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위한 디자인 - 우리 시대의 프로덕트 디자이너 100
파이돈 편집부.켈시 키스 지음, 최다인 옮김 / 을유문화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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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위한 디자인』은 단순한 디자인 도감이 아니었습니다. 우리 일상과 공간을 구성하는 물건 하나하나가 어떻게 의미를 지니게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시대의 비주얼 아카이브였습니다.

이 책은 전 세계에서 활약하는 100인의 디자이너를 엄선해 소개합니다. 산업 디자이너, 가구 디자이너, 공예가 등 다양한 영역의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Jasper Morrison이나 India Mahdavi 같은 기성 세대부터 Mac Collins, Nifemi Marcus-Bello, Minjae Kim, Mimi Shodeinde 등 신진 디자이너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었습니다.

책장을 넘기며 가장 먼저 느낀 점은 압도적인 시각 자료의 밀도였습니다. 각 디자이너의 대표작이 이미지로 수록되어 있고, 간결하면서도 핵심을 짚는 설명이 곁들여져 있습니다. 텍스트 중심의 서적이 아니라, 이미지를 통해 디자인 그 자체를 직관적으로 경험하도록 구성된 점이 좋았습니다.

책을 읽으며 디자인이라는 것이 단순히 형태의 아름다움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재료의 선택, 제작 방식, 문화적 맥락 등 다각적인 시각이 드러나는데, 특히 아프리카와 아시아 등 비서구권 디자이너들의 관점이 조명되는 부분에서 글로벌 디자인의 풍경이 얼마나 다채로운지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일부 작품은 전통적인 실용성보다 개념적이고 조형적인 측면에 더 무게를 두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다소 낯설게 느껴졌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디자인이 기능을 넘어 삶의 맥락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성찰하게 하는 장치였던 것 같습니다.

가구, 조명, 오브제, 글라스웨어 등 다양한 유형의 제품 디자인을 한 권으로 접할 수 있다는 점이 편리했습니다. 선진국 중심의 시각을 넘어 다양한 지역과 배경의 디자이너들이 포함되어 있어, 문화적 맥락까지 함께 이해할 수 있었던 것도 큰 장점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이 책은 디자인 자체를 직관적으로 경험하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습니다. 텍스트로 장황하게 설명하는 대신, 이미지를 통해 보여주는 방식이 오히려 더 깊은 이해를 가능하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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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성 끊기 - 반복된 문제를 부수는 최소한의 행동 설계법
빌 오한론 지음, 김보미 옮김 / 터닝페이지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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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하려 애쓸수록 오히려 같은 자리에서 맴도는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바로 그 지점에서 멈춰 서서, 전혀 다른 방향으로 시선을 돌려보라고 말하는 책입니다. 문제를 없애려는 노력을 잠시 멈추고, 그 문제와 맺고 있는 나의 반응 방식을 다시 보게 합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해결 지향적 접근법이 인상 깊었던 이유는, 문제를 분석하거나 원인을 캐묻는 데 오래 머물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신 지금까지 내가 어떤 방식으로 반응해 왔는지, 그리고 그 반응이 어떻게 문제를 유지시켜 왔는지를 차분히 드러냅니다.

이미 나 안에 존재하는 해결의 가능성에 주목합니다. 해결책은 외부 전문가의 정교한 처방이 아니라, 지금까지 무의식적으로 반복해 온 나의 행동과 선택을 조금만 다르게 해보는 데서 시작된다고 말합니다. 해결책은 멀리 있지 않고, 이미 나 안에 있다는 전제가 이 책의 출발점입니다.

"열쇠는 당신 안에 있다"는 문장은 이 책의 중심을 정확히 짚어줍니다.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방향 제시처럼 느껴졌습니다. 다만 그 열쇠를 억지로 돌리려 하지 말고, 불빛을 어디에 비추어야 할지를 먼저 알아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문제를 해결하려는 기존의 방식 자체가 문제를 유지시키는 패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책의 중심은 '문제 패턴을 깨는 것'을 첫 번째 해결 열쇠로 제시합니다.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 내가 반복하고 있는 대응 방식을 점검해보라는 제안입니다.

늘 하던 말을 조금 다르게 하고, 늘 하던 선택을 잠시 멈추는 것만으로도 흐름이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 설득력 있게 다가옵니다. 말투를 바꾸거나, 행동의 순서를 바꾸거나, 혹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선택까지 포함됩니다. 이 작은 차이가 고정된 흐름에 균열을 만든다는 설명이 현실적으로 다가옵니다.

