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심채경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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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 권의 책에는 작은 구두점이지만, 어느 별 볼 일 없는 천문학자에게는 또하나의 우주가 시작되는 거대한 도약점이다.”
에필로그의 마지막 저자가 남긴 마음과 바램이 나를 포함한 모든 독자들에게도 해당될 수 있기를!
‘그래 일단 해보는 거야, 그럼 뭐라도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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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인 그림 읽기 - 고요히 치열했던
이가은 지음 / 아트북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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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진정한 휴식은 산책과 독서다. 이 둘을 합쳐 좋아하는 길을 따라 걷다가 서점에 들러 이 책 저 책 훑어보는 시간이 최고의 휴식이다.” 라는 작가의 삶에 대한 태도가 나와 다르지 않네요. 안토넬로 다메시나 <서재의 성 제롬>은 이 책의 지향점을 잘 보여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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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사나운 애착 비비언 고닉 선집 1
비비언 고닉 지음, 노지양 옮김 / 글항아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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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변두리 출신이지만 버클리 대학원 영문과를 다닌 자유롭고 현학적이고 시니컬한 유대계 기자 겸 작가의 솔직 담백한 모녀간 이야기와 응답하라 1988 같이 동네 이웃과의 사람 냄새 솔솔나는 이야기를 매콤달콤한 비빔밥처럼 잘 버무린듯 읽을 맛이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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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최선의 자아. 이는 몇백 년간 우정의 본질을 정의할 때면 반드시 전제되는 핵심 개념이었다. 친구란 자기 내면의 선량함에 말을 건네는 선량한 존재라는 것. 치유의 문화에서 자란 아이들에게 이런 개념은 얼마나 낯선가! 오늘날 우리는 서로 최선의 자아를 긍정하기는커녕 그것을 보려고도 하지 않는다. 우정이라는 결속을 만들어내는 것은 오히려 우리 자신의 감정적 무능—공포, 분노, 치욕—을 인정하는 솔직함이다. 함께 있을 때 자신의 가장 깊숙한 부끄러움까지 터놓고 직시하는 일만큼 우리를 가까워지게 만들어주는 것도 없다. 콜리지와 워즈워스가 두려워했던 그런 식의 자기폭로를 오늘날 우리는 아주 좋아한다. 우리가 원하는 건 상대에게알려졌다는 느낌이다, 결점까지도 전부. 그러니까 결점은 많을수록 좋다. 내가 털어놓는 것이 곧 나 자신이라는 생각, 그것은 우리 문화의 대단한 착각이다.

-알라딘 eBook <짝 없는 여자와 도시> (비비언 고닉 지음, 박경선 옮김) 중에서 - P24

순간 우리 셋은 서로 눈을 마주치고, 곧 한꺼번에 깔깔 웃어젖힌다. 웃음이 멈추자 다 같이 빙그레 미소를 짓는다. 수행은 다 같이 했고 수용은 각자가 했다.

-알라딘 eBook <짝 없는 여자와 도시> (비비언 고닉 지음, 박경선 옮김) 중에서 - P29

나는 친구들 못지않게 잠자리도 많이 해봤고 서른다섯이 되기 전에 결혼도 두 번, 이혼도 두 번 해봤다. 결혼은 2년 반씩 지속됐는데, 두 번 다 나도 모르는 어떤 여자(나)가 매한가지로 모르는 어떤 남자(웨딩케이크 위의 신랑 장식)에게 일임해버린 것이나 다름없는 결혼이었다.

-알라딘 eBook <짝 없는 여자와 도시> (비비언 고닉 지음, 박경선 옮김) 중에서 - P29

내가 막상 성적으로 무르익은 건 이 결혼들이 다 끝장난 뒤였다. 그러니까 내 말은, 욕망의 대상이 되기보다 욕망의 주체가 되는 데 골몰하는 사람이란 걸 자각하게 됐다는 얘기다. 그리고 바로이런 전개에서 배운 점이 있었다. 나는 성욕이 강한 사람이지만 성욕이 제일 중요한 사람은 아니며, 오르가슴으로 천국을 맛보기는 했어도 지구가 흔들리지는 않았고, 반년 남짓 진이 빠지도록 성적 쾌락에 탐닉할 수는 있어도 늘 그 말초적 자극이 가라앉기를 기다리는 중이었음을 깨달은 것이다. 한마디로, 사랑을 나누는 일은 숭고했지만 거긴 내 거처가 아니었다. 그 뒤로 나는 더 많은 걸 깨달았다.

-알라딘 eBook <짝 없는 여자와 도시> (비비언 고닉 지음, 박경선 옮김) 중에서 - P30

처음으로—그러나 마지막은 아니었다—남자들은 나와는 다른 종이라는 자각을 했다. 철저히 분리된 이질적인 종. 나와 내 연인 사이에 보이지 않는 얇은 막 같은 게 드리워진 것만 같았다. 욕망이 침투할 만큼 성기되, 인간적 유대는 어룽거리게 보일 만큼 불투명한 막. 내겐 그 막 너머에 있는 사람이 현실 같지 않았고, 나도 그에게 그런 것 같았다. 그 순간 남자랑 잘 일이 평생 다신 없대도 상관없었다.

