 돌.

-알라딘 eBook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중에서 - P50

아이를 생각하자 가슴이 부풀었다. 살아오면서 잃어버렸던 모든 것들, 그녀가 느꼈던 슬픔과 외로움과 비참한 느낌이 씻겨 내려갈 때까지,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 신이 그 먼 길을 가로질러 이곳까지 오게 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라딘 eBook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중에서 - P147

마리암은 소파에 누워 무릎 사이에 손을 넣고 눈발이 날리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나나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나나는 눈송이하나하나가 이 세상 어딘가에서 고통 받고 있는 여자의 한숨이라고 했었다. 그 모든 한숨이 하늘로 올라가 구름이 되어 작은 눈송이로 나뉘어 아래에 있는 사람들 위로 소리 없이 내리는 거라고 했었다.

-알라딘 eBook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중에서 - P150

그는 이렇게 말하고는 조약돌과 피와 두 개의 깨진 어금니 조각을 뱉어내도록 마리암을 남겨두고 가버렸다.

-알라딘 eBook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중에서 - P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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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결혼식 일주일 전, 진이 나나의 몸에 들어갔다. 이것은 마리암에게는 설명해줄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그녀는 자기 눈으로 여러 번 그걸 목격했다. 마리암은 나나가 갑자기 쓰러져서는 몸이 굳어지고, 눈이 뒤집히고, 무엇인가가 그녀의 목을 안에서 조르는 것처럼 팔다리를 떨고, 입에 흰 거품을 물고, 그것도 때로는 피가 섞인 분홍색 거품을 물고, 그러다가 졸고, 정신이 혼미해지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는 걸 여러 번 목격했던 터였다.

-알라딘 eBook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중에서 - P19

나나는 이쯤 해서 언제나 무거운 미소를 서서히 짓곤 했다. 미련이 남은 비난의 미소인지, 아니면 마지못해 하는 용서의 미소인지 마리암으로서는 알 수 없었다. 어린 마리암의 머릿속엔 자신이 태어난 방식에 대해 미안해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생각은 떠오르지 않았다.

-알라딘 eBook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중에서 - P22

열 살이 되었을 무렵, 마리암은 자신이 그렇게 태어났다는 이야기를 더 이상 믿지 않았다. 그녀는 잘릴의 말을 믿었다. 잘릴은 자신이 떠나 있긴 했지만 나나를 병원에 입원시켜 의사가 보살피도록 했으며, 그녀는 훤한 방에 있는 깨끗하고 제대로 된 침대에 누워 있었다고 말했다. 잘릴은 마리암이 칼에 관한 얘기를 하자 슬픈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또한 마리암은 자신이 어머니를 이틀 동안이나 고통스럽게 했다는 사실도 의심하게 되었다.

-알라딘 eBook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중에서 - P22

나나는 마리암이라는 이름이 자기 어머니의 이름을 따 자신이 지은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잘릴은 마리암(월하향)이 아름다운 꽃이기 때문에 자신이 지은 것이라고 했다.

-알라딘 eBook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중에서 - P23

나나는 마리암에게 반죽을 하는 요령과 탄두르에 불을 붙이고 납작해진 반죽을 안쪽 벽에 바짝 붙이는 요령을 알려줬다. 나나는 바느질하는 법도 가르쳐주고, 순무로 만든 스튜, 시금치 요리, 생강과 꽃양배추를 넣어 밥을 하는 법도 가르쳐줬다.

-알라딘 eBook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중에서 - P27

하지만 마리암이 가장 좋아했던 사람은 잘릴을 예외로 치면, 마을의 아훈드(코란 선생)인 늙은 파이줄라 선생이었다. 그는 나나가 어렸을 때 그랬던 것처럼, 일주일에 한 번씩 와서 마리암에게 다섯 개의 일일기도와 코란을 가르쳤다. 마리암에게 읽기를 가르쳐준 사람도 파이줄라 선생이었다. 마리암이 글자에서 의미를 쥐어짜려고 하는 것처럼, 손톱 뿌리가 하얘질 때까지 집게손가락으로 단어 하나하나를 짚어가면서 소리 없이 발음하는 모습을 어깨 너머로 참을성 있게 지켜본 사람도 그였다. 연필을 쥔 그녀의 손을 잡고 글자의 형태에 따라 올라가고 돌아가고 점을 찍는 걸 가르친 것도 파이줄라 선생이었다.

