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결혼식 일주일 전, 진이 나나의 몸에 들어갔다. 이것은 마리암에게는 설명해줄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그녀는 자기 눈으로 여러 번 그걸 목격했다. 마리암은 나나가 갑자기 쓰러져서는 몸이 굳어지고, 눈이 뒤집히고, 무엇인가가 그녀의 목을 안에서 조르는 것처럼 팔다리를 떨고, 입에 흰 거품을 물고, 그것도 때로는 피가 섞인 분홍색 거품을 물고, 그러다가 졸고, 정신이 혼미해지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는 걸 여러 번 목격했던 터였다.
-알라딘 eBook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중에서 - P19
나나는 이쯤 해서 언제나 무거운 미소를 서서히 짓곤 했다. 미련이 남은 비난의 미소인지, 아니면 마지못해 하는 용서의 미소인지 마리암으로서는 알 수 없었다. 어린 마리암의 머릿속엔 자신이 태어난 방식에 대해 미안해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생각은 떠오르지 않았다.
-알라딘 eBook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중에서 - P22
열 살이 되었을 무렵, 마리암은 자신이 그렇게 태어났다는 이야기를 더 이상 믿지 않았다. 그녀는 잘릴의 말을 믿었다. 잘릴은 자신이 떠나 있긴 했지만 나나를 병원에 입원시켜 의사가 보살피도록 했으며, 그녀는 훤한 방에 있는 깨끗하고 제대로 된 침대에 누워 있었다고 말했다. 잘릴은 마리암이 칼에 관한 얘기를 하자 슬픈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또한 마리암은 자신이 어머니를 이틀 동안이나 고통스럽게 했다는 사실도 의심하게 되었다.
-알라딘 eBook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중에서 - P22
나나는 마리암이라는 이름이 자기 어머니의 이름을 따 자신이 지은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잘릴은 마리암(월하향)이 아름다운 꽃이기 때문에 자신이 지은 것이라고 했다.
-알라딘 eBook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중에서 - P23
나나는 마리암에게 반죽을 하는 요령과 탄두르에 불을 붙이고 납작해진 반죽을 안쪽 벽에 바짝 붙이는 요령을 알려줬다. 나나는 바느질하는 법도 가르쳐주고, 순무로 만든 스튜, 시금치 요리, 생강과 꽃양배추를 넣어 밥을 하는 법도 가르쳐줬다.
-알라딘 eBook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중에서 - P27
하지만 마리암이 가장 좋아했던 사람은 잘릴을 예외로 치면, 마을의 아훈드(코란 선생)인 늙은 파이줄라 선생이었다. 그는 나나가 어렸을 때 그랬던 것처럼, 일주일에 한 번씩 와서 마리암에게 다섯 개의 일일기도와 코란을 가르쳤다. 마리암에게 읽기를 가르쳐준 사람도 파이줄라 선생이었다. 마리암이 글자에서 의미를 쥐어짜려고 하는 것처럼, 손톱 뿌리가 하얘질 때까지 집게손가락으로 단어 하나하나를 짚어가면서 소리 없이 발음하는 모습을 어깨 너머로 참을성 있게 지켜본 사람도 그였다. 연필을 쥔 그녀의 손을 잡고 글자의 형태에 따라 올라가고 돌아가고 점을 찍는 걸 가르친 것도 파이줄라 선생이었다.
-알라딘 eBook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중에서 - P29
어느 날, 마리암은 산책을 하다가 학교에 가고 싶다는 말을 했다. "선생님, 진짜 학교 말이에요. 교실에서 수업을 받고 싶어요. 우리 아빠의 다른 자식들처럼요."
-알라딘 eBook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중에서 - P30
마리암이 고개를 끄덕였다. "더 이상 학교 얘기는 안 할게요. 엄마가 나의 전부예요. 그들에게 엄마를 잃을 수는 없죠. 저를 보세요. 학교 얘기는 더 이상 하지 않을게요."
-알라딘 eBook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중에서 - P33
1973년 여름, 마리암이 열네 살이 되었을 때 그녀에게 카불을 40년간 통치해온 자히르 샤 왕이 무혈혁명에 의해 권좌에서 쫓겨났다는 얘기를 해준 사람도 그였다.
-알라딘 eBook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중에서 - P40
그는 호주머니에서 작은 상자를 꺼내 그녀에게 줬다. 그는 때때로 이런 식으로 작은 선물들을 가져다줬다. 언젠가는 홍옥수紅玉髓 팔찌를 가져왔고. 또 언젠가는 청금석靑金石 묵주를 가져다줬다. 그날, 마리암이 상자를 열자 달과 별들이 그려진 작은 동전들이 달린 나뭇잎 모양의 펜던트가 들어 있었다.
-알라딘 eBook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중에서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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