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조던은 뉴욕주 북부의 한 사과 과수원에서, 1851년 한 해 중 가장 어두운 시간에 태어났다. 어쩌면 이것이 그가 별에 그토록 몰두하게 된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그는 자신의 소년기에 관해 이렇게 썼다. "가을 저녁 옥수수 껍질을 벗기던 중 천체의 이름과 의미에 관해 호기심이 생겼다."1 -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5067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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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에서 주인공인 기택이네 가족의 가난을 상징하는 것은 냄새다. 기택이네가 살고 있는 반지하의 냄새. 환기가 잘되지 못하는, 순환이 잘 안 되는 공간의 냄새. 이를 가난함의 상징으로 표현한 감독의 연출력에 무릎을 쳤지만, 곧 슬퍼졌다. 오래된 동네에서 나는 특유의 냄새가 무엇인지 알기 때문이다.

-알라딘 eBook <아파트 담장 넘어 도망친 도시 생활자> (한은화 지음) 중에서 - P87

결국 재생은 티 안 나는 곳에 돈을 많이 써야 하는 사업이다. 단기간에 성과를 올려 티 내고 싶어 하는 정치인들이 애당초 선호할 수 없다. 그러니 진짜 해야 할 재생사업은 뒷전이 되고, 벽화 그리기처럼 주민 생활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생색내기용 치장 사업만 수두룩한 것이 현실이다.

-알라딘 eBook <아파트 담장 넘어 도망친 도시 생활자> (한은화 지음) 중에서 - P88

이러니 오래된 동네에서의 삶은 지속 가능하기 어렵다. 오래된 동네는 아파트로 이사 가기 전 혹은 아파트로 재개발되기 전의 임시 거처에 불과한 걸까. 오래된 동네를 정말 재생하려면 삶터의 기본부터 다져야 한다. 퀴퀴한 냄새가 더는 나지 않도록 배관 공사를 하고, 지저분하고 위험한 전선을 땅속에 묻는 지중화사업을 하고, 차를 댈 수 있게 주차장을 만들어 주고, 불이 나도 안심할 수 있게 소방 도로를 일정 부분 확보해 준다면 더는 오래된 동네를 기피할 이유가 없다. 퀴퀴한 냄새가 더 이상 나지 않도록, 순환이 잘되도록 애쓰는 것이 진짜 재생이 아닐까. 모두가 아파트를 갈망하는, 아파트밖에 없는 도시가 되어가는 진짜 이유는 이런 어설픈 재생에 있다.

-알라딘 eBook <아파트 담장 넘어 도망친 도시 생활자> (한은화 지음) 중에서 - P90

집 짓기는 묘하다. 사적이면서도 공적인 경험이다. 나에게 꼭 맞는 집을 짓는다는 점에서는 지극히 사적인데, 이를 이루어 가는 과정은 공적이다. 공공이 정한 룰에 따라 공공의 허가를 받아야 하니, 아무리 내 집이라 하더라도100퍼센트 내 마음대로 짓기가 어렵다. 그래서 소통이 잘되는 건축가를 만나야 한다.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을 명확히 설명해 주고, 건축주의 내밀한 생활 습관과 취향을 고려해 이를 공간으로 구현해 내는 이가 건축가다.

-알라딘 eBook <아파트 담장 넘어 도망친 도시 생활자> (한은화 지음) 중에서 - P92

한옥과 아파트가 확연히 다른 점은 공간의 크기다. 나무집의 한계다. 특히 외국인들은 한옥에 있는 방을 보고 복도 같다고 한다. 방의 폭이 너무 좁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굵고 길고 튼튼한 나무가 귀하다 보니 집을 크게 짓기 어려웠다. 한옥의 기둥과 기둥 사이의 간격을 ‘칸’이라고 하는데, 조선시대에는 신분 계급에 따라 칸의 개수와 길이를 제한했다.1440년 세종이 공포한 제2차 가사제한령家舍制限令에 따르면 대군의 집은60칸, 일반 백성의 집은 최대10칸까지 지을 수 있었다. 칸의 길이도 민가는2.4미터를 넘을 수 없었다. 기둥 간격이 넓을수록 그 사이를 잇는 수평 구조재인 보도 길어야 하고 이를 튼튼하게 받치려면 기둥도 굵어져야 한다. 결국 집 짓느라 나무를 헤프게 쓰지 않도록 규제하는 차원에서 한 칸 너비까지 정한 것이다.