-알라딘 eBook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중에서 - P29

어느 날, 마리암은 산책을 하다가 학교에 가고 싶다는 말을 했다.
"선생님, 진짜 학교 말이에요. 교실에서 수업을 받고 싶어요. 우리 아빠의 다른 자식들처럼요."

-알라딘 eBook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중에서 - P30

마리암이 고개를 끄덕였다.
"더 이상 학교 얘기는 안 할게요. 엄마가 나의 전부예요. 그들에게 엄마를 잃을 수는 없죠. 저를 보세요. 학교 얘기는 더 이상 하지 않을게요."

-알라딘 eBook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중에서 - P33

1973년 여름, 마리암이 열네 살이 되었을 때 그녀에게 카불을 40년간 통치해온 자히르 샤 왕이 무혈혁명에 의해 권좌에서 쫓겨났다는 얘기를 해준 사람도 그였다.

-알라딘 eBook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중에서 - P40

그는 호주머니에서 작은 상자를 꺼내 그녀에게 줬다. 그는 때때로 이런 식으로 작은 선물들을 가져다줬다. 언젠가는 홍옥수紅玉髓 팔찌를 가져왔고. 또 언젠가는 청금석靑金石 묵주를 가져다줬다. 그날, 마리암이 상자를 열자 달과 별들이 그려진 작은 동전들이 달린 나뭇잎 모양의 펜던트가 들어 있었다.

-알라딘 eBook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중에서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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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라미(사생아를 비하하여 일컫는 말)’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마리암은 다섯 살이었다.
어느 목요일이었다. 그날이 목요일이 틀림없는 건 그녀가 그날 들뜨고 열중해 있었다는 걸 기억하기 때문이다. 잘릴이 오두막을 찾아오는 목요일이면 늘 그랬다. 마리암은 그가 무릎 높이까지 올라오는 개간지의 풀을 가로질러 손을 흔들며 나타나는 순간까지 시간을 때울 셈으로 의자에 올라가 어머니의 다기 세트를 내렸다. 다기 세트는 마리암의 어머니인 나나가 두 살 때 세상을 떠난 자기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유일한 유품이었다. 나나는 푸른색과 흰색이 섞인 다기 하나하나를 몹시 아꼈다. 비죽이 나온 주둥이의 우아한 곡선, 수작업으로 그려진 피리새와 국화들, 설탕 그릇에 그려진 악을 쫓는다는 용.

-알라딘 eBook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중에서 - P8

그 당시, 마리암은 이해하지 못했다. 그녀는 하라미가 무슨 말인지 알지 못했다. 그녀는 그 말의 부당함을 이해하고, 죄가 있는 건 하라미를 만든 사람들이지 태어난 죄밖에 없는 하라미가 아니라는 걸 알기엔 너무 어렸다. 말투로 보아, 하라미는 나나가 늘 욕을 하며 오두막 밖으로 쓸어내는 벌레나 허둥지둥 달아나는 바퀴벌레들처럼 추하고 역겨운 것인 모양이었다.

-알라딘 eBook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중에서 - P9

나중에 나이가 들었을 때 마리암은 알게 되었다. 마리암을 고통스럽게 한 건 나나가 그 말을 한 방식이었다. 나나는 그걸 말하기보다는 마리암을 향해 내뱉었다. 그때 그녀는 나나가 무슨 의미로 그랬으며 하라미는 아무도 원치 않는 존재라는 걸 이해했다. 그리고 자신이 사랑, 가족, 가정, 애정 등 다른 사람들이 갖는 것들에 대한 정당한 권리를 가질 자격이 없는 불법적인 존재라는 걸 깨달았다.

-알라딘 eBook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중에서 - P10

마리암이 아버지를 공유해야 했을지라도 말이다.
잘릴에게는 세 아내와 아홉 명의 아이들이 있었다. 적법하게 태어난 아홉 명의 아이들 모두가 마리암에게는 남이었다. 그는 헤라트에서 가장 부유한 남자 중 한 사람이었다. 그는 마리암이 본 적이 없는 영화관을 갖고 있었다.

