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심의 절정 동문선 현대신서 80
장 보드리야르 지음, 이은민 옮김 / 동문선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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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악의 파괴는 선의 파괴보다 훨씬 고통스럽고, 거짓의 파괴는 진실의 파괴보다 훨씬 더 고통스럽다.
이 가치들은 다른 가치들을 통해 자신들을 비춘다-선은 악을 통하고, 거짓은 진실을 통해, 추함은 미를 통해, 남성은 여성을 통해, 그리고 역으로도 마찬가지이다.
장 보드리야르: 근데 악은 가치라기보다는 오히려 형태입니다. 나는 도덕적 의미로, 게다가 비도덕적 의미로도 그것을 규정하지 않습니다. 비도덕성이 되기 전에 악은 우선 절대적 원리입니다. 사람들은 매번 악의 종교적 견해로부터 부정, 환상, 파괴라는 사상을 보호할 수 있습니다.
사실 선은 선과 악의 명백한 대립 속에 있습니다. 악은 이 둘의 불분명함 속에 있습니다. 선과 악이 서로 교환될 수 있는 한, 한 쪽은 변증법적으로 다른 한쪽으로 이어지고, 우리는 선의 세계 속에 있습니다. 악은 선과 악의 대립 이쪽 혹은 저쪽에 있습니다. 혹은 선은 여전히 빙산의 일각에 불과합니다. 침수된 이 빙산의 대부분은 악의 부분이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둘 사이의 본질적 차이는 없고, 다만 눈에 보이는 바와 투명성만이 있을 것입니다.
필리프 프티: “자신의 저주받은 부분을 삭제하는 것 자체는 자기 자신의 죽음을 의미한다. 이것이 저주 받은 부분에 대한 정리이다. 저주받은 부분의 에너지, 저주받은 부분의 폭력, 그것이 악의 원리이다”라는 부분을 <악의 투명성>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당신은 이렇게 말합니다. 마치 세균이 문제였던 것처럼, 우리 사회가 악을 쫓아내려는 일에 집착하는 정도에 따라 사회는 “자신의 싹과 박테리아, 기생충, 생물학적 적을 추적하여 제거하는 육체 자체가 이완과 암의 위험을 무릅쓰듯이 전반적 전이에 의한 재앙의 위험을 무릅쓴다. 다시 말해 자신의 고유한 세포들을 삼키는 확실한 위험을 마다하지 않는다……”
당신은 우리가 더 이상 어떤 사물을 입증할 수 있는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동시에 우리는 책임질 사람들을 찾느라, 죄인들을 찾아내느라 시간을 보낸다고 말합니다. 피로 얼룩진 사건은 영광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장 보드리야르: 그것은 반항적입니다. 하나의 망은 한 요소를 타인에게 보내기 위해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것을 정지시킬 가능성은 없습니다. 이것이 독성입니다. 거기에는 책임 정지도, 화상 정지도 없습니다. 회전하는 것 자체는 배우를 그의 행동과 진정으로 동일시할 수 없다는 점을 불러일으킵니다. 우리는 일관적인 시퀀스들, 원인과 결과들을 찾아내려고 애씁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볼 때 거기에는 더 이상 법도, 동등함의 양식도 없습니다. 그런데 책임성, 그것은 동등함의 양식, 도덕적 규범의 교환 양식으로 오늘날 우리가 추구하는 윤리적 형태 가운데 하나입니다. 계획은 좌절되었고, 분명 바로 그렇기 때문에 수포로 돌아갈수록 거기에는 윤리위원회가 더 많아질 것입니다.
악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악에는 실존이 없고, 악은 현실적인 것이 아닙니다.
나는 사람들이 늘 연기한다고 믿습니다. 형태들의 이 작용에 대한 이와 같은 열정은 지속되지만 우리는 심리학적 연출로, 정서와 욕망의 작용으로 거기에 저항합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해결할 수 없는 모순 속으로 재진입하고, 이 모순 속에서 주체들은 그들의 상호 차이성에 따라 기능합니다.
그러나 경제와 심리학, 에너지론의 영향하에 있는 우리의 일상적인 삶에서조차 자의적이고, 동시에 불확실한 다른 유형의 관계가 스스로 작용하며 하위의, 감지할 수 없는, 무의식적인, 그러나 동시에 우월하고 모종의 음모를 품고 있는 관습의 형태를 세웁니다. 거기에는 모든 것이 법률에 따라 작용하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를 포함한 연기의 차원이 있습니다. 또한 거기에는 은밀한 법칙이 있습니다.
이 파생의 유형, 교환과 무의식적 이타성의 유형이 없다면 호흡할 수 없을 것입니다.
나는 다만 거기에 결부되어 있는 힘의 관계들과 가치 체계들의 소진이 서로 다른 상황, 원천적인 상황을 창출한다고 생각할 뿐입니다.
사람들은 자기 고유의 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필리프 프티: 정신적 영역이 당신의 취향이 아닌가요?
장 보드리야르: 인간들에게는 우선 운명이, 그 다음에는 역사가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그들이 자기들의 역사를 혼자 말할 수 있고, 지나온 곳을 통해 그들의 원천을 상기하며 추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에서 오로지 역사적이고 일상적인, 개인적인 차원에서 평생을 살아갈 것입니다. 다른 이들은 어떠한 역사도 이야기하지 않은 채 살아갈 것이고, 역사 없는 자기들의 운명을 경험할 것입니다. 개인성, 인격은 그만큼 미약한 개념들입니다. 삶에서 사건을 만드는 것, 그것은 현재의 세계와 최선 및 최악이 항상 작용하는 세계 사이의 결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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