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채집자
김철우 지음 / 책과나무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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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우 / 눈물채집자

우리가 흘린 한 방울의 #눈물 들이 모여 바다의 염도를 맞춘다면?

이 독특한 상상력에서 출발하는 세계가 있다. 이곳에는 아무나 할 수 없는 은밀한 직무가 존재한다. 타인의 생명을 구한 자격이 있는 이들만이 수행할 수 있는 일. 바로 사람들의 눈물을 수집하는 컬렉터와, 그 눈물을 보관해 바다로 흘려보내는 키퍼의 은밀한 세계로 초대한다.

키퍼인 W는 #롯데타워 아쿠아리움의 수질을 관리하는 '더블에스테크' 연구원으로 위장근무를한다. T 클라우드를 통해 전 세계 바다의 염도와 'SW14' 비축량을 모니터링하며, 한반도를 담당하는 7명의 컬렉터에게 목표를 하달해 아슬아슬한 세계의 균형을 유지한다.

하지만 매일 누군가의 슬픔을 마주해야 하는 컬렉터 B는 씁쓸하게 고백한다.
"눈물을 채집하는 일이 이제는 내 개인의 일상과 구분이 되질 않아. 두려워지고 있어. 다른 이들의 슬픔만 남고 내가 점점 없어지는 것 같아."

컬렉터 B와 그의 연인인 키퍼 W. 이 두 사람이 항상 끼고 있는 #코발트블루 빛나는 반지의 비밀과, 무장단체 '바하르'의 숨겨진 프로젝트가 얽히며 이야기는 더욱 흥미진진하게 흘러간다.

131p 끝났다는 것. 그리고 다시 시작되었다는 것. 그래서 다시 끝이 나야 한다는 것. 그 순환이 하나의 확신으로 가슴 깊이 비에 젖어가는 바다처럼 스며들었다. 나는 한참을 그렇게, 바다가 젖어가고 있는 것을 바라본다.

전 지구적인 위기를 막아내는 거대한 임무 속에서도 깊고 다정한 마음들이 하나둘 모여 결국 이 세상을 지탱하고, 책 속의 구절처럼 눈물을 흘리고 아파하는 과정은 삶이 무너지는 끝이 아니라 다시 나아가기 위한 필연적인 순환이었다.

내지에 툭 떨어지는 눈물 자국마저 너무나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소설 #눈물채집자

#다독 #책과나무 @booknamu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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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욕
웨인 케스텐바움 지음, 김정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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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인 케스텐바움 / 굴욕

누구나 피하고 싶지만, 누구나 겪게 되는 감정의 해부학.
살면서 절대 겪고 싶지 않은 감정 1순위, 아마도 #굴욕 아닐까?

#웨인케스텐바움 은 굴욕을 더러운 안경에 비유하며, 한 번 겪은 굴욕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를 영구적으로 바꿔놓는다고 말한다.

책 속에는 모두가 알 만한 유명인들의 스캔들과 역사적 사건들이 주된 줄거리를 이룬다. 아동 성추행 혐의로 모욕적인 알몸 수색을 당한 마이클 잭슨,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에서 알몸 피라미드를 쌓게 된 이라크 포로들 옆에서 웃고 있는 미군 병사들, 성매매 발각 후 아내를 세워두고 사죄 연설을 하는 정치인까지. 대중 매체에 의해 더럽혀지고 전시되는 굴욕의 현장들을 하나하나 짚어낸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굴욕'과 '치욕'이라는 두 가지 단어 사이를 오갔다. 한국어의 뉘앙스와 다르게, 원어에서의 굴욕에는 훨씬 더 넓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나 보다. 내가 느끼기엔 책 속에 등장하는 상황들이 굴욕보다는 #치욕 에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내가 이 책의 상황들에 너무 깊이 감정이입을 했기 때문에 더 뼈아픈 치욕으로 느낀 걸까? 이 적나라한 사례들을 계속해서 마주하다 보니, 어느 순간에는 이 책을 읽고 있는 나 자신이 오히려 능욕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묘한 기분마저 든다. 거북함에 깜짝 놀라면서도 어느새 깊이 빠져들게 되는, 신기한 책이었다.

