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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 코드 - 매혹적인 이야기의 8가지 스토리텔링 비밀
길종철 지음 / 프런트페이지 / 2025년 3월
평점 :
영화산업과 학계를 두루 경험한 길종철 교수가 대한민국의 천만 관객 동원 영화들을 분석하여 성공적인 스토리텔링의 원칙을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흥행 영화들을 통해 시대와 트렌드를 초월하는 보편적인 '이야기의 힘'을 탐구하며 단순한 영화 분석을 넘어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는 서사의 본질에 관한 통찰을 제공합니다.
화려한 캐스팅, 대규모 마케팅, 수백억 원의 제작비와 같은 외적 요소들이 흥행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주목합니다. 무수한 콘텐츠가 쏟아지는 시대에 진정으로 대중을 사로잡는 것은 바로 '스토리'라는 불변의 요소입니다. 영화 <실미도>가 2003년 최초로 천만 관객을 돌파한 이후, 현재까지 30여 편의 천만 영화가 등장했지만, 여전히 대다수의 영화는 흥행에 실패합니다. 이처럼 희소한 성공 사례들을 분석함으로써,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스토리텔링의 핵심 원칙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했습니다.
'시퀀스'라는 영화적 용어를 사용하여 8가지 스토리텔링 원칙을 제시합니다. 첫째, '주인공 전략'은 선명한 주인공 설정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관객은 영화가 시작되면 본능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이입할 대상을 찾으며, 이 '한 줌의 단단한 눈덩이'가 바로 성공적인 이야기의 출발점입니다.
둘째, '내면 이야기'는 주변 인물을 통해 중심인물의 내면을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전략을 다룹니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처럼 주인공 주변에 다양한 인물들을 배치함으로써 카메라가 직접 담아낼 수 없는 인물의 심리를 간접적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셋째, '서사적 진실'은 역사적 사실이나 실제 사건에 작가의 관점을 더해 설득력 있는 이야기로 재구성하는 기술입니다. <명량>은 실제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이순신의 내면적 갈등과 리더십을 감동적으로 그려냄으로써 관객에게 깊은 카타르시스를 선사했습니다.
넷째와 다섯째 원칙은 '플롯 관통선'과 '캐릭터 아크'로, 주인공의 일관된 욕망과 변화의 궤적을 강조합니다. 예컨대 주인공이 경제적 이익에 급급한 변호사에서 정의를 위해 싸우는 인권 변호사로 변모하는 과정은 관객에게 강한 감동을 줍니다.
여섯째, '정서적 해소'는 관객이 원하는 감정적 카타르시스를 끝까지 파고드는 것의 중요성을 설명합니다. 일곱째, '인생의 은유'는 삶의 아이러니와 딜레마를 통해 스토리에 깊이를 더하는 방법을 보여줍니다. <서울의 봄>은 아이러니가 가득한 시대의 모습을 통해 관객과 깊이 공감하는 작품으로 평가받습니다.
마지막으로, '시리즈 기획'은 <범죄도시> 시리즈처럼 지켜야 할 요소와 새롭게 바꿔야 할 요소의 균형을 통해 프랜차이즈의 성공을 이끄는 전략을 다룹니다.
단순히 영화 제작자나 스토리텔러만을 위한 책이 아닙니다. 저자가 말하듯 "하늘 아래 더 이상 새로운 이야기는 없다"는 시대에, 중요한 것은 '무슨 이야기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이야기할 것인가'입니다. 모든 형태의 소통과 창작에 통용되는 보편적인 서사의 원칙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더 나은 이야기꾼이 될 수 있는 동기를 제공합니다.
이야기는 인간을 만들고, 인간은 이야기를 만든다는 저자의 말처럼, 이야기의 힘을 이해하고 진정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의 본질인 소통하는 스토리텔링에 대해 숙고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