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
홍자성 지음 / 린(LINN)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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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여러 판본을 스쳐 지나가듯 읽어왔지만, 이번 책은 묘하게 손에 오래 머물렀습니다. 책은 ‘흔들릴 때마다 삶의 길을 찾아가는 방법’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데, 지나치게 과장된 문구도 아닌데도 은근히 묵직하게 다가왔습니다. 마치 지금의 제게 꼭 필요한 한 문장이라도 품고 있을 것처럼.

읽다 보면, 홍자성이 남긴 짧은 구절들이 한 줄씩 또렷이 걸립니다. 말은 간결한데 그 안에 담긴 무게는 가볍지 않습니다. 번잡한 세상에서 마음 하나 단정히 세우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날마다 체감하고 있어서인지, 문장마다 오래 머무르게 됩니다.

‘검소함’이나 ‘절제’라는 단어가 결코 가난하거나 초라한 삶을 뜻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삶의 가장 깊은 층위에서 스스로를 단단히 붙드는 태도라는 사실을 다시 깨닫습니다. 나무 뿌리를 씹듯 질긴 시간을 견디며 다져지는 마음… 그런 문장들이 조용히 마음에 걸립니다.

빠르게 진도를 내기보다는, 문장 하나를 오래 굴려보는 쪽이 오히려 맞습니다. 그러면 그날 마음속에 걸렸던 작은 일들도 이상하게 정리가 됩니다.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 읽는 책이 아니라, 제 마음을 정돈하기 위해 곁에 두는 책이라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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