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립 - 내 인생을 주도하는 시간 설계의 기술
릭 파스토르 지음, 김미정 옮김 / 청림출판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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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시간을 더 아끼거나 작업량을 늘리려는 의도라기보다, 일 자체의 구조를 다시 세우고 싶다는 마음이 컸습니다. 책을 읽으며 자연스레 제 일상의 방식들을 다시 만져보게 됩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부분은 ‘일정표’에 대한 저자의 태도였습니다. 약속을 적는 도구라고만 여겼던 일정표를, 오히려 하루의 에너지를 배분하는 작업 공간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중요한 일, 집중해야 할 시간,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 심지어 쉬는 시간까지도 미리 배치하라는 조언을 들으면서, 무작정 흘러가는 하루에 손잡이가 생기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또 하나 마음에 남은 건, 머릿속에 떠다니는 생각을 그 자리에서 털어내라는 부분입니다. 해야 할 일과 해야 하는 이유가 뒤섞여 머릿속을 어지럽히던 순간들이 많았는데, 저자의 방식대로 작은 단위의 행동(task)로 분리해 적어두니 마음이 훨씬 조용해졌습니다. 정리하지 못한 생각들이 오히려 작업을 방해하고 있었다는 걸 새삼 깨닫습니다.

일주일을 정리하는 시간을 마련하라는 조언은 익숙하지만, 저자가 말하는 방식은 조금 달랐습니다. 단순히 한 주의 기록을 보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미뤘는지’, ‘무엇이 중요한데 손을 대지 못했는지’, ‘다음 주에는 어떤 흐름으로 살아갈지’를 스스로 확인하는 과정을 반복하면 일의 흐름뿐 아니라 심리적 안정을 찾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듭니다.

결국 일의 구조를 바꾼다는 건, 습관과 태도를 바꾸는 일이라는 점입니다. 점점 더 많은 일을 해야 할수록, 오히려 더 단순하게 사고해야 한다는 말이 마음에 담겼습니다. 크고 복잡한 생각은 단단한 목표 하나와 작은 행동으로 시작할 때 비로소 형태가 잡힌다는 이야기처럼요.

달력 속 빈 시간들을 제대로 채우고, 매주 한 번 나만의 리뷰 시간을 만들어보고, 중요한 일들이 소리 없이 흘러가지 않도록 작은 압정📌을 붙여두는 작업들. 이 책은 그런 ‘압정’을 만드는 법을 차근차근 알려주는 느낌이었습니다.

오늘의 기록은 이렇게 남겨둡니다. 지금의 라이프에 조금 더 그립이 생기길 바라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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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인지 챈스(Change Chance) - 변화가 기회를 만든다
서이타 지음 / 성안당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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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는 ‘지시’가 아니라 ‘이해’에서 시작됩니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조직의 변화는 시스템보다 사람의 생각에서 먼저 움직인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리더가 방향을 선언하고, 구성원이 따라오는 구조는 오래 지속되지 않습니다.
왜 변해야 하는지, 무엇을 지키기 위해 바꾸는지 의미를 공유하는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서이타 저자는 변화 관리 이론을 현실에서 꺼내와
역사·철학·종교적 시선으로 다시 해석합니다.
덕분에 변화라는 말이 거창한 전략이 아니라,
일상의 작은 선택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줍니다.

결국 변화는 ‘지시’가 아니라 ‘습관’으로 완성되고,
그 습관을 반복하는 힘이 곧 조직 문화가 된다는 메시지가 오래 남습니다.

성장을 원하는 조직과,
그 속의 개인에게도 필요한 시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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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근담
홍자성 지음 / 린(LINN)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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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여러 판본을 스쳐 지나가듯 읽어왔지만, 이번 책은 묘하게 손에 오래 머물렀습니다. 책은 ‘흔들릴 때마다 삶의 길을 찾아가는 방법’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데, 지나치게 과장된 문구도 아닌데도 은근히 묵직하게 다가왔습니다. 마치 지금의 제게 꼭 필요한 한 문장이라도 품고 있을 것처럼.

읽다 보면, 홍자성이 남긴 짧은 구절들이 한 줄씩 또렷이 걸립니다. 말은 간결한데 그 안에 담긴 무게는 가볍지 않습니다. 번잡한 세상에서 마음 하나 단정히 세우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날마다 체감하고 있어서인지, 문장마다 오래 머무르게 됩니다.