-알라딘 eBook <아파트 담장 넘어 도망친 도시 생활자> (한은화 지음) 중에서 - P101

우리는 꼭 필요한 것만 사고 되도록 소유하지 않으려는 미니멀리즘을 지향하지만, 마트에서 원 플러스 원 제품을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집에서 살고 싶진 않았다. 선택할 수 없는 삶보다 선택할 수 있는 삶을 살길 원했다.

-알라딘 eBook <아파트 담장 넘어 도망친 도시 생활자> (한은화 지음) 중에서 - P103

박철수 교수는 "주택공급제도와 법령이 아파트의 단계적 규모(전용면적)를 결정했고, 평면 구성은 핵가족을 전제하는 ‘nLDK 방식’을 따르다 보니 규모별 평면은 거의 동일한 하나의 유형으로 수렴 및 고정될 수밖에 없었다"라고 설명한다. 집이 크건 작건 아파트 평면이 비슷해진 이유다.

-알라딘 eBook <아파트 담장 넘어 도망친 도시 생활자> (한은화 지음) 중에서 - P107

아파트는 면적에 따라 방의 개수가 정해져 있고 이를 바꿀 수 없다. 대다수 아파트가 위에서 내려오는 하중을 내부의 벽이 지지하는 ‘벽식 구조’로 지어지는 탓에 허물 수 없다. 기둥부터 세우고 이 기둥 사이에 벽을 채우는 ‘기둥식 구조’로 집을 지으면 기둥이 하중을 지지하기 때문에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벽을 허물어도 된다.

-알라딘 eBook <아파트 담장 넘어 도망친 도시 생활자> (한은화 지음) 중에서 - P107

"역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집이 제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안정감을 주는 집이죠. 비싸야 좋은 집이 아니라 내 의지로 선택한 집이자 작은 부분까지(직접) 결정한 집이 좋은 집이라고 생각해요.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집에 살 때 자부심과 확신을 가질 수 있다고 봅니다. 마음에 안 들거나 원하지 않는 집에 살면 불안정한 삶을 살 수밖에 없잖아요."

-알라딘 eBook <아파트 담장 넘어 도망친 도시 생활자> (한은화 지음) 중에서 - P111

민법242조에 따르면 "건축물을 축조함에는 특별한 관습이 없으면 경계로부터 반 미터 이상의 거리를 두어야" 한다. 즉 땅의 경계선에서0.5미터 안쪽에 외벽을 세워야 한다. 경계선을 둘러싼 분쟁이 많다 보니 이를 원천봉쇄하겠다며 이쪽저쪽 다0.5미터를 떼라고 민법에 명시해 놓은 것이다. 땅 경계선으로부터0.5미터까지를 일종의 분쟁 지역으로 보는 셈이다.

-알라딘 eBook <아파트 담장 넘어 도망친 도시 생활자> (한은화 지음) 중에서 - P114

유럽에 가면 길 따라 다닥다닥 붙어 있는, 일명 ‘로하우스row house’라 불리는 집을 흔히 볼 수 있다. 일종의 저층 연립주택인데 단독주택보다 밀도가 높아 도심에서 인기였다.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에서 주인공 캐리가 사는 뉴욕의 집 역시 옆집과 벽이 붙어 있는 일종의 로하우스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건축법 탓에 이런 경관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어렵다.

-알라딘 eBook <아파트 담장 넘어 도망친 도시 생활자> (한은화 지음) 중에서 - P114

한옥은 땅을 충분히 활용하기 어려운 집이다. 설계를 하다 보면 한옥은 미니어처가 된다. 북촌이나 서촌의 한옥을 보면 아무리 반듯한 땅에 지었더라도 대지 면적30평을 기준으로 집은 약15평 정도밖에 안 된다. 더욱이 몇 층으로 올려 지을 수 있는 양옥과 달리 한옥은 단층이나 기껏해야2층밖에 못 짓는다.30평대 땅에 한옥을 지으면 최대17평짜리 집 한 채가 나오지만, 대지 면적 대비 건물 연면적 비율인 용적률200퍼센트를 고려하면 양옥을 지을 경우 땅의 두 배 크기, 즉60평까지 면적을 넓힐 수 있다.30평 땅에 짓는 한옥과10평 땅에 짓는 협소 주택의 실내 면적을 비교하면 협소주택이 더 클 정도다.

