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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슨
이언 매큐언 지음, 민승남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11월
평점 :
이언 매큐언 / 레슨
모두의 삶에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순간들이 있다. 잘못 배운 것들, 배우지 못한 것들, 그리고 너무 늦게야 비로소 깨닫게 되는 것들. 레슨은 그렇게 뒤늦게 다가오는 진실들에 대해 말하며, 롤런드 베이라는 한 남자의 시간을 따라가며 우리가 놓치고 지나친 것들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군인 아버지를 따라 리비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롤런드는 영국으로 돌아온 후, 기숙학교에서 만난 피아노 교사 미리엄 코넬과의 복잡하고 모호한 사건을 겪으며 인생의 첫 상처를 떠안는다. 이 경험은 그의 성장 과정 전체에 그림자처럼 남아, 음악과 사랑, 미래를 향한 선택들에 계속해서 흔들림을 남긴다.
성인이 된 롤런드는 뚜렷한 방향을 잡지 못한 채 떠돌듯 살아가다가, 앨리사를 만나 결혼하고 아들을 얻으며 처음으로 안정과 책임을 경험한다. 그러나 어느 날, 앨리사가 아무 말 없이 사라지면서 그는 어린 아들과 단둘이 남겨지고, 예기치 않은 상실 속에서도 아버지로서의 삶을 이어나가야 한다.
냉전, 베를린 장벽 붕괴, 체르노빌, 전쟁과 팬데믹까지 세계사의 흐름 속을 지나며 롤런드는 자신이 선택하지 못했던 삶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현실 사이에서 흔들리고, 결국에는 그 모든 경험이 자신을 이루는 레슨이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된다.
이언 매큐언의 첫 자전적 소설 레슨은 마치 피아노의 저음에서 고음으로 이어지는 연주처럼, 주인공 롤런드의 어린 시절부터 노년기까지의 삶을 보여줬다. 롤런드는 늘 더 나은 길이 있었을 거라 생각했다.
대학에 갔더라면, 음악을 포기하지 않았더라면, 혹은 사랑에 다른 방식으로 답했더라면 어땠을까? 이처럼 삶을 돌아보면 우리는 늘 선택의 연속 속에 서있다. 현재의 선택은 언제나 과거의 그림자를 드리우며, 과거는 언제나 현재의 의미를 새롭게 구성한다.
이 소설이 좋았던 이유 중 하나는 역사적 사건과 개인의 삶을 억지로 연결하지 않는다는 것. 그저 지나가는 배처럼, 전쟁, 정치, 재난, 팬데믹이 롤런드의 삶 곁을 스치며 자연스럽게 영향을 준다. 삶이란 원래 그런 것 같다. 우리는 거대한 시대를 이끄는 존재가 아니라 그저 시대의 물결에 흔들리며, 알면서도 놓치고 되돌리기엔 이미 늦은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 속에서 자기만의 삶을 붙잡으려 애쓰는 작은 존재이다.
“인생은 끝없는 레슨이며, 우리는 매 순간 배우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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