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
홍자성 지음 / 린(LINN)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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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여러 판본을 스쳐 지나가듯 읽어왔지만, 이번 책은 묘하게 손에 오래 머물렀습니다. 책은 ‘흔들릴 때마다 삶의 길을 찾아가는 방법’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데, 지나치게 과장된 문구도 아닌데도 은근히 묵직하게 다가왔습니다. 마치 지금의 제게 꼭 필요한 한 문장이라도 품고 있을 것처럼.

읽다 보면, 홍자성이 남긴 짧은 구절들이 한 줄씩 또렷이 걸립니다. 말은 간결한데 그 안에 담긴 무게는 가볍지 않습니다. 번잡한 세상에서 마음 하나 단정히 세우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날마다 체감하고 있어서인지, 문장마다 오래 머무르게 됩니다.

‘검소함’이나 ‘절제’라는 단어가 결코 가난하거나 초라한 삶을 뜻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삶의 가장 깊은 층위에서 스스로를 단단히 붙드는 태도라는 사실을 다시 깨닫습니다. 나무 뿌리를 씹듯 질긴 시간을 견디며 다져지는 마음… 그런 문장들이 조용히 마음에 걸립니다.

빠르게 진도를 내기보다는, 문장 하나를 오래 굴려보는 쪽이 오히려 맞습니다. 그러면 그날 마음속에 걸렸던 작은 일들도 이상하게 정리가 됩니다.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 읽는 책이 아니라, 제 마음을 정돈하기 위해 곁에 두는 책이라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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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의 마음 공부 - 소란과 번뇌를 다스려줄 2500년 도덕경의 문장들
장석주 지음 / 윌마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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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만 느껴졌는데, 이 책 덕분에 도덕경이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낡은 지혜가 아니라, 지금의 마음에 그대로 닿는 문장들이었습니다.

문장을 읽다 보면 ‘왜 지금 이 시기에 이 책을 펼치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과하게 움직이고, 과하게 생각하고, 스스로를 조급하게 몰아가는 일상 속에서 오래전 노자의 문장이 마치 작은 이정표처럼 느껴집니다.

특히 “큰 그릇은 늦게 만들어진다”는 구절을 읽을 때 마음이 오래 머물렀습니다. 눈에 보이는 성과만 좇느라 조급해진 나를 바라보게 되었고, 속도를 줄이라는 조용한 시그널처럼 다가왔습니다.

책 곳곳에서 ‘비움’이라는 주제가 반복되는데, 읽을수록 비움은 단순히 덜어내는 행위가 아니라 마음의 불필요한 긴장을 풀어내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자가 인용한 노자의 문장은 짧지만, 그 여백이 넉넉해 오히려 더 많은 의미를 품고 있었습니다.

조용히 설명하는 문체 덕분인지, 억지스러운 감동 없이 자연스럽게 울림이 남습니다. 일상의 리듬을 잠시 멈추고 자신의 호흡을 들여다보고 싶은 날에는 좋은 동반자가 됩니다. 오늘처럼 마음이 복잡한 날, 이 책의 한 페이지가 의외로 큰 여백을 만들어 줍니다.

조금 더 느긋하게, 이 책이 말하는 ‘물처럼 사는 법’을 마음에 새기며 지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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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로 가야겠다
도종환 지음 / 열림원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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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세월 세상의 바람을 맞으며 단단해진 언어가,
거친 세월을 지나온 사람의 목소리인데도, 그 안에는 다정함이 배어 있었습니다.

〈산양〉을 읽으며 마음이 오래 머물렀습니다.
“산다는 건 쉬운 게 아니다”라는 첫 행은
너무 단순해서 오히려 깊이 들어왔습니다.
비탈과 벼랑을 오르내리는 일상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자주 자신을 다독이지 못한 채 버텨왔는지,
그 짧은 구절이 조용히 일깨워줍니다.
시인의 시선은 고단함을 외면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벼랑 끝에서도
‘살아 있음’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바다〉의 시구는 또 다른 결을 지니고 있습니다.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 살아 있다는 건
이렇게 끝없이 물결치는 것.”
그는 존재의 이유를 외부에서 찾지 않습니다.
살아 있다는 사실 그 자체로 충분하다고 말합니다.
밀물과 썰물이 반복되듯, 우리 삶도 흔들리고 흔들리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흐름 속에 있음을 일깨워줍니다.
시인의 언어는 조용하지만 단호합니다.
삶을 견디게 하는 것은 결심이 아니라,
그저 계속 살아내는 일 그 자체임을 알려줍니다.

이 시집은 말 그대로 ‘고요로 가는 길’에 관한 기록입니다.
분주함 속에서도 자신에게로 향하는 마음,
상처 위에서도 다시 피어나는 생의 의지를 담고 있습니다.

