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동물이다
마르쿠스 가브리엘 지음, 전대호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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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인간을 특별하게 다루지도, 단순한 생물로 환원하지도 않습니다. 인간은 동물이지만, 동물로만 설명되지 않는 존재라는 입장을 유지합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자연과학이 인간을 "설명"할 수는 있어도 "책임"까지 설명하지는 못한다는 지적입니다. 뇌과학과 유전학은 행동의 원인을 밝힐 수 있지만, 그 행동의 옳고 그름은 말해주지 않습니다. 이 간극이 인간이 서 있는 자리입니다.

인간은 자신의 행동을 사실로만 두지 않고 판단의 대상으로 삼습니다. 왜 그렇게 했는지, 그래도 되는지를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이 질문을 던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인간은 단순히 반응하는 존재가 아니라 의미를 떠안는 존재입니다.

윤리를 진화나 감정으로 설명하려는 시도는 윤리가 왜 지켜져야 하는지에 답하지 못합니다. 가브리엘은 윤리를 자연 현상이 아니라 사람 사이에 요구되는 '마땅함'으로 다룹니다.

자유의지에 대한 설명도 명확합니다. 자유는 원인 없는 선택이 아니라 자기 행위에 이유를 댈 수 있는 능력입니다. 충동을 느끼는 것과 그것을 따를지 판단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자유는 책임의 조건입니다.

인간과 동물, AI를 구분하는 기준은 지능이나 기능이 아닙니다. 계산하고 학습하는 능력은 이미 인간만의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자신의 행위가 옳은지 그른지를 문제 삼는 태도는 여전히 인간의 몫입니다.

이 책은 인간을 높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책임을 묻기 위한 것처럼 읽힙니다. 인간을 동물로만 이해하면 책임과 윤리는 사라집니다. "인간은 동물이다"라는 말은 인간을 단순화하는 문장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기 위한 선언입니다.

인간답게 산다는 것은 착해지는 일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이유를 묻는 일을 포기하지 않는 태도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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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있는 여행자를 위한 내 손안의 스페인사 - 단숨에 읽는 스페인 역사 100장면 교양 있는 여행자를 위한 내 손안의 역사
나가타 도모나리.히사키 마사오 지음, 한세희 옮김 / 현익출판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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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스페인은 하나의 이야기로 설명하기 어려운 나라라는 점입니다. 단일한 기원이나 명확한 출발선보다는, 수많은 민족과 시간들이 겹겹이 쌓여 만들어진 결과물에 가깝다는 인상입니다. 그래서인지 스페인을 설명할수록 단정적인 문장은 줄어들고, 여백이 늘어납니다.

이베리아반도에서 로마로 이어지는 초기 역사는, 이 땅의 기본 골격이 만들어진 시간이었습니다. 지금도 남아 있는 도로와 도시의 흔적들을 보면, 그것이 단순한 유적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스페인의 공간적 질서는 이미 이 시기에 방향이 정해졌던 것 같습니다.

로마 이후의 서고트 시대는 상대적으로 짧게 지나갔지만, 이 불안정한 시간이 이후 역사에 중요한 조건이 되었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완전히 하나가 되지 못한 채 흔들렸던 경험은, 뒤이어 반복되는 분열과 통합의 패턴으로 이어집니다.

이슬람 지배 시대에 대한 부분은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보통 정복과 충돌의 서사로만 이해되는 시기이지만, 이 책은 공존과 교류의 시간으로도 바라볼 여지를 줍니다. 코르도바와 그라나다에 남은 건축물들은 단순한 예술이 아니라, 서로 다른 세계가 실제로 함께 숨 쉬었던 증거처럼 읽혔습니다.

레콩키스타는 단순한 영토 회복 이상의 의미를 지닌 과정이었습니다. '되찾는다'는 개념이 만들어낸 서사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그리고 그것이 이후 스페인 사회에 어떤 긴장을 남겼는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종교와 권력의 이름으로 많은 것이 정리되었고, 동시에 많은 것이 배제되었습니다.