-알라딘 eBook <짝 없는 여자와 도시> (비비언 고닉 지음, 박경선 옮김) 중에서 - P32

나중에야 알게 됐지만, 그건 내가 줄곧 상상해온 것 이상으로 대수로운 일이었다. 한 해 두 해 지나면서 로맨틱한 사랑이 갈망과 환상과 정서로 짜인 직물 전체를 꿰뚫어 엮여 있는 내 감정의 신경계에 마치 물감처럼 스며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은 내 심령을 집어삼켰고, 뼛속을 파고드는 아픔이었으며, 영혼의 짜임에 워낙 깊숙하게 꼬여 있어서 그것이 일으키는 파상을 똑바로 보려고 하면 눈이 다 아플 지경이었다. 그렇게 남은 인생 고통과 갈등의 이유가 될 터였다. 나는 굳어버린 내 심장을 애지중지하지만, 지금껏 애지중지해왔지만, 로맨틱한 사랑의 상실은 여전히 그것을 갈기갈기 찢어놓는다.

-알라딘 eBook <짝 없는 여자와 도시> (비비언 고닉 지음, 박경선 옮김) 중에서 - P33

우정에는 두 가지 범주가 있다. 하나는 서로에게 활기를 불어넣는 관계고, 다른 하나는 활기가 있어야만 같이 있을 수 있는 관계다. 전자는 함께할 자리를 미리 마련해두지만, 후자는 일정 중에 빈 자릴 찾는다.

-알라딘 eBook <짝 없는 여자와 도시> (비비언 고닉 지음, 박경선 옮김) 중에서 - P36

뉴욕의 우정은 울적한 이들에게 마음을 내주었다가 자기표현이 풍부한 이들에게 마음을 빼앗기기도 하는 분투 속에서 배워나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거리는 누군가의 징역에서 벗어나 또 다른 누군가의 약속으로 탈주하려는 사람으로 가득하다. 이 도시가 그 여파로 어지럽게 동요하는 듯이 보이는 순간들이 있다.

-알라딘 eBook <짝 없는 여자와 도시> (비비언 고닉 지음, 박경선 옮김) 중에서 - 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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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일은 실제로 일어났다, 대체로는 어쨌든, 전쟁 이야기는 아주 많은 부분이 사실이다. 내가 아는 한 사람이 드레스덴에서 자기 것이 아닌 찻주전자를 가져갔다는 이유로 정말로 총살을 당했다. 내가 아는 또 한 사람은 개인적으로 원수진 사람들에게 전쟁이 끝나면 총잡이를 고용해 죽여버리겠다고 정말로 협박했다. 그리고 기타 등등. 하지만 이름은 모두 바꾸었다. - P13

나는 절정과 스릴과 인물 묘사와 훌륭한 대사와 서스펜스와 대결을팔아먹고 사는 사람으로서 드레스덴 이야기의 얼개를 여러 번 짜보았다. 내가 짠 최고의 얼개, 아니 가장 예쁜 얼개는 두루마리 벽지의 뒷면에 적혀 있었다. - P18

그때도 나는 드레스덴에 관한 책을 쓰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그 사건은 당시 미국에서는 유명한 공습은 아니었다. 예를 들어 그쪽이 히로시마보다 훨씬 심했다는 것을 아는 미국인은 많지 않았다. 나도 그것은 몰랐다. 드레스덴은 그다지 여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 P23

두 소녀와 나는 조지 워싱턴이 건넜던 곳에서 델라웨어 강을 건넜다. 다음날 아침이었다. 우리는 뉴욕 세계박람회에 가서, 포드 자동차회사와 월트 디즈니가 보여주는 대로 과거가 어떠했는지 보고, 제너럴모터스가 보여주는 대로 미래가 어떠할지 보았다.
그리고 나는 현재에 관해 자문했다. 현재는 얼마나 넓고, 얼마나 깊으며, 그 가운데 내 것으로 챙길 것은 얼마나 되는가. - P32

시간은 흐르지 않으려 했다. 누군가 시계에 장난을 치고 있었다. 전기 시계만이 아니라 태엽시계에도 내 손목시계의 분침은 한번 움찔거린 뒤 일 년을 흘려보냈고, 그러고 나서야 또 한번 움찔거렸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지구인으로서 시계가 말해주는 것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그리고 달력이 말해주는 것을. - P35

들어보라:
빌리 필그림은 시간에서 풀려났다.
빌리는 노망이 든 홀아비로 잠이 들었다가 결혼식 날 깨어났다.
1955년에 하나의 문으로 들어갔다가 1941년에 다른 문으로 나왔다.
그 문으로 다시 들어가니 1963년의 자신이 나왔다. 자신의 출생과 죽음을 여러 번 보았다. 그는 그렇게 말한다, 그 사이의 모든 사건과 무작위로 만난다.
그렇게 말한다.
빌리는 시간 속에서 경련성 마비를 일으켜, 다음에 어디로 갈지 정할 수 없다. 이 여행이 꼭 재미있는 것은 아니다. 늘 무대 공포증 상태에 있다. 그는 그렇게 말한다. 다음에는 자신의 인생에서 어떤 역을 연기해야 할지 전혀 모르기 때문이다. -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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