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되는 순간들 - 이제야 산문집
이제야 지음 / 샘터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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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 시가 되는 순간들

시를 쓰는 삶은 어떤 것일까
시인이 된다는 건 무엇을 품는 일일까
그리고 시란 도대체 우리에게 어떤 쓸모가 있는가.

'어쩌면 시가 되었을지도 모를 어떤 순간에게' 이제야

2012년 등단 이후 7년 만에 이제야 시인 시집이 아닌 산문집으로 돌아온 이번 책은 시로 표현되기 이전의 감정과 경험들, 언어로 다 담아낼 수 없었던 순간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각 장에는 짧지만 깊은 산문과 함께 시 한 편, 그리고 시인이 직접 찍은 사진이 실려 있다. 글의 분위기와 어우러진 시구는 두 번 세 번 되짚어 읽게 만들고. 장마다 수록된 흑백 사진은 옛날 필름을 들여다보는 것 같았다.

친구와 가족, 지나간 사랑, 시를 처음 쓰기 시작했을 때의 불안과 설렘, 그리고 시인 이라는 이름을 짊어지고 살아가는 일상의 순간들까지.

지나쳐버릴 수도 있었던 삶의 순간들은 하나하나 소중 했고 모든것은 시가 됐다.

어쩌면 우리도 이미 수많은 시의 조각들을 지나쳐 왔는지도 모른다.

산문, 시, 그리고 시인이 직접 찍은 사진. 세 가지가 하나로 엮이며 만들어낸 독특한 구성이었다. 표지의 아름다움은 물론, 그 안에 들어 있는 내용 또한 훌륭했다. 문학을 사랑하는 이라면 꼭 소장해야 할 책이다.

출판사 '샘터사' 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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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죽기 좋은 날입니다 - 어느 교도소 목사가 가르쳐주는 인생의 교훈
카리나 베리펠트.짐 브라질 지음, 최인하 옮김 / 다산초당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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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나 베리펠트 · 짐 브라질 / 오늘은 죽기 좋은 날입니다

미국 텍사스 교도소에서 30년 넘게 사형수 전담 목사로 살아온 짐 브라질. 그는 276명의 사형수를 배웅하며, 그들과 죽음의 마지막을 함께 해왔다. 그리고, 짐 또한 자신에게 전립선암과 백혈병이라는 사형선고가 내려졌다.

오늘은 죽기 좋은 날입니다는 짐이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며 들려주는 마지막 고백이자, 우리가 미처 돌아보지 못한 삶의 진실을 마주하게 한다. 죽음을 앞두고서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 외면한 채 살아온 후회들, 마음 깊은 곳의 용서, 그리고 마지막까지도 포기할 수 없는 평화에 대한 갈망. 이 모든 이야기가 그의 고백 안에 담겨 있다.

“죽기 좋은 날이네요.”

어느 사형수가 집행 전, 짐에게 남긴 이 말.

"만약 그런 게 있다면. 오늘도 죽기 좋은 날이자, 살기에도 참 좋은 날"

슬픔에 잠기게 하기보다, 더 찬란하게 살아야 할 지금을 돌아보게 한다. 삶은 언제나 유한하지만, 그 속에 담긴 사랑과 용서는 무한하다는 것. 오늘, 무탈히 살아낸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문장들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스웨덴의 공동 저자인 카리나 베르그펠트와의 인터뷰에서, 짐은 자신의 삶과 목회 경험을 차분하게 들려주었고, 카리나 역시 그와의 대화를 통해 무의식 속에 감춰두었던 자신의 상처를 마주하며 변화하게 되었다.

죽음은 결코 익숙해지지 않는다. 하지만, 죽음을 준비할 수는 있다. 죽음을 무섭게 피하지 않고, 품고 사는 법을 보여주는 오늘은 죽기 좋은날 입니다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꼭 필요하다.

