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애가 말했었지요. "비행이 근사한 한 가지 이유는······." 그날 밤 그 애가 제게 말했습니다. "그게 뭐니?" 하고 제가 물었지요. 그러자 그 애가 대답했습니다. "상황이 얼마나 나쁜지 마지막 순간이 되어서야 안다는 거예요. 그리고 그런 순간이 닥쳐도 워낙 순식간이어서 비행사는 절대로 뭐가 자신을 쳤는지 모른다는 거예요."라고.

-알라딘 eBook <몽키 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커트 보니것 지음, 황윤영 옮김) 중에서 - P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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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필립 수자와 조지 M. 헬름홀츠에 이어 이제 그의 것이 된 트럼펫은 말끔히 수리되어 있었다.
"자, 이런 식으로 생각해 봅시다." 헬름홀츠가 말했다. "우리의 목표는 우리가 세상에 나왔을 때보다 세상을 더 아름답게 만드는 거예요. 그 목표는 이루어질 수 있어요.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있어요."
절망의 작은 비명이 짐 돈니니에게서 새어 나왔다. 혼자 조용히 내려던 것이지만 그 소리는 모두의 귀에 날카롭게 꽂혔다.
"어떻게요?" 짐이 물었다.
"여러분 자신을 사랑해요." 헬름홀츠가 말했다. "그리고 여러분의 악기가 그런 마음을 담아 노래하게 만들어요. 자, 하나, 둘, 셋." 그의 지휘봉이 내려가며 연주의 시작을 알렸다.

-알라딘 eBook <몽키 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커트 보니것 지음, 황윤영 옮김) 중에서 - P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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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패거리를 만들고, 위계적인 ‘갑질’ 관계를 일상화하고, 자칫 자신도 이 경쟁 속에서 죽임을 당할까 하는 두려움에 타인을 짓밟기를 서슴지 않는다. 시민사회를 지탱하는 공적 가치를 믿지도 않고 내면화해본 적도 없기에, 논리보다는 기분에 좌우되고,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로비와 강짜와 아첨에 의존한다.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신념하에 고성을 지르다가 가끔 보게 되는 타인의 전락만이 그 와중에 지쳐버린 자신의 마음을 달래준다. 바위와 함께 굴러떨어지는 동료를 바라보며 스스로를 위안하는 산비탈의 시시포스처럼.

-알라딘 eBook <공부란 무엇인가> (김영민 지음) 중에서 - P10

사람들이 입시와 부동산에 초미의 관심을 보이는 것은 그것들이 계층 이동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진학에 성공한다고 해서 갑자기 대단한 선물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상급 학교 진학에 실패했을 때 치러야 할 사회적 대가는 혹독하다. 삶의 노역이 대물림되는 상태, 즉 노비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제 이 땅에서 교육과 부동산 투자는 계층 간의 이동을 촉진하기보다는 계층을 고착화한다.

-알라딘 eBook <공부란 무엇인가> (김영민 지음) 중에서 - P11

그리하여 남는 것은 스펙이요, 남지 않는 것은 실력이다. 방학이 되면 유복한 집 자녀들은 해외에 인턴을 하러 가지만, 가난한 집 학생들은 동네 레스토랑 부엌에서 단무지를 썬다. 부모의 경제력 순으로 학점이 나온다고 믿게 된 이들은 부모의 얼굴도 마주하기 싫어지고, 성실한 시민이 되기도 싫어지고, 마침내 목전의 공부에 흥미를 잃어버리게 된다.

-알라딘 eBook <공부란 무엇인가> (김영민 지음) 중에서 - P12

제대로 공부를 하지 않을 때 충만한 것은 거품 같은 공허뿐이다. 생각할 수 있는 근력이 없기에, 그 공허를 채우기 위해서 자신의 생각을 대신해줄 강력한 타자를 갈구한다. 그리하여 ‘진리’를 설파하는 사이비 지식인이나 종교 지도자나 독재자가 번성하게 된다. 장기적인 것, 공적인 것, 엄정한 것을 추구하기보다는 말초적인 욕망의 충족과 단기적인 이익의 추구와 근거 없는 인정 욕구가 남발하게 된다.

-알라딘 eBook <공부란 무엇인가> (김영민 지음) 중에서 - P13

오스카 와일드는 "우리는 모두 시궁창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그 와중에도 몇몇은 별빛을 바라볼 줄 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우리 스스로가 별이 될 수는 없지만, 시선을 시궁창의 아래가 아니라 위에다 둘 수는 있다.

-알라딘 eBook <공부란 무엇인가> (김영민 지음) 중에서 - P13

이미 존재하는 더 나은 것에 대한 감수성을 길러주고, 나아가 보다 나은 것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믿게 할 것이다. 그러한 믿음 속에서야 비로소 비방과 조소를 넘어서는 논리와 수사학의 힘을 빌려 공적 영역을 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계속 읽고 쓰고 논의하는 과정에서 비로소 가능한 인간의 변화에 대해 믿게 될 것이다.

