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에 속지 마라>가 지난주 언론 북섹션의 집중적 조명을 받았습니다. MBC TV, 중앙, 동아, 경향, 한국, 서울경제, 문화, AM7, 대전, 국제, 영남 등 중앙일간지, 지방일간지 모두에서 호평을 받았습니다. 이에 힘입어 교보문고와 예스 24, 알라딘, 인터파크 등 주요 서점의 분야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다음은 <경향신문>에 게재된 <지구온난화에 속지 마라>의 서평입니다. 마지막에 쓴 다음과 같은 문장이 눈에 들어오네요.
"지구온난화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 어떻든 다른 견해를 들어보는 게 중요하다는 마음으로 접근하면 돈과 시간 투자 이상의 값어치는 충분해 보인다."
[책과 삶]“온난화는 인간 때문이 아니다 1500년주기의 자연 변동일 뿐”
지구온난화에 속지 마라…프레드 싱거·데니스 에이버리 | 동아시아
지은이들이 행여 교토의정서를 탐탁잖게 여기는 석유메이저와 자동차 회사 같은 세계적 대기업들이나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학자는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다. 교토의정서에 딴죽을 거는 중국과 인도 같은 나라들은 이 책을 보며 쾌재를 부를 법하다. 지구온난화가 인류의 대재앙을 몰고 올 것이라는 걱정은 지나친 호들갑이며 환경근본주의자들의 밥벌이쯤으로 여기니 말이다. 그렇다면 수많은 영어권 독자들이 저자들의 궤변에 속아 뉴욕 타임스와 아마존 닷컴의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려놓았단 말인가. 일단 그렇지는 않다고 어느 정도 확신할 수 있겠다.
기후물리학자 프레드 싱거와 환경경제학자 데니스 에이브리가 함께 쓴 <지구온난화에 속지마라>(원제 Unstoppable Global Warming)는 과학적 뒷받침이 탄탄해 매우 흥미로우면서도 논쟁을 불러일으킬 만하다. 이와 흡사한 주장들이 처음 나온 것은 물론 아니다. 2007년 영국 BBC 방송 다큐멘터리 <지구온난화-그 거대한 사기극>이나 코펜하겐대학 교수인 비외른 롬보르의 <쿨 잇: 회의적 환경주의자의 지구 온난화 충격보고> 같은 책을 연상할 수 있다.
가장 눈길을 끌고 차별적인 부분은 지금의 지구온난화가 온실가스를 내뿜는 인간 때문이 아니라 100만년 전부터 약 1500년 주기로 나타나는 자연적인 기후 변동 현상에 불과하다는 견해다. 지은이들은 524명에 이르는 저명한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포함해 역사적 자료와 전 지구적으로 발견되는 과학적 증거들을 동원해 기후의 역사를 재구성해 이를 증명한다. 북극의 그린란드와 남극 보스토크의 빙하 코어, 해저 침전물, 동굴 석순, 꽃가루 화석, 산호초, 나무 나이테, 수목 한계선, 미술작품, 시추공 등 온갖 자료들을 들이민다.
땅이 쩍쩍 갈라지는 대가뭄도 인위적인 온실가스 증가로 인한 지구온난화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이 많지만, 실제로는 태양활동 변동에 따른 이상기후현상에 불과하다고 <지구온난화에 속지마라>의 저자들은 주장한다.
이산화탄소를 대규모로 배출하지 않았던 시절에도 태양 활동의 주기에 따라 지금보다 기온이 더 높고 낮았던 때가 있었음을 그래프를 곁들여 설명해준다. 이를테면 그린란드와 아이슬란드에서도 농경이 이뤄졌고, 영국에서 포도가 재배됐으며, 이집트의 나일강에도 얼음이 언 시대가 있었다는 것들이다. 최근의 지구온난화도 1850년부터 이미 시작됐다고 한다. 그 사이 1940년부터 1978년까지 기온이 잠시 더 낮아지자 많은 과학자들은 지구에 새로운 빙하기가 도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지구온난화의 가장 큰 폐해로 거론되는 해수면 상승도 1세기에 15㎝씩 느리게 진행될 뿐이며 이런 현상이 500년간 지속돼도 습지대와 생물계는 천천히 높은 지대로 올라가 살아남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폭우, 폭풍, 혹한 같은 이상기후·악천후 역시 역사상 자주 있었던 현상이어서 지구온난화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고 반론을 편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말라리아가 극성을 부린다는 설에도 반박한다. 역사상 말라리아로 가장 많은 피해자를 냈던 곳은 역설적이게도 1600만명 감염돼 60만명이 사망한 1920년대 러시아에서였기 때문이다.
중국의 기온 자료그림은 ‘로마 온난기’에 속하는 기원전 200년 전후 중국 대륙의 기온도 매우 높아 온난화가 전 지구적으로 진행됐음을 보여준다
이산화탄소가 기후에 미치는 영향도 미미하다는 게 저자들의 지론이다.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는 0.054%에 불과하며 수증기, 메탄 등이 온실효과에 더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게다가 인간이 내뿜는 이산화탄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양이 화산, 해양, 동물, 박테리아 등에서 배출된다.
교토의정서가 1차로 내놓은 5.2% 온실가스 감축안은 온난화 방지에 아무런 효과가 없다고 주장한다. 당장 60~80%의 배출 감축이 있어야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 수 있어 사실상 현실성이 없는 데다 교토의정서를 이행하는 데 드는 연간 1500억달러의 절반만이라도 제3세계 국가들의 보건, 교육, 수자원, 위생시설 정비에 쓴다면 지구 환경을 보호하는 데 훨씬 더 많은 도움이 된다고 지은이들은 결론짓는다.
지구온난화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 어떻든 다른 견해를 들어보는 게 중요하다는 마음으로 접근하면 돈과 시간 투자 이상의 값어치는 충분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