대항해시대와 제국의 형성은 화려해 보이지만, 그 번영의 기반이 얼마나 불안정했는지도 함께 보입니다. 세계를 손에 넣었으나 내부를 단단히 만들지 못한 나라의 모습은, 지금 읽어도 묘한 여운을 남깁니다. 과잉의 영광이 반드시 지속 가능한 힘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근대로 접어들며 이어진 개혁과 실패, 내전과 독재의 시기는 읽는 내내 무거웠습니다. 이념과 신념이 일상의 관계를 얼마나 쉽게 파괴하는지, 한 사회가 감당해야 했던 침묵이 얼마나 길었는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이 시기를 지나온 기억이 오늘날 스페인의 조심스러움으로 남아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민주화 이후의 스페인은 안정된 국가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있습니다. 자치와 통합, 지역 정체성과 국가 정체성 사이의 긴장은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스페인은 하나의 답을 가진 나라가 아니라, 질문을 안고 살아가는 나라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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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에 읽는 중용 - 2,400년간 내려온 잘 사는 삶의 이치
최종엽 지음 / 유노북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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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수록 이 책은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한 말이 아니라, 스스로를 향한 약속처럼 느껴집니다.

도는 잠시도 떠날 수 없다고 합니다. 떠날 수 있다면 그것은 이미 도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군자는 누가 보고 있느냐보다, 지금 내가 어떤 마음으로 있는가를 더 중요하게 여깁니다. 아무도 보지 않는 자리에서도 경계하고, 아무도 듣지않는 곳에서도 스스로를 삼갑니다.
숨은 것처럼 잘 드러나는 것이 없고, 미세한 것처럼 분명하게 나타나는 것도 없다고 했습니다. 삶은 큰 선택보다, 아무도보지 않는 순간의 태도에서 드러납니다. 그래서 군자는 '홀로 있음'을 가볍게 여기지 않습니다.

부귀할 때는 부귀한 자리에서 마땅한 도리를 행하고, 빈천할 때는 빈천한 자리에서의 도리를 따르며, 낯선 땅에 있으면 그땅에 맞는 도를 따르고, 환난 속에서도 환난의 도리를 잃지 않는다고 합니다.
상황이 삶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 속에서 내가 어떤 기준을 놓지 않는가가 삶의 방향을 만듭니다. 그래서 군자는어떤 자리에 있든 스스로를 잃지 않고, 결국 얻지 못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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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오래 남는 문장이 있습니다. 남이 한 번에 익히면 나는 백 번을 하고, 남이 열 번에 익히면 나는 천 번을 해서 결국익숙해지겠다는 다짐입니다.

人一能之 己百之
人十能之 己千之

이 문장은 재능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 태도에 대한 고백에 가깝습니다. 우매함과 유약함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포기하는 순간에 굳어집니다. 계속하면 명민해지고, 끝까지 하면 강해진다고 합니다. 배우지 않으면 몰라도, 배우기로 했다면능숙해지기 전에는 멈추지 말라고 합니다. 묻지 않으면 몰라도, 묻기로 했다면 알기 전에는 그만두지 말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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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먼 곳에 있지 않습니다. 오늘 어떤 선택을 했는지, 어떤 기준을 지켰는지, 그리고 어디까지 포기하지 않았는지에달려 있습니다.

남이 보지 않아도 스스로를 흐트러뜨리지 않는 하루, 상황이 바뀌어도 기준을 놓지 않는 하루, 될 때까지 멈추지 않는 하루를 살아보겠다는 조용한 약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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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컷 ONE CUT - 이미지로 설득하는 비주얼 브랜드텔링 전략
홍우림 지음 / 필름(Feelm)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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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이미지 기술이나 사진 촬영 기법을 설명하는 책이 아닙니다. 브랜드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시각을 통해 그 존재를 말할 것인지 하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이끌었습니다.