출판사 '다산초당' 으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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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죄
존 위티 주니어 지음, 정두메 옮김, 김형태 감수 / 한길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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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위티 주니어 / 아버지의 죄

우리는 종종 혼외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나 종교적 판단이 성경적이라고 믿곤 한다. 부모의 죄가 자식에게 전가된다는 관념은 단단히 뿌리내린 채, 마치 신의 뜻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존 위티 주니어의 아버지의 죄를 통해 들여다보면, 이 오랜 믿음에는 오해와 왜곡이 겹겹이 쌓여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초기 유대교와 기독교는 혼외자에 대해 비교적 관대한 태도를 보였다. 유대교 랍비들과 초대 교회 교부들은 혼외자를 공동체의 일원으로 인정하고, 법적 권리를 보장하려 했다. 그러나 4세기경 기독교가 로마 제국의 국교가 되면서 혼외자는 부모의 죄악을 상징하는 존재로 낙인찍혔다.

교회와 국가가 결혼이라는 제도를 절대화하면서, 이후 법과 제도는 혼외자에게 심각한 차별을 가했고, 이는 재산 상속, 직업, 교육, 법적 보호 등의 기본적 권리에서 배제되었으며, 때로는 유아살해와 유기로 이어지는 비극적 결과를 낳기도 했다.

20세기 중반까지도 많은 국가에서는 혼외자의 법적 권리가 보장되지 않았다. 미국에서도 혼외자가 친부로부터 유산을 상속받을 수 있게 된 것은 불과 수십 년 전의 일이다.

성경은 신성한 책이지만, 인간이 해석하고 적용하는 방식에 따라 왜곡되기도 했다. 와전된 교리 중 하나, 출애굽기 20장 5절에는 “나는 너를 질투하는 하나님이라 나를 미워하는 자의 죄를 아버지로부터 아들에게로 3~4대까지 갚되, 나를 사랑하고 내 계명을 지키는 자에게는 천대까지 은혜를 베풀리라”

부모의 죄가 자식에게까지 이어진다고 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성경 전체를 놓고 보면 부모의 죄가 3~4대까지 미친다는 말은 형벌의 제한성을 나타내고, 반대로 은혜는 천대까지 베푼다는 말은 무한한 하나님의 자비를 뜻한다. 즉, 하나님은 형벌보다 은혜에 훨씬 더 무게를 두고 계신 분이다.

존 위티 주니어는 이 구절이 신학적으로 잘못 해석되었으며, 특정 집단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었다고 지적한다. 다양한 역사적 기록과 성경 구절, 법학자들의 주장을 통해, 혼외자 차별이 본래 성경이나 신학적 가르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종교 권력과 가부장제가 결탁하여 만들어낸 인위적인 산물이었다는 것이다.

즉 '혼외자에게 죄가 전가된다' 는 생각이 성경 본래의 뜻이 아니다.

그렇다고 죄 자체를 없다고 하거나 미화하는 것은 아니다. 그 형벌의 방향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지적하는 것이다. 하나님의 공의가 진정으로 살아있으려면, 형벌은 죄 지은 자에게만, 은혜는 모든 자에게 흘러야 한다.

“죄 지은 부모는 있어도, 죄를 가지고 태어난 아이는 없다”

사람의 죄로 태어난 아이에게 벌을 내리는 사회와 교회를 보며, 하나님께서 정말 그것을 원하셨을까?

출판사 '한길사' 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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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시지와 광기
야콥 하인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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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콥 하인 / 소시지와 광기

야콥 하인은 독일 출신의 소아정신과 의사이자 작가로, 공산주의 교육을 받았고, 청소년기에는 베를린 장벽 붕괴를 직접 경험했다. 통일 이후 자본주의 국가에서 살아가며 두 세계를 모두 체험한 그는, 소시지와 광기를 통해 날카로운 풍자와 깊은 철학을 선보인다.

채식주의 사회에서 육식을 포기하지 못하는 주인공의 이야기. 정육점은 거의 자취를 감추었고, 남아있는 몇 안 되는 정육점은 유해시설로 분류되어 미성년자 출입이 금지되었다. 식육은 죄악처럼 취급되고, 육류 소비자는 시대에 뒤떨어진 미개인 취급을 받는다.

채식주의자가 피를 흘리며 죽어 있는 현장을 목격한 주인공은 뜻밖에도 살인 용의자로 지목된다. 형사에게 진술하는 과정에서, 그는 점점 광기의 한가운데서 허우적거렸던 자신의 지난날을 회상하게 된다.

