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에 읽는 명리의 지혜 - 흔들리지 않는 삶을 위한 명리 인문학 강의
김원 지음 / 더퀘스트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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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문체는 담백했지만, 그 안에 삶을 꿰뚫는 통찰이 있었습니다. 명리학을 단순한 사주풀이가 아니라 인간의 기질과 흐름, 관계의 이치를 읽는 인문학으로 풀어낸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책장을 덮고 난 지금, 가장 마음에 남는 문장은 "금실무성(金實無聲) - 너무 단단하면 쓰임이 없다"였습니다. 겉으로 완전해 보여도, 너무 단단하면 오히려 쓰임이 사라집니다. 나이가 들수록 단단함보다 여유가 더 큰 힘이 됩니다. 모든 것을 통제하려 하기보다 비워두고 흘려보내는 지혜가 관계도, 일도, 삶도 한결 깊게 만듭니다.

오십을 단순한 인생의 후반부가 아니라 '다시 자기 자신을 경영해야 할 시기'로 정의합니다. "흔들리는 중년에게 위로보다 실질적인 경영 기술이 필요하다"는 말에서 잠시 멈췄습니다. 위로는 잠시의 쉼을 주지만, 진짜 변화는 자기 이해에서 비롯됩니다. 명리학을 통해 스스로의 기질을 읽고, 관계의 방향을 조정하며, 흐름에 맞는 결정을 내리는 것. 그것이 중년의 과제입니다.

특히 '관계는 흐름을 타는 기술'이라는 표현이 와닿았습니다. 사람 사이의 관계는 논리로만 이어지지 않습니다. 때로는 '기운의 결'이 맞아야 조화가 이루어집니다. 일상에서도 늘 느낍니다. 논리보다 흐름, 계산보다 감각이 중요한 순간들이 있습니다. 그것이 명리학이 말하는 '운의 흐름'과 닮아 있습니다.

강점과 약점을 인정하고, 흐름 속에서 나만의 리듬을 찾아가는 과정. 그것이 중년 이후의 지혜일 것입니다.
'운명을 경영한다'는 말이 낯설지 않습니다. 인생의 후반전을 살아가며 방향을 다시 세우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곱씹어볼 만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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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실무성 — 쇠가 꽉 차면 소리가 나지 않는다."

너무 단단하지 않게, 조금의 여백을 두고 살아가고 싶습니다. 흐름이 머무는 자리에 삶의 온기가 깃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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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라틴어 문장 하나쯤 있으면 좋겠습니다
라티나 씨.야마자키 마리 지음, 박수남 옮김 / 윌마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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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부터 마음이 참 따뜻하게 다가옵니다. 꼭 “지식을 얻으세요”라고 하지 않고, “하나쯤 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그 어조가 좋았습니다. 요즘처럼 정보가 넘치는 시대에, 누군가 “하나쯤 있으면 좋다”고 말해주는 건 얼마나 여유롭고 품격 있는 제안인지 모르겠습니다.

책은 고대 로마의 라틴어 명구를 중심으로, 두 저자가 대담 형식으로 그 의미와 배경을 풀어내는 구성입니다. 단순히 문장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그 말이 생겨난 시대적 맥락과 지금 우리의 삶에 어떻게 닿아 있는지를 사유하게 만듭니다. 야마자키 마리의 유연한 시선과 라티나 씨의 학문적 깊이가 적절히 어우러져 있어서, 지적인데도 결코 딱딱하지 않습니다.

‘위로가 필요할 때’,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을 때’,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아야 할 때’처럼, 인생의 장면마다 떠오를 만한 문장을 선물합니다. 그래서인지 단숨에 읽기보다는, 그날의 기분에 따라 한 장씩 펼쳐보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격언 하나를 소개하면서도, 그것이 단순한 문구에 머물지 않고 현실의 감정과 연결되도록 풀어냅니다. 덕분에 문장들이 오래도록 여운으로 남습니다.

읽는 동안 마음에 오래 남은 문장이 있습니다.

“Omnia praeclara rara.
모든 찬란한 것은 드물다.”

짧지만 이 문장은 요즘 제 일상과도 닮아 있습니다. 좋은 결과, 좋은 관계, 좋은 기회… 그 모든 것이 드물기에 소중하다는 사실을 새삼 떠올리게 합니다. 가구를 만들고 판매하는 제 일에서도 그렇습니다. 눈에 띄지 않더라도, 오래도록 견고히 빛나는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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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라이팅의 정석 - 간다 마사노리, 절대 불변의 카피라이팅 공식 100가지
간다 마사노리.기누타 준이치 지음, 김지윤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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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펼치자마자 느낀 건, 단순히 ‘잘 써보자’는 감각적인 조언이 아니라, 오랜 세월 현장에서 검증된 ‘언어의 설계도’를 보여준다는 점이었습니다.

간다 마사노리는 일본에서 이미 ‘마케팅의 신’으로 불릴 만큼 실전 경험이 깊은 인물입니다. 그가 말하는 카피라이팅은 감성의 영역이 아니라, 논리와 구조를 갖춘 과학적 설득의 기술에 가깝습니다. 문장을 잘 쓰는 사람이 아니라, 팔리는 문장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되라는 메시지가 인상 깊었습니다.

책은 100가지의 공식과 사례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PMM(Product Market Matching)’이라는 개념이 특히 와 닿았습니다. 제품이 좋다고 해서 고객이 반응하는 건 아니라는, 너무나 단순하지만 자주 잊는 사실을 다시 짚어줍니다. 제품이 아닌 고객의 상황과 욕망을 설계의 중심에 두는 것, 그것이 이 책의 핵심입니다.

