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스의 종말
한병철 지음, 김태환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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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르면 그러한 타자의 침입은 주체의 정상적인 균형 상태를 깨뜨리는 재난이지만 그 재난은 동시에 자아의 공백과 무아 상태에서 오는 행복이며 결국 구원의 길임이 드러난다.
오늘날 전시적 경향에 의해 진부한 소비재로 타락한 타자의 신비는 그러한 제의화를 통해 심지어 벌거벗음 속에서도 본연의 모습을 보전한다.
그러나 에로스가 깨어나는 것은 "타자를 주면서 동시에 빼앗는" "얼굴들"에 직면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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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 망각 모리스 블랑쇼 선집 4
모리스 블랑쇼 지음, 박준상 옮김 / 그린비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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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녀가 모든 것이 어떻게 되었는지 말하려고 하지 않았다는 것을, 그녀가 차가운 고통 속에서 그녀 자신에게 맡겨진 것 같았던 어떤 말들과 싸움하고 있었다는 것을, 미래, 또는 아직 지나가 버리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미 현재하고 그래도 이미 과거가 되어버린 것과 관계를 유지하려고 애쓰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선 그는 아무것도 모르게 될 것이며 이어서 자신이 끝점에 이를 시점이 언제인지 결코 알아차리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녀는 겉으로 보아 그다지 많이 배운 사람 같지 않았지만 아무것도 환기시키지 않는 추상적인 말들을 언제나 좋아하는 것처럼 보였다.
뒤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
그녀는 스스로 믿지 않았던 것에 모든 믿음을 걸었다.
"그녀는 미끄러진다.그가 만지는 이 여자 안에서 일어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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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선고 모리스 블랑쇼 선집 1
모리스 블랑쇼 지음, 고재정 옮김 / 그린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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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건의 전후로 일어난 일을 다 알게 된 지금, 이 쾌활함은 한 남자를 죽이고도 남을 추억이었다.
살아 있는 그 손은 내게 희망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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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캉 미술관의 유령들 - 그림으로 읽는 욕망의 윤리학
백상현 지음 / 책세상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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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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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을 쓸 경우 하루에 200자 원고지 20매를 쓰는 것을 규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사크 디네센은 `나는 희망도 절망도 없이 매일매일 20매의 원고를 씁니다`라고 했습니다.
그 고쳐쓰기 작업이 한두달은 걸립니다.그것이 끝나면 다시 일주일쯤 쉬었다가 두번째 고쳐쓰기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대개 이때쯤에 한차례 긴 휴식을 취합니다.가능하면 보름에서 한 달뜬 작품을 서랍 속에 넣어두고 그런 게 있다는 것조차 잊어버립니다.
그렇게 일단 작품을 진득하게 재운 다음에 다시 세세한 부분의 철저한 고쳐쓰기에 들어갑니다.
이를테면, 이건 어디까지나 내 경우가 그렇다는 것인데 장편 소설 한 편을 쓰려면 일년 이상(이 년, 때로는 삼년)을 서재에 틀어박혀 책상 앞에서 혼자 꼬박꼬박 원고를 쓰게 됩니다.새벽에 일어나서 다섯 시간에서 여섯 시간, 의식을 집중해서 집필합니다.
그래서 오후에는 낮잠을 자거나 음악을 듣거나 그리 방해되지 않은 책을 읽기도 합니다.그렇게 살다보면 아무래도 운동 부족에 빠지기 쉬워서 날마다 한 시간정도는 밖에 나가 운동을 합니다.
날이면 날마다 판박이처럼 똑같은 것을 반복합니다.고독한 작업, 이라고 하면 너무도 범속한 표현이지만 소설을 쓴다는 것은 실제로 고독한 작업입니다. 때때로 깊은 우물 밑바닥에 혼자 앉아있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아무도 구해주러 오지도 않고 아무도 "오늘 아주 잘했어"라고 어깨를 토닥이며 위로해 주지도 않습니다.그 결과물인 작품이 누군가에게 칭찬을 받는 일도 있지만(물론 잘되면) 그것을 써내는 작업 그 자체에 대해 사람들은 딱히 평가해주지 않습니다.그건 작가 혼자서 묵묵히 짊어지고 가야할 짐입니다.나는 그런 쪽의 작업에 관해서는 상당히 인내심이 강한 성격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때로는 지긋지긋하고 싫어질 때가 있습니다.하지만 다가오는 날들을 하루 또 하루, 마치 기와 직인이 기와를 쌓아가듯이 참을성 있게 몸뚱이 쌓아가는 것에 의해 이윽고 어느 시점에 `그래, 뭐니뭐니 해도 나는 작가야`라는 실감을 손에 쥘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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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상진 2016-05-15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 이신가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