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주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01
에밀 졸라 지음, 유기환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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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이글거리는 맹화 너머로, 싱그러운 희망이 더없이 맑고 고요한 하늘 속에서 다시 태어나고 있었다.

그것은 영원한 자연, 영원한 인류의 신선한 소생이었다.

그것은 희망을 품고 근면하게 일하는 사람에게 약속된 새로운 청춘이었다.

그것은 수액이 오염되어 잎을 노랗게 물들이는 썩은 가지를 잘랐을 때

푸르른 줄기를 힘차게 내뻗는 생나무였다.

p.706

우리집 베란다에 남편과 아이들이 키우는 식물들이 있는데

요즘 펜지들이 자꾸 줄기가 얇아지고 잎이 누래졌다.

남편은 줄기를 다 잘라주자고 하지만

펜지를 넘 좋아하는 아이들은 그러지 말아달라고 애원했다.

하지만 펜지 상태가 점점 더 나빠지자

아이들도 아빠의 의견에 동의했고 남편은 과감하고 중심 가지만 남기고 모두 다 잘라버렸다.

그 모습이 얼마나 볼품이 없던지 나는 이제 펜지가 완전히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조금 시간이 지나자 전보다는 확실히 더 튼튼한 줄기가 나왔고

더 풍성해보이는 꽃이 예쁘게 피었다.

더 나은 상황을 위해서

지금의 것들을 과감히 포기하고 버리는 것이

해결책일수 있다는 것을 가족들을 통해 경험해서인지

<패주>에서의 마지막은 내게 무척 희망적으로 느껴졌다.

비록 너무 많은 것을 잃어버리고

다 부서지고 황폐해져서 죽음과 같은 상황인것 같지만

잃어버린 것의 소중함을 기억하며

성실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묵묵히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통해

더 나은 미래가 만들어지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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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 졸라 지음, 유기환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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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토록 갈망하던 하얀 시트,

이제 장의 눈에는 그것만 보였다.

육주 전부터 그는 옷을 벗고 침대에서 자본 적이 없었다.

새하얀 시트, 저 포근한 시트속으로 들어가 아득히 잠들고 싶은 간절한 욕망,

아이처럼 조바심이 나는 간절한 욕망을 더이상 참기 힘들었다.

혼자 남게 되자마자 그는 곧바로 신발과 옷을 벗어던지고 시트 속으로 들어가 행복하게 의식을 잃었다.

p. 219

자신의 대원들을 살뜰히 챙기고

힘든 일을 불평하지 않고 묵묵히 하며

누구보다 모범적이었던 하사 장.

하지만 깨끗하고 편안한 잠자리가 너무나 간절하여

음식도 입에 대지 않고

새하얀 시트에 몸을 맡긴채 기절하듯이 잠들어버린다.

인간은 잠만 자면 되는게 아니라

이 쾌적하고 깨끗한 잠자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얼마나 간절해지수 있는지

이런 기본 욕구보다 우선할수 있는것은 없다는 걸 느끼며

'사람'에 대해 더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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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주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01
에밀 졸라 지음, 유기환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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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모리스는 한줄기 따듯한 햇살이

그의 가슴까지 비쳐드는 것을 느꼈다.

그는 부끄러웠고, 혼란스러웠다.

어떻게 된 거지?

그저 상스러운 농사꾼이 아니었던가?

p.63

자신이 복종해야할 윗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변호사인 반면에

상대는 무식한 농사꾼이라며

은근히 무시해 왔던 모리스.

하지만 그런 뒷배경이 그 사람 됨됨이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는 것을

인정할수 밖에 없게 된다.

자신의 유익이 아니라

허상같은 이론 때문이 아닌

만인의 행복, 평화로운 질서, 풍요로운 결실을 위해

자신을 기꺼이 바치는 그의 상사의 모습에

숭고함이 절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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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남매 과학 탐험대 2 : 지구와 달 흔한남매 과학 탐험대 2
김덕영 그림, 이재국 외 글, 정현철 감수, 김희목 외 기획, 흔한남매 원작 / 주니어김영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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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출판사에서 도서 협찬받았습니다]


많은 아이들이 티비에서 나오는 '흔한남매'에 푹 빠져서 그렇게 좋아한다고 하는데 우리집엔 티비가 없어서 우리 아이들은 '흔한남매'가 누군지도 모른다. ^^;; 하지만 많은 아이들이 좋아하는데는 이유가 있을것 같아서 우리 아이들도 소개해주고 싶은 마음에 이번에 집에 들이게 되었다. 역시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귀엽고 재밌는 그림에 나의 초딩시절도 생각나면서 내가 더 신나더라는~ ㅎㅎㅎㅎ