‘검소함’이나 ‘절제’라는 단어가 결코 가난하거나 초라한 삶을 뜻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삶의 가장 깊은 층위에서 스스로를 단단히 붙드는 태도라는 사실을 다시 깨닫습니다. 나무 뿌리를 씹듯 질긴 시간을 견디며 다져지는 마음… 그런 문장들이 조용히 마음에 걸립니다.

빠르게 진도를 내기보다는, 문장 하나를 오래 굴려보는 쪽이 오히려 맞습니다. 그러면 그날 마음속에 걸렸던 작은 일들도 이상하게 정리가 됩니다.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 읽는 책이 아니라, 제 마음을 정돈하기 위해 곁에 두는 책이라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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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의 마음 공부 - 소란과 번뇌를 다스려줄 2500년 도덕경의 문장들
장석주 지음 / 윌마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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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만 느껴졌는데, 이 책 덕분에 도덕경이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낡은 지혜가 아니라, 지금의 마음에 그대로 닿는 문장들이었습니다.

문장을 읽다 보면 ‘왜 지금 이 시기에 이 책을 펼치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과하게 움직이고, 과하게 생각하고, 스스로를 조급하게 몰아가는 일상 속에서 오래전 노자의 문장이 마치 작은 이정표처럼 느껴집니다.

특히 “큰 그릇은 늦게 만들어진다”는 구절을 읽을 때 마음이 오래 머물렀습니다. 눈에 보이는 성과만 좇느라 조급해진 나를 바라보게 되었고, 속도를 줄이라는 조용한 시그널처럼 다가왔습니다.

책 곳곳에서 ‘비움’이라는 주제가 반복되는데, 읽을수록 비움은 단순히 덜어내는 행위가 아니라 마음의 불필요한 긴장을 풀어내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자가 인용한 노자의 문장은 짧지만, 그 여백이 넉넉해 오히려 더 많은 의미를 품고 있었습니다.

조용히 설명하는 문체 덕분인지, 억지스러운 감동 없이 자연스럽게 울림이 남습니다. 일상의 리듬을 잠시 멈추고 자신의 호흡을 들여다보고 싶은 날에는 좋은 동반자가 됩니다. 오늘처럼 마음이 복잡한 날, 이 책의 한 페이지가 의외로 큰 여백을 만들어 줍니다.

조금 더 느긋하게, 이 책이 말하는 ‘물처럼 사는 법’을 마음에 새기며 지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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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로 가야겠다
도종환 지음 / 열림원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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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세월 세상의 바람을 맞으며 단단해진 언어가,
거친 세월을 지나온 사람의 목소리인데도, 그 안에는 다정함이 배어 있었습니다.

〈산양〉을 읽으며 마음이 오래 머물렀습니다.
“산다는 건 쉬운 게 아니다”라는 첫 행은
너무 단순해서 오히려 깊이 들어왔습니다.
비탈과 벼랑을 오르내리는 일상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자주 자신을 다독이지 못한 채 버텨왔는지,
그 짧은 구절이 조용히 일깨워줍니다.
시인의 시선은 고단함을 외면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벼랑 끝에서도
‘살아 있음’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바다〉의 시구는 또 다른 결을 지니고 있습니다.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 살아 있다는 건
이렇게 끝없이 물결치는 것.”
그는 존재의 이유를 외부에서 찾지 않습니다.
살아 있다는 사실 그 자체로 충분하다고 말합니다.
밀물과 썰물이 반복되듯, 우리 삶도 흔들리고 흔들리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흐름 속에 있음을 일깨워줍니다.
시인의 언어는 조용하지만 단호합니다.
삶을 견디게 하는 것은 결심이 아니라,
그저 계속 살아내는 일 그 자체임을 알려줍니다.

이 시집은 말 그대로 ‘고요로 가는 길’에 관한 기록입니다.
분주함 속에서도 자신에게로 향하는 마음,
상처 위에서도 다시 피어나는 생의 의지를 담고 있습니다.

삶의 비탈과 벼랑을 오르내리던 마음이
잠시 쉬어갈 자리를 찾은 듯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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