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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종착지는 집입니다 - 하우스갤러리 이야기 ㅣ 나와 잘 지내는 시간 6
강언덕 지음 / 구름의시간 / 2025년 5월
평점 :
강언덕 작가가 들려주는 하우스갤러리2303 이야기는 단순한 미술 에세이를 넘어, 삶과 예술이 어떻게 하나로 어우러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감동적인 기록입니다.
작가는 솔직하게 고백합니다. 과거의 자신에게 미술은 "감탄하며 우러러보는 뮤지엄 글라스 속 오브제"이거나, "이생에서 나와는 절대 상관없고 욕망할 수도 없을 만큼 값비싼 명품"이었다고 말입니다. 그런 그가 그림을 집으로 들여온 순간, 비로소 진정한 예술의 힘을 경험하게 됩니다.
하우스갤러리2303이라는 자체가 작가의 철학을 담고 있습니다. "그림이 나의 집에 오고 나서야, 나와 눈 마주치는 곳에서 가까이서 나를 위로하고 말을 건네는" 그 순간의 감동이 책 전체를 관통합니다. 2303호라는 평범한 주거 공간이 어떻게 특별한 예술 공간으로 변모하는지, 그 소박하면서도 깊이 있는 경험담이 페이지마다 진솔하게 펼쳐집니다.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다가 문득 바라본 그림에서 위로를 받는 순간, 아이와 함께 그림을 보며 나누는 소소한 대화들이 얼마나 소중한 예술적 순간인지를 깨닫게 됩니다.
"예술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가장 아름다운 존재이며, 타인을 이해하고 나를 사랑하는 힘을 준다"고 말하면서도, "예술은 물처럼 투명하고 유연해서 사람들에게 가닿는 의미가 모두 다르다"는 겸손함을 잃지 않습니다. 하나의 그림을 놓고도 사람들은 각자의 관점으로 그림을 보고 자기 이야기를 투영해 그림의 의미를 완성한다는 데 공감합니다.
예술은 비싼 명화를 소유해야만 하는 것도, 전문적인 지식이 있어야만 하는 것도, 거창한 갤러리 공간이 있어야만 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하우스갤러리2303처럼 그저 마음에 드는 그림 한 점을 집에 들여놓고, 그것과 함께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예술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따뜻하게 전해집니다.
작가가 전하는 "그림의 종착지는 집, 결국 우리의 삶 한가운데가 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는 깊은 공감을 줍니다. "삶이 예술로 들어가고, 예술이 삶으로 들어올 때 진정한 예술의 가치가 발현된다"는 그의 깨달음은 하우스갤러리2303에서 현실이 됩니다. 예술을 멀리서 우러러보는 것이 아니라, 매일 마주하며 함께 숨 쉬는 친구처럼 가까이 둔 그 공간에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