-알라딘 eBook <공부란 무엇인가> (김영민 지음) 중에서 - P13

똑같이 ‘사랑해’라고 말하더라도 사람들은 그 말에 각기 다른 의미를 담는다. 감정이 석류처럼 풍부한 A가 ‘사랑해’라고 하면, 그것은 당신과 정서적인 교감을 나누자는 말이다. 성욕이 성게알처럼 흘러넘치는 B가 ‘사랑해’라고 하면, 그것은 당신과 격렬한 성교를 하고 싶다는 말이다. 반지를 손에 쥐고서 C가 애걸하듯이 말하는 ‘사랑해’는 당신과 결혼하고 싶다는 말이다. 생활고에 지친 D가 내뱉는 ‘사랑해’라는 말은 당신과 싸우고 싶지 않으니 제발 자신을 혼자 내버려두라는 말이다. 여기서 말하는 A, B, C, D는 별개 사람이 아니라 같은 사람이 생애 주기의 여러 국면에서 사랑의 의미를 달리하는 모습일 수도 있다. 상황이 이러할진대, 사랑이라는 단어가 극히 고매한 뜻을 담을 수도, 극히 저열한 뜻을 담을 수도 있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알라딘 eBook <공부란 무엇인가> (김영민 지음) 중에서 - P19

이처럼 일견 모호한 표현에 높은 사회적 합의가 담겨 있을 경우, 그것은 그 사회의 마음 상태에 대한 의미심장한 지표가 될 수 있다.

-알라딘 eBook <공부란 무엇인가> (김영민 지음) 중에서 - P22

철학자들은 일찍이 말한 바 있다, 명료함은 사람들을 화나게 한다고(Clarity makes people angry).

-알라딘 eBook <공부란 무엇인가> (김영민 지음) 중에서 - P22

"반짝임은 대머리의 부수 현상일지는 몰라도 대머리의 정의(definition)는 아니겠죠. 대학생이 되었는데, 아직 셰익스피어도 안 읽었나요? 반짝인다고 다 금은 아니다(All that glitters is not gold)라는 말도 있죠. 반짝인다고 다 대머리는 아닙니다."

-알라딘 eBook <공부란 무엇인가> (김영민 지음) 중에서 - P25

말이 재정의되는 일은 한 사회의 마음이 변화하고 있다는 표시이기도 합니다.

-알라딘 eBook <공부란 무엇인가> (김영민 지음) 중에서 - P28

어떤 것이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구성된 것임을 깨닫는다고 하여, 사회적 현실이 곧 변하지는 않지요. 변화란 쉽지 않습니다. 뿌리 깊은 인간의 열망에 호소할 수 있을 때만 변화가 가능하겠죠

-알라딘 eBook <공부란 무엇인가> (김영민 지음) 중에서 - P28

완벽한 직선이란 실제 세상에 존재하지 않듯이, 완벽하게 일관되고 통합된 삶이란 현실에 존재하지 않기 마련. 모순 혹은 긴장으로 가득한 자신의 존재를 그럭저럭 거두어 살아나가는 것이야말로 성인의 일이며, 자신의 모순이나 긴장을 빙자하여 남을 괴롭히지 않는 것이 시민의 덕성이다.

-알라딘 eBook <공부란 무엇인가> (김영민 지음) 중에서 - P31

이 세상 속에서 산다는 것은 이러한 모순, 긴장, 혹은 혼란 속에서 사는 것이다. 이 세상을 주제로 논술문을 쓴다는 것은 그러한 모순과 긴장과 혼란을 직시하되, 그에 대해 가능한 한, 모순 없는 문장을 사용하여 자신의 주장을 펼친다는 것이다.

-알라딘 eBook <공부란 무엇인가> (김영민 지음) 중에서 - P34

세상에 대한 경험적인 지식이 쌓일수록, 세상은 모순이나 긴장이나 혼란으로 점철되어 있다는 인식에 이르게 된다. 완벽하게 흠결이 없는 혁명가, 오직 탐욕으로만 이루어진 자본가, 오직 순박함으로만 이루어진 농민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현실은, 도덕적이고 싶었지만 결국 그러지 못했던 혁명가, 너무 게을러서 탐욕스러워지는 데 실패한 자본가, 섣불리 귀농했다가 야반도주하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세상을 자기 희망대로 단순화하지 않았을 때에야 비로소 그전까지는 보이지 않던 문제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알라딘 eBook <공부란 무엇인가> (김영민 지음) 중에서 - P35

이처럼 예술에서 모호함은 중요하다. 모호함이야말로 다양한 해석을 증폭시키며, 그 예술을 둘러싼 논의를 풍부하게 만든다. 예술의 모호성은 예술 향수자의 적극적 참여를 부추긴다. 관건은 그 모호함이 심미적인 차원을 가진 풍요로운 모호함이냐의 여부일 뿐이다.