-알라딘 eBook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중에서 - P12

나나는 그 가정부 중 하나였다. 배가 불러오기 시작할 때까지…….
나나의 말로는, 그 일이 일어나자 잘릴의 가족이 들고 일어났다고 했다. 잘릴의 처갓집 식구들은 피바람이 불 것이라고 위협했고, 부인들은 나나를 내쫓으라고 성화였다. 인근의 굴 다만 마을의 미천한 석공이었던 나나의 아버지는 딸과 의절했다. 그는 치욕스럽다며 짐을 싸서 이란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가버렸다. 그리고 그 후로 다시 나타나지도 않았고 소식도 없었다.

-알라딘 eBook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중에서 - P14

"내 딸아, 이제 이걸 알아야 한다. 잘 기억해둬라. 북쪽을 가리키는 나침반 바늘처럼, 남자는 언제나 여자를 향해 손가락질을 한단다. 언제나 말이다. 그걸 명심해라, 마리암."

-알라딘 eBook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중에서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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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친절한 만토바의 영혼이여,

그대의 명성은 아직도 세상에 남아

세상이 지속될 때까지 이어질 것이오.

행운이 따르지 않는 내 친구[11]가

거친 산기슭에서 길이 가로막혀

두려워서 되돌아가려 하고 있습니다.

내가 하늘에서 들은 바에 의하면,

그는 이미 완전히 길을 잃어버려서

내 도움이 너무 늦지 않았나 두렵군요.

이제 그대는 움직이시어, 그대의

훌륭한 말과 구원에 필요한 수단으로

그를 도와주어 나에게 위안을 주십시오.

그대를 보내는 나는 베아트리체,

다시 돌아가고 싶은 곳[12]에서 왔으니,

사랑이 나를 움직여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나의 주님 앞에 가게 될 때,

그대에 대한 칭찬을 자주 하리다.〉

신곡 (지옥) | 알리기에리 단테, 김운찬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693 - P19

단테는 지옥의 문 위에 쓰인 무서운 글귀를 본 다음 입구 지옥으로 들어간다. 입구 지옥에는 선이나 악에도 무관심하고 오직 자신만을 위해 살았던 나태한 자들이 왕벌과 파리, 벌레들에게 고통을 당하고 있다. 그리고 아케론 강가에는 뱃사공 카론이 죄지은 영혼들을 지옥으로 실어 나르는데, 무서운 지진과 번개에 단테는 정신을 잃는다.

신곡 (지옥) | 알리기에리 단테, 김운찬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693 - P23

스승님은 「치욕도 없고 명예도 없이

살아온 사람들[1]의 사악한 영혼들이

저렇게 처참한 상태에 있노라.

저기에는 하느님께 거역하지도 않고

충실하지도 않고, 자신만을 위해 살았던

그 사악한 천사들[2]의 무리도 섞여 있노라.

하늘은 아름다움을 지키려고 그들을 내쫓았고,

깊은 지옥도 그들을 받아들이지 않는데,

그들에게는 사악함의 명예도 없기 때문이다.」

신곡 (지옥) | 알리기에리 단테, 김운찬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693 - P25

단테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지옥의 제1원 림보에 와 있다. 이곳에 있는 자들은 죄를 짓지 않았고, 덕성은 있지만 그리스도를 몰랐거나, 세례를 받지 못하고 죽은 순진한 어린아이들의 영혼이다. 그들은 육체적 형벌을 받고 있지는 않지만 천국으로 올라갈 수 없다는 사실 때문에 괴로워한다. 여기에서 단테는 위대한 옛 시인들과 철학자들을 본다.

신곡 (지옥) | 알리기에리 단테, 김운찬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693 - P31

「내가 여기 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5]

승리의 왕관을 쓴 어느 권능 있는

분[6]이 이곳에 오는 것을 보았지.

그분은 최초의 아버지 아담의 영혼,

그의 아들 아벨, 그리고 노아의 영혼,

율법학자이며 순종하던 모세의 영혼,

족장 아브라함과 다윗 왕, 야곱과

그의 아버지 이삭, 그의 자손들,

또한 그가 무척 정성을 쏟은 라헬,[7]

또 다른 많은 영혼들을 축복해 주셨지.

그들 이전에 구원받은 영혼은 아무도

없다는 것을 네가 알았으면 한다.」

신곡 (지옥) | 알리기에리 단테, 김운찬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693 - P34

「저기 세 사람 앞에서 마치 주인처럼

손에 칼을 들고 오는 분을 보아라.

그는 최고의 시인 호메로스이다.

