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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사라지지 않는다 - 상실의 고통을 어루만지는 틱낫한의 치유 수업
틱낫한 지음, 권선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5월
평점 :
우리는 모두 상실을 겪습니다. 사랑했던 사람과의 이별, 예기치 못한 좌절, 그리고 때로는 인생의 가장 깊은 나락까지 경험하게 됩니다. 이러한 순간에 우리는 길을 잃고,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망연자실하게 됩니다. 틱낫한 스님의 『마음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바로 이런 상실과 고통의 한가운데서 자신을 찾는 길을 제시합니다.
가장 핵심적인 메시지는 제목 그대로 '마음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는 단순한 위로가 아닌, 우리 존재의 본질에 대한 깊은 통찰에서 비롯됩니다. "우리는 모든 존재가 서로에게 기대어 존재하는 본성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상호존재의 빛 속에서 삶과 죽음은 분리된 것이 아닙니다." 이 문장은 스님이 말하는 '상호의존성'의 본질을 잘 보여줍니다. 사랑하는 이가 세상을 떠났다 해도, 그들의 마음은 우리 안에 계속 살아있습니다. 우리가 그들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그들의 마음으로 살아갈 때, 그 연결은 끊어지지 않습니다.
"치유는 숨을 쉴 때 시작됩니다. 치유에 이르는 길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치유가 곧 길입니다." 이 구절에서 알 수 있듯, 스님의 가르침은 어떤 목표나 이상향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이 순간에 충실히 머무르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한 번의 호흡, 한 걸음 한 걸음이 모두 치유와 깨달음의 길입니다.
책에서 스님은 마음을 하나의 밭에 비유합니다. 이 마음밭에는 기쁨과 행복의 씨앗뿐만 아니라 슬픔과 분노의 씨앗도 함께 심겨 있습니다. 어떤 씨앗에 물을 주고 키울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매일 아침 "이 아침에 눈을 뜨며 나는 미소 짓네. 스물네 시간의 새로운 시간이 내 앞에 있네." 라고 마음을 열 때, 우리는 행복과 평화의 씨앗에 물을 주는 것입니다. 고통이 찾아올 때도, 그것을 억누르거나 피하는 것이 아니라 부드럽게 바라보고 포용함으로써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있습니다.
틱낫한 스님의 가르침이 특별한 이유는 그 실천적 접근성에 있습니다. "마음챙김으로 숨을 들이쉴 때, 우리는 몸의 집으로 마음을 가져와, 몸과 마음이 하나로 이어지게 합니다." 이처럼 누구나 자신의 호흡에 집중하며 시작할 수 있는 간단한 수행법부터, 일상의 작은 순간들을 의식적으로 경험하는 방법까지, 스님은 우리의 삶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지침을 제시합니다.
세상의 모든 것은 끊임없이 변하고, 마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어떻게 변하느냐입니다. 욕심과 분노, 어리석음이 쌓이면 마음이 굳어지지만, 수행과 자비의 실천을 통해 마음은 더욱 맑고 평화로워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매일의 작은 실천과 꾸준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때로는 그저 한 번의 호흡으로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