사람들은 텍스트보다 이미지를 통해 브랜드를 인식하고 기억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시선을 사로잡는 한 장의 이미지가 브랜드 전체의 첫인상을 좌우하기 때문입니다.

저자 홍우림은 비주얼 브랜드텔링을 단순한 트렌드가 아닌 브랜드의 생존 전략으로 규정합니다. 이미지가 브랜드의 메시지와 철학을 담아내는 그릇이 될 때, 브랜드는 고객의 마음과 연결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 연결은 곧 브랜드가 오래 남는 이유이고, 단순한 소비를 넘어 충성도 높은 관계로 이어집니다.

이미지는 사람에게 시각적으로 전달되지만, 결국 '사람의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이해하지 못하면 강력한 브랜딩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메시지가 강하게 전해집니다. 브랜드의 비주얼 전략은 기술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사람과 세계를 바라보는 태도와 통찰에서 출발한다는 점이 계속 머릿속에 남습니다.

이미지는 소비자를 설득하기 위한 도구이기 이전에, 브랜드의 태도와 철학이 드러나는 결과물이라는 점을 반복해서 상기시킵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 말하는 비주얼 브랜드텔링은 연출의 문제가 아니라 관점의 문제였습니다.

중요한 메시지는 '본질'에 집중하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수많은 마케팅 도구와 플랫폼이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브랜드는 끊임없이 자기다움을 점검해야 합니다. 변화하는 트렌드를 좇는 것보다, 브랜드가 왜 존재하고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를 끊임없이 질문하는 것이 먼저라는 점을 이 책은 여러 사례와 심리적 분석을 통해 보여줍니다.

책은 브랜드를 꾸미는 법보다 브랜드를 정리하는 법에 가깝습니다. 무엇을 더할 것인가보다 무엇을 덜어낼 것인가를 먼저 고민하게 만듭니다. 이미지가 많아질수록 브랜드의 메시지가 흐려질 수 있다는 경고처럼도 읽힙니다.

문득 생각했습니다. 브랜딩은 결국 옷을 잘 입는 것과 비슷합니다. 옷이 사람을 설명해주듯, 이미지 하나가 브랜드를 설명해 줍니다. 그 이미지가 진정성 있게 만들어졌을 때, 비로소 사람의 마음에 오래 남습니다.

"이 브랜드는 한 컷으로 말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입니다. 앞으로 브랜드와 이미지를 마주할 때마다 이 질문을 다시 떠올리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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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사랑할수록 함부로 말할까 - 화내고 뒤돌아서면 후회하는 연인들을 위한 감정 조절 심리학
앨런 E. 프루제티 지음, 최다인 옮김 / 부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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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넘기며 가장 먼저 느낀 것은 이 책이 단순한 연애 심리서가 아니라, 관계 속 감정의 구조를 차근차근 설명하는 심리 안내서라는 점이었습니다. 저자는 심리학적 접근을 바탕으로 연인이 감정의 파동 속에서 왜 상처를 주는 말을 하게 되는지 분석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은 결코 감정에만 맡겨둘 수 있는 게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사랑하는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말이 나오는 순간은 언제일까요. 대부분 격한 감정이 앞설 때입니다. 내가 상대를 '나'와 동일시'하려 들고, 기대가 충족되지 않을 때 마음이 쉽게 상한다는 설명은, 얼핏 들으면 평범하지만 실제로는 우리 대부분이 잘 인식하지 못하는 심리의 본질을 짚습니다.

관계 속에서 나도 모르게 던지는 말 한 마디가 상대에게 어떤 울림을 주는지 다시 돌아보게 되는 계기였습니다. 그리고 단순히 상대를 설득하거나 이기려는 대화가 아니라, 서로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존중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결국 상대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지속적인 노력이 아닐까요. 이 책은 그 노력의 방향을 조금 더 명확하게 보여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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