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많은 소중한 사람들을 만났는지, 그 사람들의 마음속이야말로 제 삶의 천상적 지분인 것 같습니다.

-알라딘 eBook <꿈꾸고 사랑했네 해처럼 맑게> (전영애 지음) 중에서 - P149

무엇보다 입학한 중학교가 명문이라 좋은 가정의 딸들이 많다보니, 글자 그대로 촌 아이인 자신이 미운 오리새끼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수업이 끝나면 도서실에 앉아 있거나 학교 앞 작은 서점에 들렀다가 초라한 하숙방으로 돌아갔습니다. 고향집에서는 매달 하숙비 외에 용돈도 조금 왔는데, 저는 그 돈을 쓸 줄을 몰랐습니다. 언젠가 붕어빵을 구워 파는 수레에서 붕어빵을 한 봉지 사본 기억만 남아 있네요.

-알라딘 eBook <꿈꾸고 사랑했네 해처럼 맑게> (전영애 지음) 중에서 - P150

이제 책 같은 건 없어도 살 듯한 세상이지만, 저는 책이 있어 산 것 같습니다. 책을 통해, 달리는 도저히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을 만나며 사는 사치까지 누렸습니다. 글을 읽다보면, 좋은 글을 찾아 읽게 되고, 그런 글을 쓴 큰 사람을, 시공과 무관하게 만나게 됩니다. 잠깐 차 한 잔을 나누어도 가까워지는데, 누군가가 온 힘을 쏟아, 때로는 인생을 다 바쳐 쓴 책 한 권을 읽는다는 건 실로 엄청난 일입니다.

-알라딘 eBook <꿈꾸고 사랑했네 해처럼 맑게> (전영애 지음) 중에서 - P153

그래도 가장 행복한 시간은, 서원에서 해야 하는 일들을 어느 정도 마무리한 늦은 밤, 작은 등불을 들고 캄캄한 후원을 걸어 작은 단칸방 집의 불을 켤 때입니다. 혼자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시간인 것입니다. 노동하고, 읽고, 쓰고. 아마도 그게 마지막 날까지의 저의 모습일 것 같습니다.

-알라딘 eBook <꿈꾸고 사랑했네 해처럼 맑게> (전영애 지음) 중에서 - P154

꿈꾸고 사랑했네,
해처럼 맑게
내가 살아 있는 것,
알게 되었네
Ich träumt’ und liebte sonnenklar,
Daß ich lebte, ward mir gewahr.

-알라딘 eBook <꿈꾸고 사랑했네 해처럼 맑게> (전영애 지음) 중에서 - P155

그런데 이 소박함 역시 진정성이 묻어납니다. 괴테는, 그 거대함과 이 소박함이 동시에 참인 드문 인물이었습니다. 아니 좀더 정확하게는, 이런 소박함으로써 언제든 그 순간 자기에게 절실한 문제에 성심과 전력을 다해서 그것에 대해 생각하고 씀으로써 스스로 그 문제를 극복했습니다. 그것이 문제 극복의 전형적 방법이었으며 결과적으로는 절실한 작품들이 남았고 그런 것들이 쌓여서 그의 ‘거대함’을 만들어간 것입니다.

-알라딘 eBook <꿈꾸고 사랑했네 해처럼 맑게> (전영애 지음) 중에서 - P157

씀으로써, 이룸으로써, 자기 자신의 당면 문제를 넘어서고 나아가 자신의 민족의 문학사, 문화사, 세계의 지성사를 써내려갔습니다.

-알라딘 eBook <꿈꾸고 사랑했네 해처럼 맑게> (전영애 지음) 중에서 - P157

괴테는, 그 어느 연령에서든, 자연과 세상과 사람을 놀라워하며 바라보았습니다. 사람을 사랑했고, 사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소박함이 아마도 그의 위대함의 핵이 아니었을까 짐작해봅니다.

-알라딘 eBook <꿈꾸고 사랑했네 해처럼 맑게> (전영애 지음) 중에서 - P159

세상을 그 가장 내면에서 지탱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근본 물음과 결코 무뎌지지 않고 결코 무감각해지지 않는 감각, 열림이었을 것입니다.

