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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죄
존 위티 주니어 지음, 정두메 옮김, 김형태 감수 / 한길사 / 2025년 5월
평점 :
존 위티 주니어 / 아버지의 죄
우리는 종종 혼외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나 종교적 판단이 성경적이라고 믿곤 한다. 부모의 죄가 자식에게 전가된다는 관념은 단단히 뿌리내린 채, 마치 신의 뜻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존 위티 주니어의 아버지의 죄를 통해 들여다보면, 이 오랜 믿음에는 오해와 왜곡이 겹겹이 쌓여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초기 유대교와 기독교는 혼외자에 대해 비교적 관대한 태도를 보였다. 유대교 랍비들과 초대 교회 교부들은 혼외자를 공동체의 일원으로 인정하고, 법적 권리를 보장하려 했다. 그러나 4세기경 기독교가 로마 제국의 국교가 되면서 혼외자는 부모의 죄악을 상징하는 존재로 낙인찍혔다.
교회와 국가가 결혼이라는 제도를 절대화하면서, 이후 법과 제도는 혼외자에게 심각한 차별을 가했고, 이는 재산 상속, 직업, 교육, 법적 보호 등의 기본적 권리에서 배제되었으며, 때로는 유아살해와 유기로 이어지는 비극적 결과를 낳기도 했다.
20세기 중반까지도 많은 국가에서는 혼외자의 법적 권리가 보장되지 않았다. 미국에서도 혼외자가 친부로부터 유산을 상속받을 수 있게 된 것은 불과 수십 년 전의 일이다.
성경은 신성한 책이지만, 인간이 해석하고 적용하는 방식에 따라 왜곡되기도 했다. 와전된 교리 중 하나, 출애굽기 20장 5절에는 “나는 너를 질투하는 하나님이라 나를 미워하는 자의 죄를 아버지로부터 아들에게로 3~4대까지 갚되, 나를 사랑하고 내 계명을 지키는 자에게는 천대까지 은혜를 베풀리라”
부모의 죄가 자식에게까지 이어진다고 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성경 전체를 놓고 보면 부모의 죄가 3~4대까지 미친다는 말은 형벌의 제한성을 나타내고, 반대로 은혜는 천대까지 베푼다는 말은 무한한 하나님의 자비를 뜻한다. 즉, 하나님은 형벌보다 은혜에 훨씬 더 무게를 두고 계신 분이다.
존 위티 주니어는 이 구절이 신학적으로 잘못 해석되었으며, 특정 집단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었다고 지적한다. 다양한 역사적 기록과 성경 구절, 법학자들의 주장을 통해, 혼외자 차별이 본래 성경이나 신학적 가르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종교 권력과 가부장제가 결탁하여 만들어낸 인위적인 산물이었다는 것이다.
즉 '혼외자에게 죄가 전가된다' 는 생각이 성경 본래의 뜻이 아니다.
그렇다고 죄 자체를 없다고 하거나 미화하는 것은 아니다. 그 형벌의 방향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지적하는 것이다. 하나님의 공의가 진정으로 살아있으려면, 형벌은 죄 지은 자에게만, 은혜는 모든 자에게 흘러야 한다.
“죄 지은 부모는 있어도, 죄를 가지고 태어난 아이는 없다”
사람의 죄로 태어난 아이에게 벌을 내리는 사회와 교회를 보며, 하나님께서 정말 그것을 원하셨을까?
출판사 '한길사' 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