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던 어느 날, 김영사로부터 개정판 출간 의사를 묻는 메일이 왔다. 기다리던 질문이었다. 망설임 없이 아내에게 달려가 소식을 전했다. 저자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아내다. 흥분과 설렘 속에 ‘책을 어떻게 바꿀까?’하는 고민이 시작되었다. 아이디는 넘쳤지만 정작 원고는 커녕 전체 구성조차 잡지 못한 채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진행했던 문법 특강 자료를 모아 봤다.
저자에게 영어는 어릴 때 처음 만나 지금까지 거의 매일 함께하는 오랜 친구이다. 처음에는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막막했지만 서두르지 않았다. 이해가 되지 않아 힘든 때도 많았지만, 변하지 않는 한 가지 믿음이 있었다. 저자가 보인 관심과 애정만큼 영어도 저자에게 되돌려준다는 것이다. 시험 때만 다가와 친한 척하거나, 기다리지 못하고 단번에 영어를 ‘정복’하겠다고 달려드는 사람들이 있다.
영어도 다 안다. 그런 사람에게는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 영어와 친해지는 길은 꾸준히 관심을 보이고 천천히 하나씩 알아가는 것뿐이다. 사람이든 영어든, 껍데기나 겉모습을 아는 데에는 큰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단순 암기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러나 금방 배운 영어는 금방 멀어지기 마련이다. 이 책은 겉모습이 아닌 영어의 내면, 숨겨진 진짜 모습을 보여준다.
내면을 알아야 관계가 오래 지속된다. 사람의 관계도, 영어도 마찬가지라 본다. 이 시제들이 담고 있는 의미가 무엇인지, 그것이 한국어와 어떻게 다른지 이해하려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바로 이것이 내면이다. 살면서 영문법을 한 번도 접해보지 않은 사람은 사실 거의 없다. 그런데 대부분 기억이 좋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해야 한다는 건 알겠는데 재미는 없고, 몇 번을 반복해도 여전히 모르겠고 도대체 왜 해야 하는지도 잘 모르는, 영문법은 우리 대부분에게 이런 존재다. 자신이 좋아하는 무언가를 다른 사람들이 싫어하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 마련이다. “이거 정말 좋은 건데 왜 싫어하지?” 하는 마음, 제대로 알고도 싫어하는 거라면 어쩔 수 없지만, 그것도 아니면서 미워하는 거라면 나서서 오해를 풀어 주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