-알라딘 eBook <아파트 담장 넘어 도망친 도시 생활자> (한은화 지음) 중에서 - P117

1차 계획안에 따르면 우리 집의 건폐율(대지 면적에 대한 건축 면적의 비율)은42.9퍼센트에 불과했다. 법적으로 정해진 건폐율은70퍼센트다. 원래는60퍼센트였지만,2016년 서울시가 서촌 한옥지구에 한해 이를 완화해 주었다. 그런데 소용이 없었다. 법대로라면 건폐율70퍼센트에 해당하는17평까지 집을 지을 수 있지만, 한옥의 경우 이를 채우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인센티브라며 아무리 건폐율을 높여주겠다고 해봤자 탁상행정일 뿐이다.

-알라딘 eBook <아파트 담장 넘어 도망친 도시 생활자> (한은화 지음) 중에서 - P116

자, 다시 정리해 보자. 신축할 경우 땅 경계선으로부터0.5미터를 떼야 하고, 삐뚤빼뚤한 땅에 네모난 한옥을 앉히니 자투리 공간이 나오고, 거기에 지붕 처마를 내느라 활용할 수 없는 공간은 더 많아진다. 이것만으로도 현기증이 나는데 지하를 팔 경우 문제가 또 발생한다. 지하와 지상을 연결하는 계단을 만들어야 하는데, 계단실을 만들려면 상당한 바닥 면적이 필요하다. 작은 방 하나가 사라진다고 보면 된다. 한옥 건축면적이 계단실을 제외하고10.5평이 된 까닭이다. 지하가 있는 신축 한옥의 길은 이랬다. 건축가가 제시한 네 가지 계획안의 공통분모였다.

-알라딘 eBook <아파트 담장 넘어 도망친 도시 생활자> (한은화 지음) 중에서 - P117

돌이킬 수도 없고, 결과도 알 수 없다. 문득 우리가 가지 않은 다른 길이 궁금해지면 한껏 상상하다 이렇게 마무리 짓곤 한다. "집 짓기는 마음 짓기여." 집을 짓다 보면 뜻대로 안 돼 무너져 버린 마음부터 차근차근 지어 올려야 할 때가 참 많다.

-알라딘 eBook <아파트 담장 넘어 도망친 도시 생활자> (한은화 지음) 중에서 - P124

안방과 화장실을 붙여 둘지 말지는 어찌 보면 지극히 사소한 결정이다. 하지만 이런 작은 결정들이 모여 집을 완성한다. 그래서 어려웠다. 집을 설계하는 과정은 이 집에서 살아갈 우리의 행동 패턴을 상상하며 공간을 만들어 나가는 일이었다. 때로는 어릴 적 주택에 살았던 기억도 도움이 되었다. 짐으로 꽉 차 있던 다락방에는 내가 몰래 만들어 둔 틈새 공간이 있었고, 그 속에 웅크려 있으면 아늑하고 평온했다. 그 기억을 떠올리며 다락방을 만들었다. 손님이 오면 묵을 공간으로도 적당했다. 하지만 아직 살아보지 않은 집의 모든 공간을 상상하며 결정해 나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알라딘 eBook <아파트 담장 넘어 도망친 도시 생활자> (한은화 지음) 중에서 - P127

흔들리는 과정 속에서 우리 집의 장점과 단점을 충분히 알게 되니 마음은 편해졌다. 가족이 사는 집 두 채를 지어본 경험이 있는 한 지인은 건축가에게 물어보고 안 된다는 이야길 들으면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고 후기를 전했다. 집의 한계를 잘 파악하고, 안 되는 이유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알라딘 eBook <아파트 담장 넘어 도망친 도시 생활자> (한은화 지음) 중에서 - P129

이런 치열한 집 짓기 같으니라고. 사람이 살면서 자신의 삶을 밀리미터 단위로 고민할 일이 얼마나 있을까. 나에게 필요한 옷장의 크기를 생각하다 보면 기존에 갖고 있던 옷을 정리하는 문제뿐 아니라, 쇼핑 원칙까지 저절로 생겨난다. 무한정 큰 옷장을 둘 수 없으니 옷을 하나 사면 하나 버리자. 입지 않는 옷에 소중한 공간을 자꾸 내어주지 말자. 공간의 치수를 알아가는 일은 삶의 테두리를 깔끔하게 정리하는 것과 같았다. 옷 끝에 비죽 나와 있는 너덜너덜한 실밥을 정리하는 기분도 들었다. 그래, 나한테는 이게 필요 없다고 봐. 내 공간에는 이런 것들이 어울리지 않지. 싹둑.

