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곁에 두어 좋은 말 - 100년의 문학 작품에서 길어 올린 마음들
나민애 지음 / 북다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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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한국 사람인데도 이 책에서 모르는 단어가 너무 많다. 이럴때마다 또 겸손해진다. 저자 나민애는 단어를 모으는 사람, 서울대학교 국어국문과 졸업 및 동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현재 서울대학교 학부대학교수로 재직 중이다. 2007년 문학사상 신인평론상으로 등단한 이후 평론가이자 연구자로 활동해 왔으며 동아일보에 10여 년 동안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을 연재하며 문학을 일상으로 언어로 풀어내는 글을 꾸준히 써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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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나태주 시인의 딸이기도 하고 한글날 제정 100주년을 맞아 100년의 한국 문학을 톺아보며 온 마음을 다망 단어를 고르고 엮었다. 저자가 지은 책으로 《단 한 줄만 내 마음에 새긴다 해도》, 《국어 잘하는 아이가 이깁니다》 《나민애의 다시 만난 국어》,《책 읽고 글 쓰기》, 《사춘기 엄마의 오장육부》, 《나민애와 다시 읽는 고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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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단어를 모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우리가 살아 있는때는 손에 쥘 수 있는 것들이 존재하고 죽을 때는 손에 쥔 것을 전부 펴서 놓고 간다. 살아 있을 때는 쥘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저자는 살아 있는 생이 너무 소중한데 쥘 수 있는 것들중에 좋은 것들은 보석, 모래, 돈보다 아기손, 고운 수건, 도토리, 돌멩이었다고 한다. 그것들말고 또 쥘 수 있는 것이 단어였는데 산책을 할 때 한 단에 대해서 쭉 생각하면서 걸으면 즐거워졌다. 누구나 자신만의 유정한 단어가 있을 것이다.



‘요조숙녀는 군자의 좋은 짝이라,’ 중국의 《시경》에 있는 말이다. 숙녀와 군자같은 좋은 짝말고도 좋은 짝은 또 있다. 손바닥이 이마의 좋은 짝이다. 머리가 어지럽고 두통이 있을 때 이마에 손바닥을 갖다대면 적정 체온때문인지 진정이 되고 평온과 위로를 준다. 이런 상황에 다사롭다를 사용한다. 딱 적당하게 온기 있는 것을 ‘다사롭다’고 한다. 다사롭다는 단어는 당행스럽고 축복스러운 느낌을 주는 단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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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에게 손바닥은 다사로운 온도이고, 손바닥에게 이마는 다사로운 대상이 된다. 힘들 때 이마를 짚어달라고 부탁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자신에게 다사로운 사람일 것이다. 언어는 불완전한 도구라서 인간의 생각을 전부 다 표현할 수 없다. 세상 언어를 다 끌어 모으고 최대치를 동원해서 사용해도 목표의 일부만 표현할 수 있다. 사랑은 모든 단어로 다 표현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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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언어를 넘어섰고 전부 표현하려는 것을 포기하게 만든다. 사랑으로 전부 표현할 수 없지만 표현할 게 사랑밖에 없어서 다시 사랑으로 돌아온다. 봄바람에 벚꽃잎이 흩날리면 아름답다. 그러나 자신 안에서 부는 바람은 아름답지도 않고 낭만적이지도 않다. 그것은 마음을 조각내 부유하도록 만든다. 자신이 장악하지 못한 것이 흩어져 어지러운 상태를 산란하다고 한다.



밤이 되면 기침이 심해지는 것처럼, 밤이 되면 산란한 마음도 짙어진다. 악플을 읽었을 때 그냥 싫어하는 것 같은데 그 싫음의 감정이 잘 이겨지지 않는다. 자신도 싫어하면 되겠다 싶지만 그 사람은 실체가 없어 마음만 어지럽다. 집이 어지러운 것은 참을 수 있지만 마음이 어지러운 것은 감당하기 어렵다.

그럴 때 해명하지 말고 조급해하지 말고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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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산란한 마음의 풍경을 응시하면 부서진 조각들이 가라앉아 고요해진다. SNS프로필 사진에 꽃을 올리면 최소 중년 이상이라고 한다. 꽃이 반갑다는 것은 나이를 먹었다는 말이다. ‘목련’은 나무에 핀 연꽃이라는 뜻이다. 연못위의 꽃을 나무위 올려놓은 하나님도 놀랍고 그 이름을 지은 사람도 대단하다. 봄은 바닥에서 올라오는 계절이어서, 땅바닥의 풀꽃에서 시작해서 키가 작은 관목을 거쳐서 목련처럼 높은 곳에서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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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목련이 피었다는 말은 봄이 완연하다는 말이다. 봄은 일종의 메시지다. 저 고상한 연꽃이 스스로를 떨구면 하나의 이별이 시작되고, 새로운 계절이 열린다. 매번 맞는 봄이고 개화이고 낙화이지만 세월이 지날수록 오고 감이 남 일 같지 않다. 이제는 봄은 사랑할 햇수가 봄을 사랑한 햇수보다 적다. 저자가 나태주 시인의 딸이라서 그런지 그냥 어휘책이 아니라 굉장히 시적인 단어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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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알려주는 오래 곁에 두고 싶은 말중에 처음 들은 말은 달뜨다, 물큰물큰, 객쩍, 몰랑몰랑, 홧홧, 멍멍히, 침잠, 선연, 눈부처, 홉뜨다, 일별하다, 결계, 동탕하다, 서머서머하다, 소담, 남우세, 허허롭다, 안거, 도반, 함초롬, 아청빛, 새물내, 조붓하다, 더께, 거스러미, 모로, 신열, 소슬히, 잠포록이, 조락하다, 해찰, 천착하다, 궁싯거리다, 설핏, 하마하마, 흔흔하다, 벙글다, 비비추, 우련하다이다. 왜 이렇게 모르는 단어가 많은지 또 한번 더 알게 되는 책이다. 단어를 통해서도 많은 사고와 깊은 사고를 할 수 있다는게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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