삶의 비탈과 벼랑을 오르내리던 마음이
잠시 쉬어갈 자리를 찾은 듯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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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에 읽는 명리의 지혜 - 흔들리지 않는 삶을 위한 명리 인문학 강의
김원 지음 / 더퀘스트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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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문체는 담백했지만, 그 안에 삶을 꿰뚫는 통찰이 있었습니다. 명리학을 단순한 사주풀이가 아니라 인간의 기질과 흐름, 관계의 이치를 읽는 인문학으로 풀어낸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책장을 덮고 난 지금, 가장 마음에 남는 문장은 "금실무성(金實無聲) - 너무 단단하면 쓰임이 없다"였습니다. 겉으로 완전해 보여도, 너무 단단하면 오히려 쓰임이 사라집니다. 나이가 들수록 단단함보다 여유가 더 큰 힘이 됩니다. 모든 것을 통제하려 하기보다 비워두고 흘려보내는 지혜가 관계도, 일도, 삶도 한결 깊게 만듭니다.

오십을 단순한 인생의 후반부가 아니라 '다시 자기 자신을 경영해야 할 시기'로 정의합니다. "흔들리는 중년에게 위로보다 실질적인 경영 기술이 필요하다"는 말에서 잠시 멈췄습니다. 위로는 잠시의 쉼을 주지만, 진짜 변화는 자기 이해에서 비롯됩니다. 명리학을 통해 스스로의 기질을 읽고, 관계의 방향을 조정하며, 흐름에 맞는 결정을 내리는 것. 그것이 중년의 과제입니다.

특히 '관계는 흐름을 타는 기술'이라는 표현이 와닿았습니다. 사람 사이의 관계는 논리로만 이어지지 않습니다. 때로는 '기운의 결'이 맞아야 조화가 이루어집니다. 일상에서도 늘 느낍니다. 논리보다 흐름, 계산보다 감각이 중요한 순간들이 있습니다. 그것이 명리학이 말하는 '운의 흐름'과 닮아 있습니다.

강점과 약점을 인정하고, 흐름 속에서 나만의 리듬을 찾아가는 과정. 그것이 중년 이후의 지혜일 것입니다.
'운명을 경영한다'는 말이 낯설지 않습니다. 인생의 후반전을 살아가며 방향을 다시 세우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곱씹어볼 만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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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실무성 — 쇠가 꽉 차면 소리가 나지 않는다."

너무 단단하지 않게, 조금의 여백을 두고 살아가고 싶습니다. 흐름이 머무는 자리에 삶의 온기가 깃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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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라틴어 문장 하나쯤 있으면 좋겠습니다
라티나 씨.야마자키 마리 지음, 박수남 옮김 / 윌마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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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부터 마음이 참 따뜻하게 다가옵니다. 꼭 “지식을 얻으세요”라고 하지 않고, “하나쯤 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그 어조가 좋았습니다. 요즘처럼 정보가 넘치는 시대에, 누군가 “하나쯤 있으면 좋다”고 말해주는 건 얼마나 여유롭고 품격 있는 제안인지 모르겠습니다.

책은 고대 로마의 라틴어 명구를 중심으로, 두 저자가 대담 형식으로 그 의미와 배경을 풀어내는 구성입니다. 단순히 문장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그 말이 생겨난 시대적 맥락과 지금 우리의 삶에 어떻게 닿아 있는지를 사유하게 만듭니다. 야마자키 마리의 유연한 시선과 라티나 씨의 학문적 깊이가 적절히 어우러져 있어서, 지적인데도 결코 딱딱하지 않습니다.

‘위로가 필요할 때’,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을 때’,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아야 할 때’처럼, 인생의 장면마다 떠오를 만한 문장을 선물합니다. 그래서인지 단숨에 읽기보다는, 그날의 기분에 따라 한 장씩 펼쳐보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격언 하나를 소개하면서도, 그것이 단순한 문구에 머물지 않고 현실의 감정과 연결되도록 풀어냅니다. 덕분에 문장들이 오래도록 여운으로 남습니다.

읽는 동안 마음에 오래 남은 문장이 있습니다.

“Omnia praeclara rara.
모든 찬란한 것은 드물다.”

짧지만 이 문장은 요즘 제 일상과도 닮아 있습니다. 좋은 결과, 좋은 관계, 좋은 기회… 그 모든 것이 드물기에 소중하다는 사실을 새삼 떠올리게 합니다. 가구를 만들고 판매하는 제 일에서도 그렇습니다. 눈에 띄지 않더라도, 오래도록 견고히 빛나는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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