-알라딘 eBook <아파트 담장 넘어 도망친 도시 생활자> (한은화 지음) 중에서 - P130

이렇게 집을 짓는다는 것은 우리를 알아가는 여정이었다. 또한 우리의 삶을 이해하고 정리해 나가는 과정이기도 했다.

-알라딘 eBook <아파트 담장 넘어 도망친 도시 생활자> (한은화 지음) 중에서 - P132

시대가 바뀌었다. 그렇다면 오늘날에도 유효한 한국의 전통 건축 양식은 무엇일까. 건축법 시행령에서는 한옥을 "기둥 및 보가 목구조 방식이고 한식 지붕틀로 된 구조로서 한식 기와, 볏짚, 목재, 흙 등 자연 재료로 마감한 우리나라 전통 양식이 반영된 건축물 및 그 부속 건축물"로 정의한다. 한옥을 정의하는 두 가지 기본 요소는 나무로 된 구조와 한식 기와지붕이다. 이를 토대로 한옥 디자인 지침이 만들어졌다.

-알라딘 eBook <아파트 담장 넘어 도망친 도시 생활자> (한은화 지음) 중에서 - P136

도로에 면하는 외벽의 창호는 전통적인 창살(띠살창, 아자살, 완자살, 정자살, 숫대살 등)을 이용한 창호로 구성해야 한다.

-알라딘 eBook <아파트 담장 넘어 도망친 도시 생활자> (한은화 지음) 중에서 - P141

외부와 마당에 면하는 창호는 목재 창틀로 한다.

-알라딘 eBook <아파트 담장 넘어 도망친 도시 생활자> (한은화 지음) 중에서 - P144

대문은 양 여닫이로 하되 좌우 폭 균형을 맞춘다.

-알라딘 eBook <아파트 담장 넘어 도망친 도시 생활자> (한은화 지음) 중에서 - P146

타일은 지양하라.

-알라딘 eBook <아파트 담장 넘어 도망친 도시 생활자> (한은화 지음) 중에서 - P150

서울시의 한옥 지원금을 받은 집은 외벽과 담장이 세트장처럼 똑같이 생겼다. 벽은 주로 삼단 구성인데 가장 윗부분에는 창과 하얀색 회벽이 있고, 중간 부분에는 네모난 사괴석을 쌓은 화방벽火防壁, 맨 아래에는 집의 토대인 기단석을 이룬다. 은평 한옥마을의 한옥도, 서촌의 우리 집도, 북촌의 한옥도 모두 똑같다.

-알라딘 eBook <아파트 담장 넘어 도망친 도시 생활자> (한은화 지음) 중에서 - P150

담장의 재료는 장대석, 사괴석, 붉은 벽돌, 와편, 회벽 등 전통적인 재료를 사용하여 전통 무늬와 장식으로 구현하는 것을 권장한다.

-알라딘 eBook <아파트 담장 넘어 도망친 도시 생활자> (한은화 지음) 중에서 - P153

지붕에는 전통 한식 기와 또는 개량형 한식 토기와를 사용하여야 한다.

-알라딘 eBook <아파트 담장 넘어 도망친 도시 생활자> (한은화 지음) 중에서 - P154

한옥은 결코 대중화될 수 없는 집이다. 조선시대에 머물러 있어야 하는 집을 어떻게 대중화할 수 있겠는가. 원형을 박제해 놓고 흉내 내봤자 집은 어설퍼질 뿐이다. 반값 한옥이 아니라 가짜 한옥이 되고 만다. 정책을 추진할 때 보존해야 할 문화재로서의 한옥과 오늘날 살림집으로서의 한옥은 분리돼야 한다. 사람이 살지 않는 문화재는 원형 그대로 보존해야 할 테지만 살림집 한옥은 변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알라딘 eBook <아파트 담장 넘어 도망친 도시 생활자> (한은화 지음) 중에서 - P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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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미터는 건축법에서 정의한 도로의 폭이다.4미터 너비의 도로를 끼고 있어야 건축할 수 있다. 그런데 내 집 앞 도로가4미터가 아니라면? 구도심에는 이런 집이 수두룩하다. 이럴 경우 공사를 할 수는 있다. 다만 신축할 때 내 땅을 길로 만들어서 건축법이 정의한 길의 너비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만약 집에 면한 길이2미터라면 내 땅1미터를 길로 내놔야 건축 허가를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나머지1미터는 길을 끼고 있는 맞은편 집에서 내놓아야 할 몫이다. 땅을 길로 내놓아도 보상은 받을 수 없다.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공공의 전통적인 길 확충 방법이다.