이 책은 흔한남매 으뜸이와 에이미, 그리고 정박사님이 우주에서 헤매다가 에이미의 젤리의 파워로 무사히 지구로 복귀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이다. 1편은 보지 못해서 젤리에 어리둥절 했지만 초능력을 발휘하는 그 젤리 파워에 나도 빠져들게 됨 ㅋㅋㅋㅋ




이 책에선 지구에 관한 이야기들로 가득한데 나도 너무나 새롭고 흥미롭게 배웠던 내용들이 있어서 더 좋았다! 크리스마스는 우리나라에선 겨울이지만 호주는 여름인데 그 이유가 남중 고도 때문이라고! 분명 학창시절에 배웠을것 같은데 왜이렇게 새로운지 ㅋㅋㅋㅋ 알기 쉽게 잘 설명해주시는 정 박사님 덕분에 나도 아하! 하고 잘 이해할수 있었다.



한 챕터가 끝나면 이렇게 활동지가 있어서 앞에서 배운 내용을 복습하기도 하고 숨은 찾기 같은 재밌는 놀이도 할수 있다. 아이들 책에선 요런게 있어서 참 좋음~ ㅎㅎㅎ



이건 달 무늬에 관한 이야기인데 다들 같은 무늬를 보지만 그 무늬를 어떤 형상으로 봤는지는 다양하다는게 넘 흥미로웠다. 우린 당연히 방아 찧고 있는 토끼 모양인데 다른 나라에선 여인 모습, 두꺼비, 또 집게발 든 게의 모습으로 보았다고 한다. 이야기 중간중간에 궁금증 란도 따로 있어서 내용에서 아이들이 궁금할만 한 내용들도 따로 집어주고 알려준다. 요런건 참 유익함~



이것도 새롭게 배운 내용인데 태양과 달은 지구에서 보면 거의 크기가 같다. 하지만 실제론 태양이 달보다 400배 큰데 지구에서의 거리가 달보다 400배 멀어서 달과 그렇게 비슷한 크기가 되었다고! 이 비슷해진 크기 덕분에 일식과 월식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도 넘 흥미로웠다! 이걸로 옛날엔 신의 계시라고 얼마나 큰 의미를 부여했었는데 이런 이유로 일식과 월식이 있구나라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됨. ㅎㅎㅎ

흔한남매와 간식일당의 투닥투닥 흥미진진한 이야기와 함께 지구에 관한 과학적 정보들을 이해하기 쉽게 잘 설명되어있어서 나도 넘 재밌게 읽었다. 즐겁게 지구과학 이야기를 아이들과 보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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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람들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김선영 옮김 / 새움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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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리뷰어스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 협찬받았습니다]


작년 고전 작품들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했을 때 전자책으로 <가난한 사람들>을 처음 만났었다. 그 때 그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생생하게 만난게 거의 처음이라서 얼마나 충격적인지!! 그리고 얼마나 비극적인지 ㅠㅠ 주인공들의 비참한 가난한 삶을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었다. 그리고 작가님은 글을 얼마나 잘 쓰셨는지!! 도스토옙스키님의 데뷔작이 이고 20대에 쓴 작품이라는데 너무 잘써서 천재는 다르구나! 하면서 감탄했었음.



이 작품은 한 남자와 한 여자의 편지로 구성되어있다. 위 내용은 맨 처음 남자가 여자에게 보낸 편지인데 얼마나 사랑이 뚝뚝 떨어지는지!! 두 젊은 남녀가 폭 빠져서 서로에게 미쳐있는것 같은 상황인거만 같다. 내 비둘기, 내 친근한 사람, 천사님 등등 상대방에게 애칭이 얼마나 달달한지 혀가 얼얼할것 같은 강도임 ^^;; ㅋㅋㅋㅋ 근데 더 작품에 들어가보면 이 남자는 여자의 먼 친척이고 거의 아버지뻘 되는 사람이다. 바렌카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여의어서 보호자가 필요한데 이 마카르가 그녀의 보호자 역할을 하게 된것. 마카르는 오랫동안 혼자 살아와서인지 자신이 사랑해야할 대상이 생기자 정말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바쳐서 그녀를 사랑한다. 그 사랑이 얼마나 불타는 지 아버지 같은 사랑이라고 하기엔 정말 도가 지나침!!