특히 역설적인 방법에 대한 부분이 인상 깊었습니다. 문제를 고치려 애쓰지 말고, 오히려 그대로 두거나 더 악화되도록 허용해보라는 제안입니다. 처음에는 다소 거칠게 느껴졌지만, 곱씹어보니 통제하려는 집착에서 한 발 물러나 보라는 의미로 읽혔습니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접근은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일부러 새롭고 약간은 고된 행동을 추가해보라는 제안입니다. 문제와 자동으로 연결되던 반응 고리를 끊어내기 위한 장치처럼 느껴졌습니다. 익숙함이 깨질 때, 비로소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감각이 살아난다는 설명이 마음에 남습니다.

이 과정에서 함께 제시되는 개념이 '인정하기의 4단계'입니다. 받아들이기에서 시작해, 포괄하고, 가치화하고, 포용하기에 이르는 과정은 단순히 타인을 이해하라는 윤리적 권고가 아니라, 나 자신의 감정과 인식을 다루는 실제적인 순서처럼 느껴졌습니다. 이는 해결 이전에 필요한 태도에 가깝습니다.

먼저 나와 타인의 감정과 인식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범위를 넓혀 서로에게 여지를 허용합니다. 이어서 그 감정과 인식에 담긴 가치를 인정하고, 마지막으로는 판단 없이 기꺼이 포용하는 단계로 나아갑니다.

감정을 없애려 하지 않고, 옳고 그름을 가르기보다 그대로 두는 태도가 결국 관계와 상황을 부드럽게 바꾼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문제를 없애기보다, 문제를 둘러싼 긴장을 낮추는 과정처럼 느껴졌습니다.

읽으며 느낀 것은, 변화란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아주 작은 '다르게 하기'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입니다. 변화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방향의 문제라는 점입니다.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 자체를 잠시 내려놓는 것, 그것만으로도 숨통이 트일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됩니다. 더 애쓰는 대신 조금 다르게 행동해 보는 것, 그 정도의 변화만으로도 삶의 흐름은 충분히 달라질 수 있음을 이 책은 조용히 보여줍니다.

더 잘 살기 위한 설명서라기보다, 덜 애써도 괜찮다는 허락처럼 읽힌 책입니다. 당장 해결하라는 재촉이 아니라 잠시 멈춰 서서 다른 선택지를 보게 해주는 안내서처럼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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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광고 카피 도감
오하림 지음 / 서교책방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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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단순한 광고 카피 모음집이려니 생각했는데, 책장을 넘기면서 이 책이 전혀 다른 종류의 기록물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광고 문장을 통해 사람들의 시간과 태도, 삶의 구조까지 읽어내는 방식이 독특했습니다.

광고를 기법이나 전략의 영역으로만 이해해왔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책에 실린 문장들은 그런 틀을 넘어섭니다. "아무도 모른다는 것은 없는 것과 같습니다."라는 문장을 마주했을 때, 이것이 광고의 본질을 가장 명확하게 드러내는 동시에 삶의 진실까지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광고는 결국 전달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이 책의 카피들은 전달의 '태도'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과장하지 않으면서도 삶의 균형과 시차를 이해하는 방식. 그것이 좋은 문장을 만드는 것 같습니다.

책에는 유명 브랜드의 캠페인 문구만 있는 게 아닙니다. 작은 Bar의 카피, 음료 광고의 한 줄, 지역 광고 협회 포스터까지 다양한 사례가 담겨 있습니다. 이런 구성이 오히려 설득력 있게 다가왔습니다. 좋은 문장은 예산이 아니라 사람의 진짜 시간에서 나온다는 걸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옛날에는 값싼 술로 꿈 얘기만 했다. 지금은 값비싼 술로 돈 얘기만 한다."

이런 문장을 읽으면서 웃음이 나오면서도 동시에 깊은 여운이 남았습니다. 브랜드를 넘어 인생의 변화를 바라보는 시선이 담겨 있었습니다.

카피들은 대부분 짧고 간결하지만, 그 안에 세계관이 온전히 들어 있습니다. '습관이 된 노력을 실력이라 부른다' 같은 문장은 단 하나의 문장으로 생각의 구조를 바꿔놓는 힘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일반적인 광고론 책이 노하우를 제공한다면, 이 책은 사유의 틀을 제공합니다. 광고 문장을 쓰고 싶은 사람에게는 기술서가 아닌 철학적 레퍼런스가 될 것 같습니다.

