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도 복제가 되나요 안전가옥 쇼-트 34
윤혜성 지음 / 안전가옥 / 202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윤혜성 / 혐오도 복제가 되나요

누군가 내 삶을 대신 살아줬으면 좋겠다는 상상이 현실이 된다면?

암에 걸린 아내를 떠나보낸 주인공 수한에게, 죽은 아내 나나의 이름으로 거대한 택배 상자가 도착한다. 그 안에는 외모는 물론, 뇌의 싱크를 통해 모든 기억까지 완벽하게 똑같은 복제인간이 들어있었다.

"너도 너 같은 새끼랑 살아봐"라는 나나의 쪽지와 함께 나타난 복제인간 리수한이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더 완벽하게 수한의 삶을 대신하며 일상을 잠식해 들어가는 과정을 긴장감 있게 그린다.

암에 걸린 이후, 나나의 시간은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다. 남은 시간을 세어야 하는 삶, 그리고 그 시간 속에서 함께 있어야 할 사람과 점점 멀어지는 감각. 그렇게 병으로 인해 약해져 가는 나나의 곁에서 지쳐간 수한은 감정을 닫아버렸다.

나나를 떠나보낸 이후에도 갈등은 끝나지 않는다. 딸을 죽인 놈이라는 장모의 의심, 혼란 속에서 아버지를 바라보는 아들 재이, 그리고 양육권을 가져오고 싶은 수한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진다.

자신보다 더 완벽하게 삶을 대신하는 복제인간의 등장은 처음엔 기묘한 호기심을 주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근원적인 위협과 공포로 다가온다. 결국 수한은 자신이 잊고 싶었던 가장 못난 모습과 감정의 찌꺼기까지 복제된 존재를 거울처럼 마주했다.

가장 사랑했던 시절의 남편을 보고 싶어 복제를 선택했다는 아내. 하지만 감정은 원하는 부분만 잘라낼 수 없었다. 사랑과 절망이 끝내 분리되지 못한 채, 하나의 형태로 굳어버린 것처럼 사랑과 혐오는 엉겨 붙어 있다.

사람의 감정은 어디까지 숨길 수 있을까.
그리고 그렇게 밀어 넣은 감정은 정말 사라지는 걸까.

#안전가옥 @safehouse.kr #도서제공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붉은 칼
정보라 지음 / 래빗홀 / 202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보라 / 붉은칼

끝이 보이지 않는 하얀 모래밭 위, 오직 살아남기 위해 붉은 칼을 쥔 처절한 투쟁.

탁월한 작법과 개성으로 세계를 매혹시킨 정보라 작가가 선보이는 포스트콜로니얼리즘 SF 장편소설 붉은칼. 2019년에 출간했던 작품을 다듬어 세계 여성의 날에 맞춰 새롭게 펴낸 전면 개정판.

조선 총포수들이 청의 요청으로 전쟁에 동원되었던 나선정벌을 모티프로, 거대 제국의 식민지 포로들이 외계 행성에 투입되어 피 튀기는 전투를 벌이는 험난한 여정이 펼쳐진다.

전쟁에 총알받이로 끌려간 이들에게 허락된 내일은 어떤 모습일까. 자유를 얻기 위한 대가로 제국의 전쟁에 투입된 주인공 크라스나의 생존기.

나무 한 그루 없이 뿌연 흰 먼지만 가득한 황무지 행성, 하얀 외계인들이 점유한 하얀 세계에 도착한다. 흰 피부와 옅은 눈동자를 가진 거구의 외계인들은 레이저가 나오는 하얀 막대로 크라스나의 동료들을 주저함 없이 죽인다.

"무슨 일이 있어도 행성을 포기하지 말라. 더 많은 인간을 만들어 식민지를 유지하라." 목숨이 오가는 절체절명의 위기 속, 우주 전쟁의 비밀을 하나씩 파헤쳐 나간다.

반전이 있었던 소년과 읽는 내내 마음이 쓰였던 이스포베딘과 튜미나, 아튱. 언젠가 그들이 살아갈 또 다른 시간 에서는 평온하게 웃을 수 있기를.

#다독 #래빗홀 @rabbithole_book #도서제공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니키
나쓰키 시호 지음, 민경욱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쓰키 시호 / 니키

일본 문단에서 가장 주목받는 젊은 작가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히는 나쓰키 시호의 데뷔작 #니키 출간 당시 파격적인 소재로 큰 화제를 모았지만, 동시에 인간의 욕망과 사회적 규범 사이의 긴장을 깊이 있게 탐구한 작품으로도 주목받았다. 출간 이후 서점과 출판계 종사자들의 추천이 이어지며 일본 전역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나쓰키 시호라는 이름을 단숨에 일본 문학계에 각인시켰다.

보통의 삶을 갈망하는 두 사람의 어긋나고 불안한 만남을 그린 작품. 남다른 시선 때문에 친구들에게 #우주인 이라고 따돌림을 당하는 고이치는 평범한 지구인이 되고 싶어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노력 때문에 더 눈에 띄는 존재였다.