책 전반에는 ‘카피는 예술이 아니라 공학’이라는 일관된 시선이 흐릅니다. 감각보다는 데이터, 영감보다는 패턴. 문장을 만들기보다 ‘설계’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니, 글쓰기에 대한 부담감이 오히려 줄어드는 경험을 했습니다.

읽으면서 가장 좋았던 건, ‘팔리는 문장’이 단지 돈을 위한 문장이 아니라, 고객이 진짜로 원하는 것을 명확히 표현하는 과정이라는 점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결국 좋은 카피는 사람을 움직이기 이전에, 사람을 이해하는 문장에서 출발한다는 말처럼 느껴졌습니다.

이제 카피를 쓸 때 ‘감’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는 조금의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책 속의 공식들은 단순하지만, 그 단순함 속에 수많은 시행착오가 녹아 있습니다. 현장에서 바로 써볼 수 있는 실전 교과서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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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전쟁 - 공대에 미친 중국, 의대에 미친 한국
KBS 다큐인사이트 〈인재전쟁〉 제작팀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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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공지능, 반도체, 바이오 산업 이야기 속에서도 결국 핵심은 ‘사람’입니다. ‘공대에 미친 중국’, ‘의대에 미친 한국’. 마치 두 나라의 교육 방향과 산업 구조를 단 한 문장으로 압축해 놓은 듯했습니다.

중국은 국가 주도로 과학기술 인재를 길러내며, ‘공대 중심 사회’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들은 대학의 커리큘럼부터 연구비 배분, 졸업 후 산업 연계까지 하나의 거대한 시스템 속에서 움직입니다. 반면 한국은 의대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이공계는 점점 ‘기피 학문’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책 속에는 현실적인 통계와 인터뷰가 많았습니다.
특히 “공대 인재가 줄어들면 산업 기반이 흔들린다”는 구절이 오래 남습니다. 제조업, 기술 스타트업, R&D - 모든 분야가 인재를 원하지만, 정작 그 길로 가려는 젊은이들은 줄어들고 있습니다. 마치 다들 ‘안전한 길’로만 향하는 듯한 사회 분위기가 느껴졌습니다.

읽다 보니 문득 제 업(業)과도 연결되었습니다.
가구를 만들고 판매하는 일도 결국 ‘기술’과 ‘사람’의 조합입니다. 디자인, 소재, 생산 공정, 마케팅… 어느 하나도 사람의 손과 머리를 거치지 않고 완성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기술을 사랑하는 인재가 점점 줄어든다면, 우리 산업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이 책은 그런 질문을 제게 던졌습니다.

책의 후반부에서는 한국 사회가 왜 이렇게 의대 중심으로 흘러가게 되었는지, 구조적 이유를 짚어줍니다. 단순히 “의대가 돈이 되니까”라는 차원이 아니라, 사회의 불안정성과 불평등 구조 속에서 ‘의사’라는 직업이 유일한 확실성을 주는 존재가 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결국 우리 사회의 경쟁 구조가 ‘인재’를 스스로 옥죄고 있었던 셈입니다.

중국이 무섭게 기술 인재를 키우는 동안, 우리는 안정만을 좇는 사회로 가고 있지 않은가.
이 책은 단순히 교육 문제를 다루는 게 아니라, 산업과 국가의 생태계를 묻는 책입니다.

“기술을 잃는다는 건 미래를 잃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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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빌어먹을 지구를 살려보기로 했다 - 지구의 마지막 세대가 아니라 최초의 지속 가능한 세대가 되기 위해
해나 리치 지음, 연아람 옮김 / 부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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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뉴스에서 기후 이야기가 나오면, 자연스레 한숨이 나옵니다. “이젠 정말 늦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제목이 눈에 확 들어오는 거칠지만 진심 어린 선언 같아서, 이상하게 끌렸습니다.

대기오염, 플라스틱, 기후 변화, 삼림 파괴, 식량 문제, 생물 다양성… 우리가 이미 너무 익숙해져 버린 단어들이지만, 저자는 각 주제를 숫자와 그래프로 다시 보여줍니다. 막연한 불안 대신, “지금 어느 정도로 심각한가”를 정확히 마주하게 됩니다. 처음엔 그 차가운 객관성이 낯설었지만, 읽을수록 오히려 위안이 되었습니다. 감정이 아닌 사실을 기반으로 생각할 수 있다는 점이, 묘하게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절망과 희망 사이의 균형을 잃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해나 리치는 “지구가 망했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직 바꿀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미 인류가 해낸 변화들을 구체적인 데이터로 보여주며,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왔고, 앞으로 무엇을 선택할 수 있는지를 차분히 짚어줍니다.

‘나는 내 일상에서 지구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지?’
솔직히 말해 특별히 대단한 것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덮고 나니,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이전보다 조금 더 명확해졌습니다. 거대한 기후 담론이 아니라, 내가 하는 일 속에서, 소비 습관 속에서, 아주 작게라도 바꿔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용이 방대하고, 중간중간 통계나 과학적 개념이 빽빽하게 들어 있어 집중하지 않으면 금세 놓칠 만한 부분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이 책은 단단합니다. 공허한 감동 대신, 사실과 근거로 쌓은 희망이 있습니다.

우리가 절망에 빠질 이유도, 근거 없는 낙관을 가질 이유도 없다는 것.
그저 제대로 보고, 정확히 알고, 가능한 방향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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