-알라딘 eBook <아파트 담장 넘어 도망친 도시 생활자> (한은화 지음) 중에서 - P57

사회규범인 법은 사회가 달라지면 그에 따라 변화한다.1975년 건축법이 개정되면서 도로에 대한 정의는 더 까다로워졌다. "도로라 함은 보행 및 자동차 통행이 가능한 폭4미터 이상의 도로로 다음 중 하나에 해당해야 한다"로 바뀌며 "도시계획법과 도로법, 사도법 등 기타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신설 또는 변경에 관한 고시가 된 것 또는 건축 허가 시 시장 군수가 그 위치를 지정한 도로"라는 조건이 추가되었다.

-알라딘 eBook <아파트 담장 넘어 도망친 도시 생활자> (한은화 지음) 중에서 - P58

그래서 ‘경과조치’라는 게 있다. 법이 바뀌기 이전에 요건을 충족했던 경우, 법이 개정돼도 그대로 인정해 주겠다는 조치다. 즉,1975년도 이전에 폭4미터의 도로였다면 그 이후에도 건축법상 도로로 인정받을 수 있다. 관공서가 좋아하는 판례도 있었다.

-알라딘 eBook <아파트 담장 넘어 도망친 도시 생활자> (한은화 지음) 중에서 - P59

오래된 동네의 땅을 살 때 이런 문제를 예방하려면 한국국토정보공사LX에 신청해 경계측량 및 현황측량을 하면 된다. 경계측량은 땅의 경계를 GPS 좌표로 찍어주는 것이고, 현황측량은 이 경계를 기준점으로 주변 집들이 어떻게 자리 잡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둘 다 하려면 비용이150만 원가량 든다. 땅을 사기 전에 진행하기엔 부담스러운 매몰 비용이다.

-알라딘 eBook <아파트 담장 넘어 도망친 도시 생활자> (한은화 지음) 중에서 - P70

아파트 단지에 담장을 치는 이유는 단지 밖보다 안이 좋아서다. 단지 안에는 동네에는 없는 놀이터가 있다. 헬스장을 비롯한 각종 편의시설과 잘 가꿔진 정원도 있다. 해외에도 아파트는 있지만, 우리처럼 담을 치는 경우는 드물다. 단지 밖의 도시 인프라가 안보다 좋기 때문이다. 밖이 안보다 더 좋은데 굳이 왜 담을 치겠나.

-알라딘 eBook <아파트 담장 넘어 도망친 도시 생활자> (한은화 지음) 중에서 -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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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Corona Virus Disease-19’, 줄여서 ‘코비드-19(COVID-19)’. 이건 바이러스 이름이 아니라 바이러스 감염 시 발생하는 증상을 일컫는 이름이다. 우리말로는 정부 지침에 따라 ‘코로나19’라고 부른다. 지금 전 세계인을 힘들게 하고 있는 이 코로나19의 정식 명칭은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다. 쉽게 표현하면 사스2 정도 된다. - <팬데믹 제2국면>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4792 - P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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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 넘게 구축되어 온 아파트 중심의 도시가 불편하다면, 모두 똑같이 생긴 공간에서 살며 서로 비교하고 돈으로 평가하는 삶터가 피로하다면, 이러저러한 이유로 우리처럼 아파트 담장을 넘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에게 좀 더 다양한 선택지와 다듬어진 길이 보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집값만으로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계산법은 너무 많은 사람을 불행하게 만든다. 개인들의 삶과 취향을 중심에 놓고 선택할 수 있는 집의 선택지가 다양해진다면 어떨까.