내면 깊은 곳에 자리한 열등감, 상처, 혹은 #이불킥 의 근원을 지적으로 파헤쳐보고 싶거나, 문학, 미술, 철학을 넘나드는 깊이 있는 문화예술 비평을 즐기시는 분들에게 추천한다.

19p 51. 굴욕은 내적인 감정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외적인 분위기와 전후 사정과 각본의 문제다. 실내가 춥다고 말한다고 해서 그 말이 반드시 실내에 있는 사람들이 추위를 느끼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87p 7. 굴욕에는 지긋지긋하고 참을 수 없는 면이 있을 수 있지만, 거짓말로 꾸며낼 수 없는 면도 있다. 점점 가짜로 채워지는 듯한 세상에서(이런 말은 '요즘 것들'에게 습격당한 옛날 사람의 하소연일까?), 굴욕은 적어도 거짓말하는 것 같지는 않다.

#다독 #문학과지성사 @moonji_books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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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손엔 똥을, 한 손엔 소원을: 소네트집
다이앤 수스 지음, 황유원 옮김 / 김영사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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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앤 수스 / 한 손엔 똥을, 한 손엔 소원을: 소네트집

#다이앤수스 생애를 따라가는 연작 시집. 128편의 소네트가 마치 플립 북처럼 이어지며 작가의 생애를 관통하는 삶의 짐승 같은 단면들을 생생하게 담아낸다.

1998년 첫 시집을 출간하며 데뷔한 이후, 오랜 시간 고독하게 글을 써온 그녀는 2021년 이 시집 '한 손엔 똥을, 한 손엔 소원을: 소네트집'으로 #퓰리처상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동시에 석권하며 미국 문단의 독보적인 거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여성 시인을 소외시키는 주류 문단에 굴하지 않고, 자신만의 불경한 유머와 투명한 정직함으로 무장한 예술가. 김이듬, 김겨울, 요조, 정여울 강력 추천! 황유원 시인의 번역으로 만나는 다이앤 수스의 국내 초역 시집.

#미국 중서부 '러스트 벨트'의 척박한 빈민가에서 시작된 이야기. 난방도 제대로 되지 않는 판잣집과 알루미늄 집을 전전하던 유년기, 지하실 설탕 자루 위에서 잠들던 어머니, 일찍 세상을 떠난 아버지, 그리고 젊은 나이에 오토바이 사고로 죽어 나가는 이웃들의 비극적인 풍경이 날 것 그대로 묘사된다.

분명 시집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그 어떤 소설보다 강렬한 흡인력. 억지로 눈물 콧물 짜내는 대신, 담담해서 더 슬픈 14줄의 짧은 시 안에 모든 감정이 꽉 차 있다.

가난과 중독, 죽음이 도사리는 #시궁창 같은 현실 속에서도 억압에 순응하지 않고, 전복적인 목소리를 내며 예술을 갈망하는 이야기. 비극적인 스펙터클로 시작해 장엄한 아름다움으로 끝을 맺는, 한 편의 로드무비였다.

#다독 #김영사 @gimmyoung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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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달린 여자
서계수 지음 / 오러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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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계수 / 머리 달린 여자

서늘하다 못해 강렬한 반격을 선사하는 서계수 작가의 첫 #소설집 단편 하나하나가 지닌 소재의 파괴력이 워낙 강해, 읽는 내내 숨을 고르게 만든다.

표제작 #머리달린여자 의 주인공 진성. 세상 모든 생명체의 머리가 사라져 보이는 기괴한 환각에 빠졌다. 가족도 반려견도 TV 속 사람들도 다 목 위가 텅 비어버린 악몽 같은 현실 속에서 미쳐가던 그 앞에, 기적처럼 머리가 달린 여자가 나타난다.