-알라딘 eBook <공부란 무엇인가> (김영민 지음) 중에서 - P40

말이 구체적일수록 그 말의 청자(audience)는 제한되고, 말이 모호할수록 청자는 포괄적이 되는 법. 그래서 선거를 앞둔 정치인의 말은 모호하기 마련이다. 나중에 입장을 바꾸어야만 할 때가 왔을 경우, 구렁이 담 넘어가듯 상황을 무마해야 할 필요가 정치인에게는 종종 있다. 그러한 필요에 둔감했다가는 자칫 나중에 공약을 지키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정치인의 말은 한층 더 막연하고 모호해진다.

-알라딘 eBook <공부란 무엇인가> (김영민 지음) 중에서 - P41

권력을 쥔 정치인이나 예술가와는 달리, 논술문을 쓰는 사람은 자신의 견해를 최대한 명료한 표현을 통해 공적으로 설득하려고 해야 한다. 논술문에서 모호한 표현을 자제하는 훈련은 민주주의의 덕목 함양과 무관하지 않다.

-알라딘 eBook <공부란 무엇인가> (김영민 지음) 중에서 -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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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1918년 봄에 박사학위 필수과정을 모두 마치고 그해 6월에 학위를 받았다. 그보다 한 달 전, 장교 훈련학교를 거쳐 뉴욕시 바로 외곽의 훈련소에 배치된 고든 핀치에게서 편지가 왔다. 그가 여가 시간을 이용해서 컬럼비아 대학에 다니는 것을 허락받았다는 내용이었다. 그곳에서 그 역시 박사학위 필수과정을 그럭저럭 마치고, 여름에 그곳 사범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게 될 예정이라고 했다.
편지에는 또한 데이브 매스터스가 프랑스로 파견되었으며, 입대한 지 거의 1년 만에 미국의 첫 작전에 참가했다가 샤토 티에리에서 전사했다는 내용도 있었다.

-알라딘 eBook <스토너 (초판본)>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중에서 - P57

스토너가 박사학위를 받게 될 졸업식 일주일 전, 아처 슬론이 대학의 전임강사 자리를 제의했다. 슬론은 미주리 대학의 방침으로는 원래 졸업생을 고용하지 않게 되어 있지만 전쟁으로 인해 훈련과 경험을 갖춘 대학 강사가 부족해서 예외를 인정해 주도록 학교 당국을 설득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알라딘 eBook <스토너 (초판본)>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중에서 - P58

스토너는 그동안 다짜고짜 자신의 경력과 학위를 밝힌 이력서를 써서 여러 곳의 종합대학과 단과대학에 마지못해 보냈지만, 어느 곳에서도 연락이 오지 않자 묘하게 안도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 기분이 드는 이유를 반쯤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렸을 때 집에서 느꼈어야 마땅한 안정감과 온기를 컬럼비아의 미주리 대학에서 느꼈으며, 다른 곳에서도 그런 것을 느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는 것. 그는 감사한 마음으로 슬론의 제의를 받아들였다.


-알라딘 eBook <스토너 (초판본)>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중에서 - P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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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윌리엄 스토너 앞에 놓인 장래는 밝고 확실하고 변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는 자신의 장래를 수많은 사건과 변화와 가능성의 흐름이라기보다 탐험가인 자신의 발길을 기다리는 땅으로 보았다. 그에게 장래는 곧 웅장한 대학 도서관이었다. 언젠가 도서관에 새로운 건물들이 증축될 수도 있고, 새로운 책들이 들어올 수도 있고, 낡은 책들이 치워질 수도 있겠지만, 도서관의 진정한 본질은 근본적으로 불변이었다. 그는 몸을 바치기로 했지만 아직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이곳에서 자신의 장래를 보았다. 장래에 자신이 변화를 겪을 것이라는 생각은 들었으나, 장래 그 자체가 변화의 대상이라기보다는 변화의 도구라고 보았다.

-알라딘 eBook <스토너 (초판본)>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중에서 - P38

이 세 사람, 즉 스토너, 매스터스, 핀치는 금요일 오후에 컬럼비아 시내의 작은 술집에서 만나 커다란 잔으로 맥주를 마시며 밤늦도록 이야기하는 버릇이 생겼다. 스토너는 여기서 유일하게 사람들과 어울리는 기쁨을 느꼈지만, 자기들의 관계가 과연 무엇인지 의아할 때가 많았다. 그들은 사이좋게 잘 지내고 있었지만, 친한 친구는 아니었다. 서로 속내를 털어놓지도 않았고, 매주 술집에서 모일 때를 제외하면 거의 만나지도 않았다.

-알라딘 eBook <스토너 (초판본)>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중에서 - P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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