-알라딘 eBook <아파트 담장 넘어 도망친 도시 생활자> (한은화 지음) 중에서 - P9

미국 건축가 루이스 칸은 "건물을 만드는 것은 인생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공간은 사람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표준화된 방 개수와 매매 가격만 따지는 아파트는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획일화된 아파트 대신 너다운 집과 나다운 집이 많아진다면, 우리가 너무 쉽게 비교하고 평가하고 좌절하는 삶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알라딘 eBook <아파트 담장 넘어 도망친 도시 생활자> (한은화 지음) 중에서 - P10

어찌 보면 한국인의 유별난 카페 사랑도 결국 집에서 파생된 공간 문화다. 한국인은 공간을 소비하기 위해 카페로 간다. 카페는 이른바 ‘공유형 거실’이자 ‘모두의 거실’로 기능한다. 방의 집합체인 집과 달리 카페는 답답하지 않은 공간이다. 상업 공간이라 천장고가 높고, 통창도 많아 바깥 풍경을 감상할 수 있으며, 식물도 많다. 볕 좋은 날에는 테라스가 있는 카페가 인기다. 선글라스를 끼고 앉아 날씨를 즐길 수도 있다. 하지만 팬데믹 시대에는 함께 쓰는 카페가 위험해졌다. 집이 갑갑해지면 카페에 가던 한국인의 생활 패턴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알라딘 eBook <아파트 담장 넘어 도망친 도시 생활자> (한은화 지음) 중에서 - P16

하지만 그렇게 둘러본 늙은 삶터는 늘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었다. 관통하는 이슈는 두 가지, 재개발 또는 재생이었다. 비슷해 보이지만 다르고, 도시의 생명을 연장한다는 점에서 어찌 보면 같다. 허물고 아파트를 새로 짓거나(재개발), 허물지 않고 리모델링하는(재생) 식이다. 여기서 재생은 공공에서 주도한 ‘벽화 칠하기’ 재생이 아닌, 상권이 개발되면서 민간에서 주도한 동네 리모델링을 뜻한다.

-알라딘 eBook <아파트 담장 넘어 도망친 도시 생활자> (한은화 지음) 중에서 - P22

집은 어느 날 우리에게 왔다. 마치 처음 만난 순간 이 사람과 결혼하겠구나 싶었다는 영화 대사 같아 정말 쓰고 싶지 않았지만, 사실이다. 서울에서 시골 찾기를1년 넘게 했지만 마땅한 집을 찾을 수 없었다. 휴대전화 사진 폴더에 "서울에 많고 많은 집 중에 왜 우리 집은 없냐!"와 같은 타령을 얹은 술병 사진이 쭉쭉 늘던 어느 날이었다. 알고 지내던 목수에게 연락이 왔다. 우리가 ‘집 찾아3만 리’를 꽤 오래 하고 있다는 걸 아는 이였다.

-알라딘 eBook <아파트 담장 넘어 도망친 도시 생활자> (한은화 지음) 중에서 - P28

프랑스 태생의 스위스 건축가 르코르뷔지에는 현대 건축의 아버지라 불릴 정도로 숱한 기념비적인 건축물을 짓고서도, 말년에는 프랑스 남부 지중해 연안에4평짜리 오두막을 짓고 살았다. ‘나의 궁전’이라 부르면서 말이다.2017년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르코르뷔지에의 건축 전시를 열었을 때 실제 사이즈로 구현해 놓은4평 오두막이 전시장에 놓여 있었다. 바다를 볼 수 있게 큰 창을 냈지만 실내는 매우 작았다. 집 밖으로 넓은 바다가 펼쳐져 있기에 살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이지만,4평 오두막은 분명 우리에게 물었다. 정말 우리한테 필요한 삶터의 면적은 얼마일까.20평대 다음은30평대, 그다음은40평대 순으로 아파트 공급 면적에 따라 단계적으로 늘려가는 것이 순리인 양, 성공한 삶인 양 사는 것은 아닐까. 정말 내게 맞는 집의 크기는 어느 정도인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집이 클수록 더 많은 물건들이 자리를 차지한다. 그 물건들은 정말 필요한 걸까. 아무래도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마당이었고, 한옥은 마당 품은 옛 나무집으로 여겨졌다.