마카르가 본인도 찢어지게 가난하지만 자신을 너무 사랑해서 자신에게 다 갖다주는걸 알고 있는 바렌카. 매번 자기를 위해 돈 쓰지 말라고 말은 하지만 극장에 가자는 마카르 제안에 자신이 생각하는 의상 괜찮겠냐며 설레는 모습을 보인다. 아직 어린 아가씨 바렌카의 마음이 너무나 이해 됨 ㅠㅠ 한참 꾸미고 싶고 예뻐보이고 싶고 재밌는것도 하고 싶은데, 누군가에게 이렇게 사랑받는것도 너무 좋은데 상대방이 너무 가난해서 미안하고, 하지만 자신의 욕구를 완전히 포기는 못하겠고... ㅠㅠ 얼마나 안쓰러운지....



위 내용은 마카르가 바렌카가 빌려준 고골의 <외투>를 읽고 나서 그 글에 대한 소감인데 처음에 이 책을 읽었을 때는 내가 <외투>의 작품을 몰라서 그의 소감에 공감을 할수 없었다. 그런데 몇 달전에 고골의 <외투>를 읽었어서 이 내용이 무슨 말인지 알겠고 마카르가 이렇게 흥분하는 이유를 이해하니 훨씬 몰입되고 재밌으면서도 넘 안타까움 ㅠㅠ

나도 <외투>를 보면서 도스토옙스키가 이 작품을 보고 <가난한 사람들>을 썼구나 생각이 날 정도로 많은 부분이 닮았다. 이 작품이 좋았다면 <외투>도 추천!

이 <가난한 사람들>엔 푸시킨 <벨킨이야기>와 <역참지기>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는데 그것도 얼마나전에 봤던 이야기라서 반가웠고 특히 <역참지기>의 주인공을 보며 자신도 완전히 공감했다는 평을 하는데 그런 맥락들을 이해할수 있어서 넘 좋았다. 열심히 고전 읽는 보람을 요런데서 느끼는 구먼 ㅋㅋㅋ




이 시대의 가난한 사람들의 모습을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보는지에 대한 이야기인데 얼마나 폐부를 찌르는지.... ㅠㅠ

가난한 사람은 전부 까발려져야 되요.

감춰야 할게 있어서도 안되고

자존심 같은 것도 절대 안 되지요!

......

그들은 그녀에게 자신의 돈을

거저 주는 거라고 생각했겠지만, 아니올시다.

그들은 가난한 사람을

구경하는 대가로 지불한 거예요.

가난한 사람은 한 인격체가 아니라 동물같이 구경거리로 본다는게 너무너무 아프고 끔찍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이런 시선은 이 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도 존재하고 있는게 사실.... 이 본질적인 부분을 너무 정확하게 표현해서 이 부분을 읽을 땐 정말 소름이 돋았다.

서로밖에 없었던 두 사람은 가까이 지내면서 서로를 의지하며 행복하게 지내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두 사람은 너무나 가난했다. 결국 아직 젊은 아가씨였던 바렌카는 부잣집 남자와 결혼을 하게 되는데 남자는 결혼식도 대충하려고 하고 본격적으로 같이 살기도 전에 바렌카에게 돈을 많이쓰네 어쩌네 하면서 바렌카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이 남자는 남들에게 보여줄만한 반반한 아내를 원할 뿐, 그녀에 대해 어떤 애정도 없다. 결혼전에 이미 이 모든것을 알지만 바렌카는 정말 살기 위해 그와 결혼을 하며 그 곳을 떠나고 마카르에게 작별을 하고 그녀의 불행할것이 뻔한 결혼생활에 가지말라는 슬픔 가득한 마카르의 편지로 작품은 마무리 된다.

처음엔 이 가난한 자들의 비극이 너무 마음이 아파서 그 부분만 기억에 남았는데 다시 보니 두 주인공의 상황과 정말 자신들이 하고 싶었던 말이 무엇인지가 눈에 보여서 더 풍성하게 감상할수 있었다. 특히 막판으로 상황이 악화 될 수록 서로 애칭만 너무 스윗하고 내용은 눈 뜨고 보기 힘들 비참함 그 자체여서 그 괴리감이 우스꽝스럽게까지 느껴졌다. 그래서 더 강렬하게 남는 듯함....

정말 고전은 볼때 마다 새로운 것을 배울수 있는 것 같다.

짧지만 강렬하고 깊은 생각을 안겨주는 도스토엡스키의 <가난한 사람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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