다음에 오는 이는 풍자 시인 호라티우스,[11]

셋째는 오비디우스[12], 마지막이 루카누스[13]다.

모두가 나와 함께, 조금 전 한 목소리가

불렀던 시인의 칭호를 갖고 있기 때문에,

나를 찬양하는데 그것은 잘하는 일이다.」

신곡 (지옥) | 알리기에리 단테, 김운찬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693 - P36

엘렉트라[17]가 여러 동료들과 있었는데,

그들 중에서 헥토르[18]와 아이네아스,

독수리 눈매의 카이사르를 알아보았다.

또 카밀라[19]와 펜테실레이아[20]를 보았고,

다른 한쪽에 딸 라비니아와 함께

앉아 있는 라티누스 왕[21]을 보았다.

타르퀴니우스를 쫓아낸 브루투스,[22] 루크레티아,[23]

율리아[24], 마르티아[25], 코르넬리아[26],

또 한쪽에 홀로 있는 살라딘[27]을 보았다.

그리고 약간 위쪽을 바라본 나는

철학자의 가족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들의 스승[28]을 알아보았다.

모두 그를 우러러보고 영광을 돌렸는데,

그들 중에서 누구보다 가까이 있는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을 나는 보았다.

세상을 우연의 산물로 본 데모크리투스,

디오게네스, 아낙사고라스, 탈레스,

엠페도클레스, 헤라클리투스, 제논,[29]

그리고 위대한 약초 수집가였던

디오스코리데스,[30] 또한 오르페우스,[31]

키케로,[32] 리노스,[33] 도덕가 세네카,[34]

기하학자 에우클리데스, 프톨레마이오스,[35]

히포크라테스, 아비켄나,[36] 갈레노스,[37]

위대한 주석가 아베로에스[38]를 보았다.

신곡 (지옥) | 알리기에리 단테, 김운찬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693 - P39

단테는 제2원으로 내려가 지옥의 재판관 미노스를 본다. 제2원은 음란함과 애욕의 죄인들이 벌받고 있는데, 그들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무섭게 휘몰아치는 바람에 휩쓸려 다니는 벌을 받는다. 그들 중에서 프란체스카와 파올로의 영혼이 단테에게 자신들의 슬픈 사랑 이야기를 한다.

신곡 (지옥) | 알리기에리 단테, 김운찬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693 - P40

그분은 대답했다. 「네가 이야기를

듣고 싶은 저들의 첫 번째 여자[5]는

수많은 백성들[6]의 황후였단다.

애욕의 죄 때문에 저렇게 망가졌고

자기 행위에 대한 비난을 없애려고

법률로써 음탕함을 정당화시켰지.

책에 나오는 그녀는 세미라미스,

니노스의 아내였고 그의 뒤를 이어

지금 술탄이 다스리는 땅을 차지했지.

다른 여자[7]는 사랑에 빠져 자결했는데

시카이오스의 유골을 배신하였단다.

그 뒤에 음란한 클레오파트라가 있다.

보아라, 헬레네[8]를. 그녀 때문에

지겹던 시절이 지났다. 보아라, 끝에는

사랑 때문에 싸웠던 위대한 아킬레우스[9]를.

보아라, 파리스, 트리스탄[10]을.」

신곡 (지옥) | 알리기에리 단테, 김운찬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693 - P43

정신을 차린 단테는 제3원에 이르러 있는데, 이곳에는 탐식의 죄를 지은 영혼들이 벌받고 있다. 단테는 피렌체 출신의 영혼 차코와 이야기를 나누고, 그에게서 피렌체의 미래에 대한 예언을 듣는다. 그리고 최후의 심판 뒤에 저주받은 영혼들의 상황에 대해 베르길리우스와 이야기를 나눈다.

신곡 (지옥) | 알리기에리 단테, 김운찬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693 - P48

제4원에서 단테는 재물의 악마 플루토를 본다. 이곳에는 재물의 죄인들, 말하자면 낭비나 또는 반대로 인색함의 죄를 지은 영혼들이 맞부딪치며 서로를 모욕한다. 베르길리우스는 재물을 다스리는 행운의 여신에 대해 설명하면서 제5원으로 간다. 그곳에는 분노의 죄인들이 스틱스 늪에서 흙탕물 속에 잠겨 벌받고 있다.

신곡 (지옥) | 알리기에리 단테, 김운찬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693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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