-알라딘 eBook <아파트 담장 넘어 도망친 도시 생활자> (한은화 지음) 중에서 - P31

하지만 서촌은 볕이 참 따스했다. 안온한 동네였다.2010년 서울시의 한옥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서촌은 무려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골목길이 있는 동네다. 이 길을 따라 들어가다 보면 작은 광장처럼 트인 공간이 나오는데, 사람들은 이곳을 ‘체부동 너른 마당’이라 불렀다. 집은 마당 끄트머리에 있었다. 너른 마당은 스페인 어느 소도시에서 미로처럼 꼬불꼬불한 길을 걷다 만난 소칼로(광장) 같았다.
골목길에 들어서는 순간 거짓말처럼 풍경이 바뀌었다. 타임머신을 타고 옛 서울로 온 것만 같은 분위기랄까. 너른 마당에는 어느 집에선가 널어놓은 고추가 볕에 바짝 말려지고 있었다. 차가 다니지 않는 사람 길이라 조용하고 편했다.

-알라딘 eBook <아파트 담장 넘어 도망친 도시 생활자> (한은화 지음) 중에서 - P32

우리는 처음부터 이런 생각을 공유했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위해 걷는 것을 운동이라 여기며 살고 있다. 그렇게 걷다 보면 출퇴근만으로도 하루에1만 보는 거뜬히 채워진다. 물론 아주 가끔씩 차가 필요할 때는 공유 자동차를 이용하고 있다. 언젠가 서울을 떠나 대중교통이 불편한 시골로 가게 된다면 그때 차를 살 생각이다.

-알라딘 eBook <아파트 담장 넘어 도망친 도시 생활자> (한은화 지음) 중에서 - P34

타인의 시선을 섞어 어렵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뚜벅이의 삶을 중심에 놓기로 했다. 아는 목수가 집의 존재를 알린 지 일주일 만에 우리는 집주인과 직거래하여 집을 샀다. 그렇게 어느 날 갑자기 옛 동네의 무너져 내리고 있는 한옥이 우리 집이 됐다.

-알라딘 eBook <아파트 담장 넘어 도망친 도시 생활자> (한은화 지음) 중에서 - P35

오로지 편의만을 좇느라 잊었던 삶을 돌아보게 하는 매력이 있었다. 이치코는 추운 겨울 따끈한 찐빵을 먹기 위해 초여름부터 팥을 심었다. 팥 꼬투리를 일일이 따 수확한 뒤 팥알을 까서 잘 말리는 게 중요하다. 찐빵에 들어갈 팥소를 만드는 일도 만만치 않다. 팥을 삶을 때 설탕을 너무 빨리 넣으면 아무리 삶아도 팥이 무르지 않는다. 손가락으로 눌러 으깨질 참에 설탕을 넣어야 맛있고 달달한 팥소를 만들 수 있다. 편의점에서 쉽게 사 먹을 수 있는 찐빵은 실로 어려운 음식이라는 것, 팥을 수확하고 팥소를 만들기까지 엄청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영화는 담담히 보여준다. 작은 팥알이 여물어 팥소가 되고 찐빵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며 지금까지 애쓰며 살아왔다는 사실을 알아주는 것 같아 위로를 받곤 했다.

-알라딘 eBook <아파트 담장 넘어 도망친 도시 생활자> (한은화 지음) 중에서 - P40

환상의 팀플레이를 기억하기 위해 오늘날까지도 소중히 보관하고 있는 것이 있다. 진택이 끈질기게 입고 또 입어 구멍이 여럿 난 팬티 두 장. 나는 낡디낡아 특히 구멍이 많은 것을 선별해 ‘낭(걸)인 팬티’라 이름 붙이고 가보로 보관하기 위해 고이 간직하고 있다. 볼 때마다 잠깐 아련하고 아주 오래 웃기다. 말로 아무리 설명하려고 해도 이 모습이 잘 전달이 안 된다. 한번 보면 잊을 수 없는 충격적인 비주얼을 가졌기에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옛말을 잘 전달하는 작품이다. ‘어떻게, 얼마나 입으면 팬티가 이렇게까지 될 수 있는 거지?’ 싶어 절로 집중하게 만들기에 복잡한 세상의 시름을 잠시 잊게 한다. 무엇보다 매사에 ‘개썅마이웨이’ 정신으로 당당하게 살며, 최대한 서로 웃기며 즐겁게 살자는 정신까지 담은 훌륭한 가보다. 물론 오늘도 진택은 이 가보를 호시탐탐 버리려고 애쓰고 있지만. 나는 총력을 다해 아주 잘 감춰뒀고 평생 꺼내 보며 아련하게 오래 웃을 참이다. 큭큭.

-알라딘 eBook <아파트 담장 넘어 도망친 도시 생활자> (한은화 지음) 중에서 - P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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