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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성 끊기 - 반복된 문제를 부수는 최소한의 행동 설계법
빌 오한론 지음, 김보미 옮김 / 터닝페이지 / 2026년 1월
평점 :
해결하려 애쓸수록 오히려 같은 자리에서 맴도는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바로 그 지점에서 멈춰 서서, 전혀 다른 방향으로 시선을 돌려보라고 말하는 책입니다. 문제를 없애려는 노력을 잠시 멈추고, 그 문제와 맺고 있는 나의 반응 방식을 다시 보게 합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해결 지향적 접근법이 인상 깊었던 이유는, 문제를 분석하거나 원인을 캐묻는 데 오래 머물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신 지금까지 내가 어떤 방식으로 반응해 왔는지, 그리고 그 반응이 어떻게 문제를 유지시켜 왔는지를 차분히 드러냅니다.
이미 나 안에 존재하는 해결의 가능성에 주목합니다. 해결책은 외부 전문가의 정교한 처방이 아니라, 지금까지 무의식적으로 반복해 온 나의 행동과 선택을 조금만 다르게 해보는 데서 시작된다고 말합니다. 해결책은 멀리 있지 않고, 이미 나 안에 있다는 전제가 이 책의 출발점입니다.
"열쇠는 당신 안에 있다"는 문장은 이 책의 중심을 정확히 짚어줍니다.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방향 제시처럼 느껴졌습니다. 다만 그 열쇠를 억지로 돌리려 하지 말고, 불빛을 어디에 비추어야 할지를 먼저 알아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문제를 해결하려는 기존의 방식 자체가 문제를 유지시키는 패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책의 중심은 '문제 패턴을 깨는 것'을 첫 번째 해결 열쇠로 제시합니다.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 내가 반복하고 있는 대응 방식을 점검해보라는 제안입니다.
늘 하던 말을 조금 다르게 하고, 늘 하던 선택을 잠시 멈추는 것만으로도 흐름이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 설득력 있게 다가옵니다. 말투를 바꾸거나, 행동의 순서를 바꾸거나, 혹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선택까지 포함됩니다. 이 작은 차이가 고정된 흐름에 균열을 만든다는 설명이 현실적으로 다가옵니다.
특히 역설적인 방법에 대한 부분이 인상 깊었습니다. 문제를 고치려 애쓰지 말고, 오히려 그대로 두거나 더 악화되도록 허용해보라는 제안입니다. 처음에는 다소 거칠게 느껴졌지만, 곱씹어보니 통제하려는 집착에서 한 발 물러나 보라는 의미로 읽혔습니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접근은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일부러 새롭고 약간은 고된 행동을 추가해보라는 제안입니다. 문제와 자동으로 연결되던 반응 고리를 끊어내기 위한 장치처럼 느껴졌습니다. 익숙함이 깨질 때, 비로소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감각이 살아난다는 설명이 마음에 남습니다.
이 과정에서 함께 제시되는 개념이 '인정하기의 4단계'입니다. 받아들이기에서 시작해, 포괄하고, 가치화하고, 포용하기에 이르는 과정은 단순히 타인을 이해하라는 윤리적 권고가 아니라, 나 자신의 감정과 인식을 다루는 실제적인 순서처럼 느껴졌습니다. 이는 해결 이전에 필요한 태도에 가깝습니다.
먼저 나와 타인의 감정과 인식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범위를 넓혀 서로에게 여지를 허용합니다. 이어서 그 감정과 인식에 담긴 가치를 인정하고, 마지막으로는 판단 없이 기꺼이 포용하는 단계로 나아갑니다.
감정을 없애려 하지 않고, 옳고 그름을 가르기보다 그대로 두는 태도가 결국 관계와 상황을 부드럽게 바꾼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문제를 없애기보다, 문제를 둘러싼 긴장을 낮추는 과정처럼 느껴졌습니다.
읽으며 느낀 것은, 변화란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아주 작은 '다르게 하기'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입니다. 변화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방향의 문제라는 점입니다.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 자체를 잠시 내려놓는 것, 그것만으로도 숨통이 트일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됩니다. 더 애쓰는 대신 조금 다르게 행동해 보는 것, 그 정도의 변화만으로도 삶의 흐름은 충분히 달라질 수 있음을 이 책은 조용히 보여줍니다.
더 잘 살기 위한 설명서라기보다, 덜 애써도 괜찮다는 허락처럼 읽힌 책입니다. 당장 해결하라는 재촉이 아니라 잠시 멈춰 서서 다른 선택지를 보게 해주는 안내서처럼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