주인공는은 회사 회식 자리에서 동료들의 강요에 못 이겨 채식주의자가 되겠다고 선언한다. 매 끼니마다 고기를 즐겨왔던 그에게 채식은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유명한 채식 블로거 톰 두부가 공유하는 채식 레시피와 조언들을 따라 보지만, 입안 가득 생기 없는 채소로 채워지는 삶에 그는 몸도 마음도 망가져 간다.

그러던 어느 날, 채팅창 너머로 의문의 인물 육수맛내기69가 다가왔다. 닉네임만으로도 고기에 대한 욕망이 묻어나는 그는 거대한 채식 카르텔의 실체를 폭로한다. 불교계, 제약산업, 무기산업, 포르노산업, 콩·두부 업계가 결탁해 전 세계에 왜곡된 채식주의를 강요하고 있다는 것. 육식지하 조직의 존재와 그들의 비밀스러운 활동들.

육식과 채식, 어느 쪽이든 도덕적으로 우월할 수 없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방식도 흥미롭지만, 소설이 진짜로 묻는 건 사람들은 무엇을 믿고, 왜 그 믿음을 택하며, 그것으로 어떻게 자기 삶의 정당성을 쌓아가는가.

무엇을 먹느냐보다, 무엇을 믿고 싶은가. 육식주의자도, 채식주의자도, 이 소설을 읽고 나면 누구든 자신이 가진 믿음과 욕망을 돌아보게 된다. 그건 죄책감 때문이 아니라, 내가 얼마나 올바른 삶을 살고 있는지를 묻기 때문이다. 독일 사회의 이념적 긴장, 소비 자본주의의 허상, 환경과 윤리에 대한 질문까지 잘 보여준 소설 이었다.

네가 먹는 것, 그 자체로 네가 옳은 건 아니야.

그러므로 모든 육체는 풀과 같고
인간의 그 모든 영광은
풀에 핀 꽃과 같다.
풀은 마르고
꽃은 떨어지지만.
「베드로전서」1장 24 절

출판사 '문학동네' 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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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들의 환대 - 제21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전석순 지음 / 나무옆의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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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체험관에서 벌어진 기묘한 사건
제21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빛들의환대

삶의 끝에는 늘 죽음이 찾아오지만, 빛들의 환대의 죽음체험관은 그 죽음을 미리 체험하게 한다. 임사체험을 통해 미처 마주하지 못한 감정들과 각기 다른 이유로 죽음을 선택하려 했던 이들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한 소도시 지자체에서 자살률 감소를 위해 야심 차게 개관한 임종 체험관 '죽여주는데 가자더니 여기였어요?' 체험객들이 우르르 밀려오는 꽉 찬 예약 임종 체험관을 찾는 사람들은 많았다. 프리미엄 연간 회원권도 판매하며, 이왕 죽는거 대접받고 체험하려는 이들. 죽으면 다똑같다고? 천만해! 돈만있면 화려하고 섬세하게 죽어 볼수 있지. 사는것처럼.

거센 빗줄기 속, 체험관을 찾아온 방문객의 충격적인 외침 지난 회차 체험객 중 한 명이 이튿날 자살을 시도했다. 폭우를 뚫고 들이닥친 낯선 방문객의 등장으로 모든 것이 뒤바뀐다.

[v]수상한 체험객은 없습니까?

폭우 속 수상한 방문객의 등장은 불길한 예고였을까. 가면 뒤에 감춰진 체험관 구성원 미연, 유영, 가령, 승인 임종 체험관의 직원들 각자 숨겨진 사연을 품고 있었다.

그들의 비밀이 하나둘씩 드러나며 이야기는 점점 숨 막히는 긴장감 속으로 빠져든다. 죽음의 과정을 따라가며 인물들의 삶의 문제를 교차해 보여주고,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다시금 살아간다는 의미를 찾아간다.

홀로그램 초대권과 수상한 체험객. 예측할 수 없는 이야기 속에서 삶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강렬한 소설. 죽음의 얼굴을 한 슬픔과 죄책감, 오해와 회한, 후회, 그리고 희망이라는 감정들이 켜켜이 쌓여간다.

출판사 '나무옆의자' 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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