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다 절친이 얼마 전 초한지를 읽고 정말 좋았다고 본인은 삼국지보다 더 좋았다는 말을 들어서 <초한지>는 꼭 한 번 읽어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이번 기회에 만화버전 <초한지를 한번도 안 읽어볼 수는 없잖아>를 만날 수 있어서 넘 좋았고 만화여서 나보다 애들이 먼저 다 읽어서 더 좋았다.
만화임에도 원래 스토리가 강렬하다보니 마음의 충격이 꽤 크게 남았다. 세상에 어떻게 그럴 수가....
그런데 너무 현실적이야! ㅠㅠ 정말 씁쓸한 인간사가 적나라하게 느껴지는 내용이었다.
진나라의 진시황이 죽고 조고가 힘없는 왕을 허수아비처럼 세운 후 자기 마음대로 치리를 했다. 당연히 백성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주머니만 열심히 채움... 많은 사람들이 큰 반발심을 갖게 되고 모두 진나라가 곧 끝날 수 밖에 없음을 느끼고 있을 때 유방과 항우가 진나라를 끝내고 새로운 나라를 세워야한다고 생각한다.
둘은 처음엔 의형제를 맺을 정도로 관계가 좋았다. 하지만 항우는 무력이 인간계가 아닌 신급의 능력을 가졌으나 인품은 그 능력을 따르지 못해서 무자비했다. 반면 유방은 실제로 능력이 그리 없는데 사람들에게 지혜롭게 대하여 큰 무력 없이 항복을 받아내고 많은 인재들을 자신의 사람으로 만든다.
성향이 이렇게나 다른 둘은 같이 갈 수 없는 것이 운명이었고 진나라가 멸망한 후 항우는 초나라, 유방은 한나라를 세워서 천하통일을 위해 싸운다. 항우의 엄청난 무력과 감정적이고 잔인한 성격 때문에 주변 나라들은 눈치 보며 따를 수 밖에 없었지만 결코 그를 진심으로 따르지 않았다. 결국 하나 둘씩 항우를 떠나 유방의 편에 서게 되고 모두 힘을 합해 항우에게 대항한다.
하지만 항우는 왕중의 왕 ‘패왕’이었다. 엄청난 군대가 그에게 대항해도 그를 직접 죽일 수 없었고 큰 부상을 입은 후 자신이 끝났다는 것을 느낀 항우가 스스로 자결하여 전쟁이 마무리 된다. 정말 클래스가 달라도 너무 달랐다고 느껴짐. 만화책이어서 미화되고 표현이 많이 생략되었을텐데 그의 엄청난 힘이 크게 와 닿았다.
이렇게 해서 유방이 천하통일을 하고 그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운 자들을 잘 보상해주고 함께 행복하게 잘 살았다라고 끝났다면 얼마나 속이 후련하고 행복할까 ㅠㅠ
유방을 위해 항우를 배반하면서 자신의 목숨을 바쳐 싸우고 심지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있어도 유방을 위해 마다하며 그를 위해 싸웠건만 항우가 죽고 천하통일이 되자 유방은 그들이 반역할까봐 두려워하게 되고 의심하게 된다. 정말 너무 비극임 ㅠㅠ 의심하는 순간 누구보다 자신에게 가장 충성스럽고 큰 도움이 되는 자들이 그의 머릿속엔 이미 배신자가 되어 있어서 더 함께 하기 어려워진다 ㅠㅠ
항우를 처치할 때 가장 큰 공을 세운 3인방 한신, 팽월, 영포를 결국 유방은 제거한다.
이 부분이 정말 슬프고 충격적이었다. 오직 살아남는 목적만 생각하고 냉정하게 봤을 때는 분명 그들이 가장 유방의 큰 적이 될수 있는 요소가 있지만 그런 가능성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 그들을 그렇게 처단한다는 것은 정말 비극적인 일인것 같다.
이 초한지 이후로 <삼국지>의 시대가 열린다. <삼국지>의 등장 할 수 있도록 배경을 만들어 준 초한지의 이야기는 기대보다 훨씬 더 흥미로웠고 정말 배울 점이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