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라미(사생아를 비하하여 일컫는 말)’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마리암은 다섯 살이었다. 어느 목요일이었다. 그날이 목요일이 틀림없는 건 그녀가 그날 들뜨고 열중해 있었다는 걸 기억하기 때문이다. 잘릴이 오두막을 찾아오는 목요일이면 늘 그랬다. 마리암은 그가 무릎 높이까지 올라오는 개간지의 풀을 가로질러 손을 흔들며 나타나는 순간까지 시간을 때울 셈으로 의자에 올라가 어머니의 다기 세트를 내렸다. 다기 세트는 마리암의 어머니인 나나가 두 살 때 세상을 떠난 자기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유일한 유품이었다. 나나는 푸른색과 흰색이 섞인 다기 하나하나를 몹시 아꼈다. 비죽이 나온 주둥이의 우아한 곡선, 수작업으로 그려진 피리새와 국화들, 설탕 그릇에 그려진 악을 쫓는다는 용.
-알라딘 eBook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중에서 - P8
그 당시, 마리암은 이해하지 못했다. 그녀는 하라미가 무슨 말인지 알지 못했다. 그녀는 그 말의 부당함을 이해하고, 죄가 있는 건 하라미를 만든 사람들이지 태어난 죄밖에 없는 하라미가 아니라는 걸 알기엔 너무 어렸다. 말투로 보아, 하라미는 나나가 늘 욕을 하며 오두막 밖으로 쓸어내는 벌레나 허둥지둥 달아나는 바퀴벌레들처럼 추하고 역겨운 것인 모양이었다.
-알라딘 eBook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중에서 - P9
나중에 나이가 들었을 때 마리암은 알게 되었다. 마리암을 고통스럽게 한 건 나나가 그 말을 한 방식이었다. 나나는 그걸 말하기보다는 마리암을 향해 내뱉었다. 그때 그녀는 나나가 무슨 의미로 그랬으며 하라미는 아무도 원치 않는 존재라는 걸 이해했다. 그리고 자신이 사랑, 가족, 가정, 애정 등 다른 사람들이 갖는 것들에 대한 정당한 권리를 가질 자격이 없는 불법적인 존재라는 걸 깨달았다.
-알라딘 eBook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중에서 - P10
마리암이 아버지를 공유해야 했을지라도 말이다. 잘릴에게는 세 아내와 아홉 명의 아이들이 있었다. 적법하게 태어난 아홉 명의 아이들 모두가 마리암에게는 남이었다. 그는 헤라트에서 가장 부유한 남자 중 한 사람이었다. 그는 마리암이 본 적이 없는 영화관을 갖고 있었다.
-알라딘 eBook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중에서 - P12
나나는 그 가정부 중 하나였다. 배가 불러오기 시작할 때까지……. 나나의 말로는, 그 일이 일어나자 잘릴의 가족이 들고 일어났다고 했다. 잘릴의 처갓집 식구들은 피바람이 불 것이라고 위협했고, 부인들은 나나를 내쫓으라고 성화였다. 인근의 굴 다만 마을의 미천한 석공이었던 나나의 아버지는 딸과 의절했다. 그는 치욕스럽다며 짐을 싸서 이란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가버렸다. 그리고 그 후로 다시 나타나지도 않았고 소식도 없었다.
-알라딘 eBook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중에서 - P14
"내 딸아, 이제 이걸 알아야 한다. 잘 기억해둬라. 북쪽을 가리키는 나침반 바늘처럼, 남자는 언제나 여자를 향해 손가락질을 한단다. 언제나 말이다. 그걸 명심해라, 마리암."
-알라딘 eBook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중에서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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