고이치는 예술을 가르치는 선생님이라면 자신의 개성을 알아봐 줄 것이라 기대했지만, 담임 #미술교사 니키는 오히려 지나치게 보편적이고 획일화된 모습으로 고이치는 실망한다.

그러던 중, 고이치는 완벽해 보였던 니키가 몰래 #동인지 성인만화를 그리는 소아성애자라는 비밀을 알게된다. 니키 선생님의 이중적인 모습에 분노하며 이를 폭로하려 하지만, 니키의 처절한 고백을 듣고 오히려 자신을 이해해 줄 유일한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게 된다.

비밀을 무기로 니키를 협박하던 '고이치'와 정체성을 억누르기 위해 만화속에 욕망을가둔 '가지조' 결코 평범할 수 없는 두 사람이 엮이면서 벌어지는 아슬아슬한 동행.

모든 사람은 크고 작은 결함을 가지고 태어나며,
그 불완전함을 서로 이해하고 채워주는 것이 인간의 삶이다.

#다독 #해피북스투유 @happybooks2u #도서제공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누에나방
마태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태 / 누에나방

장르문학 IP 공모전 리노블 시즌1에서 대상을 수상한 마태 작가의 신작. 기억을 잃은 딸과 그 기억의 틈새를 기괴한 모성애로 채우려는 엄마의 심리전이 압권인 소설 #누에나방

교통사고로 기억을 잃은 채 1년간 병원 생활을 해온 소영은 엄마의 헌신적인 간호로 기적처럼 회복하지만, 같은 병실 환아에게 들은 "너네 엄마 이상해"라는 말이 계속 귓가를 맴돈다. 그제야 남을 따라 똑같은 옷을 입고 거짓말을 늘어놓는 엄마의 기이한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퇴원 후 돌아온 집에는 휠체어에 앉아 시체처럼 지내는 아빠가 있었고, 병원에서 보였던 다정함과 전혀 다른 엄마의 모습도 보였다. 엄마는 소영이 집 밖으로 나가는 것도, 질문하는 것도 모두 막아섰다.

소영은 방 안에서 “내가 죽으면 엄마 때문이다”라고 적힌 과거의 쪽지를 발견하며 불길한 예감을 느꼈고. 이후 몰래 집에 들어온 친구 민지는 사고 직전 소영이 “진짜 엄마를 만나러 간다”고 말했다고 전해 혼란을 더했다.

사고 이전의 소영에게는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사라진 과거의 진실을 파헤치려는 소영의 쫓고 쫓기는 심리전은 불안과 혼란 속으로 끌어들였다. 누에나방은 끝까지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마태 작가가 언급한 누에의 비유가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나방이 된 누에는 실크를 만드는 필요성을 상실하지만 또 다른 누에를 낳으며 그 유용성을 이어간다. 왜곡된 인물이 가진 강렬한 모성, 혹은 모성이 만든 왜곡된 괴물.

누에의 고치를 끓여 벌레를 먹는 양잠의 과정처럼,
누군가의 희생을 연료 삼아 굴러가는 세상.

#다독 #해피북스투유 @happybooks2u #도서제공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구원에게
정영욱 지음 / 부크럼 / 202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영욱 / 구원에게

독보적인 에세이스트로 출간하는 작품마다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올랐으며, 특히 젊은 세대 사이에서 내 마음을 가장 잘 알아주는 작가로 정평이 나 있는 정영욱. '잘했고 잘하고 있고 잘될 것이다'에세이를 통해 수많은 이들에게 빛을 선물했다.

2년 만에 선보이는 #구원에게 산문집은, 외면하고 싶었던 어둠 속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가는 이야기다. 작가가 “가장 사적인 기록”이라고 밝혔듯, 자신의 내면 깊숙이 자리 잡은 결핍과 과오를 언어로 붙잡아 두었다.

겉으로 꽃을 피우지 못하고 안으로 자신을 태워 열매를 맺는 존재. #정영욱 작가는 현대인을 무화과에 비유하며, 잘 지내는 척, 괜찮은 척 살아가지만 실제로는 안쪽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소모하며 하루를 견뎌 내는 삶의 모습을 비췄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계속 다른 존재가 되어보았다. 이름 없는 수가 되어 마음의 바닥을 헤아려보고, 비가 되어 쏟아지는 감정 속을 지나가 보고, 원이 되어 끝없이 되풀이되는 생각 안에 서 있기도 했다.

작가가 견뎌온 가난과 고독의 시간을 전부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그 시간을 내 감정의 그릇 안에 조금이라도 담아보려 애썼다. 내 안에 들어온 사람들, 추억, 과오까지도 닳아 없어질 때까지 전부 써 내려가겠다는 작가의 다짐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숱한 만남과 이별 속에서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세상이었고, 한때는 누군가의 전부였다.

#다독 #부크럼 @bookrum.official #도서제공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