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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이브즈 - AI 시대, 누구와 함께 일해야 하는가
세스 고딘 지음, 송보라 옮김 / 필름(Feelm) / 2026년 3월
평점 :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았으나, 솔직한 생각을 담아 작성했습니다.
만약 '세스 고딘'이라는 사람을 직접 만날 수 있었고, 그에게 코칭을 직접 받았더라면 내 귀에서는 피가 났을지도 모른다. 책 <트라이브즈>를 읽는 동안 마음이 불편했던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리고 그 불편함은 아직 내가 갇힌 알을 깨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걸 증명하고 있었다.

여느 책과 다르지 않게 머리말을 보고, 목차를 보려고 첫 장을 열었다. 이상하다. 어디에도 저자의 머리말이 없다. 제목인 '트라이브즈'라는 단어의 뜻도 모르고, 어떤 내용을 전달하려는지 모른 상태에서 책을 읽으려니 막연한 불안감이 있었다. 그래서 우선은 '트라이브즈'가 무슨 뜻인지부터 찾아보고 읽기 시작했다. Tribes 한글로 '부족'이란 뜻이다. 책 표지에는 'AI 시대, 누구와 함께 일해야 하는가'와 트라이브즈를 엮어도 딱히 떠오르는 생각은 없었다.

역설적이게도 마지막 페이지에서 '너 지금까지 읽으면서 뭔가 좀 이상했지?'라는 느낌에 대한 답을 찾았다. 나는 저자가 책에서 하려는 이야기를 먼저 알고, 그 안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그리고 내 삶에는 어떤 것들을 활용하면 좋을지에 대해 잘 정리된 생각이나 목록을 얻고 싶어 했던 것이다. 세스 고딘이란 사람이 생각하는 답안지를 참고하고 싶은 얄팍한 생각이었다.
"어쩌면 이 책은 체계적이지 않다거나, (중략), 독자를 지나치게 몰아붙인다는 비판을 받을지도 모른다"라고 말하는데 딱 읽는 동안 내가 받은 느낌과도 같았다. 정확하게 작가가 의도한 대로 난 이 책을 읽은 셈이다. 그러고 보니 좀 억울하다는 생각이 든다.
책이 체계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든 이유는 다른 책들처럼 목차가 차분하게 정돈되어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트라이브즈>는 세스 고딘이 자신이 생각하는 개인의 가능성에 대해 매우 체계적으로 설명하고 나를 설득하고 있었다. 내가 불편하다고 느꼈던 건 그의 이야기가 맞는 이야기지만 아직은 내가 실행할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몰아붙이는 그의 이야기들이 종이 한 장 차이로 나는 뒷면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계속해서 받았기 때문이다. 불편하다고 표현했지만, 그보다는 용기를 내지 못하는 나 자신에 대한 원망이라 생각한다.

나, 와이프, 자녀들, 친구, 직장 동료와 상사 그리고 더 넓게는 SNS 만나는 인플루언서, 대중 미디어의 스타들. 우린 모두 어머니의 뱃속에서 하나의 점에서 시작했다. 태어나서는 우는 것 밖에 할 수 없던 우리는 걸을 수 있게 되었고, 언어를 배워 엄마 그리고 아빠를 부를 수 있었다. 처음에는 부모님의 테두리 안에서 경험을 쌓아가지만 자아가 커지며 우리는 테두리 밖 환경에서 다양한 경험과 생각을 하며 나로 성장한다. 그리고 누구나 같은 똑같이 주어진 시간을 가지고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인플루언서 그리고 대중 미디어의 스타들과 나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그들은 부족을 이끄는 리더가 되었다는 점이다. 그들이 이끄는 부족은 비슷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사람들은 각자 가진 욕구가 다르다. 누군가 자신들의 욕구를 이끌어주길 기다리고 있을 뿐이며, 자신들의 취향에 맞는 리더를 고른다.
결국 나도 그리고 당신도 어떤 욕구를 가지고 있는 대중이다. 대중과 리더의 한 끗 차이다. 자신이 가진 욕구를 강하게 표현하고, 계속해서 지키겠다는 믿음을 보여주는 사람에게 비슷한 동지들이 모이게 된다. 나는 항상 갈망하고 있다. 내 주변에는 나와 비슷한 생각,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없다고 말이다. 그렇지만 더 웃긴 건 내가 가진 생각이 무엇인지 어떤 가치관이나 세계관을 지향하고 있는지도 잘 모른다는 점이다. 그러니 막연하게 '독서 모임에 들어가고 싶다거나 스터디 클럽에 참여했으면 좋겠는데..'라는 소극적인 생각만 하고 있을 뿐이다.

<트라이브즈>는 내 안에 말라가는 욕구들에 작은 불씨를 던져준 것 같다. 무리 속의 평범한 개인으로 인생을 마감할 것인지, 지향하는 가치를 대중에게 알리고 지향점이 같은 사람들과 더 재미있는 일을 해볼지에 대한 선택권은 나에게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제 내게 필요한 건 앞으로 나설 용기라고 생각한다.
책의 읽는 동안 계속해서 몰아세우는 느낌이 불편했다. 하지만 그 불편함은 궁극적인 안락함을 추구하는 가장 빠른 길이라는 것을 깨닫도록 해줬다. 사람들은 지금 자신이 처한 시대가 가장 힘든 시대라고 말한다. 사실 내가 과거에 살아본 사람이 아니기에 비교해서 맞다, 틀린다고 말할 처지는 못된다. 세상은 언제나 그랬다고 믿는 게 당연하다. 언제나 자신이 속한 시대의 속도보다 빨라지는 것을 위기라고 생각한다. 세상엔 언제나 안정적인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 엔트로피는 증가한다. 증가하는 엔트로피는 안정에 균형을 일으키며 새로운 균형을 만든다. 흔히 뉴노멀이라고 말하는 것이 새로운 균형이다. 지금의 평균에서 새로운 평균으로 넘어가는 과정에는 불편함과 혼란이 존재한다. 그 틈에 나설 수 있는 사람이 뉴노멀의 리더가 될 수 있다. 우리는 모두 같은 인간이라는 점을 기억하자. 누구나 부족(트라이브즈)을 이끌고, 뉴노멀을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믿자. 선택은 우리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