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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페이지 인문학 - 하루 5분이면 충분한 실천 인문학
김익한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11월
평점 :
책은 한 페이지 분량의 짧은 생각거리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짧음 속에 오히려 더 깊이 스며드는 힘이 있습니다.
오늘도 책장을 넘기며, '이 정도의 여유는 내 하루에서도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바쁜 일상속에서도 잠깐 멈춰서 생각하는 시간이 얼마나 귀한지 알고 있으면서도, 막상 실천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이 책은 그 어려움을 아주 부드럽게 풀어줍니다. 한 장을 읽는 데 5분도 걸리지 않지만, 그 한 장이 하루 전체의 분위기를 바꾸어놓는 순간이 종종 찾아옵니다.
특히 '오늘 나에게 던지는 질문'이라는 질문을 읽고 나면 자연스레 일상을 조금 더 정리하게 되고, 마음의 방향을 곧게 세우는 데 도움이 됩니다. 어떤 날은 스스로를 돌아보라는 문장이 나오고, 또 어떤 날은 관계에 대한 성찰을 권합니다. 차분한 리듬으로 이어지는 이 흐름이 하루를 가볍게 밀어주는 힘이 됩니다.
아침 책장을 넘기는 짧은 순간이지만, 그만큼 제 하루가 단단해지는 기분이 듭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몇 장을 읽다보니 이 책을 올해 안에 다 읽어버리기보다는 조금 아껴두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이 책은 단순히 '좋은 문장'으로끝나는 종류가 아니라, 한 해의 첫 단추를 차분히 끼워주는 역할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남은 시간 동안은 일부러 조금씩 아껴 읽고 있습니다. 한 장을 넘길 때마다 '이 감각을 새해 첫날에 다시 느끼면 어떨까' 하는 기대가 쌓입니다. 시작이라는 건 언제나 묘한 긴장과 설렘이 함께 찾아오는데, 이 책은 그 변화의 문턱에서 제마음을 잘 정돈해줄 것만 같습니다. 인문학이 어렵지 않게, 부담스럽지 않게, 삶 가까이에 머물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고맙게 느껴집니다.
2026년이 열리는 순간, 이 책의 첫 페이지를 다시 펼쳐 하루를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새벽 공기처럼 차분하고, 새 노트첫 장을 여는 듯한 깨끗함이 제 일상에 스며들 것 같아 벌써부터 마음이 고요해집니다. 새해는 늘 큰 목표나 다짐들로 복잡해졌는데, 이번에는 조금 다르게 가보려고 합니다.
거창한 계획보다 하루 한 장의 생각, 하루 한 번의 성찰로 방향을 조용히 잡아가는 방식으로 말입니다.
그래서 이 책을 지금은 잠시 덮어두고 있습니다. 아껴두었다가, 새해 첫날 제 삶의 리듬을 다시 맞추는 순간에 조용히 불을 켜줄 작은 등불처럼 함께하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