광고가 결국 사람의 시간에 바치는 언어의 기록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소비를 유도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감정과 시간을 담아내는 그릇이 될 수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습니다.

문장의 깊이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광고 카피를 좋아하는 사람뿐 아니라 언어와 삶의 관계를 성찰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 번쯤 펼쳐볼 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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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지 않은 것이 살아남는다 - 대전환의 시대를 건너는 진화론적 생존 법칙
대니얼 R. 브룩스.살바토레 J. 에이고스타 지음, 장혜인 옮김 / 더퀘스트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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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사회, 경제, 관계까지. 무엇 하나 단순한 해답으로 정리되는 것이 없다는 감각이 점점 선명해지고 있습니다. 그런 시기에 《완벽하지 않은 것이 살아남는다》를 읽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위기를 나열하거나 공포를 자극하지 않습니다. 대신 질문의 방향을 바꿉니다. 우리는 과연 지금, 진화적으로 살아 있는 선택을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입니다.

사회적 위기 또한 도덕이나 정치의 문제로만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적응 방식의 문제로 다룹니다.

갈등 자체는 진화의 일부입니다. 다양한 의견, 충돌, 긴장은 새로운 선택지를 만들어내는 원천이 되어왔습니다.
문제는 갈등을 없애려는 사회 구조입니다.
차이를 제거하고, 효율로 통합하고, 정답을 빠르게 결정하려는 시스템 속에서 사회는 점점 변화에 둔감한 형태가 되어갑니다.

책을 읽으며, 요즘 사회가 유난히 피로해 보이는 이유를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너무 오래 '틀리지 않으려는 선택'만 반복해온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결국 태도의 문제였습니다. 완벽한 해답은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태도, 불완전함을 제거하지 않고 활용하려는 태도, 지금의 시스템이 언제든 달라질 수 있음을 전제로 움직이는 태도입니다.

진화는 늘 그렇게 작동해왔습니다. 정답을 찾은 종이 아니라, 조금 덜 완성된 상태로 남아 있던 종이 살아남았습니다.

요즘 나는 자주 생각합니다. 지금 하고 있는 선택들은 너무 단단하지는 않은지, 너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지는 않은지, 되돌릴 수 없는 방향으로 굳어가고 있지는 않은지 말입니다.

이 책은 불완전함을 인정하는 일이 나약함이 아니라, 다음 변화를 위한 공간을 남겨두는 일이라는 점을 조용히 상기시켜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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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동물이다
마르쿠스 가브리엘 지음, 전대호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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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인간을 특별하게 다루지도, 단순한 생물로 환원하지도 않습니다. 인간은 동물이지만, 동물로만 설명되지 않는 존재라는 입장을 유지합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자연과학이 인간을 "설명"할 수는 있어도 "책임"까지 설명하지는 못한다는 지적입니다. 뇌과학과 유전학은 행동의 원인을 밝힐 수 있지만, 그 행동의 옳고 그름은 말해주지 않습니다. 이 간극이 인간이 서 있는 자리입니다.

인간은 자신의 행동을 사실로만 두지 않고 판단의 대상으로 삼습니다. 왜 그렇게 했는지, 그래도 되는지를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이 질문을 던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인간은 단순히 반응하는 존재가 아니라 의미를 떠안는 존재입니다.

윤리를 진화나 감정으로 설명하려는 시도는 윤리가 왜 지켜져야 하는지에 답하지 못합니다. 가브리엘은 윤리를 자연 현상이 아니라 사람 사이에 요구되는 '마땅함'으로 다룹니다.

자유의지에 대한 설명도 명확합니다. 자유는 원인 없는 선택이 아니라 자기 행위에 이유를 댈 수 있는 능력입니다. 충동을 느끼는 것과 그것을 따를지 판단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자유는 책임의 조건입니다.

인간과 동물, AI를 구분하는 기준은 지능이나 기능이 아닙니다. 계산하고 학습하는 능력은 이미 인간만의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자신의 행위가 옳은지 그른지를 문제 삼는 태도는 여전히 인간의 몫입니다.

이 책은 인간을 높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책임을 묻기 위한 것처럼 읽힙니다. 인간을 동물로만 이해하면 책임과 윤리는 사라집니다. "인간은 동물이다"라는 말은 인간을 단순화하는 문장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기 위한 선언입니다.

인간답게 산다는 것은 착해지는 일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이유를 묻는 일을 포기하지 않는 태도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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