-알라딘 eBook <꿈꾸고 사랑했네 해처럼 맑게> (전영애 지음) 중에서 - P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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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동생에게
순순히 작별을 고하지 마시게
하루의 끝자락에서 노년은 격렬하게 타올라야 하느니
격노하라, 빛의 소멸에 맞서 격노하라…….

- 딜런 토머스 - <아주 편안한 죽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7002 - P9

1963년 10월 24일 목요일 오후 4시에 나는 로마에 있는 미네르바 호텔 방에 있었다. 다음 날 비행기로 집에 돌아갈 예정이라 서류를 정리하고 있던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파리에서 걸려온 보스트의 전화였다.

"어머니께서 사고를 당하셨어요." - <아주 편안한 죽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7002 - P10

"죽음 그 자체가 무서운 건 아니야. 죽음으로 넘어가는 과정이 무서운 거지." - <아주 편안한 죽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7002 - P19

엄마의 육체가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과 엄마의 머릿속이 무의미한 생각들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 서로 상반되는 이 두 가지 사실이 나를 슬프게 했다. - <아주 편안한 죽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7002 - P26

나에게 몸은 덜 중요한 것도 더 중요한 것도 아니었다. 어린 시절에는 몸에 애착을 느꼈다. 하지만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몸은 내게서 마음을 불안하게 만드는 혐오감을 자아내기 시작했다. 흔히 있는 일이었다. 그러면서 나는 몸이 혐오스러움과 신성함이라는 이중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는 점, 즉 금기에 해당한다는 점을 당연시하게 되었다. - <아주 편안한 죽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7002 - P26

내게 있어서 엄마의 죽음은 탄생과 마찬가지로 신화적인 시간의 차원에 속한 것이었다. - <아주 편안한 죽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7002 - P27

그렇지 않아도 비쩍 마른 엄마가 더욱 더 야위고 오그라든 듯 보였기 때문이었다. 마치 금이 가고 바싹 메말라 버린, 빛바랜 분홍색 포도덩굴 한 줄기를 보는 것 같았다. - <아주 편안한 죽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7002 - P35

사르트르에 따르면 내가 더 이상 입을 내 뜻대로 움직이지 못했다고 한다. 내 얼굴에 엄마의 입을 포개어 놓고 나도 모르게 그 입 모양을 따라 했던 모양이다. 내 입은 엄마라고 하는 사람 전부를, 엄마의 삶 전체를 구현하고 있었다. 엄마에 대한 연민의 감정으로 나는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 <아주 편안한 죽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7002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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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저마다의 셔터를 올리면서 오늘을 산다. 누구에게나 저마다 하루를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 채워야 할 ‘빈칸’ 같은 것이 존재한다. - <셔터를 올리며>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95084 - P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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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복 받았어라, 세상 앞에서
증오 없이 자신을 닫는 이

-알라딘 eBook <꿈꾸고 사랑했네 해처럼 맑게> (전영애 지음) 중에서 - P121

어디서든, 장엄한 자연 속이면 더더욱, 자신을 만나는 순간은 아름답습니다. 그것이 인간과 그 공동체에 대한 통찰로 이어지면 더더욱 그렇지요. 만난 것이 굳이 운명까지는 아니어도, 스스로 느낀 그 어떤 기쁨과 놀라움을 평생의 업業으로 이어가는 것이라면, 그런 지혜를 확인하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요.

-알라딘 eBook <꿈꾸고 사랑했네 해처럼 맑게> (전영애 지음) 중에서 - P123

자신을 만나는 아름다움의 순간이, 아니 숨 한번 시원히 내쉬고 다시 들여 쉬어보는 시간이, 그리고 그럼으로써 평화가 사람들에게 찾아들기를 바랐던 것이지요.

-알라딘 eBook <꿈꾸고 사랑했네 해처럼 맑게> (전영애 지음) 중에서 - P123

기나긴 생애 동안, 아침 5시 반부터 오후 1시까지 글을 쓰고 그 이후에 다른 활동을 시작했지요.

-알라딘 eBook <꿈꾸고 사랑했네 해처럼 맑게> (전영애 지음) 중에서 - P124

무엇을 시작하든 첫 마음을 잃지 않고, 세상을 걱정하며 잡았던 서로의 뜨거운 손을 놓지 말고, 무엇보다 누구든 제자리에서 하던 일에서 손을 놓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각자 자기 일을 성심껏 해가는 것이야말로 올바른 세상을 만드는 첫걸음이라 생각합니다.