진성은 그녀가 자신의 유일한 #구원 이라 믿고 매료되지만, 그 모든 것은 지옥에서 돌아온 피해자였던 그녀가 설계한 핏빛 사냥의 시작에 불과했다.

진성이 매일 밤 얼굴 없는 불법 촬영물을 보며 즐거워했던 그 시간들이, 결국 도끼를 든 유령이 되어 찾아왔다. "난 그냥 보기만 했을 뿐인데"라는 비겁한 변명은 통하지 않았다.

#이세계 에 나약한 피해자는 없다. 스스로 도끼를 집어 들거나 가해자를 직접 요리해 먹는 잔혹한 복수의 주체로 우뚝 선다. 답답한 현실에서 억눌린 분노를 느껴본 적 있거나, 누군가 대신해서 완벽하게 판을 뒤엎어주길 바랐던 이들이라면 장르 문학의 묘미를 제대로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표제작을 비롯해 '지옥은 악마의 부재', '산상수훈', '만회반점', '프로메테우스의 여자들' 총 5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지옥의 왕 #루시퍼 가 제안하는 짜릿한 반격부터, 빼앗긴 시간을 되찾으려는 여자의 섬뜩한 만두 요리, 그리고 신화의 질서까지 뒤엎는 완벽한 복수까지.

데뷔 5년 차에 이런 강렬한 단편집을 내놓은 작가라면, 조만간 모두가 기대하는 그 이상의 호흡을 가진 장편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머리 달린 여자는 그야말로 복수의 정점이었다.

#다독 #오러출판사 @orrorpub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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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궁장의 고백
조승리 지음 / 달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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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리 / 용궁장의 고백

커다란 쓰레기통, 용궁장 화재 사건.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이 그 관계를 더 잔혹하게 만든다.

#이지랄맞음이쌓여축제가되겠지 에세이로 고통을 축제로 만드는 법을 알려준 조승리 작가가 소설가로 완벽하게 거듭나 선보이는 연작소설 #용궁장의고백

#신도시 한가운데 덩그러니 남겨진 허름한 모텔 용궁장이 전소되며 투숙객 전원이 사망한 사건을 다룬다. 참변을 맞이한 유족들이 모인 합동 장례식장은 소름 돋을 만큼 평온한데, 우연을 가장한 이 화재의 이면에는 각자의 이유로 지옥 같은 현실을 타개하고자 불꽃을 갈망했던 이들의 사연이 얽혀 있다.

치매를 앓는 노모를 모시는 #시각장애인 주인공은 형제들에게 등 떠밀려 어머니를 돌보지만, 지속되는 학대와 멸시를 받으며 부양의 늪에서 고통받는다.

"부모가 죽어버리길 바라는 자식을 하나님은 용서해주실까?"

사건을 둘러싼 피해자, 가해자, 생존자, 설계자, 조력자 등 다섯 개의 시선에서 시작된 고백들은 결국 하나의 비극으로 수렴된다. 이 이야기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가해자의 무지였다. 스스로 무엇을 짓밟고 있는지조차 인식하지 못한 채, 그것을 당연한 권리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씁쓸함을 안긴다.

위로와 구원이 있는 듯 보이지만, 동시에 책임을 흐리는 #이중성 용궁장이 전소되며 그들을 얽매던 모든 지독한 인연도 함께 재가 된다. 고통을 무기 삼아 버텨온 시간들, 모든 것이 불타 없어진 후에야 비로소 찾아온 기묘한 평화.

일방적으로 강요된 인륜은 숭고한 가치가 아니라 명백한 폭력이다. 천륜이라는 굴레를 짊어진 채 각자의 지옥을 버텨내고 있을 이들에게 이 소설을 바친다. / #조승리

#달출판사 @dalpublishers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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