-알라딘 eBook <꿈꾸고 사랑했네 해처럼 맑게> (전영애 지음) 중에서 - P126

더 크게
지을 수야 있겠지만,
더 많은 게
나오지는 않습니다
Grössre kann man bauen
Mehr kommt nicht heraus.

-알라딘 eBook <꿈꾸고 사랑했네 해처럼 맑게> (전영애 지음) 중에서 - P130

"베를린장벽은 무너졌지만, 우리는 많은 내적 장벽을 세웠습니다. 그걸 허물 사람도 우리입니다."

-알라딘 eBook <꿈꾸고 사랑했네 해처럼 맑게> (전영애 지음) 중에서 - P143

인식했으면,
무엇이 세계를
그 가장 깊은 내면에서
지탱하고 있는지
Daß ich erkenne was die Welt
Im innersten zusammenhält.

-알라딘 eBook <꿈꾸고 사랑했네 해처럼 맑게> (전영애 지음) 중에서 - P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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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디에 마르티니에게

"세상은 질서와는 거리가 먼 난장판이다. 난 세상을 정돈할 생각이 없다."
–게리 위노그랜드(Garry Winogrand, 1928~1984.미국의 거리 풍경 사진작가)

-알라딘 eBook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장리노?> (야스미나 레자 지음, 김남주 옮김) 중에서 - P7

그는 건물 벽을 등지고 거리에 서 있다. 정장에 넥타이를 맨 차림이다. 비죽 튀어나온 두 귀, 겁먹은 눈빛, 짧은 백발. 여윈 몸매에 좁은 어깨. ‘깨어라Awake’라는 단어가 보이는 잡지를 들고 있다. ‘여호아의 증인’에서 발행하는 전설적인 잡지의 로스앤젤레스 판이다. 사진을 찍은 해는 1955년. 그의 모습은 마치 아이처럼 보인다. 이제는 죽은 지 오래되었으리라. 그는 종교 잡지를 배포하는 데 어울리는 차림을 하고 있었다. 혼자였고, 서글프고 성마른 투지로 무장한 듯 보였다.

-알라딘 eBook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장리노?> (야스미나 레자 지음, 김남주 옮김) 중에서 - P8

지금 우리는 풍경 속 어딘가에 있고, 이윽고 때가 오면 더이상 거기 없다. 어제는 비가 내렸다. 나는 로버트 프랭크의 사진집 《미국인들The Americans》을 펼쳤다. 그 책은 서재의 책장 구석에 꽂혀 있었다. 내가 그 책을 펼친 것은 40년 만이었다.

-알라딘 eBook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장리노?> (야스미나 레자 지음, 김남주 옮김) 중에서 - P9

지금 우리는 풍경 속 어딘가에 있고, 이윽고 때가 오면 더이상 거기 없다. 노르망디 지방 디에프 항에서 본 스코피톤(*1960년대식 뮤직 비디오 박스. 노래와 영상이 동시에 나온다)이 생각난다.

-알라딘 eBook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장리노?> (야스미나 레자 지음, 김남주 옮김) 중에서 - P9

드네가 페르낭 레이노(*1926~1973. 프랑스의 코미디언)의 〈푸주한〉을 눌렀다. 화면이 나오자 우리는 그 촌극 때문에, 우리가 마신 피콩 때문에 눈물이 나올 정도로 웃어댔다.

-알라딘 eBook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장리노?> (야스미나 레자 지음, 김남주 옮김) 중에서 - P10

우리는 젊었다. 그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는 걸 그때는 알지 못했다. 오늘로 나는 예순두 살이 된다. 지금까지 살면서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알아냈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알라딘 eBook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장리노?> (야스미나 레자 지음, 김남주 옮김) 중에서 - P10

내가 예순 살이 되던 날 장리노 마노스크리비는 나를 오퇴유의 경마장에 데리고 갔다. 그와 나는 층계에서 우연히 만나 함께 계단을 오르곤 했다.

-알라딘 eBook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장리노?> (야스미나 레자 지음, 김남주 옮김) 중에서 - P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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